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주목할 만한 과학계 이슈들은…

해외 매체들의 2016 과학 전망 보도들


002016LIGO.jpg » 중력파 검출 시설인 미국의 라이고(LIGO). 출처/ LIGO


2015년 과학계의 최대 화두로 꼽힌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가 2016년에도 주목받는 기술로 미디어에서 주요 뉴스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지난해 말에 주목받았던 ‘새 기본입자’의 신호가 거대 강입자 충돌기(LHC)에서 포착된 데 이어, 실제로 그 신호가 입자물리 표준모형이 예측하지 못한 새 기본입자로 판가름 날지도 중요한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중력파의 검출 확인이 올해에 이뤄질지도 크게 조명받을 만한 뉴스이다. <비비시>, <네이처>, <사이언스> 등을 통해 올해에 지구촌 과학 뉴스에 자주 오를 만한 과학계 이슈를 정리해봤다.



▨ 표준이론 바꿀 ‘새 기본입자’ 등장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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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중순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 있는 거대 강입자 충돌기(LHC)가 양성자 충돌 실험을 하던 중에 이례적인 새로운 신호를 포착해 주목을 받았다. 이 신호는 입자물리의 표준모형으로는 쉽게 설명되지 않아, 혹시 표준모형이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기본입자가 존재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기대를 낳고 있기 때문이다.


LHC에서는 거의 빛의 속도로 반대 방향으로 가속하던 양성자 무리와 양성자 무리를 서로 충돌시킬 때 고에너지 상태에서 생성되는 갖가지 에너지 신호를 검출해 기본입자들의 생성과 붕괴를 관찰하고 있다. 한다. 이처럼 고에너지 상태에서 찰나에 일어나는 입자의 생성, 붕괴를 관찰하다보면 거기에서 그동안 실제 관측하지 못했던 가설적인 기본입자나 알지 못했던 새로운 기본입자를 찾아낼 수 있다. 가설입자였던 힉스 입자도 이런 식으로 발견돼 그 존재가 확인됐다.


LHC가 새로운 신호를 포착할 수 있었던 것은 고에너지 충돌을 일으키는 실험시설의 성능을 힉스 발견 당시보다 대폭 높였기 때문이다. LHC는 지난해 6월 충돌 에너지를 높이는 성능 향상 작업을 마치고서 ‘제2차 가동(Run 2)’ 실험을 시작했다. 이 실험에서 이전에 표준모형으로는 쉽게 설명되지 않는 ‘광자쌍 초과’ 신호가 고에너지 대역에서 검출되어, 기존 모형에서 알려지지 않은 새 기본입자가 발견된 게 아니냐는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제2차 가동의 초기 실험에서 나온 관측 데이터이기에, 아직 확실한 정도는 떨어진다. 올해에 실험 데이터를 꾸준히 축적할 예정이어서, 새로운 신호가 우연인지 또는 놀랄 만한 새 입자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인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참조]

