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 고리 깨어나나?’ 우려할 근거 아직 없다

“일본과 에콰도르 지진은 지각판 달라 연관성 없어”

20년 간 연간 방출 지진에너지 방출량 대체로 일정


도움말: 이윤수 지질연 책임연구원

00seismology0.jpg » 지구에서 지진과 화산 활동이 잦은 지역은 태평양을 둘러싸고 벨트처럼 이어져 있다. 이런 벨트 지대를 '불의 고리(Ring of Fire)'라고 부른다. 출처/ USGS


칠 사이에 일본 구마모토 현과 남미 에콰도르에서 규모 7을 넘는 강진이 잇따르면서, 태평양을 둘러싼 이른바 ‘불의 고리’ 지대에서 지진과 화산 활동이 활발해지는 전조가 아니냐는 우려가 대중매체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지질학자들은 두 사건이 별개의 지각 활동으로 일어난 것이기에, 시기가 우연히 일치했을 뿐이지 연관해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00seismology6.jpg ‘불의 고리(Ring of Fire)’는 지진과 화산 활동이 가장 잦은 지역이 태평양을 둘러싸고서 고리 모양으로 분포하기에 이 지역을 함께 일러 붙인 이름이다. 뉴질랜드에서 일본을 거쳐 베링해협, 그리고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 해안 지역으로 2만여 km로 이어져 있다. 지구에서 일어나는 지진의 90%가량이 이곳에서 일어나며 452개 화산이 몰려 있다. 그러나 단일한 지질 구조가 아니라 태평양판, 필리핀판, 북미판, 코코스판, 니즈카판 등 여러 해양판과 대륙판들이 지역별로 제각기 복잡하게 맞닿아 있는 지대이다.


‘불의 고리’ 지대에서는 그동안 많은 강진들이 발생했으며, 최근만 해도 2010년 칠레 대지진, 2011년 일본 대지진이 불의 고리 지대에서 일어나 주목받아 왔다. 올해에도 몇 차례 지진이 발생했으며 최근인 4월14일에는 일본 남서지방 구마모토 현에서 규모 7.0의 강진이 일어난 데 이어, 태평양의 건너편인 남미 에콰도르에서 규모 7.8이나 되는 강진이 일어나 많은 인명피해 참사를 일으켰다.


문제는 최근 일본과 에콰도르의 두 지진 사건이 불의 고리로 이름난 지진 지대에서 잇따라 일어나면서, 대중매체들을 중심으로 더 큰 규모의 지진이나 대규모 화산 활동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지구과학자인 이윤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과 한 전화 인터뷰에서 “그런 우려를 제기할 만한 근거는 없다고 본다. 현재로서는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00seismology5.jpg » 지구의 지각은 여러 판들이 퍼즐처럼 서로 붙어서 이루어져 있다. 출처 / 위키백과

 

▷(사이언스온): 일본 지진과 에콰도르 지진은 불의 고리 지대에서 일어났습니다. 서로 연관된 사건인가요?

(이윤수): 00seismology8.jpg » 출처 / 한겨레 자료그림 두 지진은 서로 다른 사건입니다. 일본 구마모토 지진은 서남일본의 지형에서 일어난 것인데, 이곳은 유라시아판과 필리핀판, 그리고 태평양판이 층층이 겹쳐지는 곳입니다. 이번 지진은 유라시아판 아래로 필리핀판이 얕은 각도로 밀려들어가고, 그 아래를 또 다시 태평양판이 들어가면서 일어난 것으로 봅니다. 세 개 판의 상호 작용하는 힘에 의해, 수평으로 어긋나는 ‘주향이동단층’에서 발생한 지진입니다. 2005년에 일어난 규모 7.3의 후쿠오카 지진(규슈 북쪽 연안에서 발생)과 같은 유형의 지진입니다. 이와 비교해, 에콰도르 지진은 해양판인 나즈카판이 남미판 아래로 들어가면서 두 판 사이에 잠겨 있던 마찰력이 덜커덩 하며 풀리면서 일어난 트러스트단층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보입니다.


▷ 멀리 떨어지고, 다른 지각판이라 해도, ‘불의 고리’ 지대로 이어져 어떤 상호영향이 있지는 않을까요?

판이라는 건 서로 맞닿을 때에 영향을 주지만, 각각이 움직이는 방향과 속도가 다 다릅니다. 일본 지진을 일으킨 판과 에콰도르 지진을 일으킨 판이 서로 다르니, 두 사건은 연관이 있다고 볼 근거는 없습니다.


▷ 그러면 우연의 일치라고 보시나요?

네,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됩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도 이런 우려가 확산되는 데 대해서 ‘두 사건이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은 없다’는 과학자들의 전언을 정리해 보도했다.


