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초기의 1세대 항성들 발견" -유럽 천문학자들

“수소, 헬륨 등 가벼운 원소로 이뤄진 원시항성 관측”


00CR7_ESO.jpg » 원시우주 항성들이 관측된 은하 CR7을 형상화한 그림. 출처/ ESO, M. Kornmesser


주 최초 항성(별)의 특징을 갖춘 원시 우주의 천체들을 발견했으며 이들이 우주대폭발(빅뱅) 이후에 처음 출현한 ‘제1세대 항성’으로 보인다고, 유럽 천문학자들이 보고했다.


포르투갈 리스본대학교, 네덜란드 레이던관측소(Leiden Observatory) 등 소속 연구진(책임연구 David Sobral)은 우주대폭발 이후 8억 년가량 지난 시기를 볼 수 있는 우주 공간을 정밀 탐색해 이런 관측 자료와 결론을 얻었다고 최근 밝혔다. 이 결과는 공개학술 데이터베이스인 ‘아카이브(arXiv.org)’에 먼저 실렸으며 <천체물리학 저널(Astrophysical Journal)>에 곧 정식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유럽남방천문대(ESO)의 보도자료를 보면, 이 연구진은 칠레에 있는 거대망원경(VLT), 허블 우주망원경, 하와이 케크(Keck)망원경 등에서 얻은 여러 관측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해보니, 이들이 주목한 두 은하의 원시 항성들(‘CR7’과 ‘MASOSA’)에선 수소·헬륨의 자외선 신호가 강하게 방출되고 ‘최초 항성’이라면 예견되는 특징들이 두루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런 관측자료는 이 항성들이 우주 최초 항성들이 생성된 ‘재이온화(re-ionization)’ 시기의 항성들임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밝혔다.

☞ 재이온화(reionization)
“원자는 중성자와 양성자 그리고 전자로 이루어져 있는데 원자가 자외선을 흡수하고 원자에서 전자가 분리되는 현상을 우리는 ‘이온화’라고 부른다. …별이 탄생하면 주로 수소로 이뤄진 가스 상태의 원자들이 별에서 나오는 강력한 자외선에 의해 이온화하기 시작한다. 우리는 이를 우주의 ‘재이온화 시기’라고 부른다. 그러므로 우주의 역사에서 별의 탄생은 곧 재이온화 시기의 시작을 의미한다.” (출처: “캄캄한 원시우주에 별이 처음 생기던 순간”, 2012년 5월24일)


특히 수소·헬륨의 강한 자외선 신호를 방출하는 두 항성 가운데 ‘시아르7(CR7)’이  최초 항성의 특징을 더욱 두드러지게 보여주었는데, 이 항성의 이름 ‘CR7’은 천문학 용어(COSMOS Redshift 7)뿐 아니라 포르투갈 축구 선수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Cristiano Ronaldo)의 이름에서 나온 것이기도 하다고 보도자료는 전했다.


원시우주 항성은 그동안 우주 진화 연구에서 큰 관심사였다. 지금 우주의 항성, 행성, 그리고 생명체의 시작도 우주대폭발 이후에 가벼운 원소만 존재하던 세상에서 가벼운 원소들이 모여 최초 항성을 이루고 거기에서 핵융합을 거쳐 갖가지 무거운 원소들이 만들어지면서 비로소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최초 항성은 우주 진화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됐다. 그런데, 130억 년 전에 존재했을 초기 항성의 머나먼 옛 신호를 이 우주의 깊숙한 과거 시공간에서 어떻게 관측해낼 수 있을까? 어떤 신호를 최초 항성의 신호로 볼 것인가? 이런 난관 때문에 원시우주의 관측 연구는 이어졌지만 관측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았다.


