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 크는 연구윤리 의식…못 따라가는 국내 학계 현실”

생물학연구정보센터 - 연구윤리정보센터 설문 조사

"매우 중요한 가치" 92%, "학계 개선" 58%..큰격차


연구자 1028명 응답 살펴보니  

연구윤리정보센터 제공, 연구윤리 교육 애니메이션


구자 개개인은 연구윤리를 연구활동의 매우 중요한 가치로 인식하고 있으나 대체로 국내 학계의 현실은 이런 인식 수준까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여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설문 조사에서는 2005년 줄기세포 논문조작 사건 이후에 국내 학계의 연구윤리 의식은 '상당히 또는 어느 정도 개선되었다'(58%)도 보는 평가가 절반을 넘었으나, '원점으로 돌아갔다', '개선이 없다' 같은 부정 평가도 여전히 42%나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설문 조사는 포스텍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 브릭)와 연구개발인력교육원 연구윤리정보센터(CRE)가 공동으로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에서 진행됐으며, 1028명의 교수·책임연구원(18%), 박사후과정·연구원(31%), 대학원생(27%) 등이 응답자로 참여했다.


이번 조사에서 90% 넘는 절대 다수의 연구자들이 연구윤리를 매우 중요한 가치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윤리를 매우 중요한 가치관으로 생각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해, 무려 92%가 '매우 그렇다'(51%), '어느 정도 그렇다'(41%)고 답했으며, '보통이다'(7%) 외에 '별로 그렇지 않다'는 1%에 불과했다. 이는 한때 연구윤리가 자유로운 연구활동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던 일부의 부정적 시각이 이제는 현장 연구자들 사이에서 거의 사라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조사에서 이뤄진 서술형 응답을 보면, 저자권이나 연구인건비, 실험실 권위주의 같은 문제와 관련해서는 연구자들이 적극적으로 연구윤리의 실천을 주장했다. 


이처럼 연구자 개개인은 자신의 연구윤리 의식을 높게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국내 학계의 현실은 이런 의식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연구윤리에 대한 국내 학계의 의식은 전반적으로 개선되었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대해 49%가 '어느 정도 개선되었다', 9%가 '상당히 개선되었다'며 긍정 평가를 했으나, '일시적으로 개선되는 듯했으나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응답(30%)이나 '별다른 개선이 없었다'(12%)는 평가도 42%나 돼 꽤 많았다.


또한 ’현재 국내 학계가 연구윤리를 매우 중요한 가치관으로 여긴다고 보는가’라는 물음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42%만이 '매우 그렇다', '어느 정도 그렇다'고 평가한 데 비해, 별로 그렇지 않다(22%), 전혀 그렇지 않다(4%)는 응답도 26%나 됐다. 개인 연구자들의 높은 연구윤리 의식(92%)에 비춰볼 때 학계의 현실은 그정도로 만족스럽지 않다는 반응으로 풀이된다. 연구자의 높은 의식과 현실에 대한 불만족이라는 두 갈래의 반응이 나타난 배경은 서술형의 응답들에서 읽을 수 있는데, 여러 응답자들은 낮은 직급의 연구원이나 연구생(대학원생)의 연구윤리보다도 높은 직급의 교수나 책임연구원의 연구윤리에서 불만족스러운 관행이 있다는 지적을 많이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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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윤리의 쟁점 가운데 ’저자권(authorship)이 부각된 점은 이번 조사에서 두드러진다. ‘연구윤리와 관련한 문제로 고민한 적이 있다면, 어떤 문제로 고민했는가'를 묻는 물음에 대해, 응답자(428명)는 '저자권'(41%)을 가장 많이 꼽았으며, 다음으로 '연구 데이터 가공'(20%), '연구노트'(13%), '생명윤리'(9%), '논문 표절·인용'(7%) 등을 꼽았다. 그동안 논문 표절이나 데이터 조작이 대표적인 연구윤리의 문제로 주로 얘기됐으나, 최근 들어 해외의 저명한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하는 사례가 크게 늘면서 누구를 공동저자에 포함할지, 누가 제1저자인지 등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저자의 자격' 논란이 새로운 관심사로 떠올랐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저자권의 문제는 연구팀의 내부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에 일률적인 기준을 마련하기는 어렵다 해도, 널리 참조할 수 있는 기준이 무엇이냐에 관한 세밀한 논의가 이뤄질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윤리와 관련한 문제로 고민한 적이 있는가'라는 물음에 대해서는 58%는 '없다'고 응답했으나, 고민한 적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도 4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연구윤리의 고민을 주로 실험실의 선후배 또는 동료와 상의하거나(39%), 혼자 고민하거나(25%), 지도교수와 상의한다(17%)고 응답했다. 고민을 겪은 문제를 해결했다는 응답자(38%)가 많았으나, 해결하려고 시도했으나 해결되지 않았거나(19%) 해결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못한 경우(16%)도 많았다.  