‘새 기본입자 단서 잡았나?’ LHC 최근 실험 신호관측 2015년 12월16일

http://scienceon.hani.co.kr/348609

00LHC_run2.jpg » LHC의 제2차 가동 실험에서, 표준모형에서는 예측되지 않는 '고에너지 영역대의 광자 쌍(녹색) 현상'이 별개의 두 관측장치에서 동시에 포착돼 새로운 기본입자의 존재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출처/ LHC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계속되는 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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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염기서열을 싸고 간편하고 정확하게 다뤄 변형할 수 있는 기법인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가위’는 이미 몇 년째 생명과학게에서 주목받는 기술로 꼽혀 왔다. 얼마 전에는 과학저널 <네이처>와 <사이언스>가 선정한 2015년의 주목할 만한 과학계 화제 중 1순위로 꼽혀, 유전자 가위 기법이 단지 유망한 기술이 아니라 과학계와 의료계, 사회에 크나큰 영향을 끼칠 만한 잠재력 있는 기술임을 보여주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기존의 유전자 변형 기술에 비해 매우 높은 정확도로 표적이 되는 유전체(게놈)의 특정 염기서열을 자르거나, 자른 뒤에 다른 염기서열을 끼어넣을 수 있는 기법이다. ‘유전자 편집’ 또는 ‘유전자 교정’ 기술로도 불린다. 본래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그 염기서열을 표적으로 추적해 절단하는 미생물의 생물학적인 면역 시스템을 유전체공학의 실험 기법으로 활용한 것인데, 표적이 되는 유전자 염기서열을 찾아가는 ‘가이드 아르엔에이’와 찾아간 표적 염기서열을 자르는 ‘효소’가 한짝을 이뤄 기능하는 시스템이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2016년에 실험실의 기초 연구를 벗어나 여러 질환 연구 등 분야로 응용의 범위를 넓혀갈 것으로 예상된다. 비비시와 네이처는 올해에 자폐증, 조현증(정신분열증), 치매와 같은 인간질환을 구현한 모델동물로서 유전자 가위 기법으로 유전자 편집된 원숭이가 태어날 예정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이밖에도 혈우병 등과 같은 질환에 대한 치료법을 찾는 데에도 유전자 가위 기법을 응용하는 연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점점 본격적인 생명윤리 논란의 주제가 되고 있다. 예컨대 체세포가 아니라 생식세포의 유전체를 변형했을 때 수정된 형질이 대대손손 유전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생식세포에 대한 유전자 가위 연구는 논란의 초점이 된다. 생태계의 유전자 교란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 유전자 가위 기법을 둘러싼 안전성과 생명윤리 논란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참조] 과학기술한림원의 ‘유전자 가위의 명과 암’ 토론회(2015.11.19)에서 발표한 토론문

‘유전자 가위’로도 불리는 크리스퍼/카스9(CRISPR/Cas9) 기술이 지닌 영향력은 이제 실험실 바깥으로 나서고 있는 듯합니다. 간편하고 값싸게, 높은 효율로 특정한 유전자 염기서열을 찾아가 절단하는 기법으로, 유전자 대상 실험에서 연구 효율과 주제를 크게 높이고 넓힌 데 이어, 최근에는 이 기법을 이용한 동식물 개체를 대상으로 한 유전자 변형 실험의 결과도 보고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난치병에 대한 유전자 치료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크리스퍼 기법에 관한 생명윤리와 환경생태 영향 논의가 점차 자주 등장하는 것은, “실험실 기법의 혁신”을 넘어서는 새로운 단계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등장의 속도와 파급의 범위 때문인지 아직 이 기법이 인간 사회와 자연 환경에 어떤 영향을 얼마나 끼칠지에 관해서는 충분한 이해나 논의가 이뤄지지 못한 듯합니다. 최근에 “힝스톤 그룹”(hinxtongroup.org)이라는 국제 생명윤리 전문가모임이 낸 논의 보고서를 보면, 이 기법이 주는 위험/비용과 혜택이 구체적으로 무엇이며 둘 중 무엇이 더 큰지를 가늠하기 힘들기에 규제에도 신중해야 하며 응용에도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의 견해가 제시된 것도 이런 불충분한 이해와 논의의 현황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또한 말라리아 매개 모기 같은 해로운 생물종을 멸종하거나 종 차원에서 유전자 자체를 개조하자는 “진 드라이브(Gene Drive)” 구상과 관련해 최근에 미국과학아카데미(NAS)가 연 워크숍에서도 위험과 혜택에 관한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렸다는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크리스퍼 기법의 사용을 둘러싼 논의는 앞으로 여러 측면에서 이뤄질 것으로 예측됩니다. GMO를 둘러싼 논란을 보더라도, 주로 GMO가 인체에 끼칠 수 있는 안전성 문제에 집중했지만 사실 이밖에도 환경과 생태에 끼치는 영향, 더 나아가 제3세계 농업구조, 다국적 기업의 지배구조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차원의 문제가 현실 사회의 논쟁에서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크리스퍼 기법을 둘러싼 논란에서도 안전성은 중요한 이슈가 되겠지만 넓게는 생명윤리의 문제, 환경생태 영향의 문제, 그리고 지금은 구체적으로 예측할 수 없는 인간사회의 현실 제도와 문화 영역에서도 여러 갈래로 나타날 것입니다. GMO 논쟁에서 보듯이, 이런 다양한 요소들이 충분히 다뤄지지 못할 때 과학과 기술적 요소에 관한 논의만으로 사회적 우려와 논란을 해소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과학 분야를 보도하는 언론매체 직업인으로서 말씀 드리면, 크리스퍼 기법이 아직은 낯선 것이기에 앞으로 논란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그래서 다양한 관점의 정보와 논의가 더 많이, 충분히 제공되는 환경이 마련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현재는 “크리스퍼 기법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답하는 보도가 주류를 이루지만, 점차 “그것은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가” “어떻게 사용될 때 적절한가”라는 물음이 뒤따라 제기될 것이기에, 이와 관련한 다양한 전문가 취재원과 정보들이 국내 매체에서도 많이 다뤄져야 할 것입니다. 대체로 보아, 지금 언론매체에서 크리스퍼 기법은 주로 과학 보도의 관심사에 머물러 있으나 점차 이슈는 사회적으로 확장할 터이고 이에 따라 미디어 보도도 과학의 영역을 넘어서서 확장할 것입니다. 과학적 기법에 관한 기술적인 정보나 설명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며 더 넓은 맥락의 물음에 대해서도 크리스퍼 기법이 설명되어야 합니다. 값싸고 간편한 크리스퍼 기법은 누가,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가, 부작용은 충분히 예측 가능하고 제어 가능하며 회복 가능한가, 좀 더 구체적으로는 ‘진 드라이브’처럼 종 자체의 유전자 구성을 바꾸는 것이 일으킬 문제는 예측 가능하고 대처 가능한가, 또한 크리스퍼 유전자 치료는 안전성의 문제에 국한되는가, 그밖에 제기될 다양한 사회적 이슈는 무엇이며 어떻게 다뤄져야 하는가와 같은 복합적인 논쟁을 불러일으킬 것입니다.

