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조류플루 ‘H5N8’ 어디서 왔나?

한국-중국 연구진 염기분석 “중국 동부서 재조합 유래” 보고

‘철새 전파’ 추정…환경단체 “방역허점 철새에 책임떠넘기기”

“확산한 바이러스는 정작 중국것과 차이...검증 필요” 반론도

 00fluvirusA2.jpg » 조류인플루엔자를 일으키는 인플루엔자바이러스 A형. 출처/ 위키백과 '조류 인플루엔자'


거나 선선한 날씨에서 주로 발생하는 조류 인플루엔자(AI)가 여름 초입의 날씨인 근래에 산발적으로 다시 발생하자 방역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조류 인플루엔자는 지난 1월16일 전북 고창에서 처음 발견돼 확산되다가(지난 3월 현재 발생현황 보고) 지난 5월 말 이래 사그러들어 “곧 종식 선언을 할 것”이라는 당국의 기대를 저버리고 지난 14일 강원 횡성 농가에서 다시 발생했다. 이어 대구 달성, 전남 무안의 농가에서도 발생됐다.


올해 등장한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그동안 국내에서 발생한 바이러스 H5N1형과는 달리 국내에서 처음 등장한 H5N8형으로 밝혀진 바 있다(H*N* 바이러스 명명법 아래글 참조). 새로운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어디에서 왔을까?


최근 한국과 중국 연구진은 각각 이 신종 바이러스가 중국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재조합한 데에서 유래했을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결과를 잇따라 내놓았다. 그러나 국내의 다른 바이러스 연구자는 “어디에서 유래했는지 정확히 확인하기 힘들며 현재로선 국내에 있는 바이러스 유전자가 재조합해 유래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반론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 연구진이 낸 분석논문은 다음과 같다. .

농림축산검역본부 연구진은 지난 2월 미국 질병관리센터(CDC)가 내는 저널인 <이아이디(EID: Emerging Infectious Diseases)> 온라인판에 이번 조류 인플루엔자가 H5N8형이며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해보니 중국 동부에서 보고된 2종의 바이러스 유전자가 재조합해 생겨났을 것으로 보인다는 결론을 보고했다(인쇄물 6월 발간). 이어 중국 저장대학(절강대학) 의과대와 전염병진단치료 국가중점연구소 등 연구진도 한국에서 발생한 H5N8형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중국 내에서 발견된 여러 바이러스(3종)가 재조합해 생겨났으며 이것이 이웃나라로 전파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의 논문을 같은 저널에 발표했다(인쇄물 8월 발간).


먼저 검역본부 보고서를 보면, 전북 고창 동림저수지 철새와 인근 농가 오리에 발생한 바이러스 3종('고창', '부안', '동림'으로 명명) 중에서 특히 고창 바이러스의 8가닥 유전자를 분석했더니 HA와 NA라는 두 유전자의 염기서열이 2010년 중국 장수성에서 발견된 H5N8의 HA, NA 염기서열과 98.5, 98.9% 일치했으며, 다른 비교 대상 유전자인 PB2와 NS에선 2009년 중국에서 발견된 H11N9 바이러스와 98.6, 97.7%가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검역본부가 함께 분리해 별도 이름을 붙인 ‘부안 바이러스’와 ‘동림 바이러스’는 이에 비해 중국 쪽 바이러스들과 유사성이 다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97.2%, 98.1%]).


검역본부는 이를 바탕으로 볼 때에, H5N8 ‘고창 바이러스’는 중국에서 2009, 2010년에 발견된 두 바이러스의 유전자들이 섞인 재조합을 거쳐 출현한 것으로 보인다는 결론을 제시했다. “이번 바이러스의 유행성 특징에 관한 연구는 지금도 진행되고 있지만, 유전체의 8개 가닥에 나타나는 재조합 염기서열 특징을 바탕으로 볼 때, 세 가지 서로 다른 바이러스들(고창 바이러스, 부안 바이러스, 동림 바이러스)이 중국 동부에서 기원했을 가능성이 있다(seems likely).”(보고서에서)


뒤이어 같은 저널에 발표된 중국 연구진의 논문은 중국에서 바이러스 유전자 재조합이 이뤄졌으며 그것이 한국으로 건너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제시했다. 연구진은 2013년 중국 저장성 지역 가금시장에서 얻은 시료에서 H5N8 바이러스를 확인해 이것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이전에 보고된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유전자들과 비교했더니 한국에서 보고된 고창 바이러스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음(closely relatedd)”이 발견됐다고 보고했다.


또한, 이 저장성 바이러스의 여러 유전자 염기서열들이 중국에서 발생한 2009년 H11N9형 바이러스와 H4N2형 바이러스, 그리고 2010년 H5N8형 바이러스와 각각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중국 연구진은 “H5N8형 바이러스가 중국 동부에 수년 동안 존재해 왔으며 이 바이러스들이 최근 몇 년 동안 철새를 통해 이웃나라들에 전파됐을 가능성이 있다(might have been spread)”고 보고했다.