응답자들은 연구윤리와 관련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연구윤리 교육을 확대해야 하며(36%), 소속기관 외부에 독립된 상설 상담기구를 마련하고(26%) 또는 소속기관 내에 전문 상담기구를 마련해야(15%) 한다는 의견을 냈다. 자세한 응답 결과와 보고서는 브릭의 웹사이트에서 읽을 수 있다. 아래는 응답자들의 서술형 답변에서 고른 글이다.


응답자의 서술형 답변 베스트

1. 지위고하 없는


"현재 연구윤리 위반이 사회문제로 공론화되는 경우는 대부분 공직 선출이나 임명을 전후해 신상정보를 터는 과정에서 위반 사실이 밝혀진 것들이다. 대학과 연구소를 비롯한 학계에서도 상당히 다양한 형태로 연구윤리를 위반하는 일들이 일어나는데, 이런 것들은 제대로 공론화되지도 않을 뿐더러 설사 밝혀지더라도 별다른 제재나 처벌 없이 넘어가는 경우들이 많다. 국회의원이나 장관 등 공직자의 위반 사실이 명백히 밝혀진 경우에도, 거기 상응하는 제재와 처벌을 받는 것을 본 기억이 없다. 대중매체와 개인적인 경험들을 통해 위와 같은 사례들을 보다 보면, 연구윤리쯤은 위반하더라도 들키지만 않으면 괜찮아, 설사 들키더라도 잠깐 창피당하면 그냥 넘어갈 수 있어...식의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연구윤리에 관한 교육을 아무리 강화하고 상설 기관을 다수 설치한다고 해도 연구윤리 위반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연구윤리를 위반한 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확실한 처벌과 불이익을 받는다는 점이 사회적으로 확인되지 않는 한, 연구윤리에 관한 연구자들의 전반적인 인식을 높이려는 노력은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2. 자율성


"연구윤리에 대한 인식 제고는 개별 연구 현장에서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방향으로 모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연구윤리 관련하여 현재 연구현장에서 가장 필요하고 실질적인 것은 세부적인 지침 및 사례 제시를 통해 구체적인 적용이 가능하도록 제작된 관련 법규 및 사례집 입니다. 그리고 추후 관련 문제들을 상시적으로 상담할 수 있는 전담 기관 및 전담 인력을 설치하는 것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별도로 제도적 차원의 연구윤리를 강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연구과제의 생성 및 지원체계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연구지원 및 결과물의 심사제도 역시 강화되어야 하며, 연구성과의 관리 및 활용 분야에 있어서도 연구윤리적용지침을 마련하여야 합니다. 즉 개별 연구현장뿐 아니라 연구 시스템 전반에 걸쳐 제도적 차원의 개선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3. 무한경쟁주의


