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행성 대기 연구 아직 걸음마...불확실성 많아”

한 천체물리학자가 전하는 ‘외계행성 연구의 현주소'
"한계 지닌 현 연구도구론 행성 대기 결론 신중해야"


00exoplanet.jpg » 항성 둘레를 돌고 있는 외계행성의 상상도. 출처/ ESA/C. Carreau


계행성에 관한 연구 소식은 늘 흥미진진한 뉴스거리다. 태양계 바깥에서 지구 크기 또는 지구 닮은 행성을 찾으려는 노력이 이어지면서 그동안 수많은 외계행성들이 발견됐고, 그래서 이제는 외계행성 발견만으로는 부족하고 이런저런 흥미로운 특징을 띤 행성을 발견했을 때에야 뉴스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정도다.


최근에는 "날마다 계절을 바꾸는 외계행성을 발견했다"거나 "외계행성 대기의 온도를 측정했다"처럼 행성 대기의 특성을 밝히는 연구 소식들이 주목받곤 한다. 거기엔 실제 연구의 불확실성을 밀어내는 지나친 단순화와 과장이 섞이진 않았을까? 


한 천체물리학자가 외계행성 대기 측정 연구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아직 외계행성 대기 연구가 걸음마 수준이라 그런 연구에는 불확실성이 크다고 경계하는 글을 학술지에 발표했다. 외계행성 대기를 연구하는 애덤 버로우스(Adam Burrows) 프린스턴대학 교수(천체물리학)는 최근 외계행성 연구의 현주소를 정리한 리뷰 성격의 논문을 <미국과학아카데미 회보(PNAS)> 온라인판에 냈다. 그의 글은 자주 외계생명체의 존재 가능성과 관련해 대중적 관심사로 떠오르는 외계행성 연구가 현재 어느 정도 수준에 와 있는지, 한계와 극복과제가 무엇인지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만하다. 그가 발표한 논문("외계행성 대기를 보는 창으로서 스펙트럼")과 프린스턴대학이 따로 낸 보도자료("과장이 만연한 외계행성 연구에는 인내와 정교함이 필요하다")의 일부를 정리했다. 


* * *


태양계 바깥에 있는 외계행성을 찾으려는 노력은 1990년대 중반 이후에 천문학계의 큰 이슈가 되면서, 그동안 많은 수의 행성들이 발견됐고 우주에 지구 닮은 외계행성은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하지만 기대와 희망과는 별개로 그런 행성의 특징을 규명하는 데에선 지금까지 아주 작은 성과만을 이루었을 뿐이라고 그는 평가한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외계행성 대기와 관련해 찾아낸 확고한 사실(hard facts)은 적다”고 말했다.


“외계행성 연구는 1995년 이래 기하급수로 증가했다. 이런 흐름은 단기적으로 보아 줄어드는 징후를 보이지 않고 있다. 천문학자들은 태양계 행성 수보다 100배 넘게 많은 행성을 태양계 바깥에서 발견했고 잠정적인 연구물을 내놓았다. 암석으로 이뤄진 지구와 유사한 행성, “수퍼 지구”, “수성 닮은 행성”, 거대 행성을 비롯해 크고작은 질량과 지름을 지닌 행성들의 통계와 궤도 분포 연구물이 빠른 속도로 등장하고 있다. 그렇지만 행성 대기를 이해하는 일은 행성 자체뿐 아니라 행성의 형성, 진화, 그리고 거주가능성(habitability)을 이해하는 데 필수조건이 된다. 지금은 그런 목표 실현에 아직 멀리 떨어져 있다. 행성들의 열, 성분(조성), 공전 패턴의 특성을 규명하려는, 지상과 우주의 여러 시도가 있었지만 지금까지 수집된 데이터는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실용성이 극히 적은(of marginal utility) 것이었다.”(PNAS 논문)


왜 이처럼 행성의 대기를 파악하는 일은 어려운 과제일까? 왜 외계행성은 많은 수로 발견했지만 개별 행성의 대기 특성을 규명하는 연구성과는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한 것일까? 행성 연구가 항성 연구에 비해 훨씬 더 복잡하고 난해한 이유를 그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외계행성 특성 연구는 엄청난 도전이다. 그렇게 풀이하는 것은 외계행성이 지닌 중요한 측면이 '행성은 항성이 아니다'라는 점 때문이다. 행성은 저마다 특성을 지니며 항성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일단 항성의 질량과 금속성질(metallicity)이 파악되면 항성의 주요 속성은 규명된다. 대부분 항성은 원자와 그 이온으로 이뤄진 대기를 지닌다. 그렇지만 행성은 행성의 형성을 보여주는 원소 성분구성, 그리고 누적적인 지질물리의 역사를 간직한 분자 수준의 대기를 지닌다. 비등방적인 항성 복사열, 구름, 자전은 행성의 대칭성을 심각하게 깰 수 있다. 구름 자체가 다양한 수준의 복잡성을 가져오는데, 이는 우리 지구에서도 다 규명되지 못했다. 분자는 원자보다 훨씬 더 복잡한 스텍트럼을 지녀 100배 내지 1000배나 더 많은 스펙트럼 선을 지니며, 복사열을 받는 천체(행성)는 상층에서 복잡한 광화학 과정을 겪는다. 항성 대기 연구가 한 분야로서 진화하는 데 최대 100년의 시간이 걸렸는데도 여전히 이 분야는 …불확실성에 의해 도전을 받고 있다. …그러므로 외계행성에 관한 상세한 연구에 필요한 필수 이론은 현재 초기의 유아기에 놓여 있다고 말하는 게 적당할 것이다.”(PNAS 논문)


