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850만과 과학 수다를 나누는 소셜 미디어’
페북 사용자 1인 시작한 '가벼운 과학 화제와 농담'
대중적 흥미, 호기심 바탕으로 지구촌 구독자 확산
» '아이 퍼킹 러브 사이언스' 페이지의 대문.
최근 과학과 관련된 농담과 화제를 전하면서 무려 854만 명(11월18일 현재)의 구독자를 확보하며 성장 중인 페이스북 페이지 <아이 퍼킹 러브 사이언스(I fucking love science, 이하 IFLS)>가 독특한 과학 미디어로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곳에선 수많은 이용자가 ‘댓글 달기’와 ‘공유하기’를 통해 과학을 소재로 소통하고 있다.
이 페이지는 2012년 3월 영국의 20대 운영자인 엘리스 앤드류(Elise Andrew, 24)가 과학기술과 관련된 가벼운 농담을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시작됐다. 농담처럼 시작된 이 페이지는 현재 인터넷에 떠도는 재미있고 유쾌한 농담이나 삽화, 사진, 그리고 기발한 동영상을 소개하거나 새로운 연구성과나 과학기술에 관한 최신 소식을 공유하면서 빠르게 성장해왔다.
"과학에서 들을 수 있는 가장 흥미진진한 말은, 새로운 발견을 알리는 그런 말은 '유레카!'가 아니라 '거 참 재미있네'다"라는 아이작 아시모프의 말을 페이스북 페이지의 대문에 걸어두고서, '과학은 어렵고 따분하다'는 인식을 깨고자 한다는 이곳 페이지에는 일반인도 많이 참여한다. 이용자들은 댓글을 통해 가벼운 농담과 화제를 함께 나누고 질문을 주고받거나, 친구를 초대하고 자신의 타임라인에 게시물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점차 더 많은 이용자를 불러들이고 있다. 예컨대, 두 남녀가 싸우며 ‘감기에 걸렸어 항생제가 필요해..’ ‘바보야 그건 바이러스야!’ 라는 대화를 나누는 게시물에는 ‘맞는 말이지만 감기 후유증으로 세균 감염이 생길 수도 있다’는 반응처럼 추가 정보를 나누거나 ‘우리 병원 정문에 붙여놓겠다’ 는 등 세계 각지에서 날아드는 수많은 댓글이 이어졌다. 또한 흙 속에서 분해되는 화분으로 만든 유골함을 소개하는 게시물은 26만 건의 공유하기를 기록하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얻었다.
이 페이지의 운영자가 젊은 여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운영자가 처음 알려진 당시 일부 사람들은 여성 운영자에 대해 외모를 두고 놀리거나 성차별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기도 했다. 그러나 이어 더 많은 구독자들 사이에 자정 분위기가 일었고, 점차 인기 있는 과학 페이지로 자리매김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의 인터뷰 보도에 따르면, 이 페이지 구독자는 지금도 빠르게 늘어나 하루에만 1만 명 이상의 신규 구독자가 생겨나고 있다. 최근엔 국내에도 꽤 알려져 과학에 직접 관심을 두지 않던 일반인 사이에서도 퍼지고 있으며 다른 소셜 미디어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다시 실리고 있다. 이 페이지에 링크가 되면 미국항공우주국(NASA)을 비롯해 많은 사이트들에 엄청난 트래픽이 몰릴 정도라고 한다.
운영자 앤드류는 <가디언> 인터뷰에서 “대중에 설교하는 방식의 과학 소통이 안타까웠다”며 “배워야 하는 게 아니라 배우고 싶은 멋지고 재미있는 과학을 보여줄 수 있는 소셜 미디어는 새로운 기회”라고 말했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우리 삶은 윤택해졌지만 그만큼 일반인이 전문화한 과학기술의 지식을 따라가며 이해하기는 더 어려워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 페이지는 오히려 이런 흐름을 거슬러 단순한 매체를 통해 언제 어디에서나 쉽고 편하게 접근해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면서 호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과연 IFLS는 지속가능한 미디어가 될 수 있을까? 지난 역사를 보더라도 갖가지 소셜 미디어가 시대 흐름을 타고서 짧은 기간에 생성, 발전, 소멸을 되풀이했다. IFLS가 같은 길을 걷지 않으려면 정보기술의 빠른 흐름에 대비하면서도 대중과 소통하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런 진단과 처방이 있었는지 최근에 이 매체는 같은 이름의와 유투브 채널을 따로 열었다. 다른 곳에서 생산된 글, 사진, 동영상 등의 링크를 소개하고 중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젠 직접 생산하고 유투브 채널도 독립적으로 운영한다는 목표라 한다. 페이스북 친구들 사이에 수많은 ‘좋아요’를 얻어온 IFLS가 앞으로 어떤 식으로 발전할지는 관심거리다.◑
김수현/ 직장인, 사이언스온 필자그룹 '과감' 회원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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