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2014: 3D 프린터 또 무얼 만들어낼까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을 중심으로 이공계 대학생, 대학원생, 직장인들이 참여한 과학저널리즘 동아리 ‘과감(科感)’의 몇몇 회원들이 여러 자료를 추리고 일부는 전문가 도움말을 받아 올해 과학과 기술 뉴스의 열쇳말을 미리 살펴보았습니다. 물론 다양하고 수많은 영역에서 저마다 가치 있고 흥미로우며 획기적인 연구들이 샘물처럼 솟을 것으로 여겨지지만, 과감 회원들이 그 중에서 눈여겨 본 굵직한 흐름 몇 가지를 토론을 거쳐 선정하고 정리했습니다. 일곱 차례에 걸쳐 한 편씩 이곳에 올리며, 전체 내용을 줄이고 다듬어 1월15일치 <한겨레> 지면에 실을 예정입니다.
[기획·취재] 김성은 직장인, 김정현 건국대 학부생, 김준 포스텍 학부생, 김현중 건국대 박사과정, 오철우 한겨레 기자, 이은지 서울대 석사과정, 이혜림 직장인 (가나다 순)
[2014 과학과 기술 열쇠말 일곱]
세계 수학자들, 서울로
발판 다지는 뇌 과학 ‘큰 걸음’ 뗄까
3D 프린터 또 무얼 만들어낼까
우주 탐사, 우주 여행
‘결정학 100년의 해’, 그리고 그래핀은
세 부모 아이 논란…동물권과 과학연구
우주 수수께끼, 힉스 이후
» 무중력 상태에서도 3D 프린터가 정상 작동하는지 미국 항공우주국(NASA) 연구자들이 시험하고 있다. 출처/ NASA
한 연구원이 선홍빛 물체를 들고 단상에 올라옵니다. 단상에서 강연을 하던 외과 전문의 안토니 아탈라는 장갑을 끼고 물체를 들어서 보였습니다. 광택을 띠어 생생한 모습의 그것은 인간 장기였습니다. 청중은 일어서 박수를 보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2011년 3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티이디(TED)’ 지식 공유 강연장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사람들이 이날 본 것은 강연 현장에서 3차원(3D) 프린터로 인쇄해 만든 사람의 신장이었습니다. 세포를 주된 재료로 쓴 신장 인쇄엔 7시간이나 걸렸다고 합니다. 물론 인쇄된 신장은 아직 사람 몸에 쓸 수 없어 연구용으로만 활용된다는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3차 산업혁명’의 중요 기술로 평가했듯이, 입력된 설계도를 바탕으로 레이저와 압출기를 이용해 물건을 인쇄하듯이 만들어내는 3D 프린터는 지난 한 해 갖가지 물건 인쇄에 성공하면서 화제의 한복판에 섰지요. 국내에서도 지난해 10월 서울성모병원에선 조동우 포스텍 교수 연구팀이 실리콘으로 인쇄한 콧구멍·기도 지지대를 환자에게 이식하는 시술이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지난달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케이스 마틴 교수 연구팀이 실험동물의 세포로 눈의 망막을 인쇄했다고 발표했지요. 이뿐 아닙니다. 세상에 없던 신제품, 만들기 어려운 우주선 부품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3D 프린터를 우주선에 탑재하는 방법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옵니다. 수많은 부품을 싣는 것보다 우주선 안에서 인쇄하는 비용이 훨씬 값싸기 때문이지요.
» 3D 프린터의 일종. 출처/ Wikimedia Commons
올해엔 3D 프린터가 더 빠르게 퍼지며 인쇄 대상의 폭도 더 넓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특히 다음달엔 고운 금속성 분말을 레이저로 융합해 인쇄하는 방식(SLS)의 특허기간이 만료돼, 3D 프린터 확산을 촉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일부 특허가 만료돼 상업화한 응용수지 압출 적층조형(FDM) 방식의 3D 프린터는 미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100만~200만 원에 살 수 있고, 국내에서도 비슷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미국의 정보기술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2014년 3D 프린터 시장의 성장률이 75%정도 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기술의 편리와 보급 속도가 큰 만큼 사회가 대처해야 할 위험성도 적잖아, 이와 관련한 논란이 새해의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미국 로스쿨 학생이 이끄는 한 단체가 3D 프린터를 이용해 반자동 소총(AR-15)의 부품을 인쇄하고 시험발사까지 시연해(시험발사는 사실상 실패하긴 했지만), 미국 사회에서 범죄 악용 우려와 논란이 거셌습니다. 3D 프린터를 이용한 인공장기 생산도 위험성과 윤리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또한 지적재산권 논란도 제기됩니다. 설계도만 온라인에서 내려받으면 언제 어디서나 물건을 만들 수 있어 전에 없던 새로운 방식의 ‘물건 베끼기’가 확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참고한 목록]
안토니 아탈라: 사람의 신장을 인쇄하다 (TED)
http://www.ted.com/talks/anthony_atala_printing_a_human_kidney.html
A third industrial revolution (The Economist)
http://www.economist.com/node/21552901
The next Napster? Copyright questions as 3D printing comes of age
How 3D printing will reshape the world (CNN)
http://edition.cnn.com/TECH/specials/make-create-innovate/3d-printing/
3D printing: Could it change how we make food? (BBC)
http://www.bbc.co.uk/news/technology-25055694
허제·고산, <3D 프린터의 모든 것>, 동아시아(2013)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7264128
3D Printing This Year And Next: A Talk With Brock Hinzmann (Forbes)
10 technology trends to watch in 2014 (cbs)
http://www.cbsnews.com/news/10-technology-trends-to-watch-2014/
김정현 건국대 학부생, '과감' 회원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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