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GMO 미래: 제3의 '주도 시나리오' -최준호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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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부터 한국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와 함께 벌여온 사이언스온의 특집연재 "GMO의 논쟁 상자를 다시 열다"를 오늘로 마감합니다. 온라인에서 진행된 이번 특집을 바탕으로 8월 중에 종이인쇄판으로 GMO 별지특집을 낼 예정입니다.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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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호 환경활동가: "첨단기술이 인류의 통제 아래에 놓이면서 상상하기 어려운 좋은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는 '천국 시나리오'와 이와는 반대로 기술로 인해 복잡성이 증가해 인류와 생태계에 나쁜 일들이 일어난다는 '지옥 시나리오'가 있습니다. 조엘 가로는 천국 시나리오와 지옥 시나리오가 모두 기술이 역사를 주도한다는 기술 결정론적 사고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인류가 기술로 인한 변화들 중에서 부정적인 변화는 늦추고 긍정적인 변화는 가속화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에서 ‘주도 시나리오’를 제시합니다. 저는 인간 본성의 보편성에 기대를 걸며 ‘주도 시나리오’가 가능하기를 기대합니다. 생명공학이 인류 미래에 도움이 될 수 있기 위해서는 기술 중심적인 사고와 무조건적인 옹호와 기대를 버려야합니다. 그리고 이해당사자 사이에 이해와 공감에 바탕을 둔 대화가 필요합니다. 이것이 “GMO의 논쟁상자를 다시 열다”를 통해서 우리가 발견해야할 “판도라의 상자”에 담긴 마지막 희망라고 생각합니다."
    00rice » 사진 국제쌀연구소(IRRI) 제공      

미래는 무엇인가?

최준호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팀 활동가
       

가벼운 퀴즈로 글을 시작해볼까 합니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Veritas vos liberabit)” 는 누가 한 말일까요? 그렇습니다. 바로 성경 책에 나온 예수님의 말씀이죠. 그렇다면 “기술이 인류를 자유롭게 하리라”는 누가 한 말일까요? 네 맞습니다. 초국적 기업으로 국내 굴지 기업이 광고에 사용되는 말입니다. “기술 = 진리”임을 강조하는 이 광고 문구가 텔레비전 광고를 채우고, 거리 구석구석에 덮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유쾌하지 않은 것은 저만의 느낌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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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위기들,

그리고 그 해법은?

 

사이언스온의 특집 "GMO의 ‘논쟁 상자’를 다시 열다"의 기획 의도와 제목에서 나타나듯이, GMO에 대한 우리사회의 논란은 이미 10년이 되어 갑니다. 1996년 GMO의 상업적인 재배가 시작되고 1998년 국내에 GMO가 수입되고 있음이 국정감사에서 밝혀지면서 국내에서도 GMO는 본격적인 사회적 논란의 주제가 되었습니다. 새로운 생명공학 기술로 만들어진 GMO가 식량부족과 환경위기를 한꺼번에 극복할 수 있고 제2의 녹색혁명을 이끌 것이라는 기대감과, 확인되지 않은 안전성에 대한 문제 제기와 더불어 생물 다양성에 치명적 위해를 끼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는 지난 10년을 함께 공명해왔습니다. 여기에다 소비자들의 선택권 보장을 위한 GMO 표시제 요구가 이어지고, 기업들은 현실적 불가피론('수입 원료를 사용할 수밖에 없고, GMO가 아닌 원료를 구하기 어렵다' 등)을 제시하며 논란은 이어졌습니다. 한편으론 미국산 쇠고기 파동, 멜라민 파동 같은 크고작은 사건·사고들이 더해지면서 GMO 논란은 근본적 질문보다는 '안전한가? 그렇지 않은가?'에 집중됐던 것도 역시 사실입니다.

 

GMO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질문은 '과연 GMO가 우리에게 필요한가?'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GMO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분들은 현재 인류가 처한 위기, 즉 기후변화와 환경위기, 식량위기를 극복하는 데 필요한 대안이라고 말합니다. 기존의 '관행 농업'(석유화학산업에서 생산된 비료, 농약을 쓰고 육종을 통해 수확량 높은 작물을 재배하는 것으로 1970~80년대 '녹색혁명'이라 불리던 농업 형태)이 한계에 이르렀고 이를 극복하려면 또 다른 기술을 적용하고 도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GMO를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분들의 같은 점과 다른 점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인류가 위기에 처했다는 문제 인식이 '같은 점'이며, 그 문제의 원인과 해결 방법이 '다른 점'입니다.

