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컴 성능 중국 1위..한국은 왜 계속 밀릴까?

중국 '텐허-2', 1초에 3경3800억 번 연산능력 '압도적 1위'...한국 슈퍼컴은 500위에 4대 들어


00Tianhe2.jpg » 중국의 슈퍼컴퓨터 텐허-2. 출처/ http://www.top500.org


계 슈퍼컴퓨터들의 성능을 평가해 해마다 두 차례 순위를 발표하는 국제 조사에서 중국의 슈퍼컴퓨터인 '텐허-2(Tianhe-2)'가 2위인 미국의 슈퍼컴퓨터와 큰 성능 차이를 보이며 세계 1위로 평가됐다. 우리나라 슈퍼컴퓨터는 500위 권에 4대만 포함됐으며 그 중 최고 순위는 91위로, 이전 평가 때보다 더 밀려났다. 이번 순위는 독일 라이프니츠에서 열린 국제슈퍼컴퓨팅컴퍼런스(ISC)에서 17일(현지시각) 발표됐으며, 순위 목록과 정보는 조사 주체인 ’톱 500' 누리집에도 공개됐다.


순위 자료와 해외 보도를 보면, 중국 국립국방기술대학이 개발한 텐허-2는 '1초에 무려 3경3860조 번 연산을 처리한다'는 의미의 수치인 33.86 페타플롭스 연산성능을 보여, 그 절반 수준인 17.59 페타플롭스 성능의 미국 슈퍼컴퓨터 타이탄(Titan)을 크게 제치고 세계 1위로 평가됐다. 중국은 지난 2010년 줄곧 슈퍼컴퓨터 최강자 자리를 지키던 미국을 누리고 처음으로 1위를 차지한 바 있으나 뒤이어 일본 슈퍼컴퓨터에 그 자리를 내준 바 있어, 중국의 세계 1위는 이번이 두번째다.

플롭스(flops): 컴퓨터의 성능을 나타내는 수치 단위. ‘1초당 부동소수점 연산’이라는 의미로, 1초 동안 수행하는 부동소수점 연산을 기준으로 삼는다. 1페타는 1000조(10^15)를 의미한다. 즉, 33.86 페타플롭스는 컴퓨터가 1초 동안에 3경3860조 번의 부동소수점 연산을 수행함을 의미한다 (자료참조/ 위키피디어 한글판).


그러나 500위 권 전체로 보면 세계 슈퍼컴퓨터의 대부분은 미국에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슈퍼컴퓨터 252대가 이번 조사에서 500위 권 안에 들었다. 절반이 미국에 있는 셈이다. 아시아 지역에선 119대, 유럽 지역에선 112대가 500위에 들었다. 하지만 아시아 지역의 슈퍼컴퓨터는 거의 대부분이 중국과 일본에 몰려 있다. 이식 국가슈퍼컴퓨팅연구소 슈퍼컴퓨팅전략실장은 “이번 조사 결과도 그렇지만, 대체로 500위 안에서 중국은 70여대, 일본은 30여대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이번에 좋은 성적을 얻지 못했다. 한때 국내 기상청 슈퍼컴퓨터인 '해온'과 '해담'은 도입 첫 해인 2010년에 같은 조사에서 19, 20위를 차지해 주목을 받았으나, 이후 세계 각지에서 다른 새로운 강자들이 등장하면서 2011년에는 20, 21위, 2012년에는 55, 56위, 그리고 뒤이어 78, 79위로 평가됐다. 이경헌 국가기상슈퍼컴퓨터센터 슈퍼컴퓨터운영과장은 “슈퍼컴퓨터는 신규 도입 직후에는 높은 성능의 순위로 평가되지만 새로운 시스템들이 개발되면서 자연히 순위가 하락할 수밖에 없다”며 “새로운 기상 슈퍼컴퓨터는 2015년 도입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보유한 슈퍼컴퓨터 ‘타키온2(TachyonⅡ)는 이번에 107위를 차지했으며, 서울대가 자체 설계·제작한 슈퍼컴퓨터 ‘천둥(chundoong)’은 423위를 차지했다. 한국의 슈퍼컴퓨터는 왜 몇 년 새 순위가 계속 뒤로 밀리고 있을까? 국내 슈퍼컴퓨팅 전략을 맡고 있는 주요 기관인 국가슈퍼컴퓨팅연구소기상슈퍼컴퓨터센터 쪽에 궁금한 점을 물었다. 다음은 짧은 인터뷰를 정리한 글이다.

