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대의 "소설- 박사를 꿈꿔도 되나요"

‘박사우울증’이라는 게 있습니다. 많은 대학원생이 흔히 겪는 우울한 증상을 뜻한다고 합니다. 우리 시대 ‘박사우울증’을 앓는 많은 이공계 대학원생의 삶을 소설 형식에 담아 독자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서로 이해하며 보듬을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 카이스트 박사과정 김창대 님이 씁니다.

‘그런데 한 게 없다…대체 뭘 하며 살았던 걸까?’

연재소설- 박사를 꿈꿔도 되나요 시즌Ⅱ


00pic-s2e05.jpg » 제작 / 김창대

[지난 줄거리]

권대성 교수가 학교를 옮기게 됐다. 고민 끝에 석사 1년차와 박사 1년차 학생들은 결국 연구실을 옮기기로 하고, 나머지 학생들은 좀 더 힘겨운 대학원 생활을 지속한다. 석사 2년차 학생들에겐 박사과정 진학 문제가 걸려 있다. 전길영(석2)은 다른 연구실로 가더라도 진학하기로 한다. 반면, 전보영(석2)은 고민을 계속한다. 그러던 중 퇴근길에 김정원(박4)과 마주치게 되고, 둘은 함께 맥주를 마시며 마음을 털어놓는다. 다음날….
  




#5. 로또

00dot.jpg



밤에 마신 맥주 네 병. 소주를 즐겨 마시던 정원에겐 별 것 아니다. 그래도 술을 핑계로 10시까지 늘어져 잤다. 술기운에 푹 잤다. 속 쓰림도 없다. 다만 오줌이 마렵다. 화장실로 갔다. 간밤에 걸러진 맥줏물이 한참이나 나온다. 말끔히 비워진다. 세면대로 간다. 머리를 감으려 물을 틀었다. 시원한 물이 나온다. 따뜻한 물을 틀려다가 만다. 머리를 갖다 댄다. 머리가 맑아진다. 샴푸를 손에 덜었다. 두피를 구석구석 마사지 한다. 태안 해안 기름 닦듯 모발 뿌리에 낀 기름을 제거한다. 헹군다. 흐르는 물이 푹신하다. 상쾌하다. 이번엔 얼굴 구석구석 폼클렌저를 바른다. 손가락을 모아 볼을 둥그스레 문지른다. 콧잔등도 동글동글 문지른다. 손에 물을 가득 받아 얼굴에 살포시 누른다. 몇 번 더 물을 축여낸다. 문지른다. 모공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물이 습격한다. 미세먼지만한 피지들도 모두 수갑 채워진다. 수건으로 얼굴을 지그시 누른다. 피지를 체포한 물이 수건으로 복귀한다. 모공이 뻥 뚫린다. 모공 속으로 신선한 아침 공기가 드나든다. 모시옷이라도 입은 듯 시원하다.


정원은 간밤에 대해 생각했다. 운이 참 좋았다. 뭐 그리 쓸모 있는 말을 한 것 같진 않다. 하지만 맥주 네 병 사준 걸로도 충분하다. 도리는 한 것 같다. 여름 아침, 햇살이 강하다. 광합성이라도 하는 듯 심장이 뛴다. 면도를 하고 이를 닦는 내내 숨이 성대를 간질였다. 방으로 왔다. 아예 노래라도 틀어놓을까 싶어 스마트폰을 들었다. 메일이 한 통 와 있었다. 모든 것이 멎었다.


MICRO[1] 데드라인이 3주쯤 남은 거 같은데,

 

정원, 지난 번에 말했던 거 구현 어디까지 됐지? 이번에 논문 제출하면 그 내용으로 8월 말에 프로포잘을 할 수 있을 거야. 그러면 다음 학기 졸업도 가능하다.

 

길영, 졸업논문 준비 중인 거 제출해보는 거 어때?


- 권대성 드림


교수님다운 메일이다. 수십 번 퇴고라도 거친 듯 간결하다.


박사과정 학생에게 “졸업 할 수 있다,”는 말보다 더 좋은 말이 있을까? 똑똑해도, 말 주변이 좋아도, 심지어 논문이 많아도, 졸업을 못 하면 의미가 없지 않은가.[2] 대통령감과 대통령이 다른 것처럼. 누가 뭐래도 붙잡아야 하는 제안이다. 무슨 사정이 있어도.



