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은하 나선팔은 둘인가 넷인가?

2008년 NASA 결과: 항성 밀도와 중력 큰 나선팔 '둘'

2013년 다른팀 결과: 새 항성 생겨나는 곳 나선팔 '넷'


00milkyway.jpg » 우리 은하 내 거대항성들의 분포(그림에서 흩어져 있는 점들)를 조사해보니, 은하의 나선팔은 네 개인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논문이 발표됐다. 2008년 미항공우주국 적외선 망원경의 관측결과를 바탕으로 제시한 '은하 나선팔은 두 개'라는 결론과는 다른 것이다. 그림 위쪽의 검은 점은 태양계가 있는 지점을 표시한 것이다. 출처/ J. Urquhart, Spitzer Science Center


천억 개의 항성(별), 훨씬 더 많은 행성, 그리고 가스·먼지들이 모여 이룬 우리 은하는 어떤 모양으로 회전하고 있을까? 우리 은하의 거시 구조에서 주요 특징으로 꼽히는 나선팔이 둘인지 넷인지를 두고서 최근 몇 년 새 천문학자들이 서로 달라 보이는 결과를 내놓고 있다.


애초의 통설은 ‘네 개의 나선팔’이다. 우리 은하에는 원반(디스크) 모양의 구조가 회전하며 바깥쪽으로 길게 회전 꼬리를 남겨 이뤄지는 나선팔이 넷이라는 통설이 1950년대 이래 지배적이었다고 한다. 미항공우주국(NASA, 나사)의 자료를 보면,


“1950년대 이래 천문학자들은 우리 은하(Milky Way)의 지도를 그려 왔다. 초기 모형은 은하 내의 가스층을 관측하는 전파천문학에 바탕을 두어 이뤄졌는데, 직각자자리 팔(Norma), 방패-켄타우루스자리 팔(Scutum-Centaurus), 궁수자리 팔(Sagittarius), 페르세우스자리 팔(Perseus)이라는 네 개의 큰 팔을 지닌 나선 구조로 제시됐다.”


00milkyway2.jpg » [화면 확대 가능] 주요한 나선팔인 직각자자리 팔(Norma), 방패-켄타우루스자리 팔(Scutum-Centaurus), 궁수자리 팔(Sagittarius), 페르세우스자리 팔(Perseus)의 위치와 구조. 출처/ NASA JPL (2008) 이런 나선팔의 구조는 2008년 미항공우주국의 스피처(Spitzer) 적외선 우주망원경의 관측 결과에서 수정됐다. 당시 천문학 연구팀은 스피처 망원경의 관측 자료를 바탕으로 우리 은하의 모습을 훨씬 더 상세하게 밝힐 수 있었다. 관측에서 파악된 1억1천만 개 항성의 은하 내 분포를 조사한 연구팀은, 항성들이 많이 몰려 있는 큰(major) 나선팔이 둘, 그렇지 않은 작은(minor) 나선팔이 둘이어서 사실상 우리 은하의 나선팔은 둘이라는 결론을 발표했다. 다음은 2008년 당시에 발표한 나사의 공식 보도자료인데, 우리 은하의 큰 나선팔이 둘이라는 결론을 내린 근거를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이제 과학자들은 스피처 망원경을 통해 광대한 우리 은하의 새로운 영상을 얻었다.…80만 장의 스냅샷을 합친 광대한 모자이크이며 여기에는 1억1천만 개 항성이 담겨 있다.

 (연구팀의) 벤저민은 항성 수를 헤아려 항성밀도를 측정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연구팀은 방패-켄타우루스자리 팔의 방향에서 항성 수가 증가함을 알아냈다. 나선팔에서는 이런 항성 수 증가를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궁수자리와 직각자자리 팔이 있을 것으로 여겨지는 방향에서는 항성 수의 증가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다른 네번째 팔인 페르세우스자리는 우리 은하의 외곽 주변에 있어 이번에 새로 얻은 스피처 망원경의 영상에선 보이지 않는다.

 이런 발견은 우리 은하가 막대 은하에 나타나는 일반 구조와 마찬가지로 큰(major) 나선팔 둘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큰 나선팔인 방패-켄타우루스자리와 페르세우스자리에서는 젊고 밝은 항성과 나이든 ‘적색거성’의 밀도가 대단히 높다. 다른 작은(minor) 나선팔 둘은 은하 중심 막대 구조의 양끝에 가까이, 멀리 훌륭하게 연결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발표 이후에 ‘우리 은하의 나선팔은 둘’이라는 많은 언론보도들이 뒤따랐으며, 지금도 우리 은하에 관한 많은 설명에서 ‘두 개의 나선팔 구조’ 이야기는 자주 등장한다 (인터넷 웹을 검색하다보면 ‘우리 은하의 나선팔 4개 중 2개가 사라진 것으로 밝혀졌다’는 식의 황당한 글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영국·독일·미국 등 천문학자들이 나선팔 넷의 구조를 다시 얘기하고 나섰다. 연구팀은 지난 12년 동안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중국 등지에서 얻은 전파 천문학의 관츨 자료를 분석해보니 우리 은하 나선팔은 둘이 아니라 넷이라며 옛 통설을 다시 뒷받침하는 듯한 연구결과를 영국 과학저널 <왕립천문학회 월보(Monthly Notices of the Royal Astronomical Socienty)>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태양 질량의 8배 넘는 거대항성(massive star) 1650여 개가 우리 은하 어느 곳에 분포하는지 하나씩 추적한 결과였다.


