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아시아 학생·포닥 모여 젊은 자치의 생물학회 열어

생물정보학 중심 컨퍼런스인 '야르콥',  8월10~12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한중일과 대만·싱가포르에서 학생·박사후연구원들, 자치조직 학회로 운영



00ayrcob » 젊은 연구자들이 기획, 조직하는 생물학술대회 '야르콥'의 대표인 양성우(오른쪽, 과학기술연합대학원 박사과정)씨와 참여기획자인 전유경(이화여대 생명과학 석박사통합과정씨.

 



“학회라는 게 뭘 과시하는 자리가 아니고 사실 나눔의 장이잖아요. 좋은 건 배우고 지적받을 건 지적받고 또 서로 격려하면서 생각과 정보를 나누는 거죠. 젊은 학생과 연구자들 눈에는 기성 학회들에서 간혹 권위주의나 정치적인 모습이 비쳐요. 그래서 순수하게 과학을 하는 젊은이들이 과학을 나누며 교류하는 그런 학회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그런 생각을 하는 젊은 과학자들이 모여 만든 게 우리 학회입니다.”


아시아 다섯 나라의 젊은 연구자인 대학원생들과 박사후연구원(포스트닥터, '포닥')들이 모여 “젊은 과학자들의 자치로 기획하고 조직하고 운영하는” 학회가 오는 8월 10~12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이번이 다섯 번째인 ‘아시아 차세대 생명과학자 컨퍼런스’(AYRCOB, 흔히 ‘야르콥’이라 부른다)가 그것으로, 이 학회의 전체대표를 맡고 있는 양성우(32·과학기술연합대학원 박사과정)씨는 지난 18일 오후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6층 사내카페 ‘짬’에서 사이언스온과 한 인터뷰에서 “큰 명성을 지닌 대가의 발표에 관심이 쏠려 우르르 몰려다니는 학회가 아니라 나눔과 만남을 더 중시하는 학회를 만들고싶다”고 말했다.


지난 2008년부터 시작된 이 학회에서는 주로 생물정보학을 중심으로 한 젊은 연구자들이 한 데 모여 자신의 연구결과나 관심 주제를 발표하고, 풀리지 않는 문제의 해법을 놓고서 공개 토론을 벌이며, 선배 과학자들과 정겨운 만남의 시간도 가질 예정이다. 어찌보면 미완의 연구자들이 모인 학회라 가볍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곳에서 발표된 연구주제가 나중에 <네이처> 같은 과학저널에 실리기도 할 정도로 학술적인 수준도 상당히 갖춘 학회라고 ‘야르콥 ’ 참여자들은 말한다.


현재 이 학회에서 발표하고자 하는 젊은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논문 신청을 온라인으로 받고 있는데, 초록 신청 마감은 6월15일이다.


다음은 야르콥 대표인 양씨와 이 학회에서 활동 중인 전유경(23·이화여대 생명과학 전공, 석박사 통합과정)씨와 나눈 얘기를 정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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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자치 학회라… 신선하면서도 생소한데요, 먼저 이 학회를 소개해주시죠.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하는 이 분야의 권위 있는 국제 학술단체가 있어요. ‘국제생명정보학회(ISCB)’이라는 곳인데 예전에 제(양성우)가 그 단체의 학생조직에서 한국 대표로 일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싱가포르 대표와 함께 젊은 연구자들이 만드는 새로운 학회와 협력의 장을 만들어보자는 얘기가 있었지요. 그러던 중에 이와는 별개로 일본과 대만 학생들이 2008년부터 두 나라 학생들의 학회를 자치적으로 열기 시작했고, 또 그 학회의 규모를 더 확장하려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네 나라 학생들이 모여 야르콥이란 걸 만들게 된 거죠. 2010년에 처음으로 4개국 학생들이 모인 학회가 열렸고 호응이 아주 좋았습니다. 이번에 한국에서 열리는 제5회 학회부터는 중국도 참여해 이젠 5개국으로 늘었지요.”



▶ 학회 회원은 몇 명이나 되나요?


“음... ‘회원’이라는 개념을 쓰지는 않습니다. 학회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오거나이저(organizer, 기획자)로 참여하는데, 5개국에 대략 40~45명이 있습니다. 한국에선 11명이 참여하고 있고요.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열린 4회 대회에서는 대략 150명정도가 학회에 참여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이 학회에 참여했으면 좋겠어요. 참, 학회 참가비는 없고 무료입니다.”



