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GMO논쟁, 시민참여가 중요하다 -김환석 교수

다른 글: GMO 둘러싼 타협은 가능할까 (장호민 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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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행선을 달리기만 하는 GMO 찬반 논쟁. 이번 주에는 그 합리적인 해법을 모색하는 두 분의 글을 싣습니다. 과학사회학자 김환석 교수는 "GMO를 통해 우리는 불확실성 속에서 우리의 미래를 함께 모색하고 만들어가는 초유의 전지구적 실험"이라는 GMO 논쟁의 중요성을 얘기하면서 논쟁의 해법을 조심스럽게 제시합니다. 그는 광우병과 GMO를 둘러싸고 극심한 논쟁을 겪었던 영국의 1990년대 후반 이후 사례를 살피면서 전문가와 정부의 권위주의에 매몰되지 않고 자유롭고 공개적인 시민참여 공공논쟁을 활성화해 유익하고 공익적인 해법을 찾아보려 합니다. 그가 전하는 영국의 시민참여 공공논쟁 프로그램인 'GM 국가?'의 얘기는 아직 멀고먼 나라의 얘기로만 들립니다. -사이언스온

 

 

 

GMO 논쟁, 왜 시민참여가 중요한가?

김환석 국민대 교수(과학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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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O가 안전한가 위험한가 하는 논쟁은 GMO가 처음 상품화되어 시장에 나타나기 시작한 199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논쟁이 이렇게 좀처럼 끝나지 않는 이유는 무엇보다 GMO의 안전성 여부에 대해서 전문가집단인 과학자들 자신이 합의를 못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해외의 유명한 과학저널들에는 어떤 GMO의 위험을 보여주는 실험결과가 실리면 곧 이어 이를 반박하는 논문이 잇따라 실리곤 합니다. 학계에서는 이런 상황을 이른바 ‘과학적 불확실성’이 높다고 부르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아직 그 안전성에 대한 과학계의 합의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GMO는 콩, 옥수수, 면화, 감자 등에 이어서 다른 많은 작물들이 국제적 경쟁 하에 속속 개발 및 상품화되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과 대책의 시급성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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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표준 된 '사전예방원칙':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라"

 

2000년에 국제적 차원에서 제정된 생명공학안전성의정서는 GMO의 잠재적 위험에 대하여 ‘사전예방원칙’(Precautionary Principle)을 따를 것을 명시한 바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전예방원칙이란 어떤 인간행위가 환경 및 보건에 대하여 미치는 잠재적 위해가 매우 심각하고 되돌릴 수 없을 경우에, 그 행위의 결과(즉 인과관계)에 대해 과학적 불확실성이 있더라도 그것이 위험에 대한 예방적 조처를 막는 이유가 되어선 안 된다는 것입니다. 쉽게 풀어서 얘기하자면, 우리 속담에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 또는 서양 속담에 “안전이 후회보다는 낫다”는 것이 바로 이 사전예방원칙의 정신과 비슷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사실상 우리는 이미 일상생활에서 이러한 원칙을 종종 실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우리가 차를 탈 때 안전벨트를 맨다든가 또는 밤에는 위험한 지역에 가지 않는 등의 행동이 바로 그러한 실천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전예방원칙은 GMO의 개발이나 판매를 완전히 금지하는 엄격한 조치부터 GMO에 대한 표시제나 정보공개를 시행하는 비교적 온건한 조치까지 그 범위가 넓습니다. 물론 사회에 따라서는 GMO의 안전성을 믿고(또는 잠재적 위험을 감수하고) 사전예방원칙을 아예 취하지 않는 선택을 할 수도 있습니다. 위험을 기피하는 것부터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는 것까지 위험에 대한 태도들은 개인마다 사회마다 매우 다양합니다. 왜냐하면 위험에 대한 태도는 근본적으로 개인간·사회간에 존재하는 상이한 가치들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예컨대 경제적 편익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보는 사람과 생태적 건강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추구하는 사람은 서로 위험에 대한 태도가 다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GMO에 대해 어떤 수준의 보호 조치를 취할 것이냐는 우리가 선택을 해야 할 문제이고, 이 때 최종 선택은 결국 우리의 가치에 기반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지요.

 

사람들의 다양한 가치를 허용하고 인정하는 것이 민주주의 사회입니다. 그런 사회에서 GMO의 위험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의 문제는 정부나 전문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공공 논쟁을 통한 사회적 합의에서 해답을 찾을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다양한 가치를 지닌 사람들이 그들의 위험 인식을 상이한 관점과 윤리적 기초들에 입각하여 민주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공공 논쟁 말입니다.