이와 관련해, 김재홍 서울대 교수(대한인수공통전염병학회장)는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에 보낸 메일에서 “조류 인플루엔자는 중국이나 주변국에서 발생하는 한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의 국내 유입이 지속될 것이고 어떻게 하면 유입시 조기에 검색할 것이며 피해를 최소화할 것인가에 방역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며 “이번 바이러스는 고병원성이 맞지만 이전의 H5N1형에 비해 병원성이 약간 낮고 전파 능력도 떨어져 과거처럼 신고를 기다려서는 모르는 사이에 국가방역망을 빠져나가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H5N8 바이러스의 출현을 발표하자 (중국 내 신종 인플루엔자가 발생한 사실을 공개하기를 꺼리거나 알지 못하고 있다가) 중국이 뒤늦게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로운 병원성 특징을 보이면서 출현한 조류 인플루엔자 H5N8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건너온 것이라고 확증을 하기에는 여전히 의문스러운 점이 있다고 다른 연구자는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서상희 충남대 교수는 “고창 H5N8 바이러스가 중국 바이러스들과 매우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정작 국내에서 확산한 바이러스는 HA 유전자가 고창 바이러스와 상당히 다른 부안 H5N8 바이러스였다”면서 “현재로선 국내에서 확산한 바이러스(부안 바이러스)의 HA 유전자가 대체 어디에서 유래했는지 확인할 수 없어 정체를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창 바이러스와 중국 쪽 바이러스의 유사성은 확인할 수 있으나 부안 바이러스와 중국 쪽 바이러스 사이에는 HA 유전자 염기서열이 3%가량 차이를 보여주는데, “바이러스 학계에서는 3% 차이라면 서로 아주 다른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현재로선 국내에 2006, 2008, 2010년에 발생했던 H5N1 바이러스를 중심으로 유전자 재조합이 일어나 새로운 바이러스가 출현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번에 발생한 새로운 바이러스의 조류 인플루엔자가 다시 재발할 수 있으므로 그 정체를 분명히 확인하기 위해서는 검역본부가 기존 바이러스들을 연구용으로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00fluvirusA3.jpg » 지난 2월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 발생지역 반경 3킬로미터 안 위험 지역으로 지정된 충북 음성군 한 농장에서 관계자들이 닭 살처분 작업을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2014)

국내 환경단체들도 중국 쪽에서 재조합된 바이러스가 철새를 통해 국내에 유입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한국과 중국 연구진의 결론에 반발하고 있다. 국내의 신종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중국 동부에서 발견된 바이러스들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있다 해도, 그 바이러스가 어떤 매개체를 통해 어떤 경로로 국내에 유입됐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데 철새를 조류 인플루엔자 확산의 주범으로 지목하는 것은 방역과 검역의 책임을 철새에 떠넘기는 꼴이라고 이들은 비판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의 김현경 생태사회팀장은 “야생조류가 수평적 확산 요인의 하나로 거론되는 것은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며 철새는 다양한 원인의 하나이고 매개체 중 하나일 수 있으나 철새를 주범으로 모는 데에는 문제가 있다”며 “철새가 원인이 되어도 밀식사육 문제가 없다면 전국 확산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안전건강연구소의 김정수 소장은 “중국 쪽 논문에서 2013년 바이러스 시료의 출처가 명쾌하지 않고 철새가 전파 경로일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도 분명하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올해에 확산한 새로운 특성의 신종 조류 인플루엔자 H5N8은 과연 어디에서 온 것일까? 아직은 분명한 결론을 확인하기에 이른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참조]

인플루엔자 에이(A) 바이러스의 이름은 바이러스의 유전자 가닥 8개 가운데 바이러스 표면에 붙는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 가닥인 HA와 NA의 차이에 따라 붙인다. 지금까지 HA엔 16종, NA엔 9종이 발견돼 HA와 NA의 가능한 조합은 144가지(16×9)이다. 

00fluvirusA1.jpg » 한겨레 자료그림(변형)

‘H*N*’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이름은 어떻게 붙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항체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항원 단백질의 종류에 따라 분류하는 게 학계의 관례이죠. 먼저 바이러스의 내벽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 M의 형질 차이에 따라, 크게 인플루엔자 A, B, C형으로 나눕니다. 그 중에서 항원의 변화가 잦은 A형 바이러스는 다시 바이러스 표면에 붙은 HA와 NA라는 단백질의 차이에 따라 더 세분합니다. 지금까지 HA엔 16종, NA엔 9종이 발견됐습니다. 그러니까 HA와 NA의 가능한 조합은 144가지(16×9)입니다. 이 모든 유형이 조류한테서 나타나지만, 사람과 돼지한테서 발견된 것은 지금까지 H1N1, H1N2, H3N2가 가장 일반적입니다. 각 유전자 안의 변이도 커, 같은 H1N1이라 해도 다양한 종류가 존재합니다.”

(참조: http://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353370.html)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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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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