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초기 배아에 ‘유전자편집’ 연구 승인 -영국
영국 당국, 초기 배아에 한해 실험 허용…연구진 “발생과정 이해와 불임 치료에 도움”
» 8세포기의 인간 배아. 출처/ Wikimedia Commons
수정된 지 1~7일 된 인간 초기 배아에 유전자 편집(‘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법을 사용하는 유전자 기능 연구를 허용해달라는 요청이 영국 당국에 의해 승인됐다.
» 캐시 니어칸. 출처/ Francis Crick Institute
영국에서 발행되는 과학저널 <네이처>는 1일(현지시각) “영국의 인간수정·배아관리국(HFEA)이 건강한 인간 배아에 유전체 편집 기법인 ‘크리스퍼 카스9(CRISPR/Cas9)’ 기술을 사용해 유전자 연구를 할 수 있게 해달라는 런던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Francis Crick Institute)의 발생생물학자 캐시 니어칸(Kathy Niakan)의 요청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니어칸 연구진은 인간 정자와 난자가 수정한 직후에 배아가 태아로 성장하는 데 중요하게 관여하는 활성 유전자(OCT4) 등의 기능에 대한 실험을 벌일 계획이라고 한다. 이번 승인은 인간 초기 배아에 한정해 이뤄졌으며, 당연히 착상은 엄격히 금지된다. 배아는 수정 직후 7일까지 실험에 사용되며 이후에 파기된다. 배아는 체외수정(IVF)에 사용되고 남은 잉여배아 가운데 기증자의 동의를 받아 실험에 사용된다.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의 보도자료를 보면, 연구 목적은 유전자 가위 기법으로 특정 유전자의 기능을 없앰으로써 인간 배아의 발생 과정에 나타나는 현상을 살핌으로써 배아가 정상적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유전자들의 기능을 규명하는 데에 있다. 세포 1개의 수정란에서 세포 250여 개의 배반포기 배아로 성장하는, 수정 직후 1~7일 동안의 발생 과정을 살필 예정이다. 연구소 쪽은, 이 연구를 통해 얻은 지식이 “체외수정(IVF) 이후 배아의 발생을 도울 수 있으며 불임에 더 나은 임상 치료법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 연구는 기관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는 대로 시행돼 몇 달 안에 끝날 것으로 연구소 쪽은 내다봤다.
인간 배아에 대한 유전자 편집 기법 연구는 지난해 4월 생육불능 상태의 인간 초기 배아를 대상으로 유전자 편집 연구를 수행해 큰 논란을 빚은 중국 연구팀의 실험 사례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당시에 인간 배아에 대한 유전자 편집 연구는 현재 수준에서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과, 엄격히 관리되는 기초연구는 허용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려 논란을 빚었다. 국제 생명윤리 전문가모임인 ‘힝스톤 그룹(Hinxton Group)’은 여러 선결 조건을 달면서 ‘안전성, 효율성, 관리감독의 요건이 충족된다면 인간 생식세포(초기 배아)에 이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정당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혀 미묘한 파장을 낳았다.
인간 초기 배아에 대한 유전자 가위 연구가 승인됨에 따라 ‘유전자 맞춤 아기’로 나아가는 첫 걸음이 될 수 있다는 우려와 인간 배아 발생의 초기 단계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불임 치료에 기여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엇갈리고 있다고 과학저널 <사이언스>는 전했다.◑
□ 관련 기사/자료
“인간배아 유전자가위 연구 허가 신청” -영국 (2015. 09. 21)
http://scienceon.hani.co.kr/321051
국제 생명윤리 논의기구 ‘힝스턴그룹’의 성명서 (2015)
http://www.hinxtongroup.org/Hinxton2015_Statement.pdf
‘인간배아 게놈편집 연구 중지’ 생명공학자들 제안 (2015. 03. 17)
http://scienceon.hani.co.kr/249034
중국 과학자, 인간배아 대상 첫 게놈편집 실험 ‘논란’ (2015. 04. 24)
[+ 국내 두 생명과학자의 견해]
http://scienceon.hani.co.kr/267432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사이언스온의 길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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