행성 대기 연구는 그리 오래 되지 않은 신생 분야인데다 훨씬 복잡한 요인들이 행성들마다 독특한 역사와 환경을 만들고 있기에, 아직은 행성과학 분야에서 견고한 이론과 데이터 수집이 많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그는 전한다. 현재 행성 대기 연구에 쓰이는 관측과 분석 도구에도 한계가 있다고 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현재 외계행성과 행성 대기 연구에 쓰이는 주된 방법은 비교적 가까운 태양계 행성이나 밝게 빛나는 항성들을 연구하는 데에 적합한 도구들이지 수조 킬로미터 이상 멀리 떨어진 데다 어둡고 복잡한 행성 천체를 분석하는 데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 외계행성 대기를 규명하려는 연구의 대체적 수준은, 어둑한 해질녁에 멀리 떨어진 도시의 윤곽을 촬영한 낮은 해상도의 영상을 이용해서 그 도시의 대기나 건물의 모습을 추론하고 비가 얼마나 오는지 규명하려는 것과 비슷하다고, 버로우스 교수의 논문을 소개한 프린스턴대학 보도자료는 전했다.(프린스턴대학 보도자료)


그는 현재 외계행성 대기 연구들이 제시하는 결론의 상당수가 미래에 더 좋은 관측 도구가 개발되어 활용할 수 있게 될 때에는 뒤집힐 수 있는 불확실성을 지닌다고 지적한다. 불확실한 연구 자료에서 너무 앞선 결론들을 도출하고 이런 결론에 지나친 확실성을 부여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므로 일단 고성능에다 미세조정된(well-calibrated) 안정적 스펙트럼을 가시광선에서 중간적외선에 이르는 폭넓은 파장대에서 언젠가 사용할 수 있게 되면, 외계행성 대기에 관한 근래의 많은 결론은 뒤집힐 것이다. 현재의 해석과 이론은 미래에도 변함없이 살아남을 정도로 굳건하지는 않다."(PNAS 논문)


그러니 외계행성의 대기를 충분히 연구하고 이해하는 데에는 훨씬 더 많은 시간과 자원과 인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외계행성은 흥미롭고 대중적인 주제이지만 연구 결론의 불확실성에서 너무 동떨어져 '과장'이 생겨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이런 연구주제에는 과장이 많고 합리적이지 않은 열광이 많다. 대중미디어는 우리 연구자들이 이해하는 것을 실제보다 더 훌륭한 것으로 그린다. 크게 본다면 대중미디어는 그런 흥미진진함을 만들어내어 천체물리학계와 대중을 긍적적으로 연결해줄 수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연구의 결론을 너무 크게 과장하지 않아야 한다.”(프린스턴대학 보도자료)


그는 현재의 행성 과학은 확실성으로 나아가는 과정에 놓여 있으며, 시행착오를 겪고 훈련을 받으며 새로운 기술, 개념, 이론, 기법들을 검증하고 있는 새로운 세대의 행성과학자들에 의해 점차 성숙해나갈 것으로 낙관했다.


"이 논문 대부분이 전반적으로 경계의 분위기를 담고 있지만, 그래도 나는 미래를 흥미진진하게 바라본다. 과거 20년은 새로운 세대의 외계행성 과학자를 위한 훈련 기간일 뿐이다. 새 세대는 시행착오로 형성되어 왔고 외계행성이 던지주는 새로운 질문들 안에서 교육받았다. 점점 많아지는 이 세대는 새로운 기술, 개념, 이론, 기법들이라는 연구 도구를 검증하고 있으며, 이것들은 미래에 항성계에 얽매이지 않는 진정한 행성과학의 견고한 토대를 구축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항성계를 통해 배우면서도 원격감지 과학(remote sensing science)이라는 행성과학의 독특한 도전과제에 응하는 데에는 아직 최적화되지 않은 채로, 젊은 비교행성학은 현재 빠르게 성숙하고 있는 중이다.”(PNAS 논문)


아직 불확실성의 한계를 지니고 있는 현재의 행성과학에서 외계행성 대기에 관해 과도한 결론을 쏟아내려 하기보다는 새로운 기술, 개념, 이론을 갈고 닦을 새로운 세대를 교육하고 준비하는 것이 오히려 현재 행성과학의 주요 역할일 수 있다고 그는 주장한다.


[논문 초록]


“어떤 행성의 대기를 이해하는 일은 그 행성 자체만이 아니라 행성의 형성과 구조, 진화, 생물체 거주 가능성(habitability)을 이해하는 데 필요조건이 된다. 이런 필요성이 있기에 스펙트럼을 획득하고 중요한 행성 정보를 수집하는 데 쓸 만한 믿음직한 해석 도구를 개발하는 일은 장려된다. 그렇지만 외계행성의 경우에 이런 두 가지 목표는 실현되기에는 아직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이 논문에서 나는 외계행성 이론, 그리고 광도측정을 통한 원거리 감지(remote sensing), 저해상도 분광기에 관한 개인적인 관점을 보여줄 것이다. 이 논문은 비록 총설논문은 아니지만 대기의 조성(성분), 열의 종단면도, 항성 복사의 효과에 관한 우리 지식의 한계를 조명하며, 한 가지에 얽매이진 않겠지만 항성의 전면을 지나는 거대 행성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나는 근래의 외계행성 대기 연구가 행한 진정한 역할은 행성 속성을 변함없이 묶어두는 것이 아니었으며 오히려 신속한 시행착오를 통해 굳건한 외계행성 과학의 견고한 미래 토대를 구축하는 새로운 세대 과학자를 교육하는 것이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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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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