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GMO를 둘러싼 '타협'은 가능할까? -장호민 센터장

다른 글: GMO논쟁, 시민참여가 중요하다 (김환석 국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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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행선을 달리기만 하는 GMO 찬반 논쟁. 이번 주에는 그 합리적인 해법을 모색하는 두 분의 글을 싣습니다. 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의 장호민 센터장은 글에서 먼저 찬반 논쟁의 깊고 뿌리깊은 불신과 대립을 진단합니다. 합리적 타협을 바라는 그가 보기에, "보수온건의 담론"과 "급진적 담론"이 단지 안전성 논쟁만이 아니라 정치경제와 문화적인 태도의 차이로 인해 서로 타협하기 힘들어 보입니다.그러면서도 그는 합리적 타협을 위해 몇 가지 중요한 제안을 던집니다. 유전자변형생물체가 여러 분야에서 요구되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보면서, 그는 투명하고 신속한 정보 공개-소통과 더불어 GMO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을 될수록 많이 참여시켜 자신의 견해가 토론과 타협의 과정에 투영될 수 있게 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사이언스온

 

 

 

타협과 그 합리성을 강화하기 위한 제안들

 장호민 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장

 

 

제가 쓰기로 한 글의 제목은 애초에 “합리적 타협은 없을까- 몇 가지 제안”이었으나, 이 제목을 약간 바꾸어보았습니다. 기존의 제도를 그나마 타협의 산물로 본다면 합리적 기준에서 다시 볼 때에 그런 제도에 부족한 점이 없는지 찾아 보완하는 방식으로 글을 써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은 작업이었습니다. 그래서 글의 주제를 위의 제목처럼 좀 더 현실적으로 잡아 보았습니다.  

 

1gmo » 소통하지 못하는 현재를 나타내기라도 하듯 GMO라는 글자가 마치 서로 등을 지고 있다.

 

 

 

1gmo 

GM작물을 둘러싼

타협은 가능한 것일까?

 

‘합리적 타협’이라는 어려운 주제에 관한 글을 쓰려다보니 그저 아는 대로 다 늘어놓기보다는 그 주제의 모든 측면을 두루 살펴야 하기에, 이 시점에서 의미 있는 글을 쓸 수 있을지를 두고 약간 망설였습니다. 앞에 게시된 기고문들에서 볼 수 있듯이, 유전자변형(GM) 작물은 보는 각도에 따라, 또는 생각의 출발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매우 다른 해석과 주장이 등장하기 때문에 과연 ‘타협’이라는 것이 있을 것인가, 또는 있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에서 무슨 근거로 제시하는 것이 좋을까 등등을 생각하고 정리해보려니 문제가 간단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이 주제의 글을 쓰기로 한 것은 제가 맡고 있는 한국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의 슬로건이 유전자변형생물체에 관한 한 “ALL 바르게 빠르게” 정보를 전달하자는 것이고, 제가 그 업무를 하면서도 이 주제에 대한 물음을 항상 가지고 있었던 터라 이번 기회에 독자들과 같이 생각해 보는 기회를 삼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용기를 내봤습니다.

 

 

글을 시작하며

 

GM 작물은 대부분 일반인들한테 막연하나마 불안감을 주는 대상으로서, 그리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나름의 전문적 식견을 토대로 찬성과 혹은 우려를 반목하는 논쟁의 대상이 되어 온 게 사실입니다. GM 작물을 둘러싸고 극과 극의 견해차를 보이는 것은 힘겨운 타협의 대상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어느덧 상업화 14년의 역사와 실적이 말해주듯이 GM 작물은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것은 당연하다고 드러내고 있진 않지만 타협의 관계를 만들고 그 속에서 실제의 생산·소비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이에 먼저, GM 작물에 관한 국제적 타협의 사례를 살펴보기 위해 세계은행이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미래농업연구의 방향에 관한 정책권고(World Bank Report, 2008 등)와 2003년에 발효된 바이오안전성의정서의 제정 의의를 짚어보고, 우리나라에서는 어떠한 방향이 좀 더 나은 합리적 타협의 길이 될 것인지 탐색해 볼까 합니다.