원은 세 문장에 불과한 자기 부분을 다시 꼼꼼히 읽어보았다. 가정문들을 제거하면 하나만 남는다. “지난번에 말했던 연구[3], 3주 뒤까지 논문 쓸 수 있겠어?”

“젠장”

외마디와 함께, 정원은 다시 침대에 드러누워 버렸다. 아이디어를 말씀드린 지 두 달쯤 된 것 같다. 그러니 어디까지 했는지 물어볼 만도 하다. 그런데 한 게 없다. 두 달이란 시간이 뭐가 하나 뚝딱 완성될 만큼 긴 시간은 아니다. 그래도 적어도 실패라도 했어야 했다. 대체 뭘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아니다. 몇 가지 기억나긴 한다. 신입생환영회도 했고, 해외출장도 한 번 다녀오고, 과제 중반보고서도 썼다. 하지만 알리바이가 불충분하다. 어쩌다 아무 것도 안 한 걸까. 후회만 차오른다. 울기라도 하면 시원할까.


타임머신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정원은 생각했다. 석사 1년차 때의 자신에게 찾아가고 싶었다. 그러다 까무룩 잠이 들었다.


꿈은 꿈으로 이뤄졌다. 정말 석사 1년차의 김정원이 꿈에 나온 것이다. 정원은 꿈인 걸 알면서도 하고 싶던 말을 퍼부었다.

김정원(박4): 야, 제발 부탁인데 열심히 좀 해. 연구 좀 열심히 하라고. 니가 인터넷 기사 본다고 수지가 헤어지는 거 아니고, 니가 <마녀사냥> 본다고 애인 생기는 것도 아냐. 그 시간에 연구나 해. 제발. 그러다 졸업만 늦어져. 졸업은 해야 할 거 아냐. 부탁한다. 응?

간곡하게 말했다. 반응은 의외였다.

김정원(석1): 아, 진짜. 그제는 50살 김정원이 찾아오고, 어제는 40살 김정원이 찾아오더니, 오늘은 4년차 김정원이야? 내 참 기가 막혀서. 야, 그게 다 내 잘못이니? 너나 똑바로 해. 그 때나 똑바로 살라고. 후회하면 단 줄 알아, 진짜.

생각지 못한 전개였다. 정원은 하마터면 꿈에서 깰 뻔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반드시 물어봐야 하는 것이 떠올랐다. 방금 50대 김정원을 만났다고 하지 않은가. 깨지 않게 조심하면서 말을 이었다.

김정원(박4): 그, 그럼, 니가 50살 김정원을 만났댔잖아. 그 사람, 박사였니? 박사는 딴 거야? 나 졸업을 하긴 하는 거야?

김정원(석1): 너 진짜 답 없다. 꿈 깨셔.

김정원(박4): 그… 그런 거야? 박사를 꿈꾸면 안 되는 거야? 그래… 그럴 거면 일찍 그만 두는 게 낫겠지….

김정원(석1): 아 정말 답답하네. 꿈속인 거 뻔히 알면서 나한테 뭘 물어보는 거냐고. 꿈이나 깨라고. 일어나서 출근이나 해. 이런 꿈꾼다고 박사 받는 거 아냐.

그리고 정원은 꿈에서 깼다. 11시 30분. 한 시간쯤 잤다. 그새 얼굴에 기름이 좀 꼈다. 세수를 다시 할까 하다 말았다. 머리만 대충 손으로 흩었다. 꿈속 김정원의 말대로, 출근 준비나 서둘렀다.



길영(석2)은 연구실에서 교수님 메일을 읽었다. 9시에 출근해 10시까지 영어단어를 외우고 10분 동안 커피를 마시며 쉰 다음 논문 읽는 시간을 가지려던 참이었다.

‘흠’

길영은 논문 읽기를 미루기로 했다. 지금은 앞으로의 일정을 고민해야 할 시간이다.


