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가위로 면역세포 공격력 높여, 첫 임상시험 -중국

전이성 폐암환자 10명 대상 6개월간 ‘안전성 테스트’ 1단계

면역반응 억제 유전자 ‘PD-1’ 불능화해 암세포 공격 활성화


Human_T_Cell2.jpg » 유전자를 손쉽게 편집하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법의 등장으로, 생물학과 의학 연구실에서 유전자를 다루는 다양한 연구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그림은 유전자 가위의 임상시험으로서, 암 환자 면역치료에 쓸 면역세포(T세포)의 주사 전자현미경 영상. 출처/ Wikimedia Commons, 변형


환자한테 최신의 유전자 편집 기법인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사용해 만든 치료용 면역세포를 주입하는 첫 번째 유전자 가위 임상시험이 중국에서 시작됐다. 이 임상시험은 본래 8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다소 늦춰져 최근에 시행됐다.


과학저널 <네이처>는 중국 쓰촨대학교(Sichuan University)의 종양학 연구진이 지난달 28일 청두에 있는 서중국병원(West China Hospital)에서 폐암 환자한테 유전자 가위 기법으로 유전자를 변형한 면역세포를 주입하는 첫 임상시험을 시행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임상시험은 지난 7월 병원 내의 윤리심사를 거쳐 승인을 받았으며 곧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늦춰지면서 이번에 시행됐다고 한다.


[참조]

중국, 내달에 ‘유전자 가위’ 첫 임상시험 개시  [2016.07.22]

  http://scienceon.hani.co.kr/419184


임상시험은 암환자들의 피에서 추출한 면역세포의 유전자를 유전자 가위 기법으로 편집해 암세포 공격능력을 높인 다음에 우량한 면역세포를 골라내어 배양해 그 수를 늘린 다음에 이 세포를 환자 몸에 주입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네이처>가 보도한 임상시험 과정은 다음과 같다.


“연구진은 먼저 환자의 피에서 면역세포들을 추출했다. 그러고서 그 세포에 있는 특정 유전자를 불능화했다. 이때에 크리스퍼 카스-9 법(CRISPR Cas-9, 이른바 ‘유전자 가위’)이 사용됐다. 크리스퍼 카스-9은 디엔에이(DNA)의 어느 지점을 잘라야 할지 정확히 가리키도록 미리 프로그래밍 된 안내자 분자와 그렇게 지정된 디엔에이 지점을 자르는 절단 효소가 결합한 복합물이다. 연구진이 불능화한 유전자는 ‘PD-1’이라는 단백질의 것인데, 이것은 정상 상태에선 세포의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기능을 한다. 암세포는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이 유전자의 기능을 활용해 번성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렇게 편집된 세포를 배양해 그 수를 늘렸다. 이어 이 세포를 전이 비소세포(non-small-cell) 폐암환자에 주입했다. 연구진은 PD-1 유전자가 없는 편집된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고 물리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네이처> 뉴스에서)


중국 연구진은 약물치료, 방사선치료 등 다른 치료법에 모두 실패한 전이성 폐암환자 10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에 나섰다. 면역반응 억제 유전자의 기능을 없앤 면역세포를 대략 2~4차례 환자 몸에 주입하고서 여섯 달가량 효과와 안전성 등을 지켜보는 식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이번 1단계 임상시험은 새로운 치료술이 과도한 면역반응 같은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는지 살피는 ‘안전성 시험’을 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암환자를 대상으로 한 유전자 가위 임상시험은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의생물학 경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네이처>는 전했다. 내년 초 미국에서 여러 암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 시작되며 중국에서도 베이징대학교 연구진이 내년 3월에 또 다른 암환자 대상 임상시험을 추진하고 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참조: 용어해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란?

00CRISPR_2.jpg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바이러스 공격에 대항하는 박테리아의 면역체계를 따와 만든 유전공학 기법입니다. 박테리아를 공격하는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일은 박테리아의 생존에 중대한 문제이고, 그래서 박테리아는 잘 짜인 면역체계를 진화 과정에서 발전시켜왔습니다. 전에 침입한 적 있는 바이러스의 염기서열 정보 일부를 자신의 디엔에이 염기서열에다 기록해두는 거죠. 마침 그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이미 갖고 있는 염기서열 정보를 바탕으로 바이러스를 곧바로 식별합니다. 뒤이어 박테리아 안에선 이렇게 식별된 외부 침입자의 염기서열을 절단하는 공격이 이뤄집니다. 이처럼 표적을 정확히 식별하고 그 디엔에이 염기서열을 절단하는 것이 바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의 기본 구성이지요. 박테리아의 이런 독특한 면역 시스템을 ‘크리스퍼/카스9’(CRISPR/Cas9)이라 부릅니다.

2013년 과학자들은 이런 기본 모형을 이용해 박테리아 안이 아니라 다른 생물 세포에서도 작동하는 크리스퍼/카스9을 개발했습니다. 당시 한국 연구진도 이런 발견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표적으로 삼은 유전자의 염기서열 정보를 기록해둔 ‘안내자 아르엔에이(RNA)’라는 분자와 △찾아낸 표적 염기서열을 절단하는 분해효소 ‘카스9’ 분자, 이렇게 둘을 결합한 ‘유전자 가위’ 복합체를 만든 거죠. 이제 안내자 아르엔에이를 잘 설계해 카스9에다 붙이면 이 복합체는 세포핵 안에서 절단하려는 유전자 염기서열을 찾아 결합하고 이어 그곳을 절단하게 됩니다. 이런 방식으로 유전자의 기능을 없애거나 증강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잘라낸 유전자 염기서열 부분을 미리 준비해둔 다른 염기서열로 교체해 유전자 기능을 수정할 수도 있습니다. 새로운 유전자 편집 기법을 써서 지식과 응용 분야를 넓히려는 여러 연구가 세계 각지의 연구실에서 분주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오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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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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