 

 

타협을 위한 세계은행의 정책권고

 

일반적으로 우리들은 무언가를 이야기할 때 사건의 원인과 과정을 설명하며 이른바 ‘일리가 있다’는 생각에 이르면 그 사건을 이해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야기 속에 각종 등장인물과 훌륭한 구성 또는 색깔을 넣어 가능한 한 다른 사람들을 잘 이해시키려고 하지요.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어떤 하나의 대상에 대해서도 원인, 범위, 의미 또는 해석까지도 매우 다양할 수 있으며, 급기야는 이야기들이 상호 충돌 관계를 보이며 두 부류의 대립적 아이디어로 수렴되는 현상에 봉착하는 지경에 이르면, 사전지식이 없거나 부족한 일반인들은 이른바 인식 스트레스(cognitive stress)와 인식의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를 경험하게 되지요. 참으로 난감한 일이지요.

 

바로 GM 작물은 두 종류의 상반된 이야기군들이 충돌 관계를 보이면서 일반인들을 혼란에 빠뜨리게 하는 좋은 예가 됩니다. 우선 먹어서 안전한가 아닌가의 문제만 놓고 보아도 GM 작물이, 적어도 상업화한 상태라면 그 안전성에 믿음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과 아직 의심해 볼 여지가 있다는 주장 속에 혼란스럽기 그지없겠지요.

 

특히 먹을거리와 관련하여 ‘위해 가능성 없다, 아니면 있다’의 메시지만 얻으면 그만인데, 일반인들로서는 이 이야기 저 이야기 들어본들 궁금증만 키우게 되는 경우가 많을 줄 압니다. GM 작물에 대해 나름의 신념을 지닌 경우에는 일관되게 자신의 생각과 그에 따른 선택을 하겠지만 이거저것 고려해서 현실적으로 개인 고유의 선택을 하겠다는 중립적인 일반인들은 헷갈려 하며 심지어는 짜증이 날 만도 할 것이라 생각해 봅니다. 왜 한 종류의 대상을 놓고 그렇게도 다른 이야기들을 해대는지 모르겠다고 하면서 말입니다. 단순히 먹어서 괜찮은지 아닌지만 알려주면 될 텐데 복잡하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하면서 말입니다.

 

이렇게 혼란스러운 상황이 연출되는 것은 GM 작물을 개발하고 소비하는 것과 관련한 다양한 담론들이 나름대로 설득력 있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더욱이 GM 작물에 대해 일반인들의 관심이 가장 크게 집중되는 부분이 먹을거리의 안전성이겠습니다만, 그밖에 사회경제와 문화적 측면의 요소들까지 가미되면서 훨씬 더 복잡한 이야기들로 발전하게 되지요. GM 작물의 상반된 담론들이 만들어지게 된 근원을 더듬어 보면, 우선 과학기술 발전의 동력을 원천으로 삼아 농업을 발전시켜 인류의 삶을 향상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는 주장과, 이에 반해 자연에 순응하며 사는 토착적 삶을 추구하는 것이 옳다라는 주장이 대립하는 것처럼, 인류의 삶 내지 사회발전을 바라보는 근본적 물음과 관련해 극명한 대립의 관계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학자들은 전자의 이야기들을 소위 보수적 관점의 담론이라 하고 후자의 그것들은 급진적 관점의 담론이라고 분류하기도 합니다.

 

보수온건적 담론은 과학의 발전이 중단되는 일 없이 지속적으로 전개될 것이며 특히 농업 분야에서 비록 1차 녹색혁명의 효과가 소진되면서 식량생산의 증가율이 둔화하고 바이오혁명의 실현이 기대만큼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지 못하다 하더라도 결국 식량생산은 과학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지속적으로 증대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야기들입니다. 이에 따르면, GM작물은 위해 가능성에 관한 의혹과 일부 적대감이 퍼져 있지만 그 효과성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는 믿음을 지니며 또한 환경적 측면에서도 해를 주기 보다는 환경친화적이거나 적어도 위해를 가하지 않는 환경중립성을 지닌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반하여, 급진적 담론은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농업연구의 사회경제적 의미에 초점을 맞추면서 급진적인 이야기들을 쏟아냅니다. 과학기술은 1차 녹색혁명이 성취해낸 실적 이상으로 농업을 발전시키는 데 실패했으며, GM 작물의 개발기술은 개발도상국이나 소작농 등 소위 가지지 못한 자들로부터의 실질적 수요에서 출발했다기보다 기업적 이익을 위해 이용되고 인체건강이나 환경에 대해서도 위협을 주는 부정적인 도구라고 역설합니다. 그들이 논하는 위협은 다양하고 심대하기까지 합니다. GM 작물은 종의 획일화로 생물의 종 다양성을 감소시키고 기존 작물들의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지구적 기후변화에 대한 생물적응력을 약화시켜 나갈 것이라는 총체적 생태계 파괴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또한 근년에 집중조명을 받게 된 바이오연료용 작물을 비롯해 GM 작물은 식량의 산업화를 촉진시키며 급기야는 독과점의 폐해를 낳게 되고 소규모 지역농을 파괴해 소위 식량주권을 위협한다고까지 주장합니다.

