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감염질환 이름짓기 신중하게” -WHO ‘명명법’ 권고

"지역, 사람, 공동체, 동물, 식품의 이름 피하고

 과학적 근거있고 사회적 수용 가능한 이름으로"


[짧은뉴스]

00AIvirus.jpg »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H1N1). 출처/ Wikimedia Commons


에 없던 신종 감염질환을 명명할 때에는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기 위해 지역이나 동물, 식품 이름은 붙이지 말아달라고 세계보건기구(WHO)가 요청했다.


세계보건기구는 최근 “신종 인간 감염질환 이름을 짓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제목의 자료를 내어 민족, 경제, 인구집단에 불필요하게 끼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질환의 이름을 지을 때 주의가 필요하다며 과학자와 당국자, 언론에 이렇게 권고했다. 이 권고는 공식 실행력을 갖춘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질병을 명명하는 세계보건기구 내 국제질병분류(ICD) 당국이 최종 명명 결정을 내리기 이전 단계에서 세계보건기구에서 사용되어 공식 명명에도 사실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질병 명명 권고안을 낸 배경과 관련해 세계보건기구가 전한 설명이다.

“근래에 몇 가지 새로운 인간 감염 질환들이 출현하고 잇다. 돼지 플루나 중동호흡기중후군 같은 이름들은 특정한 사회공동체나 경제 부문에 오명을 씌움으로써 의도하지 않은 부정적 영향을 끼치곤 한다.” 세계보건기구의 건강안보 분야 사무총장보좌역인 케이지 후쿠다는 이렇게 말한다. “이는 사소한 문제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질병 이름은 그것으로 직접 영향을 받는 사람들한테는 정말 문제가 된다. 우리는 어떤 질병 이름들이 특정한 종교 공동체나 민족 공동체의 일원들에 안 좋은 반감을 불러일으키며 여행, 상업, 교역에 부당한 장애를 만들어내고, 가축 동물의 불필요한 도살을 촉발하는 경우를 보아 왔다. 이는 사람들의 생활과 생계에 심각한 결과를 낳는다.”
 종종 과학계 바깥 사람들에 의해 질병들에는 일상적인 이름(common names)이 붙는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되면서 질병 이름이 일단 구축되면, 부적절한 이름이라 해도 그것을 바꾸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새롭게 식별된 인간 질환에 관해 처음 보고하는 이는 누구라도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으며(scientifically sound)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socially acceptable) 적절한 이름을 사용해야 한다. (WHO 자료)


세계보건기구는 '과학적으로 타당하며' '사회적으로 수용될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상의 기준을 제시하며 과학자, 당국자, 언론에 ‘가장 좋은 명명 방법’을 따라줄 것을 권고했다. 이 권고에 따르면, 좋은 명명법은 △질병이 일으키는 증상에 기반을 두는 일반적 설명 용어(예컨대 호흡기질환, 신경성증후군 등), △질병에 관한 근거 있는 정보가 있을 경우에는 질병 영향을 받는 대상층, 심각성, 계절성을 밝히는 좀 더 세부적인 용어(예컨대, 진행성, 아동, 중증, 겨울철)를 쓸 수 있다고 제시했다. △또한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체가 규명된 경우에는 그 용어(예컨대, 코로나바이러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살모넬라)를 질병 이름에 담을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질병 이름으로서는 피해야 하는 용어로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스페인 인플루엔자처럼 지역 위치를 담은 것, △크루츠펠트야콥병, 샤가스병처럼 사람 이름이 들어간 것, △돼지 인플루엔자, 조류 인플루엔자처럼 동물 또는 식품 이름이 들어간 것, △재향군인병처럼 특정한 문화, 직업, 산업을 언급하는 것, △괴질(unknown)이나 치명성(fatal), 유행성(epidemic)처럼 지나친 두려움을 일으키는 것들이 지적됐다. 세계보건기구는 이미 쓰이는 기존 질병 이름에는 이번에 제시한 질병 명명 권고안이 적용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는 국제질병분류(ICD)의 자문을 받으면서 세계동물보건기구(OIE), 식량농업기구(FAO)와 협의해 이런 인간 감염질환 명명법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번에 새로운 질병 명명 권고안이 제시되면서, 앞으로 세계보건기구는 새롭게 발생하는 신종 감염질환에 대해서는 이런 명명법에 따른 질병 이름을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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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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