 

GMO의 위험에 대처하는 최종적 결정은 그 내용이 어떤 것이든 이런 공공 논쟁을 거쳐 강건한 사회적·정치적 수용가능성을 획득할 수 있을 경우에만 오랜 시간에 걸쳐 효과적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바로 이러한 까닭으로 인해 GMO의 위험에 대처하는 사회적 의사결정에 있어 시민참여의 중요성이 부각된다고 하겠습니다. 이 점에서 어느 나라보다 과감한 시도를 하였던 영국의 경우를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1gmdebate 

1990년대 후반 이후 영국:

과학-사회, 전문가-시민의 관계 재정립

 

2차 대전 이후 영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서구 국가에서 과학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지배적인 관점은 전문가에 대한 신뢰에 바탕을 둔 것이었습니다. 즉 사회는 과학을 적극 지원하되 과학에 대한 의사결정은 전적으로 전문가인 과학자들에게 맡기고, 그 대신에 사회는 과학연구에서 비롯되는 의학적·기술적 혜택을 누리게 된다는 것이었지요. 1970~80년대에 환경운동의 대두와 과학부정행위 사건들로 인해 과학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흔들리고 비판적 분위기가 팽배해지자, 과학계는 이른바 ‘결핍모델’에 입각한 대중의 과학이해(Public Understanding of Science: PUS) 사업으로 이에 대처하려 했습니다. 문제의 원인은 대중이 무지해서 과학을 오해하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므로, 과학지식을 쉽고 흥미롭게 풀어서 대중에게 제공해주면 과학에 대한 신뢰가 다시 회복되리라고 본 것이지요.

 

그러나 1990년대 후반에 광우병 사건과 GMO 반대운동으로 어느 나라보다 심한 홍역을 겪은 영국에서는 이러한 기존의 접근에 한계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과학에 대한 대중의 불신은 위기로 치달았고 결핍모델은 이를 해결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 분명해졌기 때문이지요. 마침내 2000년 영국의 상원 과학기술특별위원회에서는 <과학과 사회>라는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시민참여를 통해 과학과 사회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하였습니다. 이 보고서에서는 사회의 다양한 집단들이 보다 실질적인 영향력 행사와 효과적인 의견 반영을 할 수 있도록 과학 관련 정책결정의 제도적 절차를 개방할 것을 주장하며, 이를 위해 합의회의 등 숙의적 시민참여의 방법들을 실시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이 보고서는 영국 의회가 과학과 사회의 관계에 대하여 기존의 결핍모델을 벗어나 대중의 과학참여(Public Engagement with Science: PES) 접근으로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표시한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러한 정책기조의 전환에 영국 정부도 긍정적으로 반응하면서 실제로 새로운 접근을 실험해보는 첫 번째 사례로서 GMO 문제에 대한 시민참여를 범국가적 차원에서 실시하게 됩니다.

 

1gmyurtblair » 영국의 공공논쟁 프로그램 'GM 국가?'의 1단계 토론 테이블에는 1천명 넘는 사람들이 직접 참여했다.

먼저 영국 정부는 GMO에 대한 이해당사자들의 포럼인 농업환경생명공학위원회(AEBC)를 설립하였고, 이 기구가 중심이 된 조정위원회가 “GM 국가?(GM Nation?)”라고 이름 붙여진 공공 논쟁을 추진하도록 하였습니다(이 글에 실린 관련 사진 3장 참조). 공공 논쟁은 준비과정을 거쳐 2003년 6월 3일부터 7월 19일까지 진행되었는데, 1단계는 조정위원회가 직접 주관하여 대도시에서 열린 여섯 번의 라운드테이블 토론으로서 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석하였습니다. 2단계는 주 차원에서 약 40번의 회합이 그리고 3단계는 지방의회와 시민단체가 주최하는 629회의 회합이 각각 열렸는데, 이것은 지방에서 자발적으로 추진하고 조정위원회는 자료만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이외에도 GMO의 구체적 이슈별로 일련의 포커스그룹 토론이 열렸고, 주최 측은 1,200건이 넘는 편지와 이메일뿐 아니라 총 36,557건의 설문지 응답--폐쇄형 및 개방형 질문을 담은 설문지로서 모든 회합과 웹사이트에서 얻을 수 있었음--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다양하고 방대한 시민참여 실시를 통해 나타난 영국 국민의 의견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고 “GM 국가?”의 결과보고서는 요약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영국 내에서 GMO를  상업적으로 재배하는 것에 대해 다수가 반대하였고, 정부와 다국적기업에 대해 불신을 나타냈으며, GMO의 잠재적 위험들과 그 중에서도 특히 장기적으로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훨씬 많고 신뢰할 만한 정보를 원하였습니다. 국민들은 보다 값싼 식량의 생산, 농약 및 화석연료 사용의 감소 등 GMO의 잠재적 혜택이 있을 수 있다고 보지만, 기업과 정부가 실제로 그런 혜택을 선사해줄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표시하였습니다. 현재 GMO식품의 건강영향평가의 기초가 되는 ‘실질적 동등성’ 개념은 전혀 대중의 신뢰를 받지 못하였고, 따라서 그것은 공공적 규제의 기초로서 쓸모가 없기 때문에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다른 방법으로 대체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대중은 GMO 자체를 강하게 반대한다기보다, 그 잠재적 위험들을 무시한 채 성급히 상업화를 추진하는 기업과 정부에 대해 불신을 나타냈다고 볼 수 있겠지요.