 

이와 같은 상반된 관점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을 상세하게 논하려면 어렵기도 하거니와 많은 분야에서 다양한 전문가들이 동원되어야 할 것입니다. 관련 학문도 과학은 물론이고 철학, 사회학, 경제학, 심리학 등 거의 모든 분야가 포함된다고 봅니다. 그런데 문제는 양쪽의 견해가 쉽게 접근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선 각 견해는 사회발전을 어떻게 보는가에 대해 기본적인 차이가 있으므로 유전자변형생물체가 사회발전을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간주한다면 이에 대한 인식도 근본적 차이가 있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그래도 GM 작물은 식탁 위의 안전성 쟁점 이외에도 사회경제적으로도 좀 더 깊은 성찰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식량에 관한 가진 자와 못가진 자들 간의 문제만이 아니라, 또한 유럽에 치우친 이야기이겠지만 선진국 내에서 조차도 생명공학기술이 지금까지 삶의 기초가 되어 왔던 방식에 사회경제적 변혁을 일으켜 일종의 사회적 불안감을 안겨주기도 한다니 말입니다.

 

이런 GM 작물의 상황은 세계사회에 이른바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내지 인지 스트레스(Cognitive Stress)를 주는 비정상적인 상태로서, 세계사회의 균형적이며 합리적 발전을 추구하는 국제기구라면 그 해소를 위하여 개입하는 것이 당연해 보일 것입니다. 다행히도 세계은행(World Bank; IBRD)이 나섰습니다. 세계은행은 재정, 과학, 도덕적 권위가 있는 독특한 국제적 위상을 배경으로 기존의 세계 개발정책 임무의 연장선상에서 세계사회에 위안을 주고 가이드하는 역할을 맡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바로 위에서 약간이나마 비친 개발, 연구, 과학, 기후변화 등의 주제들에 대하여 고도로 상충되는 이야기들에서 오는 인지의 부조화를 완화시켜 보자는 것이지요.

 

세계은행은 이를 위해 다양한 자체 연구와 사실적 데이터에 기초하여 각 이해당사자들을 배려하며 조심스럽게 GM 작물의 연구개발 정책 방향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World Bank Report, 2008 등). 세계은행의 권고안은 보수적 담론의 주장과 급진적 담론 사이에 균형을 찾아 신중한 모드로 미래의 농업연구의 방향을 3가지로 제시하였습니다.

 

첫 번째는, 일부 소수 작물들에 대한 한계적 혁신에만 집중하지 말고 현재의 에너지 집중 농업 생산방식의 대안을 찾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며, 둘째로는, 비료 및 농약 의존성이 낮은 신품종을 개발해 나가면서도 소작농, 지역농업에 대한 생명공학기술의 활용을 중시하되 윤작, 생물제제 등 다양한 재배 양태와 통합되는 방향으로 할 것이며, 세 번째로는, 위의 두 가지 연구방향은 당장의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가운데 막대한 자금이 소요될 것이므로 공공부문이 담당해야 할 것이고, 특히 국제사회가 이에 동의하느냐의 여부가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바이오안전성의정서를 통한 타협
  

GM작물은 보수적 성향의 담론과 급진적 성향의 담론이 대립되는 와중에도 이미 14년 동안이나 상업적으로 재배되며 먹을거리, 사료 혹은 산업소재로 소비해 왔습니다. 그렇게도 인식의 대립이 강한 분위기 속에서도 결정적인 파국을 피하면서 세계가 GM 작물의 생산과 소비 체제를 갖추게 된 것은 바이오안전성의정서가 기본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1gmo2 » 제4차 바이오안전성의정서 당사국총회(2008. 5, 독일 본).