“이번 발견은 애초의 우리 기대에 도전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밝은 은하를 발견하리라고는 기대하지 못했으니까요. 그런데 CR7의 성질을 하나씩 밝히면서, 우리가 전에 없던 가장 빛나는 먼거리 은하를 발견했을 뿐 아니라 그것이 제3항성군 항성(Population II stars)의 예견되는 속성을 모두 다 갖추고 있음을 알기 시작했습니다. 그 항성들은 지금의 우리를 존재할 수 있게 한 무거운 원소들을 처음으로 만들어내는 항성들이었습니다. 정말 이보다 더 흥분시킬 만한 게 없는 거죠.”(책임연구자 Sobral의 말, 유럽남방천문대 보도자료에서)


[참조 동영상 https://youtu.be/I0YXNV5TuVU ]


우주 최초의 1세대 항성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리고 천문학자들은 130억 년 전에 있었을 1세대 항성을 어떻게 찾아냈을까?

원시우주 연구자의 설명(“캄캄한 원시우주에 처음 별이 생기던 순간”)을 보면, 우주대폭발 이후 초기 우주는 별이나 은하도 없이 그저 가벼운 원소 물질들만이 우주 공간에 고르게 퍼져 그야말로 캄캄한 상태였을 것이다. 그렇기에 최초 별은 가벼운 원소들이 모인 별이었을 것이다. 최초 항성은 처음에 수소와 헬륨 같은 가벼운 원소들이 모여 이루어졌을 것이고 당연히 이런 최초 항성들은 탄소, 칼슘 같은 무거운 원소들이 섞인 요즘 항성들과는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다.


이런 최초 항성의 존재를 입증하는 데엔, 가벼운 원소 항성만이 지닐 만한 대표적인 특징을 관측 데이터에서 찾아내는 방법이 쓰였다. 유럽남방천문대 자료를 보면, 우리 태양처럼 무거운 원소가 비교적 많은 항성들(제1항성군, Population Ⅰ)이나 무거운 원소가 비교적 적은 항성들(제2 항성군, Population Ⅱ)과 달리, 가벼운 원소들만으로 이뤄진 최초 항성들은 따로 제3 항성군(Population Ⅲ)으로 분류되는데, 이들은 대체로 강한 자외선 빛을 방출하며 빠르게 연소해 수백만 년 정도만에 짧은 생애를 마친다는 특징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므로 이번 연구진이 했던 것처럼, 원시은하의 시공간에서 날아오는 천체들의 빛에서 무거운 원소 없이 헬륨이나 수소 같은 가벼운 원소들의 강한 자외선 신호를 찾아낸다면, 그 빛을 방출하는 천체는 그동안 이론으로 예견됐던 제1세대 항성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에 대해 '증거는 강력하고 세심하게 연구했다'는 평도 나오고 있지만, 최초 항성에 관한 첫 관측 보고는 큰 주목을 받을 만한 것이기에 후속연구를 통해 검증하는 과정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논문 저자들도 결론의 대목에서 “우리는 (제3 항성군의 형성 과정을 보여주는) 직접 증거를 목격하고 있는 중일 수 있다(may be witnessing)”라는 표현으로 단정적 어투를 피했으며 후속연구 계획과 그 필요성을 주장했다. 유럽남방천문대도 “이번에 관측된 것이 ‘제3 항성군’ 항성임을 의심의 여지 없이 확증하기 위해서, 또  더 많은 사례들을 찾기 위해서, 거대망원경(VLT)과 허블 우주망원경 등을 이용하는 심층 후속관측이 계획돼 있다”고 전했다.


130억 년 전에 일어났던 우주 사건의 저 깊은 시공간에서 날아온 최초 항성의 빛이 실제로 관측된 것인지, 그렇다면 그 최초 항성은 우주의 물질 진화 과정을 이해하는 데 어떤 새로운 설명을 던져줄 것인지는 후속 연구에서 더 구체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번 연구는 이미 흥미진진한 것이지만 원시우주 연구의 종결이 아니라 더 큰 호기심을 낳는 시작으로 받아들여질 만하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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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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