사건 사이에 관련성이 있다고 볼 근거는 없다 해도, 지구 지진의 90%가 일어난다는 불의 고리 지대에서 지진이 점점 강해지고 잦아지는 건 아닐까? 인터넷에서 과거의 국내외 뉴스 보도들을 검색하다보니 ‘불의 고리’의 지진과 화산 활동이 활발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 것은 사실 이번만이 아니었다. 지난 2013년에도, 2014년에도, 2015년에도 해외 매체들에서는 불의 고리 지대에서 강진이 일어날 때마다 이 지대에서 지진 활동이 강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기사들이 꾸준히 보도되어 왔다. 그러니 이런 우려가 올해에 갑작스레 등장한 건 아니라는 것이다.


지진이 실제로 근래에 잦아졌는지를 확인해보고자, 미국지질조사소(USGS)의 웹사이트에서 연도별로 정리된 ‘주요 지진’ 기록을 직접 찾아보았다. 이 자료들 중에서 2013~2016년 기간과 2003~2006년 기간에 매해 일어난 지진 횟수를 지진 규모별로 아래와 같이 분류해보았다 (아래 표. 미국지질조사소는 이 기록이 “주요 지진(significant earthquake)”을 선택적으로 정리한 것이라, 과학적 데이터로는 정확하지 않다는 단서를 달아두었다. 그러니 더 자세한 기록은 다른 데이터를 참조해야 한다).


00seismology7.jpg


이렇게 10여 년 기간의 기록을 대강 살펴보면, 매우 강한 지진인 규모 8 이상에선 큰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줄어든 듯했지만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 5~7에서는 증가하는 듯한 흐름도 엿볼 수 있었다 (물론 이런 분류가 더 잦은 규모 4나 그 이하의 지진 데이터를 종합하지 않은 임시적인 것이기에, 이보다는 좀 더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지진은 정말 점점 잦아지고 그 규모는 커지는 중일까? 이 자료로는 어떤 결론적인 해석을 제시하기엔 미흡했다. 이러던 참에 이윤수 책임연구원한테서 그가 개인적으로 계산하고 분석해본 자료를 얻을 수 있었다.


이윤수 책임연구원은 짧은 시기의 기록을 비교해 거기에서 어떤 흐름을 읽는다는 건 사실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인간이 경험하는 시간대와 지각이 변화를 일으키는 지질학적 시간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르기에, 수십 년의 기록을 바탕으로 지구 지각 운동의 변화를 평가하거나 단정하기는 대단히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해석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현재 자료의 수준에서 지구 지각에서 지진을 통해 방출된 에너지가 지난 20년 동안(1990-2010) 어떻게 변화했는지 분석해 엿보고자 했다. 그의 분석에는 규모조차 기록하기 힘든 작은 규모의 지진 사건들 기록까지 포함하는, 미국지질조사소의 더 상세한 데이터가 사용되었다(표1).


00seismology1.jpg » 표1


이런 20여 년 간의 관측 기록에서는, 규모 8 이상의 지진이 연평균 1회, 규모 7.0-7.9의 지진이 17건, 규모 6.0-6.9의 지진이 134건, 규모 5.0-5.9의 지진이 1319건으로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지진들의 90%가량은 불의 고리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어서 그는 매해 발생한 지진 기록을 바탕으로 그해에 지각 운동으로 지구에서 방출된 지진 에너지의 충량을 계산했다 (표2, 표에서 E+17은 1017, E+18은 1018을 의미한다).


00seismology2.jpg » 표2


그가 일일이 계산한 연간 방출 지진 에너지 표2를 보면 보면, 지진 에너지는 조사대상 기간에 평균 10의 18승 줄(1018 Joule) 규모로 나타났으며, 그 지진 에너지는 대체로 일정한 폭 안에서 유지되었다. 지진 규모별 발생 횟수는 들쭉날쭉 했지만 1년 단위로 나누어볼 때 대체로 1.2×1018 J 정도의 에너지가 해마다 지각 운동을 통해 방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물론 해마다 그 방출에너지의 규모도 약간씩 달랐지만 대체로 10의 18승 규모는 유지되었다. 이윤수 책임연구원은 “20년 기간의 조사가 큰 의미는 없지만 이런 한계 내에서 보더라도 지진 에너지가 점점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어떤 변화의 흐름이 이 기간에 나타났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이런 조사결과는 지진이 잦고 커진다는 우려를 반박하는 근거가 된다고 말했다.


자는 이처럼 지진 에너지의 방출량에 연간 변화가 그다지 없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도 왜 최근에 지구에서 일어나는 강한 지진은 더 잦아진 것처럼 여겨지고, 지구 지각 운동에 어떤 변화의 조짐이 일어나는 것 같은 우려는 커지고 있을까?