 

2003년 9월에 발효된 바이오안전성의정서(이하 의정서)는 유전자변형생물체가 전 산업 분야에 걸쳐 활용되지만, 특히 GM 작물을 둘러싸고 각 국가, 지역 등이 참여하여 5년여의 장기간에 걸친 협상의 결과로 얻어진 결과물입니다. 여기에는 간혹 NGO, 기업 등 특별이해그룹들도 참여하여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바 있었습니다. 협상과정에서 특히 GM작물을 둘러싼 각종의 견해가 표출되고 조정이 쉽지 않았던 배경에는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협상 테이블의 저변에 GM작물을 둘러싼 강한 인식의 대립이 깔려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결국은 처음 예정되었던 최종시한(1999년 2월)을 다 소비하면서도 합의안 마련에 실패하고 결국은 그 기한을 열어 놓은 채로 회의(콜롬비아, 1999 2)를 끝내야 했었지요. 1년 후에 다시 회의를 속개하여 채택하긴 했지만 위기의 시간들이었습니다.

 

의정서는 결국 위에서 논한 바 있는 대립적 인식들이 충돌하면서 만들어진 홍역의 산물입니다. 일종의 글로벌 타협의 결과물인 셈이지요. 의정서는 국제적으로 유전자변형생물체가 이동될 때에 안전성이 담보될 수 있도록 만든 제도적 장치로써 유전자변형생물체를 국가 간에 거래할 경우 안전성이 담보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리하여 의정서의 탄생은 유전자변형생물체에 관한 인식의 다양한 대립상황 하에서도 국제간의 교역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 주는 한편, 거래 시에 기본적으로 잠재적 위해성에 대하여 사전에 점검할 수 있도록 하고, 또한 지역 생물다양성의 가치 등 사회경제적 측면의 고려도 함께 병행하여 최종 수입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극단적인 양쪽의 주장들을 통합하고 조정하며 탄생한 것입니다.

 

그러나 의정서가 발효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완성 시에 모든 사항이 말끔하게 정리되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취급, 운송 시의 표기(Identification)를 어떻게 하고 손해 발생시 따르게 될 책임과 배상(Liability and Redress)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시행방법을 각각 의정서 발효 후 2년, 4년 내에 만들도록 함으로써, 아직 유전자변형생물체에 관한 협상은 진행 중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의정서의 제정으로 세계적 인식의 대립관계는 일단 현실적인 관리수단으로 조정 내지 통합의 길로 들어선 만큼 진행 중인 추가 협상건들도 결국은 타결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해 봅니다. 

 

 

유전자변형생물체의 국가간 이동 등에 관한 법률도 타협의 소산일까?

 

2000년을 전후하여 세계의 뜨거운 GM작물 반대운동이 고조에 달하고 있을 무렵 우리나라에서도 환경 및 소비자보호 단체를 중심으로 GM작물 반대운동이 있었습니다. 당시 일부 환경운동가는 급진적 담론을 전개하며 GM작물을 강하게 반대하는 활동을 전개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국내자급율이 현저하게 낮은 콩, 옥수수를 중심으로 사료 혹은 가공용 GMO의 수입이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관련제도의 마련이 시급해졌을 뿐만 아니라 의정서의 발효에 대비하여 관련 국내이행절차를 마련해야만 하는 상황이었으므로 국내법이 제정되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었습니다. 그런 속에서 정부는 국내법의 제정과정에서 각종 시민단체는 물론 일반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하여 공청회 등의 절차를 거치며 수출입, 연구개발, 재배, 생산 등 관련부문에서 안전성의 담보가 소홀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인 바 있습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GM작물을 포함한 유전자변형생물체에 관하여 비록 의정서라는 외부적인 요인과 내부적 필요에 입각하여 GM작물을 비롯한 유전자변형생물체의 개발, 수입, 생산, 유통 등이 안전성이 담보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적 장치를 갖추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국내법 제정이 의정서의 협상과정에서 봤듯이 다양한 인식의 충돌을 배경으로 한 집단 간의 타협으로 이루어진 성과로 보기에는 매우 미흡하다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국내법 제정을 준비하던 2000년을 전후한 당시에는 GM콩, GM옥수수가 본격적으로 수입되기 전이었으며, 따라서 GM작물에 대한 우려가 전반적으로 확산되기 전의 시기로서 일부 기술개발활동은 착수되었으나 재배, 생산, 유통, 소비 등 관련되는 기타 주요 부문도 전무하다시피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타협에 나설 참여주체들이 형성되지 못해 종합적인 타협을 이루기에는 시기상조였을 것입니다. 이로써 국내법은 국제사회가 타협의 결과로 만들어 낸 의정서를 국내에 적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주도하여 입안한 것이며, 엄밀한 의미에서의 타협과는 거리가 멀다 하겠습니다. 그러나 타협의 필요성은 앞으로 더 증대해 나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국제적으로 유전자변형생물체의 개발과 산업적 응용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유전자변형생물체 중에서도 국민적 민감도가 제일 높은 GM작물은 어느덧 국내 기술개발이 10여년 전과 비교하여 상당한 수준으로 올라와 있을 뿐만 아니라 수입유통의 규모가 점차 증대하고 품목의 종류도 다양화됨으로써 이해당사자그룹이 어느 정도 형성되고 있으며, 일반국민들로부터의 우려감은 여전히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기 때문입니다.

