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종 토론 '열공'...더 큰 2차회의를 향하여

■ 8·11 1차 타운미팅 어떻게 진행됐나

수도권·충청·경상도에서 모인 35명, 5시간 토론 참여 열기

6개 분과 최종구성, 학생 교수 연구원 시민 어울려 뒤풀이


2ndTM2.gif » 8월11일 오후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3층 청암홀에서 현장 과학기술인이 주체가 되어 열린 '2012 대선, 과학기술인 말하다: 현장의 목소리로 채우는 과기정책 제안 타운미팅' 1차 회의에서, 5시간에 걸친 타운미팅 회의를 마무리하며 6개 분과에서 토론한 내용을 분과 간사들이 정리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 타운미팅준비모임



난 토요일인 8월11일 낮 1시50분, 한 달 넘게 준비해온 ‘2012 대선, 과학기술인 말하다: 현장의 목소리로 채우는 과기정책 제안 1차 타운미팅’이라는 긴 이름의 회의가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3층 청암홀에서 열렸습니다.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한국 과학·기술 발전의 길을 몇몇 과학자, 정치인, 전문가만이 논의하는 게 아니라 과학기술인과 시민이 주체가 되어 현장의 목소리를 모아보자는 뜻으로 열린 이날 회의에는 서울과 경기도, 충청도, 경상도 지역에서 온 과학기술인과 시민 35명이 참여했습니다.


무려 5시간 넘게 이어진 이날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거의 자리를 뜨지 않는 열정을 보여주면서 자기 의견을 포스트잇에 써서 밝히고 다른 여러 의견을 종합하고 분류하고 또한 서로 토론을 하며 생각을 나누었습니다. 이번 1차 타운미팅에서는 9월 중순에 열릴 제2차 타운미팅에서 심화해나갈 정책 과제들을 △과학기술과 사회의 소통, △이공계 위기 극복, △과학기술 정책 구조 개선, △연구윤리 강화 등 7개 분과(나중에 6개로 조정)로 나눈 뒤에 분과별로 초벌 토론을 벌였습니다. 이날 모임은 1차 타운미팅 행사가 끝난 오후 7시 이후에도 이어져, 밤늦은 뒤풀이에서도 대학생, 석박사 과정 연구생, 정부출연연구소 연구원, 대학 교수, 시민들의 현장 목소리는 계속되었습니다.



“현장목소리의 모임 자체가 이미 의미있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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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ndTM3.jpg » 오후 1시쯤, 행사 시작 전. 1차 타운미팅의 행사장을 꾸미는 준비 작업은 오전 11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대전에서 출발한 사단법인 디모스와 카이스트 대학원 총학생회 등 ‘준비모임’ 사람들이 오전 11시에 한겨레 3층 청암홀에 도착했습니다. 간식을 회의장 입구에 풀어놓고, 카이스트 대학원 총학생회가 제작한 행사 플래카드를 붙이고, 독특한 타운미팅 회의 방식에 맞춰 테이블을 다시 배열하고, 포스트잇과 현장응답 단말기, 크고 작은 백지와 필기도구 같은 준비물 챙기기 등으로 준비모임 사람들은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점심시간에 함께 밥을 먹으며 이래저래 이야기를 하면서 오늘 행사에 설렘을 숨기지 못했고 저도 덩달아 들뜨더군요.


밥도 다 먹고 준비도 모두 끝내고 나니, 낮 1시를 조금 넘겨 이제 참가자들이 서서히 몰려오기 시작했습니다. 1시50분쯤 되니 준비된 다섯 테이블이 모두 일고여덟 명으로 가득 차게 되었습니다.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의 운영자인 볼펜(별명) 님의 짧은 환영사로 1차 타운미팅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자리는 몇몇 뜻있는 현장 연구자들과 사회적 토론기업인 디모스, 그리고 참가자 모두의 자발적인 참여로 그동안 진행돼 왔습니다. 자원봉사와 기부, 특히 카이스트 대학원 총학생회의 후원과 지원에 감사 드립니다. 앞으로는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3차까지 이어지는 이 행사가 더 많은 현장 사람들의 생각을 모아내는 장이 되었으면 합니다. 행사 규모가 더 커지면 영향력도 더 커지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행사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현장의 목소리가 이렇게 모였다는 사실 자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나누고 즐길 수 있는 자리가 됐으면 합니다.”


