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암과 불운’ 논문 반박 “환경영향-예방효과 커”

“지난 50년간 축적된 국제적 역학조사 결과와 모순되는 결론”

“여러 암들 나라별, 시대별로 달라…환경영향 보여주는 근거”


00cancerluck.jpg » 조직부위별로 줄기세포의 평생 분열횟수와 암 위험도 사이에는 강한 상관관계가 나타남을 보여주는 근거로 제시되는 통계분석 결과 그래프. 출처/ Science


위험은 환경이나 유전 요인 탓보다 세포의 무작위 돌연변이라는 불운(“bad luck”) 탓이 더 크다는 통계분석 논문이 발표돼 논란이 빚어진 데 이어(예컨대 널리 읽힌 ‘운과 암/Luck and Cancer’ 같은 글이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공식적으로 이 논문의 결론을 반박하고 나섰다. 13일 발표한 자료에서, 세계보건기구 국제암연구소는 지난 50년 동안 축적된 국제적 암 역학조사 결과를 근거로 지난 2일 발표된 암 요인에 관한 과학논문의 결론에 “강한 이견(strong disagree)”이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와 함께 이 논문 저자들이 속한 미국 대학 쪽도 지난 7일 해명성 추가 설명자료를 내어 발표 논문의 결론을 확대해 오해하지 말기를 당부했다.


논란의 초점이 된 논문은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두 연구자가 과학저널 <사이언스> 1월2일치에 발표한 것으로, 암 위험의 3분의 2가량이 줄기세포가 세포분열 할 때 무작위로 생기는 디엔에이 복제 오류, 즉 돌연변이에서 비롯하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결론을 제시해 학계와 언론매체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사이언스온 관련기사).


어떻게 이런 결론을 얻었을까? 응용수학자와 종양학자로 이뤄진 두 연구자는 지금까지 이뤄진 방대한 연구 결과에서 인간의 조직부위별로 줄기세포가 평생 분열하는 총횟수, 그리고 31가지 암종별 평생 위험도를 보여주는 데이터를 얻어냈으며 이 둘을 비교했다.  그랬더니 조직부위별로 줄기세포 분열횟수와 암 위험 사이에는 ‘강한 상관관계(strong correlation)’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진은 세포의 무작위 돌연변이가 환경이나 유전적 요인보다 더 중요하게 암 위험에 기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는 결론을 제시했다.



세계보건기구 암연구소 “암 절반가량 예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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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는 이런 통계분석을 통해 얻은 수치적인 결론이 국제 보건사회가 오랜 동안 쌓아온 암 질환의 역학조사 결과와는 모순된다며 반박했다. 크리스토퍼 와일드(Christoper Wild) 국제암연구소(IARC) 소장은 “개인한테 특정 암이 발병하는 데에 우연성의 요소가 있음을 알고 있지만, 그것이 어느 인구집단(population) 내 암 위험 수준이 어떠한지에 관해 말해주는 바는 거의 없다”면서 “불운이 암의 주 요인이라는 결론은 오해를 일으킬 만하고 암 질환 요인의 규명과 효과적 예방 노력을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다음은 세계보건기구 국제암연구소가 오랜 동안 쌓여온 세계 암 질환 역학조사 결과를 들어 제시하는 반박의 주요 근거다.

“지난 50년 동안 국제 역학 연구를 통해서, 한 인구집단에서는 잦은 암들 대부분이 다른 인구집단에서는 상대적으로 드물고, 또한 그런 패턴도 시간이 흐르면서 변해왔음을 알 수 있다. 예컨대 식도암은 동아프리카 남자들한테 일반적이지만 서아프리카에선 드물다. 결장직장암은 일본에서 예전엔 드물었으나 근래 20년 동안 4배가량 발병이 증가했다. 이런 관찰자료는 많은 일반 암들에 나타나는 특징이며 이는 유전적 변이나 우연과는 반대로 환경과 생활양식이 암 발병의 주 요인임을 보여준다.”(WHO 보도자료)


이번 논문 자체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분석 대상에서 매우 드물게 발병하는 암종들이 강조된 반면에 위암, 자궁경부암, 유방암처럼 일반 암들은 데이터가 아직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빠졌다는 것이다. 이런 일반 암들은 인구집단과 시대에 따라 환경 영향을 많이 받으면서 발병률도 달라졌기에 이번 분석 대상에 포함됐다면 논문의 결과와 결론도 달라졌을 수 있다고 세계보건기구는 지적했다. 또한 연구진이 분석 자료로 활용한 ‘암종별 평생 위험도’가 미국 인구집단에서만 얻은 것이라 지역적 한계도 지닌다고 점도 지적됐다.