"연구윤리의 문제는 사실상 대한민국 전반적으로 퍼져있는 무한경쟁 주의와 실적 만능주의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국가기관에서는 해당 연구기관이 어떤 연구 하는지도 모르고 그저 혈연 지연 학연으로 연구비 퍼주고 해당 연구기관은 실적을 만들기 위해 연구원(지도학생등)을 압박하며 담당 교수는 실적용 논문 작성해 놓고 해당 데이터 뽑아내란 식이니 결국 악마의 유혹에 넘어 가는것 아니겠는가? 연구윤리와 관련된 기관을 설치하고 연구종사자들을 교육하고 하는 것도 좋지만 연구 책임자들 또한 사회적으로 만연해 있는 무한경쟁, 실적주의의 분위기를 개선할 필요가 있으며 정부 및 관련기관 책임자들 또한 각성해야 진정으로 대한민국의 과학계가 발전할 것이며 연구윤리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인식의 변화가 가능할 것이다."


4. 연구책임자


"연구책임자가 연구윤리를 중시하고, 연구자들에게도 그 중요성에 대해 아무리 강조한다하더라도 연구자들이 연구윤리가 부족하다면 올바른 연구를 할 수 없다. 그리고 반대로 연구자가 연구윤리 의식을 가지고 연구를 수행한다 하더라고 연구책임자의 윤리의식 부재에 따른 갈등 및 혼란이 야기된다면 이 또한 올바른 연구가 될 수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연구책임자들의 윤리의식 강화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연구자들에게 이러한 설문조사, 연구윤리 교육을 받게 한다고 해서 무엇이 얼마나 달라지겠나? 지도자가 바로 서면 연구자들은 따라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5. 저자권


"저는 미국에서 학위를 하고 현재까지 10년 이상 연구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이해가 되지 않는 한국의 연구문화“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보통 논문 발표에 저자수가 적게는 다섯명에서 많게는 열다섯명 정도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지인에게 여쭈어 보니 서로 끼어주기를 한다고 하더군요. 논문에 거의 기여를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논문 부풀기리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풍토 때문에 어쩔수 없다는 말씀을 듣고 할 말을 잃었습니다. 이건 범죄행위입니다. 이보다 더한 그 어떤 악이 존재하겠습니까? 정말 싹을 잘라야 하는 더러운 관행일 뿐입니다."


6. 교수와 학생


"교수-학생간의 수직적 관계개선, 연구비지원에 따른 각 기관의 연구실적 강요 및 관행적인 저자순 기록 등의 문화가 사라지지 않는한 연구윤리는 알아도 실천할수없는 것입니다. 연구윤리, 윗물이 맑으면 아랫물은 더러울 수 없습니다. 권위적이지 않은 열린 마인드, 과학자로서의 지성, 학자로서의 양심과 사회적 책임을 아는 분이 책임자로 있는 연구실은 지금도 교육이나 제도 없이도, 충분히 연구윤리가 잘 지켜지고 있습니다."


"연구윤리 문제는 책임자들만의 문제가 아닌, 책임자 및 학생을 포함한 모든 연구자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연구자의 연구윤리 교육이 절실하다고 생각하며, 이에대해 논의할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생명윤리법등 윤리법과 관련된 정보를 접하지 못하는 연구자가 많아 이를 정기적으로 접하고 논의할수 있는 곳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7. 처벌과 예방


"미국 대학 현직입니다. 흔히들 미국 사람들이 법을 잘 지킨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입니다. 하지만 미국 사람들이 준법정신이 투철하기보다는 철저한 징벌이 두려워 법을 지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연구부정이 적발되어도 유야무야로 혹은 매우 가벼운 징계로 끝나기 때문에 오히려 연구부정행위가 늘어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철저한 징계, 연구부정 단 한번만으로도 학계에서 영원히 추방한다는 강력한 법적 조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강력한 처벌에 치우친 제도보다는 예방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한번에 큰 처벌을 내리기보다는 '3진 아웃' 제도를 도입하여 3회 적발시 처벌하는 제도가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됩니다. 연구윤리에 대한 많은 세미나와 교육이 필요하며. 연구자들도 연구윤리에 대해서 가볍게 생각하지 말고, 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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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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