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휴대폰 울리면…원격 관측 '감마선폭발 잔광' 포착

[연구현장의 뒷얘기]

감마선폭발 잔광 관측에는 '스피드'가 생명... 정보 받자마자 신속 관측 수행

대전 천문연에서 미국 레몬산천문대 망원경 원격조정... 대낮에도 밤하늘 관측

 00GRB » 자세히 보면 네 사진의 중심에 모두 초록색 원이 있는데, 이 원의 중심이 이번에 관측한 감마선 폭발(GRB 071010B)이 나타난 지역이다. 왼쪽 위 사진은 평소의 모습(SDSS 자료사진)이며, 오른쪽 위 사진은 감마선 폭발(GRB)이 발생한 지 1.64일이 지난 뒤 모습, 왼쪽 아래는 5.63일, 오른쪽 아래는 10.63일이 지난 뒤 모습이다. 오른쪽 위 사진부터 시간이 흐를수록 감마선 잔광이 점차 사라지는 모습이 관찰된다. 이인덕 박사 제공         


지금은 대만 국립중앙대 천문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있는 이인덕 박사(아래 얼굴사진)는 지난 2007년 서울대 박사과정생으로 임명신 교수 연구팀에서 ‘감마선 폭발의 후속 과정’을 국내 연구자로서 국내 장비를 이용해 처음으로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은하, 성단, 별을 관측하는 천문학자들은 꽤 많지만, 우주 공간에서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거대 에너지인 감마선 폭발을 연구하는 이들은 거의 없었으니, 이 연구팀의 관측연구는 자연스럽게 국내 최초가 됐다. 2007년 여름부터 겨울까지 관측한 결과는 한국천문학회지 최근호(43호)에 ‘미국 레몬산천문대에서 한 감마선 폭발 잔광 관측’이란 제목의 논문으로 발표됐다. 


감마선 폭발은 하루에 한 번꼴로 우주 공간에서 발생했다가 사라지는데 갑자기 고에너지인 감마선을 방출한 뒤에 가시광선 영역의 빛이 나타나고 다시 이 빛이 서서히 어두워지면서 사라지는 천체 사건이다. 이 박사는 “이번에 4개의 감마선 폭발 이후에 이어지는 잔광을 관측하는 데 성공했는데, 잔광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감마선 폭발의 물리적 과정을 연구하는 데 귀중한 자료가 된다”고 말했다. 이번에 관측된 4개 감마선 폭발의 잔광 현상들 중에는 “무려 12일 이상 이어진 것도 있었으며 일시적으로 밝아지는 특이한 현상도 발견됐다”고 보고했다.  


논문 내용 못지 않게 연구팀이 감마선 폭발 잔광을 관측했던 과정 자체도 흥미롭다. 천문대에서 밤하늘을 바라보는 천문학자의 모습은 사실 현대 천문학자한테서 점점 더 찾아보기 힘들다. 그는 우주 관측 위성의 감마선 폭발 관측 정보를 이메일로 받아보고, 휴대전화의 이메일 도착 서비스를 이용하며, 미국에 설치된 국내 망원경을 대전에서 원격 조정해, 한낮에도 관측 활동을 계속했다.  


그가 속한 연구팀은 먼저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운영하는 감마선 폭발 정보 공유 네트워크(GCN, http://gcn.gsfc.nasa.gov/)를 이용했다. 감마선 관측 우주선(인공위성)들이 감마선이나 엑스선의 섬광을 관측하면 그 관측 결과를 전세계 천문학자들한테 이메일로 전송하는 시스템이다. “이렇게 해서 감마선 폭발이 나타났음을 알게 되면, 천문대에 전화를 걸거나 메신저로 연락해서 천문대 오퍼레이터(관측을 도와주는 천문대 스태프)에게 관측을 요청합니다. 우리가 주로 이용했던 레몬산천문대는 미국 애리조나에 있는데, 이 망원경은 대전에 있는 한국천문연구원에서 원격 조정합니다. 그래서 밤에 고생하지 않고, 낮에 관측을 할 수 있었죠. 또 데이타가 나오는 대로 바로 분석해야 망원경의 필터를 바꿀 필요가 있는지, 다음날 추가 관측이 필요한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는 휴대전화를 쓸모 있게 활용했다. “이런 관측에서는 ‘스피드’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그는 "NASA의 GCN이 전송한 메일을 얼마나 빨리 확인해서 얼마나 빨리 관측 요청을 하느냐가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휴대전화를 이용했습니다. 특정 주소에서 메일이 오면 휴대전화에 알려주고, 휴대전화를 이용해 바로 메일 내용을 확인할 수 있어야 했습니다. 이런 서비스가 국내에 하나 있더라고요. 신형 휴대전화로 바꿔야 했고 유료 서비스이긴 했지만, 그런 서비스가 있었다는 게 행운이었습니다. 이 서비스의 시스템이 많이 불안해 아쉬움도 있지만, 이 서비스가 관측에 큰 도움이 된 건 사실입니다.”  