 

1gmunlocdeb » 영국의 'GM 국가?' 공공논쟁 프로그램의 한 장면.

 

 

1gmdebate 

시민참여 토론과 논쟁, 숙의가

왜 중요한가?

 

“GM 국가?”라는 초유의 범국가적 시민참여 실험을 통해 나타난 대중의 여론에도 불구하고 영국 정부는 이듬해 3월에 비록 제한적이지만 GMO의 상업적 재배를 허용하는 조치를 내렸습니다. 이것은 “GM 국가?”에 참여하였던 많은 시민과 단체들을 실망시켰고 정부에 대한 불신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지요. 그러나 최종 정책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해서 이것을 단순히 시민참여의 실패라고 규정하기는 곤란하다고 여겨집니다. 시민참여에서 나타난 여론은 영국 정부를 당혹스럽게 만들었고 이제는 그 이전처럼 과학관련 정책에서 일반시민의 의사를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는 없게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으니까요. “GM 국가?”에 참여했던 경험을 통하여 일반시민들 자신도 과거엔 전문가의 영역으로만 간주하였던 과학 관련 정책에서 그들이 이제는 당당히 주체의 하나로 나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구요. 실제로 영국에서는 2005~6년에 나노기술에 대하여서도 국가적 차원의 시민참여 사업을 실시하였고 이 때는 “GM 국가?”에서의 시행착오를 경험으로 삼아 훨씬 더 나은 방법과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왜 시민참여를 통해 GMO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것보다 나을까요? 일반적으로 과학관련 정책에서 시민참여가 필요한 이유는 두 가지라고 지적되고 있습니다. 첫째, 일반시민은 전문가가 지닌 지식과는 성질이 다른 유용한 통찰과 지식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는 대개 실험실에서 얻은 과학적 사실에 대한 지식만을 갖고 있지만, 일반시민은 현장의 경험을 통해서 얻은 실용적 지식(예컨대 지역환경에 대한 지식)을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정책에 대한 신뢰도 평가와 가치판단의 능력을 축적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둘째, 논쟁적인 신기술들에 대하여 대중이 지닌 불신을 완화함으로써 정부정책과 규제기구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민참여를 통해 대중의 우려를 건전하게 표출할 수 있는 제도적 공간이 마련될 뿐 아니라, 그렇게 해서 형성된 정책은 정당성과 사회적 수용가능성이 한결 높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겁니다. GMO 정책의 경우에는 이 두 가지 이유가 다 해당이 된다고 보이지만, 그에 앞서 저는 GMO처럼 건강과 환경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기술의 경우 일반시민들이 당연히 정책결정에 참여할 권리가 있으며 그래야 진정한 민주주의가 구현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GMO처럼 과학적으로도 복잡한 내용의 지식을 대중이 얼마나 이해하고 제대로 판단을 내릴 수 있을까에 대해 과학자들이 의구심을 가질 수 있고, 또 이제까지 자신들이 독점해오던 과학관련 정책결정에 대해 갑자기 일반시민을 중요한 주체로 참여시킨다는 것에 대해 정부와 전문가가 거부감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과학적 불확실성’과 ‘사전예방원칙’이란 개념들이 함축하고 있듯이, GMO에 대해서 아직은 과학자도 정부도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훨씬 더 많습니다.

 

GMO에 대한 올바른 정책은 이 사실을 숨기는 것보다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과학자가 권위적 태도를 고집한다면 그것은 자신들도 책임질 수 없는 위험을 더욱 가중시키는 일이 되겠지요. 정부와 과학자와는 다른 시각을 지닌 다양한 시민들의 의견을 경청할 필요가 있습니다. GMO를 통해 이제 우리 모두는 불확실성 속에서 우리 스스로의 미래를 함께 모색하고 만들어가는 초유의 전지구적 실험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조심스럽게 한 발 두 발 앞으로 나아가야 할 이 실험에서 시민참여가 요청되는 것은 그것이 위험에 대한 사전예방의 가장 중요한 제도적 기반이 되기 때문입니다.

 

 

 

 

 
김환석 국민대 교수
과학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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