IMG_1135.jpg 이어 준비모임에서 일하는 이공계 연구자 샌달한짝(별명) 님이 7월7일에 열린 0차 타운미팅에서 나온 얘기들을 참석자들한테 보고하는 순서가 이어졌습니다. “0차 타운미팅은 1·2·3차 타운미팅을 위한 준비모임으로서, 7월7일 대전에서 5시간 정도 진행됐습니다. 0차나 1차 참여자의 직업은 대체로 비슷한데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에는 시민 참여가 조금 더 늘었다는 점 같습니다. 0차 모임에선 2012년 대선에서 다뤄야 할 과학기술 정책 이슈를 폭넓게 살펴보았는데, 오늘 1차 모임에서는 0차 모임에서 나온 내용도 종합하여 다루고 이를 바탕으로 토론을 심화할 수 있는 분과를 구성하는 데까지 나아가고자 합니다.”


이날 모임에서는 0차 모임과 달리 번듯하게 <과기정책 자료집>이라는 문서까지 마련되어 참가자들한테 배포되었습니다. 자료집은 카이스트 대학원 총학생회에서 일하는 김연주 님이 자원봉사로 나서 거의 혼자 정리하고 만든 것이라고 하는데, 김연주 님의 짧은 발언 시간도 있었습니다. “이공계 정책과 현실의 차이가 크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현장 목소리가 모이는 타운미팅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3차 타운미팅에서는 300명 이상이 모여 우리 생각을 확장해나가면 좋을 것입니다. 과학기술 정책을 결정하고 시행하는 과정에서 비효율적인 일들이 되풀이되고 있는데, 이런 일을 막아보았으면 합니다.”



청년층 참여 두드러져, 중장년층 참여가 향후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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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인사와 보고가 끝나고 본격적인 타운미팅 토론이 길게 이어졌습니다. 사단법인 디모스의 정완숙 대표가 이날 타운미팅 회의를 총괄하여 진행하는 일을 맡았습니다.


IMG_1186.gif가장 먼저, 텔레비전 리모컨처럼 생긴 작은 현장응답 단말기를 이용해서 35명 참석자의 인적 구성을 즉석에서 알아보았습니다. 현장응답 단말기에 있는 숫자 버튼을 선택해 누르면 35명의 선택 결과는 곧바로 집계되어 대형 화면에 나타났습니다. 그렇게 해서 살펴보니, 1차 모임 참석자의 나이는, 우선 20대가 50%를 넘어 젊은 층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제로 이날 참석자 중에는 대학원생의 참여가 두드러졌으며, 그래서 연구·실험실의 연구환경에 대한 불만과 대안을 쏟아내는 깊이 있는 얘기들이 많이 등장했습니다. 최고령은 50대였으며 단 한 분이 참여하셨습니다. 앞으로 현장에서 여러 경험을 쌓은 분들이 더 많이 참여해 청년층과 중장년층이 고르게 균형을 이루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IMG_1094.jpg 지역은 서울과 경기도 지역이 70% 이상으로 압도적이었습니다. 다음으로 대전과 충청권에서 오신 분들이 많았고, 이어 포항에서도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4분이나 참석해주셨습니다. 역시 여러 지역에서 참석자들이 고르게 이 자리에 오셨다면 ‘전국적인’ 이야기가 더 많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참석자의 전공은 역시 이공계열이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사회과학과 인문계열을 전공한 분도 간간이 있었습니다. 참석자들의 사회적 성향을 파악하기 위한 간단한 질문으로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는 ‘사회적 양극화 해소’가 압도적으로 다수의 표를 얻었습니다. 참석자인 빨간오이(별명) 님은 “20대 참석자가 가장 많다는 것은 그만큼 오늘 대학원생들이 많이 참석했음을 보여준다고 봅니다. 대학원생은 직장 등에 취직한 동기들에 비해 상대적 빈곤을 경험했을 것이고요”라는 말을 하며, 양극화 문제가 이날 다수표를 얻은 배경을 나름대로 해석해주셨습니다.