길영도 마이크로(MICRO) 학회에 논문을 내는 걸 생각해 본 적은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빠듯할 것 같아서 포기했다. 논문을 한 번 제출하면 결과가 나올 때까지 다른 학회나 저널에 내볼 수 없다. 길영은 좀 더 좋게 만들어서 한 번에 붙이고 싶었다. 일단 제출해 놓고 더 발전시키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말도 많이 들었다. 그런데 하나 같이 논문 실적이 별로 없는 선배들이 하는 말이었다. 그래서 무시했다.


하지만 지금은 교수님의 제안이 온 상태다. 즉, 교수님이 내 논문에 집중하겠다는, 적어도 시간을 할애하겠다는 뜻이다. 교수님이 구현이나 실험을 대신 해주시진 않는다. 하지만 아이디어를 조금만 내주셔도 일이 훨씬 빨리 풀린다. 무엇보다 논문 라이팅[4]은 교수님이 몇 배는 빠르고 수십 배는 탁월하게 하신다. 일정을 조절하더라도 지금 기회를 잡는 게 훨씬 낫다. 쉽게 오는 기회는 아닐 것이다. 교수님께서 학교를 옮기기로 하셨으니까.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 내년이면 다른 교수님께로 박사과정 진학을 하게 될 테니까.


길영은 원노트(ONE NOTE) 프로그램[5]을 틀었다. ‘할 일’ 탭을 클릭하고 ‘[연구] prefetch’[6] 페이지를 열었다. 연구를 마치기까지 해야 할 일들이 정리되어 있다.

‘3주라… 3주 안에 마치려면, 5번과 6번은 포기해야 겠지. 1~4, 7~10번은 반드시 해야 하는데… 11번은 논문 라이팅이니까 교수님이 도와주실 거야. 기본적인 내용은 작성해서 드려야겠지만, 그거야 다른 일 하는 틈틈이 하면 되니까… 그래도 '실험' 장과 '관련 연구' 장은 내가 완성해야 할지도 모르는데…. 이걸 내가 다 하는 건 불가능해.’

길영은 계산을 마쳤다. 그리고 준상에게 갔다.

전길영(석2): 형, 혹시 이번 마이크로 논문 내세요?

강준상(박4): 응? 아직 정해진 건 없는데….

전길영(석2): 교수님께서 저 지금 하고 있는 연구 논문 내볼 생각 있냐고 하셨는데, 제가 기한 내에 다 해낼 수 없을 것 같아서요. 형이 제2 저자[7] 해주시면 안 될까요?

강준상(박4): 잠깐만… 그게 언제까진데?

전길영(석2): 3주 남았어요.

강준상(박4): 오케이. 그럼 잠시만….

준상은 자기 캘린더를 확인했다. 3주간 특별한 일정은 없다. 할 일 목록도 확인했다. 몇 가지가 있긴 하지만, 크게 무리되진 않을 것 같았다.

강준상(박4): 특별한 일은 없는 것 같은데, 내가 뭐하면 되는데?

전길영(석2): 일단 실험을 좀 돌려주세요. 제가 지금 구현을 거의 마쳤는데요, 오늘까지 테스트 해보면 끝날 것 같거든요. 끝나면 코드를 드릴게요. Gem5[8]에다 구현했으니까 형이 잘 해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비교군들에 대한 구현은 아직 좀 더 다듬어야 하는데, 그것도 끝내면 바로 보내 드릴게요.

강준상(박4): 그거면 돼?

전길영(석2): 혹시 관련 연구장도 좀 써주실 수 있으세요? 제가 논문 모아놓고 요점 정리까지는 대충 해놨는데, 직접 쓸 시간까지는 없을 것 같아서요.

강준상(박4): prefetch[6] 논문들이지?

전길영(석2): 네, 형이 다 아시는 논문들일 거에요.

강준상(박4): 그래? 그럼 실험 돌려놓고 찬찬히 살펴보지 뭐. 이제까지 네가 나 도와준 것도 많은데, 해줄게.

전길영(석2): 고맙습니다, 그럼 지금 논문 모아놓은 거부터 보내드릴게요.

강준상(박4): 그래.


영은 돌아오자마자 교수님께 메일을 썼다. 강준상과 함께 해도 괜찮으냐는 것이었다. 거절하실 리는 없지만 허락을 구하는 형태로 썼다. 그리고 바로 스케줄을 수정했다. 3주 동안 잡혀있는 선약들을 거의 취소했다. 논문 쓰는 것과 관련된 일정들을 정리해서 넣었다.