▶ 주로 생물학 연구자들이 참여하나요? 다루는 주제가 생물정보학, 시스템생물학, 게노믹스, 프로테오믹스, 네트워크 등등으로 상당히 다양하고 이런 걸 보면 계산학을 하거나 통계물리학 연구자도 참여할 것 같은데요.


“많은 분야의 생물학 연구자들이 참여 대상이 되고요, 계산학과 물리학도 관련돼 있습니다.”



▶ 젊은 연구자들의 자치 학회가 따로 필요한 이유가 있을까요?


“학생들이 보기에 기성 학회들에서는 간혹 권위주의가 보입니다. 또 정치적인 것도 있어요. 연구비 펀드를 받기 위해 움직이는 모습도 있고요. 어느 권위 있는 교수의 발언 하나로 분위기가 어느 쪽으로 확 쏠리는 일도 있고, 정치적 세력을 넓히기 위해 활용되는 모습도 있고…. 젊은 연구자들은 그런 것 없이 순수하게 과학을 하는 사람이 순수하게 과학을 교류하는 장을 만들고 싶었던 것이죠. 명성 있는 과학자가 권위를 과시하는 게 아니라 모두가 동등하게 참여하는 분위기를 만들자는 겁니다. 또 이런 이유도 있다고 생각해요. 생물정보학을 중심으로 한 이 분야는 시작된 지 오래되지 않아 지금 태어나는 학문이라고 봐요. 어찌보면 우리 세대들이 본격적인 생물정보학을 배우고 있고 그 주역이 될 수 있는 거지요. 그런 젊은 세대들이 모여 기성 학회에서 다 하지 못하는 관심사와 얘기들을 주고 또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좋은 것 같아요.”



▶ 그러면 기성 학회와 다르게 독특하게 운영되는 제도가 있나요?


“지난 번 학회에서는 18개의 연구 발표(프레젠테이션)이 있었어요. 발표자가 되려면 신청을 해서 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지난 번 학회에서는 그 경쟁률이 5 대 1이 될 정도로 사실 치열해요. 그런데 어떤 것을 발표할지 선정하는 심사과정에 학생들이 중요하게 참여합니다. 학회 기획자인 40~45명이 투표권을 행사하지요. 자문교수도 있는데, 자문교수의 도움을 받아서 학생들이 신청된 것들을 심사하고 짧막한 평(코멘트)을 담아 투표권을 행사하지요. 그 평이 논리적이고 객관적이지 않으면 투표권을 박탈할 수 있으니까, 선정 투표를 할 때에도 무척 신경이 쓰입니다. 그렇게 1차로 선정된 것들을 대상으로 이번에는 박사후연구원이나 말년의 박사과정생들로 이뤄진 2차 심사위원회가 자문교수의 도움을 받아 다시 발표자를 압축해 선정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최종 발표자가 선정되지요.” (이번 학회에서는 시스템대사공학의 권위자인 이상엽 카이스트 교수가 기조 연설을 하며, 백대현 서울대 교수와 황대희 포스텍 교수, 그리고 시라히게 카츠히토 일본 도쿄대 교수 등 6명이 초청 연사로 참여한다.)



▶ 기성학회의 권위주의를 지적하셨는데, 이 학회도 오래 지속되다보면 또다른 권위주의가 이 학회 안에 생겨나지 않을까요?


“그래서 젊은 과학자들만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겁니다. 박사후연구원 과정 이후에는 여기에 참여할 수 없는 거지요. 그러니까 계속 새로운 젊은 과학자들이 새로운 학회를 만들어갈 수 있는 겁니다. 또 기획자의 참여를 제한하는 독특한 규칙이 각 나라마다 다르게 있습니다. 싱가포르에서는 3번 이상 기획자로 참여할 수 없게 했습니다. 한국도 그렇고요. 일본에서는 기획자 참여 신청을 하면 심사하는 제도가 있고, 또 대만은 기획자 전체를 교체하는 규칙을 갖고 있어요. 권위주의가 생겨나지 않게 하자는 것이죠. 가장 큰 정신은 ‘세대교체’이며 ‘공유’입니다. 젊은 과학자는 계속 바뀌니 새로운 참여가자 기획에 참여해야 하고, 또 정보를 서로 공유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찾아보자는 것이지요. 이게 웹2.0의 가치와도 서로 통한다고 봅니다.”



▶ 이번 5회 학회에서 새롭게 도입되는 프로그램도 있습니까?