IMG_1120.jpg 이어 1차 타운미팅에서 이뤄져야 할 가장 중요한 일들이 진행됐습니다. 좀 더 심화 토론을 할 수 있는 의제별 분과를 만드는 일이었지요. 자, 이제 타운미팅의 단골메뉴인 포스트잇 작성과 주제어 분류 작업이 이어졌습니다. 작은 포스트잇 조각들에 자기 생각들을 간략하게 적고, 서로 돌려가며 또 적고, 공감할 수 있는 다른 이의 포스트잇 조각에는 공감 표시도 해주면서, 수많은 포스트잇 조각들을 모았습니다. 그러고는 테이블마다 펼쳐진 커다란 백지 위에다 포스트잇을 분류하는 작업이 이어졌습니다. 대부분 처음 보는 사이이지만 이렇게 손을 놀리며 생각의 작업을 하다 보니 서로 조금씩 친숙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이어 테이블별로 큰 백지 위에 공동의 작업으로 만든 ‘정책 제안 지도’의 결과물을 돌아가며 발표하는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IMG_1137.jpg 수많은 주제어를 9개의 정책 분야로 정리한 다음에 다시 현장응답 단말기를 이용한 즉석 투표를 벌여 타운미팅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야 할 분야를 7개로 간추렸습니다. 이후에는 각 분야마다 ‘토론 카페’가 만들어, 카페가 열린 테이블별로 심화 토론의 시간이 진행됐습니다. 한 사람이 ‘카페지기’가 되어 자기 카페의 테이블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토론 내용을 정리하고, 카페지기 아닌 다른 참여자들은 여러 카페를 순회하며 자기 견해를 이야기하고 다른 이의 생각을 듣는 과정이었습니다. 그런 뒤에 참여자들은 자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가장 흥미롭게 여기는 카페 하나를 선택하여 그곳에 자발적으로 소속되었습니다.


카페에서 진행된 토론 내용은 훨씬 더 구체적이었으나 대안적인 정책으로 자리 잡기에는 아직 부족함이 많았습니다. 연구논문 평가 방식에 관해 오고간 논의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평가 기준에 대한 해결책은 정부에서 나올 수 없다고 봅니다. 연구자 집단 내부의 합의가 이뤄져 좋은 평가 잣대를 주면 정부에서 바꿀 수는 있겠지만요.”

“외국의 F1000(http://f1000.com/)이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브릭(BRIC)의 ‘한빛사’(http://bric.postech.ac.kr/hanbitsa/)가 비슷한데, 동료 연구자들이 좋은 논문을 소개하고 평가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인맥 문제가 항상 거론됩니다. 서로 추천해준다는 거죠.”