영국 리즈대학교가 낸 보도자료를 보면, 연구팀은 “이런 관측 결과를 통해 거대항성들의 위치와 밝기를 계산해보니 이들은 나선팔 네 곳에 걸쳐 분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러면 우리 은하의 나선팔은 둘인가, 넷인가? 똑같은 은하를 두고서 왜 엎치락뒤치락하는 연구결과가 몇 년 새 이어지는 걸까? 나선팔 수와 관련해 2008년에 수정된 설명은 다시 2008년 이전으로 돌아가는 걸까?


다행히, 연구팀은 이런 관측 결과가 2008년 스피처 망원경의 관측 결과와 모순되는 것은 아니라는 견해를 제시했다. 2008년 관측 결과가 적외선 망원경으로 본 것에 바탕을 두었다면, 이번엔 전파 망원경을 사용해 거대항성들의 분포 지역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서로 다른 것을 바라본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대체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 이들의 연구결과를 요약한 리즈대학 보도자료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논문 공저자인] 호어(Hoare)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우리의 결과가 옳고 스피처의 데이터가 틀렸다는 그런 경우가 아닙니다. 두 조사는 서로 다른 것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스피처는 우리 태양처럼 온도가 훨씬 낮고 질량도 작은 항성들을 보았을 뿐이며, 그런 천체들은 우리가 관측 대상으로 삼았던 거대항성에 비해 우리 은하에 훨씬 더 많지요,”

 거대항성은 작은 규모의 항성과 비교하면 흔한 천체가 아니다. 거대항성은 대략 1000만 년 정도로 짧게 생을 마감하기 때문이다. 거대항성들이 이처럼 단명한다는 것은 이들이 태어나는 나선팔 지역에서만 발견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서로 다른 연구팀들이 은하 나선팔의 수를 다르게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호어 교수는 이렇게 설명한다. “작은 질량의 항성은 거대항성에 비해 훨씬 더 오래 살면서 우리 은하를 여러 차례 회전하며 은하 원반 내에서 바깥쪽으로 퍼져나갑니다. 스피처 망원경이 밝힌 두 개의 나선팔에서는 중력의 끌어당김이 충분히 커서 그 나선팔 안에 대다수 항성을 끌어모을 수 있는 것이죠. 나머지 두 개의 나선팔에선 그러지 못합니다. 하지만 나선팔 네 곳에는 거대항성을 탄생시킬 정도로 충분히 압축될 수 있는 가스가 존재한다는 것도 또한 사실입니다.””


태양처럼 규모가 작아 수명이 긴 항성은 우리 은하 중심 둘레를 회전하며 이 나선팔에서 저 나선팔로 이사를 가기도 한다고 한다. 2008년 스피처 관측자료를 바탕으로 밝힌 나사 자료는 “우리 태양은 예전엔 다른 나선팔 안에 머물렀을 가능성도 있다. 태양이 생성된 지 40억 년이 훨씬 넘었으니, 지금까지 태양은 우리 은하를 열여섯 차례 회전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렇게 보면, 질량이 비교적 작아 수명이 긴 항성이 현재 발견되는 지역은 태생지가 아니라 그곳 나선팔의 중력에 이끌려 새로 이사한 곳일 수도 있다. 달리 말하면, 이번 연구팀이 밝혔듯이 질량이 엄청나게 커서 빠르게 성장했다가 일찍 붕괴하는 거대항성은 다른 곳으로 이사할 틈도 없이 태생지 바로 그곳에서 발견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 1650여 개 거대항성이 나선팔 네 곳에 걸쳐 분포하는 것으로 관측됐다는 것은 아기 항성들이 새로 태어나는 나선팔이 우리 은하에서 네 곳일 수 있음을 충분히 말해주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한 천문학자는 우리 은하의 한 귀퉁이에 놓인 태양계 행성에서 우리 은하의 거시 구조를 짐작하는 일이 “장님 코끼리 더듬기”와 비슷하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은하를 벗어나 은하의 풍경을 볼 수 없으니, 은하 내부에서 은하 전체의 구조를 파악하기는 그만큼 쉽잖은 일이다. 그렇더라도 인류가 지구 바깥으로 우주여행을 하기 이전에 지구와 태양계의 거시 구조를 지상 관측만으로 충분히 그려낼 수 있었듯이, 은하의 한 귀퉁이에서 은하의 거시 구조를 그리는 일은 어렵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2008년과 2013년 나선팔 연구를 종합하면, 지금까지 첨단의 관측 장비와 많은 천문학자가 참여해 그려낸 우리 은하의 나선팔은, 다수의 항성이 몰려 큰 규모를 이루는 나선팔로 따지면 그 수가 둘이며, 여전히 건재해 아기 항성들을 탄생시키는 나선팔로는 넷인 것이다. 보기에 따라서 둘이기도 하고 넷이기도 하는 상황은 더 정밀한 후속 연구들에서 다시 어떤 새로운 변화를 겪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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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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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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