 

 


1gmo 

합리적 타협을

제고하기 위한 제안들

 

과학의 발전은 오늘 옳다고 알고 있는 것이 언젠가는 미래의 새롭게 알게 된 지식에 의하여 사라지게 될 수도 있음을 볼 때, 오늘의 지식에 의거하여 만들어진 제도는 비록 타협의 산물이라 할지라도 내일의 새로운 지식에 의거하여 개정될 필요성이 있음을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 먼저 합리적 타협이란 무엇일까요?

 

아마도 타협의 대상이 되는 논란의 속성들을 잘 이해하고 파악하여 타협점을 잘 찾아가는 데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GM 작물과 관련한 논란은 불확실한 상황 하에서 행동을 결정해야 하는 결정논란(decisional controversies), 토론내용이 사회, 윤리 혹은 개인선호가 포함되는 사회윤리적 논란(ethical controversies), 그리고 미래의 추가연구로 미지의 새로운 정보가 나온다는 정보논란(information controversies) 등 과학논쟁으로 분류되는 3가지 성격의 논란을 모두 내포하고 있습니다(Hines, 2001).

 

따라서 GM작물과 관련된 이슈들을 합리적으로 타협하고자 한다면, 이와 같은 논란들의 특성을 파악하여 원만하게 풀어내는 일련의 조치들을 시행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합리적 타협이란 궁극적으로 GM작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최대의 편익을 취할 수 있도록 관련된 이해그룹들의 이해관계가 조정되고 합의되는 상태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보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우선 과학자들과 일반인들 사이에 신뢰의 형성이 매우 중요하다 하겠습니다. 먼저, 과학자들은 관련 개발 상황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알기 쉽게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며, “백문이 불여일견이다”라는 속담이 말하듯이 관련된 실험과정을 일반인에게 공개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그러한 정보전달과 이해는 지체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정보가 제때에 공급되지 못한다면 지나친 추측으로 과학정보를 왜곡 해석하려는 유혹이 생길 수 있고, 이것은 곧 일반대중과 과학자들 간의 신뢰를 떨어트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정논란과 사회윤리적 논란을 효과적으로 토론하기 위해서는 관련된 결정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이해관계자들을 가능한 한 많이 포함하여 자신들의 견해가 토론 및 타협의 과정에서 투영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또한 토론을 통한 타협은 논란의 근저를 이루는 이슈들이 공개적으로 이야기될 때 더 성공확률이 높다고 합니다(Sauer, 2001). 또한 다양한 소주제들이 광범위하게 펼쳐지는 토론과정을 하나의 무대에 올려서 보여질 수 있게 하는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토론과정을 지켜보고 직접 참여함으로써 일반인들은 과학의 이해증진 측면에서 크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정보의 학습효과는 수동적인 정보수령형보다 이런 직접참여형이 상황을 잘 이해하게 할 뿐만 아니라 과학적 이해에도 눈을 떠서 자신의 견해를 그에 따라 조정해 갈 가능성이 큽니다. 이를 위해서는 공간적인 한계를 극복하고 비과학자들도 참여가 용이한 인터넷을 이용한 토론의 시행도 활용되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1gmo3 » <“유전자변형생물체, 그 효율적 이용과 관리방안 모색”을 주제로 한 바이오안전성 국제세미나 개최 모습(2008.12, 서울). 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 주최.