“결국에는 연구 하시는 분들이, '포닥'(박사후연구원) 이상 분들이 연구 성과 부분, 논문 부분에 대한 평가는 아이디어 만들어 내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평가 기준에 대한 연구자 집단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 모두 공감할 수 있었지만, 그것이 어떤 것이 되어야 할지, 어떤 정책을 내세워야 할지에 대해선 의견이 많이 갈렸습니다. 이런 모습은 카페 곳곳에서 발견되었으며, 이 점에 대해선 이후 2차 타운미팅에 전까지 치열한 토론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더 넓은 2차 타운미팅을 향하여…분과별 토론 심화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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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1111.jpg 이날 카페 토론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은 카페는 9명이 모인 ‘이공계 위기 극복’ 카페였습니다. 이곳에서는 연구생과 연구자들의 연구환경이 주로 다루어졌는데, 아마도 많은 대학원 연구생들의 관심이 이곳에 쏠렸던 것 같습니다. 가장 적게 모인 곳은 2명이 참여한 ‘합리적 국가과제 연구사업 생성·관리·평가’ 카페였습니다. 아무래도 조금 까다로운 주제를 다루는데다가 중장년 연구자들의 참여가 저조해 이 카페가 한산했던 것 같습니다. 이어 카페별로 이뤄진 토론의 내용을 카페지기가 발표하는 것으로 이날 타운미팅 행사는 마무리되었습니다. 예컨대 ‘합리적 국가과제 연구사업 생성·관리·평가’ 분야에서는 “국가 과제 선정, 관리, 평가 주체(기관)의 분리가 필요하다” “기획·선정·관리·평가를 거치면서, 각 과정 및 결과물 공개해야 한다” 등의 내용이 결과물로 보고되었습니다 (아쉽게도 이 카페는 규모가 너무 작아 나중에 다른 카페와 합쳐졌습니다).


2ndTM4.gif » 고깃집에서 이어진 뒤풀이에서는 삼겹살과 목살을 안주 삼아 술도 한 잔씩 하고 나니 오히려 속얘기가 더 많이 나왔다. 토론이 끝나고 청암홀을 원래의 모습으로 모두 다 정리하고 복원(?)한 뒤에는 스무 명 넘는 인원이 함께 뒤풀이 장소로 이동하였습니다. 고깃집에서 삼겹살과 목살을 안주 삼아 술도 한 잔씩 하고 나니 이곳에서 오히려 속얘기가 더 많이 나왔습니다. 제가 앉은 자리에서도 역시 대학원생이 두 분이나 포함되었는데, 특이하게도 모두 과학기술과 사회의 소통에 많은 관심을 갖고 계신 분들이었습니다. 한 분은 관심은 많지만 대학원 생활이 바쁘기도 하고, 관련 책을 읽고싶어도 연구나 하라는 식으로 실험실의 눈치가 보인다며 안타까움을 표하셨습니다. 다른 한 분은 자신이 숨겨둔, 강연 및 글쓰기 프로젝트가 있다며, 현재 대학원에서 연구하고 있는 분야로 조만간 대작을 하나 만들어낼 것이라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뒤풀이는 참가자의 열의에 힘입어 3차까지 계속 되었으며, 가장 큰 불만은 자발적으로 모인 터라 ‘없는 살림’이 뻔한데 푸짐한 행사 간식에다 뒤풀이로 고기와 밥, 냉면까지 너무 많이 먹는 것 아니냐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웃음).


1차 타운미팅에서는 애초 준비모임이 기대한 규모(60명)에는 못 미치는 인원이 참여하였다는 점과 참석자들이 특정 연령과 지역, 대학 등에 집중된 경향이 나타난 점은 아쉬운 점으로 남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5시간 넘는 긴 시간에 참가자들이 열정적으로 참여해 더 발전된 결과를 낳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9월 중순에 진행될 예정인 제2차 타운미팅에서는 100여 명 이상의 참여자가 모였으면 하며, 20대와 수도권 집중 현상을 벗어나 더 폭넓은 참여가 이뤄졌으면 합니다. 현재는 대학원생의 연구환경 중심으로 여러 대안이 나왔지만, 이 또한 아직은 여러 갈래로 뻗어나가는 수준입니다. 앞으로 더 다양한 층위의 주체들도 참여하고 이것을 한 데 모아,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내려는 이번 시도가 더욱 분명한 결실을 맺을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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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대학원생(석사과정)
“먹고 살 걱정 하는 세상을 넘어, 놀고 즐길 수 있는 세상으로.” 포스텍에서 학부를 졸업하고서 2015년부터 서울대 생명과학부에서 생명의 비밀을 알아가는 과학을 즐기고 있습니다. 제가 느끼는 열정과 기쁨을 다른 사람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자유로운 세상을 지향합니다.
이메일 : ecologicalju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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