사회적 논쟁을 보도하는 언론매체는 당연히 논쟁하는 여러 당사자들의 새로운 정보를 전하려고 노력하며 또한 논쟁의 자원을 확장하고 정리하며 적절한 의제를 형성하고 담아 나가려고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크리스퍼 기법의 발전과 정착 과정은 과학과 기술 요소의 발전이면서 동시에 많은 정보, 많은 참여자의 논의, 많은 관심을 다루는 사회적 논의의 과정입니다. 물론 이런 논의는 국지적인 게 아니라 지구촌 차원의 문제이고, 정책결정자들이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문제이겠지만, 크리스퍼 기법이 끼칠 파급의 속도와 범위를 생각한다면 이와 관련한 다양한 사회적 논의에 호의적이며 개방적인 관심과 분위기가 자연스럽고 필수적인 것으로서 우리사회에서도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오철우]



중력파 검출 선언 드디어 나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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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0주년을 기념한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1915)에 의해 예측되어 이제는 그 존재가 사실상 받아들여지면서도 실제로는 직접 관측되지 않은 중력파의 실체가 마침내 올해 드러날까? 감도를 대폭 높인 중력파 검출 시설인 ‘차세대 라이고(Advanced LIGO)’가 지난해 9월 가동하면서 아주 미약한 중력파 신호의 검출이 곧 확인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참조]

