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자기주도 연구의 젊은 정신을 보이라’

젊은 학술대회 야르콥 ‘생명공학도와 선배 과학자의 대화’ 현장(12일)


AYRCOB247 » 황대희 교수(왼쪽)와 리 쿠오빈 교수. 사진/ UST 브랜드전략팀



한국과 중국, 일본, 대만, 싱가포르의 생명공학 전공 대학원생과 박사후연구원들이 10일부터 사흘 동안 대전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에서 연 젊은 자치 학술대회 ‘아시아 차세대 생명공학 및 시스템 바이오 연구자 컨퍼런스 (AYRCOB)’에서, 참석한 100여명 학생들은 12일 학문과 인생의 선배인 초청연사들과 대화의 자리를 열었다. 황대희 포스텍 화학공학과 교수리 쿠오빈(Kuo-Bin Li) 대만 국립양밍대학 교수가 참석해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이날 대화는 주로 생물정보학이라는 개척적인 학문 분야를 연구하는 데 뒤따르는 어려움과 고민, 그리고 연구자의 자세 등에 관한 것이었다.



AYRCOB248


야르콥 초청연사와 젊은 연구자들의 대화

8월12일 오후, 대전 UST에서







[통역 박재인, UST 브랜드전략팀]




사회자(양성우 과학기술연합대학원 박사과정) :  왜 한국에서 생물정보학(Bioinfomatics) 연구를 선택했나?


황대희 교수(포스텍) :  사실 잘 모르겠다. 학사 3학년 때 수학과로 바꾸려고 했지만 교수님이 허락하지 않아 군대에 갔다. 프로세스 엔지니어링이나 화학 엔지니어링 전공을 하고 싶지는 않아, 미국에 갔다. 공부가 하고 싶어 생물정보학을 선택했다. 최선의 선택이었다기보다 (내게 맞지 않는) 프로세스 엔지니어링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엄청난 동기 부여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지금 이 일을 즐기고 있고, 그게 중요한 거 아닌가.


리 쿠오빈 교수(Kuo-Bin Li, 대만 국립양밍대학교) : 2000년에 생물정보학을 시작했다. 그 전에 일하던 반도체 공장에서 일을 그만뒀다. 10년 전에도 대만에는 반도체 회사가 많았고 월급도 많이 줬다. 나랑 함께 졸업한 동기생의 3분의 1이 반도체 회사로 갔다. 그렇지만 나는 그 일이 하고 싶지 않았는데, 교대 근무를 하는 것도 싫었고 압박이 많은 것도 싫었다. 내가 원하는 건 이런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에, 생물정보학과 관련해서 대만 정부출연구소가 채용 공고를 낸 것을 봤다. 생물정보학 분야에서 내 경험은 없었지만 운이 좋게도 그 일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생물정보학을 시작하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처럼 시작부터 생물정보학을 하려고 한 건 아니다. 우연의 일치라고 해두자.


사회자 : 후회한 적 없나?


리 :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는 것을 택했다면 지금쯤 은퇴했을 거다. 지금보다 10배는 일을 더 열심히 해야 했을 테니 지금쯤이면 은퇴할 때가 됐을 수도 있다. 가끔 후회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 지금 하는 일을 즐기고 좋아한다.



10년 뒤의 나


:  여러분들에게도 질문이 있다. 10년 뒤에, 여러분 중에서 몇 명이나 생물정보학을 계속 연구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손 들어봐라. 그래, 거기 손 든 학생. 어떤 종류의 생물정보학 전문가(bioinfomatician)가 되고 싶은가? 다양한 측면에서...


학생 : 박사과정 1년차이지만, 지도교수 님과 얘기하면서 조언을 얻었다. 계속해서 연구를 하고 싶고 다른 나라에서 인턴을 하거나 하는 경험도 갖고 싶다.


황 : 내가 학생들한테 항상 던지는 질문이다. 학생이 내 사무실에 오면 항상 같은 질문을 한다. 10년 뒤에 어떤 과학자가 되고 싶냐고. 첫째는 어떤 과학자가 되고 싶냐 하는 것이고, 그 다음이 학계에 남느냐 업계에 남느냐 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여러분의 꿈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많은 학생들이 답변을 하지 못한다. 내가 말했듯이 생물정보학은 내가 어쩌다 하게 된 선택이다. 어떤 학생은 생물정보학을 엄청 좋아해서 선택하기도 한다. 아시아에 있는 생물정보학 전문가는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보다 그 수가 적은 것이 사실이다. 엄청나게 많은 양과 종류의 자료가 있는데 그 중에서 가치 있는 것을 찾아내는 것이 생물정보학이 하는 일이고, 그래서 이 학문이 중요성을 갖는 것이다. 여기에 있는 학생 중 얼마나 많은 학생이 계속해서 이 분야에 남아 연구하고 싶은지 궁금하다.