”매번 학회 때마다 새로운 프로그램이 도입됐다가 참여자들의 호응이 크지 않으면 다음 번엔 사라지기도 합니다. 예전 어느 대회 때에는 기성 과학자들의 의견을 좇아 몇 가지 ‘연구주제 도출 집단토론’ 프로그램을 시행한 적도 있는데, 참여 학생들 사이에서는 짧은 학회 기간에 처음 만난 학생들끼리 의미 있는 연구주제를 기획하고, 도출하려는 게 너무 형식적이라는 지적을 받고는 폐지된 적도 있지요. 그래서 이번에 새로 도입되는 프로그램이 어떤 평가를 받을지도 궁금합니다. 먼저, 국제 연구교류를 위해서 젊은 과학자들이 연구 파트너를 찾거나 논문을 쓰는 데 잘 풀리지 않는 어떤 문제를 공개 토론하는 장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또 이번 대회에선 처음으로 젊은 과학자들이 발표하는 연구논문들 중 몇 건을 선정해서 국제 학술저널(SCI급)에 특집 형식으로 싣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 학회에서 호응이 큰 프로그램으로는, 연구성과를 내고 있는 기성 과학자들을 초청해 강연도 듣고, 이어 그날 일정을 마친 뒤에 여러 이야기를 나누는 뒤풀이 시간이 있습니다. 선배 과학자들이 참여 학생들의 물음에 답하면서 살아온 이야기, 실험실 에피소드, 또 연구 시행착오, 그리고 인생의 조언들을 들을 수 있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많은 도움을 얻습니다.”



▶ 여러 연구기관들이 후원하고 있군요.


“이번에 중국이 참여하면서 국립 베이징게놈연구소(BGI)도 후원단체로 참여하게 됐습니다. 한국에서도 과학기술연합대학원(UST), 국가생물자원정보관리센터(KOBIC), 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과 대전시가 후원하고, 이밖에 일본의 도쿄대와 대표적 연구소인 리켄(RIKEN), 아이스트(AIST, 산업기술종합연구소), 싱가포르의 에이-스타(A*STAR, 과학기술연구청), 대만의 대만국립대 등이 기관멤버 또는 후원단체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젊은 연구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들어 아시아 젊은 연구자들의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보자는 거지요.”



▶ 학회 운영비도 만만찮을 텐데, 어디에서 마련하나요?


“발표자와 연사의 여비와 체제비를 지원하려면 운영비도 꽤 필요하지요. 일본팀이 도쿄대의 연구비지원 프로그램(GCOE)에서 프로젝트 과제를 하나 따온 게 있지요. 거기에서 운영비의 절반가량을 충당하고 있습니다. 나머지는 여러 후원을 받고 있고요.”



▶ 크게 보면, 젊은 연구자들의 연구주제 발표와 여러 토론 프로그램, 그리고 선배 과학자들과 만남 프로그램으로 학회가 구성되는군요.


“네. 마지막 날 13일에는 공식일정이 없고 참여자들이 함께 놀러가는 일정을 잡아두고 있고요. 아참, 아까 중국 베이징게놈연구소(BGI)가 올해부터 우리 학회의 기관멤버로 참여한다고 말씀드렸는데, 베이징게놈연구소는 여러 동물종의 게놈 데이터를 매우 많이 갖고 있는데, 이번 학회에 그 동물 게놈 데이터 를 가지고와서 데이터를 분석할 젊은 연구자를 찾을 계획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 마지막으로 이 학회에 바라는 점은?


”우리 학회는 나를 과시하는 장이 아니고 나눔의 장입니다. 배움을 얻고, 지적을 받고 서로 격려하는 장이고요. ‘나는 이런 학회를 만들고 싶어’ 하는 여러 젊은 과학자들의 꿈을 실현해가는 장이기도 하고요. 또 더 큰 기성 학회에 나아가기 전에 여러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과정이기도 하고요. 학생들이 자치적으로 학회를 만들어가기 때문에, 우리가 하기에 따라 정통학회의 분위기로 갈 수도 있고 또 난장판이 될 수도 있다고 봐요. 그러니 우리가 스스로 알아서 젊은 과학자답게 어느 선을 스스로 만들면서 새로운 학회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하겠지요.”



00ayrcob2▶ 상징그림(심볼)이 있군요. 한자 ‘사람 인’ 같은데...


“맞습니다. ‘사람 인’ 한자의 아주 오래 전 글자 모양에서 따온 건데요, 결국 사람이 중요하고 사람다워야 하고, 또 사람의 만남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만들어봤습니다. 일부러 해석하면 이 한자 안에 ‘야르콥’의 A, Y, R 같은 여러 영문 철자들의 모양도 들어 있다고 볼 수 있고요. 학회 때마다 자치적으로 결정하고 운영하니까, 이번 학회 이후에도 이 심볼이 계속 살아 있을지는 좀 두고봐야겠지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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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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