그것은 아마도 인구밀집 지역에서 큰 인명피해를 일으키는 지진이 최근에 잦아졌기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이윤수 책임연구원은 “지금까지 자료만으로 보면, 인공지진(폭발, 개발 과정의 물 지하유입으로 인해 유발되는 지진[RIS], 핵실험 등)을 제외하고, 지구에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지진이 잦아지고 강해지고 있다고 말할 근거는 발견할 수 없었다”면서 “다만 인구밀집 지역 인근에서 발생하거나 큰 인명피해를 일으킨 지진이 발생하면서 우려를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 불의 고리에 대한 우려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지구에서 지진은 평시에도 많이 납니다. 그런데 일본이나 그런 곳에서 지진이 나면, 또 인명피해가 많이 나면 관심을 갖게 됩니다. 그러다보면 지진이 더 많아진 것처럼 보이는 것이죠.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이런 지진들도 아까 말씀드린 그런 통계 안에서 일어나는 것입니다. 제 생각에는 지질 연구하는 사람들이 볼 때에는 우리가 사는 동안에 (지구의 지각 운동에서 생기는) 큰 변화 이런 건 보기 힘들 것 같습니다. 우리가 사는 시간에 비해 자연계의 주기는 엄청나게 훨씬 길기 때문에 우리가 사는 동안에 크게 변화했다 이렇게 말할 게 없지 않을까 합니다.


그는 지구 지각 운동에 이상 징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는 현재 근거가 없지만, 이보다는 오히려 구마모토 강진이 이 부근에 있는 강한 화산들을 깨우는 게 아니냐는 우려는 예의주시해야 할 현실적인 우려 사항”이라고 말했다.


00seismology4.jpg » 강진이 일어난 일본 구마모토 지역과 주변의 지질 구조. 출처/ 이윤수


▷ 이번 일본 지진에서 특별한 점은 어떤 게 있나요?
일본 화산들은 일렬로 이어져 있는데, 그걸 화산호(volcanic arc)라고 합니다. 해양판이 대륙판 아래로 말려들어간, 즉 ‘섭입대’와 나란히 형성되어 있지요. 그런데 해양판이 밑으로 들어가면서 퇴적물과 함께 바닷물도 깊숙이 스며들어서 땅속 깊숙한 곳의 암석들이 더욱 쉽게 녹는 환경을 만듭니다. 암석의 응고점이 낮아지는 거죠. 그렇게 암석들이 녹아 솟구쳐 뚫고 나오는 게 화산 분출입니다. 그래서 이번 지진과 관련해 화산 활동이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물론 이번 지진이 화산 활동과 관련은 없지만 혹시라도 주변의 큰 화산들을 건드려서 화산 활동을 일으키지나 않을까 조심스럽게 지켜봐야 하는 거죠.


▷ 일본 남서 지방의 지진은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요?

동해가 열릴 때(2300만 년 전) 일본 열도는 한반도에서 떨어져 나갔습니다. 그때에 한반도와 일본 열도의 경계에 생긴 단층이 대한해협을 따라 지나가는 '쓰시마-고토 구조선'이라는 단층입니다. 일본과 한국을 나누는 단층입니다. 이 구조대가 서남일본 지진의 에너지를 분산시켜 한반도에 지진 피해를 막아주는 일종의 방파제 구실을 하고 있지요. 또한 서남 일본 지진의 대부분은 쓰나미를 일으키는 수직이동 지진이 아니라 수평이동 지진입니다. 안타깝게도 일본에서 일어나는 지진을 현대과학으로도 막을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일본 열도 자체가 한반도의 지진에 대한 보호막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한반도 영향은]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서남 일본에서도 드믈게 해저 트러스트단층(역단층)을 따라 지진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쓰나미가 발생하지는 않는지 주시해야 합니다. 더욱이 남북 방향의 동북 일본에서는 동해쪽 서해안을 따라 쓰나미를 일으키는 트러스트단층을 따라 빈번히 지진이 발생하여, 특히 쓰나미 발생에 유의해야 합니다. 우리가 평상시 지진과 쓰나미 재해훈련과 교육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불의 고리’ 참조자료]


미국지질조사소 http://earthquake.usgs.gov/learn/glossary/?termID=150

내셔널 지오그래픽스 http://education.nationalgeographic.org/encyclopedia/ring-fire/

위키피디어 https://en.wikipedia.org/wiki/Ring_of_Fire

브리태니카 http://global.britannica.com/place/Ring-of-Fire

사이언스온 http://scienceon.hani.co.kr/27544

[참조/ 지각판으로 보는 지진]


지진 활동은 대체로 판구조 이론으로 설명된다(글 위쪽의 지각판 그림 참조) . 지구에는 10여 개의 주요한 거대 지각판이 지구 껍질을 이루어 맨틀 위에 떠 있다. 이런 지각판들이 맞닿아 조금씩 움직이면서 서로 부딪혀 스트레스가 응축되다가 터져 지진 에너지로 발산되기도 한다. 때로는 두  판이 부딪혀 상대 지각판 아래로 밀려들어가기도 한다. 무거운 해양 지각판은 대륙 지각판 안으로 말려 들어간다. 해양 지각판을 움직이는 요인 중 중요한 하나는 심해저에 있는 ‘해저화산대’(해령)인데, 이곳에서 마그마가 분출해 새로운 지각을 만들고 기존 지각을 밀어내면서 해양판은 이동한다. 지각 운동은 이처럼 지각판(판구조)의 운동, 충돌, 섭입, 그리고 해령의 새로운 지각 생성 등으로 이해된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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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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