세계보건기구 국제암연구소는 많은 경우에 일반 암은 예방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예컨대 흡연율이 낮아지면서 폐암 발병률도 떨어진 실제 사례에서 보듯이 일반 암 대부분은 환경과 생활양식과 강하게 연관된다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는 “원칙적으로 이런 (일반) 암들은 예방 가능하다”면서 “현재 지식으로 볼 때 전세계 모든 암 발생 건수(all cancer cases) 중 거의 절반가량은 예방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개별 과학 논문에 대해 국제기구가 이례적으로 반박 자료를 신속하게 발표한 데에는 “논문 저자들이 많은 암의 경우에 암 예방보다는 암 조기발견에 더 초점을 맞추는데, 잘못 해석되면 이런 관점이 암 연구나 공중보건에 모두 다 심각하게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연구진, 추가 설명자료 내 “오해 없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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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연구진이 속한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 의과대학도 지난 2일 보도자료를 낸 데 이어, 여러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7일 따로 해명성 설명자료를 내어 모든 암 ‘발생건수’의 3분의 2가 무작위 돌연변이, 즉 불운에서 기인한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논문의 두 저자는 일문일답 형식의 설명자료에서, 암 발병을 자동차 사고에 빗대어 이번 연구의 결과와 결론을 비유적으로 설명했다.


암의 요인으로 거론되는 환경, 유전, 무작위 돌연변이을 자동차 사고에 빗댄다면 △환경 요인은 자동차가 달리는 도로 상태이며 △유전 요인은 자동차의 기계적 상태로 볼 수 있고, △무작위 돌연변이는 운전(여행) 거리에 비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비유적으로 설명한다면, 이번 연구논문은 ‘운전 거리가 길면 길수록 자동차 사고 위험도 커진다’는 것을 보여줄 뿐이며, 실제 자동차 사고가 일어나면 거기에는 도로 상태나 자동차의 기계적 문제도 사고의 요인이 될 수 있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단 한 가지 요인이 암의 원인인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일부 사람들은 우리 연구를 오해해서 암 발생건수(cancer cases)의 3분의 2가 불운에서 비롯한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암이 여러 요인의 조합(combination)에 의해 발생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자동차 비유로 다시 말씀 드리면, 우리는 자동차 사고의 3분의 2가 오로지 운전 거리에 의해 일어난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모든 개별 사고는 도로 상태, 자동차 상태, 운전 거리, 그리고 기타등등의 어떤 조합에 의해 야기됩니다. 어떤 사고에선 운전 거리가 주요하게 (사고에) 기여하는 요인이 될 수 있으며, 다른 사고에서는 나쁜 도로 사정이 주요한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사고들 중에서 어느 정도가 이런 각각의 개별 요인에서 비롯하는지 알려면 행선지별 운전의 횟수, 각 자동차 상태, 각 도로 상태 등에 관해 상세한 정보가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그런 정보를 갖고 있지 못하며, 마찬가지로 암에 관해서도 그만큼의 정보를 갖고 있지 못합니다.”(추가 설명자료)


문 발표 이후에 전개된 논란과 해명을 종합하면, 이번 통계분석 논문에서 31가지 암종만을 다루었으며 자주 발병하는 일반 암종들이 여럿 빠진 점을 볼 때 ‘암 위험의 3분의 2가량’이 무작위 돌연변이 요인에 의해 설명될 수 있다고 말하는 데엔 무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구체적인 수치는 분석 대상의 범위를 어디까지 늘리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연구논문은 암 위험을 설명할 때 환경과 유전 요인 외에 무작위 돌연변이라는 우연적 요인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함을 실제 통계분석을 통해 보여주고자 시도했다는 점에서는 나름대로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보인다.


  취재후기

사이언스온은 지난 6일 <암 요인은? “환경·유전탓보다 무작위 불운탓 크다”> 제목으로 관련 논문을 뉴스로 다루었습니다 ( http://scienceon.hani.co.kr/227707 ). 기사에서는 암 발생건수의 3분의 2라는 표현을 피하면서 암 위험의 3분의 2라고 표현했지만 여전히 모호한 것으로서, 암의 3분의 2로 해석할 여지를 남겨두었습니다. 애초 논문의 표현이 다른 해석의 가능성을 닫아두지 않은 점이 있었지만, 기사를 쓴 기자한테도 한계가 있었음을 절감하며 의학 통계와 관련한 뉴스를 다룰 때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하겠다는 반성을 합니다.
 이후에 여러 지적들이 있었으며 마침내 세계보건기구가 나서서 암 예방 노력을 경시하게 만들 수도 있는 이번 연구의 결론에 대해 공식 문제제기를 했습니다 ( http://scienceon.hani.co.kr/231381 ). 여러 비판들을 들어보면, 이번 논문은 연구방법과 분석결과에 뚜렷한 문제를 지닌 것은 아니지만 연구 한계 내에서 제한적인 해석을 했어야 했는데도 그러지 못하고 느슨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출판된 해당 논문의 결과와 결론에 바탕을 두어 쓴 1월6일치 사이언스온의 기사를 크게 수정하지는 않으며 기록으로 남겨두지만, 해당 기사에 반론도 제기되고 있음을 독자들께 알려드립니다. “환경이나 유전 요인보다 무작위적 돌연변이의 불운이 암 위험의 3분의 2를 설명해준다’는 논문의 해석을 읽을 때에는 다른 반론의 기사들도 함께 읽는 게 좋겠습니다. 과학 연구활동이 으레 그렇듯이, 이와 관련한 연구와 해석은 이번 논란으로 종결되는 게 아니라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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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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