“중력파 검출연구에 한국도 기여...2, 3년 뒤 첫검출 기대” 2013년 1월 17일

http://scienceon.hani.co.kr/77912


‘시공간이 출렁임’으로도 표현되는 중력파는 중력이 시공간을 휘게 만들면서 생기는 시공간의 파동이지만 다른 기본힘에 비해 너무나도 미약해 지상의 중력에선 관측할 수 없기에 그동안 우주에서 날아오는 중력파를 검출하려는 시도가 계속됐다. 1970년대에 천체 관측에서 중력파의 존재는 간접 확인됐으나 지금까지 그 파동을 직접 검출한 적은 없다. 중력파 검출 시설로는 미국의 라이고(LIGO)와 유럽의 버고(VIRGO)가 가동해 왔는데, 라이고가 검출 감도를 10배 높여 지난해 9월부터 새로이 가동하면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영국 방송 <비비시>의 뉴스 보도를 보면, 일부에서는 차세대 라이고가 이미 중력파 신호를 검출했다는 소문도 돌고 있으나 아직 공식 선언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이다. 이론물리학자 킵 손은 “실험에서 (중력파가) 검출되지 않는다면 그건 매우 놀라운 일이 될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중력파 검출에 자신감을 보였다. 라이고를 중심으로 한 ‘라이고과학협력단(LSC)’에는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도 2009년부터 참여하고 있다.


[참조] 사이언스온 인터뷰 (이형목 서울대 교수), 2013.1.17

중력파라는 건 무엇인가? 중력의 여파인가, 중력의 원천인가?
 이형목 교수: 전기장이 흔들릴 때 나타나는 전파적 현상을 빛(전자기파)이라고 정의한다면, 중력파는 중력장이 흔들릴 때 나타나는 전파적인 현상을 말한다. 빛 속도로 전파되며 거기에는 진동수가 있다. 잔잔한 물에 돌을 던지면 물결이 일고 거기에 파가 생기는데, 파는 일정 속도로 전파된다. 중력파도 중력의 변화로 생기는 중력장의 흔들림이 전파되는 것이다.

중력장의 출렁임을 보여주는 게 중력파라면, 중력파는 시공간의 출렁임이라고 바꿔 말해도 되는가?
 그렇게 말할 수 있다.

중력파를 검출하는 거대 장비인 라이고의 원리가 궁금하다. 어느 설명 자료를 보니, 레이저 빛을 이용하며 반도금거울이 있고 직각을 이룬 두 개의 긴 원통 끝에 반사거울이 달려 있고, 또한 빛의 간섭 현상을 이용한다는데…(아래 그림 참조).
  “중력파의 신호를 직접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 라이고와 같은 레이저 간섭계를 기반으로 한 중력파 검출기이다. 라이고는 직각을 이루는 4 킬로미터 길이의 두 팔(arm)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팔은 레이저 빛이 지나가는 진공의 터널이며 팔의 양쪽 끝에는 레이저를 반사할 수 있는 거울이 장착되어 있다. 따라서 만약 중력파가 이 검출기를 휩쓸고 지나간다면 두 팔 끝에 달린 거울이 영향을 받아 서로 다른 길이만큼 움직이게 된다. 그리고 반사되어 돌아오는 레이저가 합쳐져서 들어올 때 양쪽 팔의 경로차로부터 생겨나는 간섭무늬를 통해 중력파의 신호를 감지하게 된다.”(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의 2010년 보도자료의 설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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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파가 실제로 검출된다면 무엇이 달라지나?
 먼저 물리학의 관점에서 말하면, 중력파의 존재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에서 검증되지 않은 마지막 관문이라고 볼 수 있다. 중력파의 존재 자체를 의심하는 사람은 지금 거의 없지만, 실제 검출되면 일반상대성 이론을 검증하는 근거가 된다. 물론 이런 의미 한 가지를 위해서 거대과학인 중력파 검출 실험을 하는 것은 아니다. 중력파가 검출되고 또 계속 검출되면 중력파의 속성 연구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천체 연구에도 크게 응용될 수 있다. 현재 천체 연구는 대부분 빛을 이용하는데, 중력파를 검출하면 중력파가 우주를 보는 새로운 망원경 구실을 할 것이다.
 빛(전자기파)과 더불어 중력파도 우주 관측 수단이 되어 강한 중력장과 관련한 많은 천체 현상을 관측할 수 있게 된다. 예컨대 블랙홀의 생성이나 충돌, 중성자별의 충돌을 중력파로 관측할 수 있다. 또 우주론 차원에서 말하면, 우주에는 (우주 초기 시대를 엿볼 수 있는 흔적으로서) 우주배경복사라는 게 있는데, 이것 말고 우주배경중력파라는 것도 있다. 우주배경복사는 우주 탄생 38만 년 이후를 보여주지만, 배경중력파는 그 이전의 시기도 보여준다. 물론 차세대 라이고가 배경중력파를 관측할 정도의 감도를 지니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계속 더 높은 감도의 중력파 검출기가 만들어진다면, 가능한 일이다. 그러면 중력파 검출기는 우주 탄생 직후의 순간을 직접 관측하는 수단이 될 것이다.