 

화석연료 고갈 같은 에너지 문제가 우리 눈앞에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지금, 대체연로 개발이 강조되면서 태양광, 풍력, 식물연료 등이 각광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에너지 문제의 핵심인 중앙집중적인 에너지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대단위로 개발되는 대체에너지가 말 그대로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는 있다 하더라도 지속가능한 에너지가 될 수는 없습니다. 지금도 숲을 파괴하며 건설하는 풍력단지, 태양광단지와 식물연료 재배단지 등은 그런 문제를 잘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GMO에 대해서도 같은 논리가 적용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 인류가 직면한 위기의 핵심은 '시스템'이지 '기술'이 아닙니다. 좀 더 나은 기술은 있을 수 있어도, 기술로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순진할 뿐만 아니라 무책임한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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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식량위기를

진정 극복하려면

 

국제 환경단체인 '지구의 벗'은 해마다 보고서를 내어 식량위기와 GMO에 대한 입장과 전망을 밝히고 있습니다. 지구의 벗은 현재 인류, 특히 제3세계에서 겪고 있는 식량 부족의 문제는 식량의 절대적 생산량 부족이 아니라 가난의 문제에서 생긴다고 지적합니다. 가난으로 인해, 정부의 농업 투자가 부족해지고 농업기술 지원이나 농토의 이용 등이 어렵고, 도시의 시민들은 안전한 식품을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세계은행(World Bank)과 식량농업기구(FAO), 유엔환경계획(UNEP) 등에서 시작된 “개발을 위한 농업기술과 과학에 대한 국제 평가(IAASTD)”에 참여한 과학자들의 연구 보고서도 왜곡된 국제 식량 시스템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인류 앞에 놓인 식량위기에 대해서는 바로 이런 식량 시스템를 바로 잡는 노력이 먼저 이뤄질 때에 근본적으로 대처할 수 있습니다. GMO가 아니라요.

 

00CJH2 » 그림 1. 먹을거리의 병목현상은 어디서 벌어지고 있는가? (IAASTD 2008)[/caption]  

식량위기 극복을 위해 반드시 고려할 점이 있습니다. 바로 '누가, 누구를 위해 그 위기를 극복하느냐' 하는 점입니다. 기술이 곧 진리임을 강조하는 기술중심주의가 간과하는 것은 사람입니다. 더 나아가 생명에 대한 공감과 배려입니다. 2008년 독일의 본에서 열린 카르타헤나 의정서 당사국 총회 기간에 열린 '지구 생물다양성 시민회의'에 참가했던 어느 인도네시아 여성 농민이 외쳤던 “한 줌도 안 되는 생명공학자들과 생명공학 기업들에게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다”는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쟁쟁합니다. 2003년 농업 개방을 반대하며 더 나은 세계를 위해 저항의 목소리를 온 몸으로 보여준 이경해 열사의 삶과 외침이 그 여성 농민의 모습에서 다시 전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먹을거리 주권과 토종 종자를 지키겠다는 농민과 시민의 목소리를 단 한번이라도 진지하게 생각해본 사람이라면 “성능이 떨어지는 토종종자로 종자주권을 지킬 수 없다”는 말을 쉽게 할 수는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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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와 이상기후,

그리고 농업

 

기후변화, 그리고 이로 인해 일어나는 이상기후와 생태계 파괴가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폭우, 폭설을 비롯해 기상재해의 규모와 범위는 계속 기록을 경신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한반도에서만 보더다도 봄과 가을은 사라진 지 오래고, 장마철이라는 말도 사전에서 빠져야 할지 모릅니다. 바다 수온의 상승으로 어부들에 잡히는 어종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순환하고 안정적이어야 할 생태계가 기후변화라는 충격에 흔들리고 있습니다.