 

부가적으로 미디어와 언어의 역할도 매우 중요합니다. 미디어는 이야기를 어떻게 구성하는가에 따라서 일반인들의 인식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 효과는 또한 누적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미디어의 보도 형태와 인식의 관계는 이미 수많은 연구에서 실증된 바 있기도 합니다. 합리적 타협을 이루기 위해서는 미디어가 GM 작물의 다양한 측면을 합리적인 수준에서 타당성 있게 전달해야 할 것입니다. 과거의 미디어가 GM 작물에 관해 방송한 것을 보면, 잠재적 위해성을 부각시키는데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들이 상대적으로 더 많았지요. 언어는 그 배열, 스타일 및 표현에 따라서 가치와 감정을 전달합니다. 어느 한 집단에 대하여는 명확하게 전달되었다 하더라도 다른 집단에서는 다른 가치와 감정으로 전달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Katz, 2001). 특히 바이오분야에서는 인체와 연관된 용어가 많으므로 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도 정보의 전달과 그 영향을 모니터링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 하겠습니다. 특히 유전자변형생물체의 안전관리를 담당하는 중앙행정기관들과 기업, 소비자 등 주요 이해그룹간 정보소통의 정도는 국가안전관리체계의 건강상태를 의미한다고까지 표현하고 싶습니다. 정부의 중앙행정기관들은 관련정보를 충실하게 공개해야 할 것이며, 기업도 개발상황에 관하여 일반대중의 눈높이에 맞게 알기 쉽게 홍보할 수 있어야 하고, 소비자들은 알고 싶은 정보에 대하여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하겠지요. 이렇게 보면 중앙행정기관의 수입심사에 관한 정보의 공개문제가 그동안 각종토론모임에서 제기되어 온 점은 정보소통의 관점에서 점검해 볼 일입니다. 정보소통의 관계는 신뢰의 관계이기도 해서 타협의 기반적 요소라 여겨집니다.

      

좀 더 욕심을 내본다면, 유전자변형생물체 특히 GM 작물과 관련된 지식 혹은 인식의 차이를 줄이는 데 역할을 할 수 있는 전문 커뮤니케이터 내지 코디네이터를 양성해 내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GM 작물의 영향은 다양하고 다층적인 구조를 띄고 있어 이해그룹 간에 서로 자기 분야에 집중해서 이야기할 뿐 상대방의 이야기가 전혀 안 들릴 가능성이 많으며, 일반대중에게 다가가서 이해를 돕는 일 또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므로, 이런 국면을 타개할 수 있는 전문가의 양성은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해 봅니다. 

 

끝으로 GM 작물을 비롯한 유전자변형생물체는 농업 및 에너지, 화학 등 타 산업 분야에도 빠르게 응용발전 되어갈 것임을 감안하여 정부의 투자 증대가 요청되고 있습니다. 기술개발 이외에도 안전성 및 사회경제적 비용편익 분석연구를 위한 연구비도 정식으로 편성하여 데이터에 입각한 토론과 타협이 가능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나가는 것이 앞날을 대비하는 비책이 될 것입니다. 정부가 이런 노력을 보인다면 신뢰 지수를 높이는 데 상당히 기여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장호민 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장 1JH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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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MO결산] 아줌마들, GMO를 '수다의 식탁'에 올리다[GMO결산] 아줌마들, GMO를 '수다의 식탁'에 올리다

    특집과학수다팀 | 2010. 08. 18

            위험-선택-필수? 어느 장단에 춤출까      만약에 딸기에 넙치 유전자 섞는다면?  그런데 그 놈의 표시, 도무지 모르겠다  그래도 덕에 싸게 먹을 수 있지만  어쨌든 알아야 찬성도 반대도 하지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 온에...

  • [GMO결산] 쟁점4- 시민참여 소통 필수...정보 투명공개도[GMO결산] 쟁점4- 시민참여 소통 필수...정보 투명공개도

    특집사이언스온 | 2010. 08. 18

    소통 어떻게 할까             ▶ 김환석 국민대 교수·과학사회학 공공 논쟁 통한 사회적 합의에 해답지엠오(GMO)가 안전한가 위험한가 하는 논쟁은 지엠오가 처음 상품으로 시장에 나타나기 시작한 199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