‘한낮의 천체 관측’과 관련해 그는 “천문대 위치와 관측자의 위치 간에 시차가 많이 나면 원격 조정으로 낮에 관측하는 일이 가능하고 이런 사례는 이미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 됐다”며 “하지만 휴대전화를 이용해 정보를 얻고 재빨리 관측을 수행하는 일은 감마선 폭발이나 초신성 폭발처럼 단발로 일어나는 현상을 연구하는 분야에서만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만 국립중앙대 천문연구소에서 급격히 늘어나는 천체 관측 데이터들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처리해 천체 분류를 쉽게 하고 유용한 분석에 활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개발하는 연구와 활동성 은하핵의 변광에 관한 연구를 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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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마선 폭발은...

감마선 폭발의 에너지는 평범한 은하 방출 에너지의 1억~100억배

 “감마선 폭발은, 하루에 한 번 꼴로 우주 공간 임의의 위치에서 임의의 시간에 갑자기 감마선이 보이는 현상을 말합니다. 그리고 감마선이 사라진 뒤에 가시광선 영역의 빛이 갑자기 보이고 이 빛이 서서히 어두워지는데, 이를 잔광(afterglow)이라고 합니다. 지금까지 감마선 폭발 현상이 발견된 지역의 2차원 분포를 살펴보면, 특정 방향에 쏠려 있지 않고 등방(isotropic)하다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를 토대로 감마선 폭발 현상이 우리 은하 내부가 아니라, 우리 은하 외부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감마선 폭발이 일어난 곳에 외부 은하가 발견된 적이 많습니다.   이처럼, 마침 폭발이 일어난 곳에 은하가 발견되어 그 거리를 알 수 있는 경우에, 관측된 밝기(안시 등급)를 통해 원래 밝기(절대 등급 또는 광도)를 알 수 있는데, 감마선 폭발로 인해 발생하는 에너지 크기가, 평범한 은하가 단위 시간에 방출하는 전체 에너지 크기의 1억~100억배 정도 됩니다.


이렇게 엄청난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물리적인 과정을 어떻게 설명하느냐가 관련 천문학자(외부은하 관측 천문학자, 이론천체물리학자)들의 관심사입니다. 감마선 폭발 잔광을 열심히 관측하면, 파장에 따라 밝기가 어떻게 다른지, 시간에 따라 밝기가 어떻게 어두워지는지, 갑자기 어두워지는 속도가 달라지지는 않는지 등을 알 수 있고, 이를 통해 감마선 폭발을 발생시키는 천체의 구조에 대해 조금 더 알아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감마선이 보이는 지속 시간이 2초 이내인 것과 2초 이상인 두 가지 형태의 감마선 폭발로 나뉘는데, 2초 이내인 것은 작고 중력이 큰 천체(블랙홀이나 중성자별)끼리의 충돌, 2초 이상인 것은 무거운 별의 붕괴와 폭발이 유력한 시나리오이며, 각각 ‘짧은 감마선 폭발’과 ‘긴 감마선 폭발’로 불리웁니다. 하지만 가끔 이러한 시나리오로 설명되지 않는 형태의 감마선 폭발이 발생하기도 하며, 구체적인 물리적 기작은 여전히 연구 대상입니다." (이인덕 박사의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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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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