 

지구 생태계가 기후변화를 견뎌낼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해 전문가들은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정부간 위원회(IPCC)'의 보고서도 전 지구적인 노력이 즉시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를 늦추기 위해 농업 분야에서도 할 일이 많습니다. 그 중에서 국제 농업 수송에 따른 에너지 소모를 줄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국제 농업 수송이 증가하는 큰 원인은 뭘까요? 현재 선진국들의 농업부분 보조금 등으로 생산가격이 왜곡되고, 몇몇 초국적 곡물회사에 집중돼 농산물이 유통되면서, 자국의 식량안보와 식량주권이 위협받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이후에 멕시코에서 옥수수 자급도가 하락했습니다 쌀 수출국이던 필리핀은 쌀 수입국으로 바뀌었고 그래서 쌀 폭동을 겼는 일들은 이를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소비자시민모임 황선옥 이사가 앞의 글에서 “식량 안정의 위협이 식량 안전의 위협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하셨는데, 저는 “식량 안정의 위협이 국제 수송 증가에 따른 기후 위기로 이어진다”고 말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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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의 위기,

자연의 역습

 

현재 주로 논의되는 GMO는 콩, 옥수수, 면화 같은 작물들입니다. 재배하기 쉽도록 유전자를 변형해 만들어놓은(예를 들어 제초제에 잘 견디는 특성을 갖게 하거나  작물이 스스로 살충 성분을 발산하는 능력을 갖게 하는) 작물들입니다. 하지만, 이런 유전자변형의 특성은 앞으로 개발되거나 활용될 생명공학 기술에서 극히 일부일 뿐입니다.

 

이미 미생물을 이용해 의약 물질이 생산되고 있으며, 유전자를 조작한 나무 등을 심어 환경 정화를 시도하거나, 면역거부 반응 유전자를 조작해 이삭용 장기를 만드는 복제동물을 생산하려는 일까지, 생명공학의 한계가 어디인지 예측하기도 어렵습니다. 생명공학 기술을 무조건 반대할 게 아니라 건전하게 활용하는 길을 모색하자는 목소리를 생각하면, 몇몇 기술들은 철저한 안전성 검증과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쳐 받아들여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수용하더라도 그것이 지구 생태계의 허용 범위를 넘어서지 않는지 확인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큰 문제입니다. 레이첼 카슨 여사의 <침묵의 봄>이 화학물질 사용의 문제를 지적하기 전까지 우리 인류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는 듯이 화학물질을 써왔습니다. 다른 예로, 한때 기적의 물질로 알려진 석면(Asbestos)이 현재 1급 발암 물질로 규정돼 사용이 금지되었지만 그 부작용과 피해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항생제 내성을 지닌 슈퍼 박테리아 때문에 1만 9000여명의 미국인이 사망할 것이라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가 예측하기도 했습니다. GMO로 인한 슈퍼 박테리아의 출현이나 슈퍼 잡초의 등장도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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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의 미래,

그리고 '사람'이 주도하는 제3의 시나리오

 

언론인이자 과학저술가인 조엘 가로(Joel Garreau)는 그의 책 <급진적 진화>에서 과학기술의 진보가 가져올 인류의 미래에 대해 재미있는 전망 몇 가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GRIN 기술'(유전공학 Genetics, 로봇공학 Robotics, 정보기술 Information technology, 나노기술 Nano technology을 합한 새말)이 인류의 통제 아래에 놓이면서 상상하기 어려운 좋은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는 '천국 시나리오'와 이와는 반대로 기술로 인해 복잡성이 증가해 인류와 생태계에 나쁜 일들이 일어난다는 '지옥 시나리오'가 있습니다. 조엘 가로는 천국 시나리오와 지옥 시나리오가 모두 기술이 역사를 주도한다는 기술 결정론적 사고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인류가 기술로 인한 변화들 중에서 부정적인 변화는 늦추고 긍정적인 변화는 가속화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에서 ‘주도 시나리오’를 제시합니다.

 

저는 인간 본성의 보편성에 기대를 걸며 ‘주도 시나리오’가 가능하기를 기대합니다. ‘주도 시나리오’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미래와 과학에 대한 불확실성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인류 미래에 대한 진지한 토론과 공감이 우선돼야 합니다. 생명공학이 인류 미래에 도움이 될 수 있기 위해서는 기술 중심적인 사고와 무조건적인 옹호와 기대를 버려야합니다. 그리고 과학 내용 전달에 치중한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라 이해당사자 사이에 이해와 공감에 바탕을 둔 대화가 필요합니다. 이것이 “GMO의 논쟁상자를 다시 열다”를 통해서 우리가 발견해야할 “판도라의 상자”에 담긴 마지막 희망라고 생각합니다.

 

 

   
 

최준호 활동가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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