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견 수렴 부족했던 연구자사회 말문 트여야"

■ 인터뷰/ 내가 ‘과기정책 타운미팅’에 참석한 이유


후원단체로 나선 카이스트 대학원 총학생회의 박찬 회장

'공유와 공개의 가치' 강조하는 BRIC의 이강수 팀장, 박지민 연구원

다른 사람과 생각 나누고자 먼길 온 포스텍 박사과정 윤나오씨



"많은 사람들이 현재의 과학정책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고 있지만 문제점을 정확히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은 솔직히 극히 드문 것 같습니다. 그런 와중에 ‘과기정책 제안 타운미팅’을 알게 되었고 현 과학정책에 대해서 여러 분야 사람들의 전반적인 인식을 파악하고 정보 공유와 토론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해 참여하게 됐습니다.”


지난 토요일인 8월11일 낮,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3층 청암홀에서 열린 ‘2012년 대선, 과학기술인 말하다’ 1차 타운미팅에 참석하기 위해 포항에서 서울까지 먼 길을 온 윤나오(포스텍 박사과정, 시스템생명공학)씨의 말이다. 이번 타운미팅에 후원단체로 적극 참여한 카이스트 대학원 총학생회(원총)의 회장인 박찬(석박사통합과정, 물리학)씨도 비슷한 참가 동기를 얘기했다.


00YNO2.jpg » 윤나오(포항공대 박사과정, 시스템생명공학부)씨 “대학원생의 연구 환경을 개선하는 문제는 단순히 지도교수, 학교만이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됩니다. 대학원생의 학업은 연구실에서 이뤄지는 연구활동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이는 국가의 과학기술 정책에서 많은 영향을 받지요.”


올해 초부터 카이스트 원총 회장으로 활동하는 박씨는 “학내 활동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한계를 느끼던 차에 2012년 대선을 계기로 ‘과기정책 제안 타운미팅’이 열린다는 얘기를 전해듣고서 이에 적극 참여하기로 결정했다”며 카이스트 원총이 '현장 목소리로 채우는' 토론 행사에 후원단체가 된 배경을 설명했다.


마찬가지로 포항에서 온 사뭇 진지한 다른 두 분을 만나 보았다. 그들은 의생명과학 분야의 대학원생이라면 모를 수 없는 포스텍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 브릭)의 담당자들이었다. 이강수(브릭 팀장)씨는 “‘황우석 사태’를 계기로 브릭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면서 “과학기술 정책에 대한 연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2012년 대선에 맞추어 “좋은 과학기술 정책이 대선 주자들한테 잘 전달되도록 하는 데 ‘타운미팅’과 공통 목표를 가지고 있다”며 참가 동기를 설명했다. 함께 온 박지민(브릭 연구원)씨도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이런 의견수렴이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면서 과기정책 타운미팅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00BRC.jpg »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에서 일하는 이강수 팀장(왼쪽 위)과 박지민 연구원(왼쪽 아래).

최근 '디지털 유산 어워드 본상'이라는 값진 상을 수상한 브릭은 의생명과학 분야의 연구자사회에서 단순한 커뮤니티나 정보제공자 이상의 사회적, 역사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인정받고 있다. 이런 브릭은 현 과학기술 정책과 관련하여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브릭의 목적은 생물학 연구자들의 연구활동을 지원하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연구 정보를 공유하는 것뿐 아니라 다양한 연구자들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을 돕는 역할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과학기술 정책 관련해서도 역시 브릭 사용자의 의견을 잘 수렴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모든 문제가 정책적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해서 풀 수 있을 겁니다. 특별히 저희가 관심을 두는 것은 과학자사회 내의 커뮤니케이션(소통)입니다. 연구 분야의 세분화, 연구단위의 거대화, 융합 분야의 증가 등은 필연적으로 연구자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수반하게 되며 여기에는 지도교수-학생과 같은 수직적 관계는 물론이고 다른 분야나 해외 연구자 사이의 수평적 관계가 모두 포함됩니다. 과학자사회 내에서 소통이 원활하게 된다면 외부(대중)와 소통도 더 잘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정책을 담당하는 부분에서도 이런 내부적 소통의 중요성에 관심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브릭의 전체 실무를 맡고 있는 이강수 팀장의 의지 있는 말이었다. 브릭에서 일하는 박지민 연구원도 말을 이어나갔다.


그는 “여전히 여러 연구자들의 목소리가 하나로 모아지지 않고 있다”면서 “개별 연구자의 성과는 우수하지만 그 바탕에 필연적으로 수반되어야 할 것들(예컨대 학생들의 처우, 연구문화, 연구윤리 등)은 그만큼 성숙하지 못한 것 같다. 한국의 과학기술이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성과 자체보다는 그런 성과의 ‘바탕이 되는 요소’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할 것”이라며 뼈 있는 의견을 덧붙였다.


연구 현장에 있는 대학원생들은 현 과학기술 정책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포항공대 박사과정생인 윤나오씨는 “현 과학기술 정책에 대한 문제의식보다는 대학원생이라면 가질 수밖에 없는 불만들이 있다. 특히 박사학위 이후의 고용 불안정과 낮은 임금이 이공계 분야에서 현재에 중요한 문제점이라고 생각한다”며 “타운미팅에서 앞으로 집중적으로 논의되어야 하는 쟁점 중 하나일 것”이라고 말했다. 카이스트 석˙박사통합과정으로 블랙홀을 연구하는 박찬씨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는 “개인적으로 기초과학 분야의 일자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며 “총학생회장으로서 얘기하자면 대학원생도 노동자의 측면도 지니고 있음이 인정받아 그에 걸맞는 정당한 대우가 주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00PC2.jpg » 박찬 카이스트 대학원 총학생회장 마지막으로 타운미팅이라는 독특한 회의방식을 경험한 이들의 소감을 들어보기로했다. 박찬씨는 “타운미팅 형식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았다”고 하면서 “누구나 쉽게 이야기를 꺼내 참여할 수 있는 대중적인 토론 방식으로, 손쉽게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면서 결론을 도출하게 되고 그렇게 만들어진 결론의 무게가 상당할 것”이라면서도 “사람마다 다른 관점과 프레임에 기반한 문제의식에 의한 교착 상태를 푸는 장치, 창의적 해결책을 도출해내는 세밀한 장치들이 필요할 것”이라는 아쉬운 점도 함께 얘기했다. 윤나오씨도 “타운미팅의 민주적인 방식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보지만, 참가자의 절반 가까이가 20대인 점이 의미 있는 토론을 할 만한 대표성 혹은 일반성이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다양한 연령층의 참가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브릭에서 참가한 이강수씨는 “과학기술 정책 수립에서 이슈 발굴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 기존에는 큰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에 의해 독점되는 구조였으나, 이 단계에서 최대한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되어야 한다”면서“좀 더 다양하게 대표성을 띄는 사람들이 참가할 수만 있다면 타운미팅 형식은 매우 의미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학자도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좀 더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며 “브릭이 표방하는 ‘공유와 개방의 가치’가 타운미팅의 모임과 일맥 상통한다”면서 1차 과기정책 타운미팅 참가 소감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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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진 아주대학교 석박사통합과정
전문가 집단 내부 및 외부와의 소통을 글로써 원활히 매개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싶은 학인.
이메일 : aneyespecialis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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