라운지의 "과학/기술, 소비자, 시민"

유전자변형, 줄기세포, 나노기술…. 어제의 기초과학, 기초연구 성과가 오늘날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린다. 연구실에서 시장으로 나온, 또는 나오려는 과학/기술에는 소비자의 부푼 기대와 함께 까칠한 걱정도 인다. 김훈기 교수와 과학에 친숙한 시민 박문영, 이인옥 님이 글을 쓴다.

GMO 유출 국내 47곳 자생…'복합GM' 후대교배종도

김훈기의 “생명공학과 소비자” (2)


시민·소비자단체 어제 기자회견서, 국립환경과학원 실태조사 결과 밝혀

옥수수, 면화, 유채, 콩 등 버젓이 자생…유출 경로 '아리송', 문제 심각



인 받지 않은 ‘미국산 지엠(GM) 밀 사건’의 여파가 가시기도 전에, 국내에서 지엠오(GMO)에 관한 충격적인 새로운 사실이 공개됐다. 10여년 전 상업적 판매가 중단된 GM 유채, 그리고 정부 승인을 받지 않은 GM 옥수수가 국내에서 자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래 전에 사라졌어야 할 품목이 자라고 있고, 미승인 품목이라는 점에서 미국산 GM 밀 사건과 흡사하다. 이들 사건은 인간이 GMO를 관리하는 일이 불가능하다고 알려주는 듯하다.


어제인 7월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GMO 표시제 강화와 정부의 관리 대책 수립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표시제 강화 개정안을 마련 중인 민주당 홍종학 의원과 GMO반대생명운동연대, 환경운동연합,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회원들이 모여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에는 우리 땅에 자라고 있는 GMO의 실태가 담겨 있었다.


한국은 분명 GMO를 재배하지 않고 수입만 하는데, 왜 GMO가 자라고 있을까. 운송과 유통 과정에서 유출된 GMO가 땅에 떨어져 자생하고 있는 것이다.


00GMO.jpg » 그림. 연도·작물별 LMO 발견지역 현황(2009~2012, 47개 지역). 출처/ 국립환경과학원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2009년부터 국내 GMO의 자생 실태를 조사해 왔다. 이번에 공개된 보고서 <2012 LMO 자연환경모니터링 및 사후관리 연구(IV)>(자료 직접 보기)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2년까지 국내에서 GMO가 발견된 지역은 47곳에 달한다. 옥수수가 28곳으로 가장 많았고, 면화(12곳), 유채(6곳), 콩(1곳)이 그 뒤를 이었다(그림 참조).



생산중단·전량폐기 됐다던 GM유채 버젓이


성명서를 보면, 보고서에 담긴 내용 가운데 두 가지 사실이 충격을 준다. 첫째로, 2012년 발견된 GM 유채(Topas19-2)는 2000년 종자 생산이 중단됐고, 2003년에는 상업적 판매도 종료된 품목이었다. 개발사인 바이엘 크롭사이언스는 2003년 이후 도매상과 유통상한테서 이 유채를 모두 회수해 폐기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어떤 이유로 이 유채가 2012년 국내에서 자라고 있을까. 구체적인 경로는 누구도 확인할 수 없을 것이다.


미국산 GM 밀도 그렇다. 지난 5월 29일 미국 농무부(USDA)는 오리건주의 한 밀밭에서 GM 밀이 자라고 있으며, 이 밀(또는 밀가루)이 자국과 수출국에서 유통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 사건의 시작은 한 농부의 ‘제보’였다. 미국 오리건주에서 9년 동안 격년으로 밀을 경작해오던 그는 올해 봄에 새로이 밀 종자를 심기 전에 경작지에 제초제를 살포했다. 지난해 수확 이후 밭에 남아 있던 밀도 제거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제초제에 제거되지 않는 다량의 밀이 발견된 것이다.


제초제는 몬산토가 생산한 제품(글리포세이트, 일명 라운드업)이었다. 몬산토는 그동안 콩, 옥수수, 면화, 유채 등에 제초제 저항성을 갖도록 외래유전자를 삽입한 GMO를 개발해 왔으며, 그 종자들에게 살포했을 때 제대로 기능이 발휘되는 ‘맞춤형 제초제’인 글리포세이트를 종자와 함께 판매해 왔다. 따라서 농부가 밭에서 발견한 밀은 몬산토의 GM 밀이라는 추측이 가능했다.


몬산토는 GM 밀(MON 71800)을 1998~2005년 미국 16개 주에서 100여 건에 걸쳐 시험재배를 한 바 있다. 오리건주의 경우 2001년 시험재배를 수행했으며, 이후 상업적 재배를 포기하고 시험재배 중이던 GM 밀을 완전 폐기했다고 한다. 하지만 12년이 지난 현재 버젓이 자라고 있는 이유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세계 어디서도 승인받지 못한 '복합GM 품목'도


00gmo2.jpg » 사료 공장 주변의 텃밭에서 유전자 변형(유전자 조작) 옥수수가 자라고 있다. 출처/ 국립환경과학원(2010) 둘째, GM 옥수수 가운데 한국뿐 아니라 세계 어느 정부한테도 승인 받지 않은 복합품목(NK603/MON810/MON88017)이 발견됐다. 기존의 GMO는 보통 외래유전자 하나가 삽입된  품목이었지만, 최근에는 승인을 받은 각 품목을 교배해 여러개의 외래유전자가 삽입된 복합품목이 많이 개발되고 있는 추세이다. 이를 전문용어로 ‘후대교배종’이라 부른다.