올해의 화제 행성은 화성과 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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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2016juno.jpg » 목성 탐사선 주노(JUNO)의 상상도. 출처/ NASA 2015년에 지구촌의 뉴스를 장식했던 천체가 명왕성과 세레스였다면, 새해에는 목성과 화성이 화제의 행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태양 둘레를 각자의 궤도에서 공전하는 지구와 화성이 매우 가까워지는 시기이기에 화성 탐사하기에도 좋은 해로 꼽힌다. 이때를 맞춰 유럽우주국(ESA)은 3월에 화성 탐사 우주선 ‘엑소마스(ExoMars)’를 발사한다. 7개월 가량 우주 비행을 거쳐 11월께 엑소마스는 화성 궤도에 들어, 화성의 대기 성분을 주로 분석할 예정이다. 화성 표면에 착륙선도 내려보낼 예정이지만 탐사로봇처럼 흥미로운 볼거리를 전해줄 것 같지는 않다. 착륙선의 임무는 본격적인 화성 표면 탐사가 아니라 착륙 기술을 시험하는 정도에 머물 예정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발사한 목성 탐사선 ‘주노(JUNO)’가 7월에 목성 궤도에 도착해 흥미진진한 영상들을 지구촌에 보내올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혜성 67P과 함께 비행하며 혜성 탐사 임무를 수행해온 탐사선 로제타는 그동안의 활약을 마무리하고서 9월께 수명을 다해 그동안 탐사해왔던 혜성 속으로 사라진다.



주목받는 비공인 지질시대 ‘인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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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지구에 끼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기후변화의 주요 요인 중 하나가 인간의 경제활동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일 정도로 인간은 이제 지구 규모에서 자연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더 나아가 인간 활동이 새로운 지질시대를 열었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현재의 지질시대인 ‘신생대 제4기의 현세(홀로세, Holocene)’와는 구분되는 ‘인류세(Anthropocene)’로 지금 시기를 불러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화석연료 연소가 대기 조성을 바꾸고 플라스틱이 암석의 일부가 되며 희귀 방사능 핵종이 이전 시대와 다른 규모로 쌓이는 것처럼 지구 차원의 지질에 이전 시대와 구분되는 특징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인류세는 일부 지질학자들이 주장하는 비공식 용어일 뿐이다. 그런 ‘인류세’라는 이름을 정식 학술용어로 인정받기 위한 시도가 올해에 이루어진다. 영국 레스터대학의 얀 잘라시에비치(Jan Zalasiewicz) 교수가 이끄는 연구그룹은 지질시대를 공인하는 국제층서위원회(ICS)에 ‘인류세’ 지정을 요청하기 위한 증거와 자료를 수집 중이라고 한다. 새로운 지질시대를 공인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고 실제로 ‘인류세’가 공인될 가능성도 그리 크지는 않아 보이지만, 학계의 이런 움직임은 인류가 지구 지질에 끼치는 영향이 이미 커졌음을 보여준다.