 

[잠깐 인터뷰]

이식 국가슈퍼컴퓨팅연구소 슈퍼컴퓨팅전략실장(KISTI)


사이언스온: 이번 성적표를 어떻게 보나

이식 "우려가 있다. 슈퍼컴퓨터는 그 자체가 무얼 가져다주는 건 아니지만 일종의 인프라다. 그것을 통해 과학계와 산업계에서 좋은 연구개발이 이뤄질 수 있게 한다. 여기에 투자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이런 연구개발 인프라에 대한) 정부의 관심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중국은 계속 치고나가는데 우리는 정체돼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든다."


우리 슈퍼컴퓨터의 순위가 계속 하락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지?

"미국, 중국, 일본이 늘 상위권을 차지한다. 500위 권에 든 슈퍼컴퓨터로는 미국이 250여 개, 중국이 70여대, 일본이 30여대를 차지하는데 늘 크게 변하지 않는 수치다. 그 이유는 그 나라 안에서 여러 기관들에서 슈퍼컴퓨터를 도입해 쓰다보니 늘 낡은 기종도 있지만 첨단 기종도 새로 도입되다보니 평균적으로 그런 순위가 유지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 기상청 2대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1대, 그리고 자체적으로 만든 서울대 슈퍼컴퓨터, 이렇게 4대에 불과하다. 슈퍼컴퓨터라는 건 최신 성능을 갖춰 신규 도입했을 때 높은 순위를 기록하지만 다른 최신 기종들이 등장하면서 점점 후순위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의 연구개발 규모와 비교하면 슈퍼컴퓨터 성능 순위는 상당한 불균형을 보여준다. 슈퍼컴퓨터 4대로는 역부족이라는 느낌을 준다.

터무니 없이 부족하다.


그런데 연구현장에서 실제적인 수요가 컸다면 더 많은 슈퍼컴퓨터가 생겨났을 텐데, 현재 그렇지 못한 것은 국내에서 실제적인 수요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인 것은 아닌가.

"요즘 연구에서는 모형 시뮬레이션이 많이 사용되는데, 슈퍼컴퓨터가 필요한 방법이다. 이런 방법을 사용하면 더 좋은 연구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실 국내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슈퍼컴퓨터 활용 인식이 그리 높지는 않은 것 같다. 또 수요는 많이 있지만 해외 연구자와 공동연구를 하면서 해외 슈퍼컴퓨터를 사용하기도 하고, 아예 규모를 줄이고 거기에 맞춰 연구하는 경우도 있고 다른 컴퓨팅 기술을 대신 이용하기도 한다. 요즘 빅데이터가 강조되는데,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활용하는 데에도 슈퍼컴퓨터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


'슈퍼컴퓨터 육성법'이 따로 있다고 들었는데.

"2011년 국회를 통과했고 시행령이 만들어지고 기본계획이 지난해 나왔다. 기본계획이 지난해 12월에 나오다보니 올해 예산을 배정받지는 못했다. 이 때문에 내년부터 상황이 많이 나아지리라고 기대한다. 슈퍼컴퓨팅 전략에서는 '생태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최고 규모의 슈퍼컴퓨터를 중앙에 갖춰두더라도 이보다 규모 작은 슈퍼컴퓨터들을 여러 대 두면서 교대로 사용할 수 있게 하면, 성능도 유지하고 사용자 불편이 없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육성법의 빼대는 무언가?

"슈퍼컴퓨터 활용을 활성화하고, 새로운 자원을 도입해 서비스를 강화하고, 또한 규모가 작더라도 국내에서 슈퍼컴퓨터를 직접 제작해 산업화하자는 것이 세 갈래 골자다."


이경헌 국가기상슈퍼컴퓨터센터 슈퍼컴퓨터운영과장(기상청)


"슈퍼컴퓨터는 신규 도입을 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순위가 하락할 수밖에 없다. 업그레이드를 할 수도 있지만 한계가 있다. 개인용 컴퓨터를 생각하면, 살 때엔 최신 기종이지만 새로운 프로세서들을 단 컴퓨터가 계속 나오면 성능비교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해마다 각 나라에서 슈퍼컴퓨터들을 신규 도입하면 그것들이 상위 순위를 기록하게 되면서 이전 슈퍼컴퓨터의 순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3~4년 지나면 한참 후순위로 밀려난다. 현재 쓰고 있는 기상청 슈퍼컴퓨터는 2010년 도입한 것인데, 우리는 5년 주기로 교체하기 때문에 신규 슈퍼컴은 2015년에 도입될 예정이다. 선진국에서는 2~4년 주기로 교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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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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