보통 GMO 한 품목을 개발해 시장에 유통하려면 생체위해성과 환경위해성 검사를 통과해 승인을 받아야 한다. 즉 개발된 GMO가 인체(식용)나 가축(사료용)의 건강, 그리고 주변 작물의 성장이나 생태계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해야 재배 승인이 이뤄진다.


후대교배종의 경우, 품목간 상호작용, 그리고 특이사항에 대한 검토를 거쳐 승인 여부를 판단한다. 외래유전자끼리 어떤 상호작용이 발생해 단백질 생산량이 과다하거나 과소하지는 않은지, 그리고 전혀 새로운 종류의 단백질이 만들어지지는 않는지를 확인한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보통의 GMO처럼 심사가 진행되고,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별도의 심사 없이 안전성 승인이 이뤄진다.


이번에 국내에서 발견된 후대교배종의 경우에, 3개 품목 각각은 한국 정부의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3개 품목이 합쳐진 이 후대교배종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 어느 곳에서도 승인을 받은 적이 없다. 정확치는 않지만 각 품목들 간 자연 교배가 발생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미국산 GM 밀도 미승인 품목이라는 점이 동일하다. GM 밀은 2004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식용과 사료용으로 안전하다고 승인된 바 있다. 하지만 농무부의 환경위해성 승인을 받지 않은 상황이었다. 한 마디로 미국 정부의 최종 승인을 받지 않은 농산물이었다. 미국이 아닌 세계 어디에서도 승인을 받은 적이 없다.


GMO가 우리 땅에서 자라고 있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할까? GM 농산물이 우리 농산물에 섞여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GM 옥수수가 기존 옥수수 밭에서 섞여 자랄 수 있다. 또한 GM 옥수수와 기존 옥수수가 자연 교배를 일으켜 새로운 품종이 생길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틈엔가 GM 종자가 기존 종자와 섞여 유통될 가능성도 있다. 농업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영향을 주는 사안이다. 특히 유기농을 실천하고 있는 농가로서는 황당한 일일 수밖에 없다.

 

김훈기 서울대 기초교육원 전임대우강의교수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00dot.jpg

[참조] <한겨레> 6월5일치 보도: "전국 22곳 GMO 유출돼 자라…생태계 교란 우려"


  • 구글
  • 카카오
  • 싸이월드 공감
  • 인쇄
  • 메일
김훈기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 전임대우강의교수
과학사와 과학정책을 공부했다. 첨단 과학기술이 일반인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에 대해 관심이 많다.
이메일 : wolfkim8@gmail.com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에너지: 대량소비형 좇기 앞서 안전·절약형 개발에 관심을에너지: 대량소비형 좇기 앞서 안전·절약형 개발에 관심을

    과학/기술, 소비자, 시민이인옥 | 2013. 10. 15

    시민의 눈으로 보는 과학/기술   유난히 더웠던 올 여름을 지나며현대 과학기술의 제품과 지식을 소비하는 생활인으로서 시민의 눈으로 일상생활의 관심 영역에 들어오는 오늘날의 과학과 기술을 이야기한다. 올 여름은 습도 높은 날이 많고...

  • 날로 커지는 무선식별 기술 시장, 능동적 소비는?날로 커지는 무선식별 기술 시장, 능동적 소비는?

    과학/기술, 소비자, 시민이인옥 | 2013. 09. 03

    시민의 눈으로 보는 과학/기술현대 과학기술의 제품과 지식을 소비하는 생활인으로서 시민의 눈으로 일상생활의 관심 영역에 들어오는 오늘날의 과학과 기술을 이야기한다. 아침에 눈을 뜨면 커튼이 저절로 열리고 토스터 기계가 빵을 굽는다. 냉장고에...

  • 디스테아릴…? 폴리에틸렌…? 제품성분 확인 너무 어럽네디스테아릴…? 폴리에틸렌…? 제품성분 확인 너무 어럽네

    과학/기술, 소비자, 시민박문영 | 2013. 08. 21

    시민의 눈으로 보는 과학/기술현대 과학기술의 제품과 지식을 소비하는 생활인으로서 시민의 눈으로 일상생활의 관심 영역에 들어오는 오늘날의 과학과 기술을 이야기한다.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미루어 두었던 일을 이번에는 중간에 포기...

  • GMO논란 쉽게 끝낼 수 없다면, 우선 ‘알고 먹을 권리’를GMO논란 쉽게 끝낼 수 없다면, 우선 ‘알고 먹을 권리’를

    과학/기술, 소비자, 시민이인옥 | 2013. 08. 09

    시민의 눈으로 보는 과학/기술현대 과학기술의 제품과 지식을 소비하는 생활인으로서 시민의 눈으로 일상생활의 관심 영역에 들어오는 오늘날의 과학과 기술을 이야기한다. 바쁜 현대사회에 사람들이 지치고 여러 부작용이 생기면서 그에 대한 반작용인지...

  • 나도 살고 환경도 사는 살균과 위생은나도 살고 환경도 사는 살균과 위생은

    과학/기술, 소비자, 시민박문영 | 2013. 07. 26

    시민의 눈으로 보는 과학/기술  현대 과학기술의 제품과 지식을 소비하는 생활인으로서 시민의 눈으로 일상생활의 관심 영역에 들어오는 오늘날의 과학과 기술을 이야기한다. 여름이 되니 겨울에는 잊고 있어도 별문제가 되지 않았던 일반 쓰레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