[참조]

플라스틱 돌덩이는 새 지질시대 ‘인류세’의 지표석? 2014년 6월 11일

http://scienceon.hani.co.kr/169992

[참조] '플라스틱 섞인 암석' 보고 논문에서 발췌 (2014. 6. 11 보도)

비공인 ‘인간세’ 지질시대
(INFORMAL ANTHROPOCENE EPOCH)

지질시대 구분에 따르면, 우리는 현재 현세(Holocene)에 살고 있다. 그렇지만 크루첸과 스퇴머(Crutzen and Stoermer, 2000)는 18세기 후반부터 현재에 이르는 시기를 표현하는 용어로 ‘인류세(Anthropocene)’를 제안했다. 다른 연구자들은 이 비공인 시대가 이와는 조금 다른 시간대에 출현했다고 생각하지만(Ruddiman, 2003; Doughty et al., 2010), 이들도 인류세가 지구의 생물물리계와 인간의 상호작용에 의해 특징을 보여주는 시대라는 데 동의한다(Zalasiewicz et al., 2011; Syvitsky, 2012).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데 사용되는 지질학적 증거는 현세의 얼음 시추시료(ice core)와 토양 프로파일(soil profile)에서 나온다. 예를 들어, 얼음 시추시료에서 측정된 메탄 농도는 약  5000년 전에 증가세를 보여준다. 이는 몬순순환이론(orbital-monsoon cycle theory)에 바탕을 둘 때 예상되는 당시 메탄(CH₄)의 감소세와는 반대의 증가세이다. 러디먼과 톰슨(Ruddiman and Thomson, 2001)은 이런 메탄(CH₄)의 이례적 상승이 유라시아에서 이뤄진 초기 농업활동과 연계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얼음 시추시료에서 밝혀진 약 8000년 전의 대기중 이산화탄소 증가는 초기 삼림개간의 결과라고 러디먼은 설명한 바 있다.

노르웨이 토탄 습지들에 있는 토양의 프로파일은 지난 300년 동안 유럽에서 납 농도가 증가했음을 보여준다(Dunlap et al., 1999). 기원후 1950년 무렵 이전의 납 농도는 탄광 활동에 기인하는데, 1950년 이후의 젊은 토양에 있는 두번째 납 성분 데이터는 주로 납 성분이 든 가솔린의 연소에서 유래하는 대기중 납과 일치한다. Certini와 Scalenghe(2011)는 인간 유래 토양이야말로 인류세의 “황금못(golden spike, * ‘다른 지질시대를 식별하는 기준’의 의미)”이라는 견해를 내놓았다. 왜냐하면 이런 토양에는 비옥도를 증진하려는 토양 관리 행위의 증거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런 예에는 계단식 구조, 혼합목탄의 형성, 거름, 작물 부스러기, 동물 뼈 등이 포함된다.

대기중 성분과 토양 관리 행위는 인간 유래 활동을 보여줄 수 있는 두 가지 표지이다. 고체 인공물은 상대적으로 소수의 예로서 퇴적 기록에 보존된다(Zalasiewicz et al., 2008). 지구 규모로 상호관련이 있는 목록은 훨씬 더 희귀하다. 우리 행성에서 잘 분해되지 않는 플라스틱 조각들이 지구 어디에나 널려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런 물질이 지구 차원에서 강력하게 보존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연구는 인류세에서 지구 차원의 기준(marker horizon)이 될 만한 강력한 가능성을 지니는, 부분적으로 플라스틱 물질로 구성된 최초의 암석 유형을 제시한다.



중국의 최대 전파망원경, 최초 양자통신시험위성…

중국은 올해 9월에 지름이 500미터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단일 안테나 전파망원경(FAST)을 가동한다. 축구장 30개 규모의 면적이다. 우주의 기원과 외계 지적생명체 탐사에 사용될 예정이다. 오는 6월 무렵에는 이른바 ‘양자통신 기술’을 응용해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관공서를 연결하는 세계 최초 양자통신 시험 위성이 발사될 예정이라고 한다. 중국 과학자들은 이 기술이 실용화하는 데에는 10, 20년가량 더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002016FAST.jpg » 세계 최대 규모로 건설 중인 중국의 전파망원경(FAST). 출처/ FAST

 

기후변화 올해도 가장 더운 해?

해를 거듭하며 ’기상 관측 이래로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된 2014년과 2015년에 이어, 올해 2016년도 기록을 경신해 ‘가장 더운 해’가 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미 영국 기상청은 2016년이 지난해보다 더 더운 해가 될 것으로 내다본 바 있다.