사회자 : 내 관점에서 얘기하면, 대학에서 생물학을 정말 싫어했다. 나는 생물학이 자료를 관찰하고 결과를 계측해서 계속 외우는 것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른 전공을 선택했다. 어쩌다보니 학교에서 일자리를 얻었는데, 게놈 시퀀싱(DNA 염기서열 분석)에 대해 알게 되었다. 관심이 생겼지만, 생물정보학을 선택할 것인가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진짜 구직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근데 또 다른 일을 하고 싶었다. 엑스레이 기계를 만들고 캣스캔 하고 그런 것들... 그리고 지금은 생물정보학이 좋아졌고 길을 바꾸기에도 내가 너무 나이가 든 것 같다. 그래서 그냥 즐기려고 한다. 다른 학생들 생각은 어떤가?


학생 : 내가 10년 뒤에도 생물정보학을 하고 있을 것 같냐는 질문에 나는 손을 들지 않았다. 그 때쯤이면 더 이상 이 학문도 새로운 학문이 아닐 것이기 때문에 손을 들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생물정보학과 관련해 일을 하는 것을 즐기고 있다. 아시아인들이 생물정보학에 관심이 별로 없다고 했는데 다른 분야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1997년에 갑자기 중국에서는 부모들이 생물학이 미래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생물학과 입학시험 성적이 치솟곤 했다. 돈을 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단순히 외국으로 진출하기 쉬워 보여서 생물학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정보기술(IT) 분야로 진출하려고 한다. 10년 뒤라면 생물정보학도 많이 발전했을 거고, 그래서 그 직업을 택하는 것도 편해지리라 생각한다. 두 분 연사가 모두 생물학 전공을 하지 않은 점이 더 흥미롭다.



나의 연구주제


AYRCOB249황 : 지도교수가 흥미롭다고 생각하는 연구 과제를 준다. 하지만 학생들은 다른 의견이 있고, 더 재미있는 주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생물정보학에도 어떤 트렌드가 있다. 그래서 몇 년 뒤에는, 지금 흥미로웠던 주제가 갑자기 지루해지기도 한다. 많은 학생들이 지도교수가 주는 주제는 지루한 것이고 스스로 떠올린 훨씬 흥미로운 주제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여기선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그렇게 생각하나?


사회자 : 내 경우에, 1년 전 쯤에 네트워크 생물학을 하고 있었다. 그 연구를 3년 정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네트워크 생물학이 아닌 스트럭처(구조) 생물학으로 갑자기 팀이 바뀌었고, 그게 너무 싫었다. 내게 주어진 연구주제가.... 팀장은 항상 이걸 해라 저걸 해라 했다. 그에게 맞서고 싶지 않아 그냥 받아들였다. 일단 받아들이고 그 다음에 내 방식을 제시했다.


황 : 내 말이 그것이다. 학생들은 (주어진) 연구주제를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세상이 바뀌진 않을 테니 그냥 한다는 생각으로 흥미도 없는 주제를 그냥 하곤 한다. 이 질문을 하는 이유는 내 학생들이 그러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나는 천재도 아니고 아이디어를 내는 단 한 사람이지도 않다. 학생들이 연구주제를 제시하고 그래야 한다. 매사추세츠공대(MIT)에 있을 때, 진짜 이상한 점은 그들이 다 최고라고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이상한 질문을 하고도 엄청난 질문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창의적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주어진 연구주제에 맞서고 하면서 발전할 수 있는 것 같다. 아시아의 문화인지는 모르지만 한국에서 학생들은 대부분 그냥 보스가 주는 아이디어를 받아들인다. 세상을 이끌고 싶다면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가야 한다.



질문을 즐기기


사회자 : 리 교수 님도 한 말씀 해주시면.


리 : 내 생각에 많은 학생들이 (주어지는) 연구주제들을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손을 들지 않은 것 같다. 언젠가는 졸업해야 한다. 스스로 실험실에서 연구하고 성과를 내고 해야 한다. 이게 인생이다. 이게 엄청난 문제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누구나 이런 과정을 거쳐야 하지 않나. 어떤 나이가 되면 인생을 뒤돌아보고 생각한다. 내 생각에, 대만이나 중국 학생들을 보면 매우 수줍고 조용하다. 질문을 하거나 해서 스스로 또는 발표자를 당황하게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반드시 질문을 하고 답변을 듣고 해야 한다. 수줍고 그런 문제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여러분은 학생이기때문에 질문할 권리를 갖는다. 교수가 되거나 하기 전에, 질문하는 것과 학생이라는 것을 즐기기 바란다.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사회자 : 두 분 연사의 조언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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