중동의 거대 싱크로트론 등장

2016년 말에, 중동 지역에서 협력 연구의 구심이 될 만한 싱크로트론 입자가속기 세사미(SESAME)가 요르단에서 가동할 예정이다. 네이처 뉴스 보도를 보면, 이 과학시설은 중동 지역에 세워지는 최초의 국제 협력연구 시설이며 이란, 이스라엘 정부와 팔레스타인 당국 간에 이뤄지는 드문 협력사업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지구 미생물 20만종 게놈 연구

네이처 뉴스 보도를 보면, 지상 미생물 20만 종의 염기서열을 해독하자며 2010년부터 시작된 ‘지구 마이크로바이옴 프로젝트(Earth Microbiome Project)’가 그동안의 연구성과를 종합하는 결과물을 올해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생물다양성의 놀라운 세계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수면 조절 유전자 연구 진전

네이처 뉴스 보도는 올해에 주목할 만한 연구로 ‘잠이 드는 데 관여하고 잠을 지속하는 데 중요하게 관여하는 유전자들’이 규명될 것으로 기대하면서 이런 발견이 수면과 관련한 질환이나 수면 패턴과 연관된 정신질환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그밖에 땀이 배인 수많은 발견들…말을 모으는 수많은 논의와 화제들…그리고 과학이 살아가는 이야기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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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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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사이언스온 | 2017. 12. 11

    미래/과학/기술/환경 뉴스와 비평, 연재물 서비스사이언스온 옛 글들은 지금처럼 접근 가능합니다 독자님들께안녕하세요. 그동안 작은 도전이었던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의 필자들을 격려해주시고 또 웹진을 사랑해주신 모든 독자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

  • “언어사용 패턴은, 몸의 스트레스 보여주는 지표”“언어사용 패턴은, 몸의 스트레스 보여주는 지표”

    뉴스오철우 | 2017. 11. 07

    특정 언어사용패턴과 스트레스 관련 유전자발현 사이에 ‘상관성’“무의식적 언어패턴이 의식적 자가보고보다 측정정확도 더 높아” 일상언어 사용의 패턴이 말하는 이 자신도 잘 모르는 몸의 스트레스 반응을 알려주는 지표로 사용될 수 있다는 연구결...

  • 정교해진 유전자가위…‘염기’ 하나만 바꾼다정교해진 유전자가위…‘염기’ 하나만 바꾼다

    뉴스오철우 | 2017. 11. 07

    ※ 이 글은 한겨레 11월6치 '미래&과학' 섹션 지면에 실렸습니다. 지면 편집 과정에서 분량을 줄이기 이전 원고를 사이언스온에 올립니다. 편집 과정에서 달라진 부분이 있습니다.정교해진 유전자가위염기 하나만 바꿔치기[미래&과학] 주목받는...

  • ‘노화는 불가피하다 -논리적으로, 수학적으로’‘노화는 불가피하다 -논리적으로, 수학적으로’

    뉴스오철우 | 2017. 11. 03

    수학적 모형 분석 논문 ‘눈길’세포간 경쟁과 선택, 노화와 암의 ‘딜레마’ 같은 상호관계 다뤄‘노화는 불가피하다. 논리적으로도, 이론적으로도, 수학적으로도 노화를 멈추는 것은 불가능하다.’노화를 일정 정도 늦출 순 있어도 멈출 순 없다는 ...

  • 염기 하나만 바꾸는 단일염기 수정기법의 '확장'염기 하나만 바꾸는 단일염기 수정기법의 '확장'

    뉴스오철우 | 2017. 10. 26

    시토신-구아닌 쌍을 티민-아데닌 쌍으로 ‘점 수정’ 이어아데닌-티민 쌍을 구아닌-시토닌 쌍으로 수정기법 개발하버드대학 리우 교수와 MIT 펑 장 교수 각각 성과 발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법의 기본 원리를 이용하되 디엔에이(DNA) 두 가닥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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