‘자, 이제 시작이다!’

길영은 계획대로 일하기 시작했다.


정원이 연구실에 도착했을 때, 길영은 한창 일하던 중이었다.

김정원(박4): 길영아, 너 교수님 메일 봤지?

전길영(석2): 네, 빠듯하긴 하지만, 한 번 해봐야죠.

김정원(박4): 한다고 말씀드렸어?

전길영(석2): 네, 준상이 형도 도와주기로 했어요. 형은요?

김정원(박4): 아, 이제 메일 써야지.

‘저, 독한 놈.’ 정원은 생각했다. 아니다. 사실 자격지심이다. 대학원생이라면 늘 논문 제출할 거리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매일 논문 두 편 쯤은 읽어주어야 하고, 네이티브가 아니라면 영어공부도 꾸준하게 해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수업을 들으면 A학점 정도는 받아주고, 과제를 한다면 기한 내에 할 일들을 마쳐주고… 제기랄.


정원은 길영이 부러웠다. 굴곡 없는, 미분 가능할 것 같은 그의 삶[9]이 부러웠다. 모든 것을 계획하고 계획을 실현시키는, 소프트웨어 공학 교과서[10] 같은 삶이 부러웠다. 아이디어가 필요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것이 일인데도 계획대로 되어 간다는 게 신기했다. 아니다. 아직 2년 밖에 안 했으니까, 단지 운이 엄청나게 좋은 것일 수도 있다. 로또 1등 당첨 확률은 0.000012277%다. 하지만 거의 매주 1등 당첨자가 나온다. 어쩌면 정원 자신이 운이 엄청 나쁜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운이 좋은 사람을 하필 바로 옆에 두고 있는 것이니까. 그 순간 한 명이 더 떠올랐다. 그의 동기 강준상. 6년 동안 따박따박 잘 되려면 운이 얼마나 좋은 걸까. 아니, 아니 그러면 정원의 운은 대체 얼마나 나쁜 걸까? 그렇게 운이 좋은 사람을 둘이나 곁에 두고 있으니 말이다. 정원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의자에 앉았다.


정원은 이미 마음을 굳혔다. 논문을 시도해 보기로 말이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교수님은 ‘제안’을 하신 것이지만, 정원에겐 ‘지시’나 다름없는 것이니까. 특별한 사유가 있지 않은 이상 거절할 수 없는 거라면, 그게 ‘제안’은 아니지 않은가. 사실 특별한 사유가 있긴 하다. 진행 상황이 없었다는 아주아주 결정적 사유. 하지만 그건 도저히 말씀드릴 수가 없다.


안녕하세요?

구현이 많이 진행되진 않았습니다만,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보겠습니다.

 

- 김정원


정원은 ‘교수님의 제안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는 거짓말과 ‘사실 아무 것도 해놓은 게 없다’는 참말을 동시에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원은 논문을 쓰기 위해 할 일을 정리해보았다. 일단 아이디어를 구현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비교군도 최소 2개쯤은 필요할 것이다. 실험도 많이 해야 한다. 관련 연구도 정리해야 한다. 실험을 동시에 많이 하려면 실험을 돌릴 컴퓨터도 많이 확보해 놓는 것이 좋다. 정원은 그제야 길영과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혼자 다 할 수는 없으리라는.


정원은 보영을 찾아갔다.

김정원(박4): 보영아, 어젠 잘 잤어?

전보영(석2): 아, 네, 뭐… 오빠는요?

김정원(박4): 너 요즘 졸업 준비하느라 바쁘지?

전보영(석2): 음… 사실 뭘로 바빠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좀 막막해요. 근데 왜요?

김정원(박4): 아니, 바쁘면 괜찮은데,

전보영(석2): 뭔데요?

김정원(박4): 교수님이 마이크로 내보자고 하셨거든. 3주 남았으니까 3주만 도와주면 되긴 하는데….

전보영(석2): 그래요? 오빠 마이크로 내는 거예요?

김정원(박4): 못 낼 가능성이 높긴 한데.

전보영(석2): 그래도 시도는 해봐야죠. 제가 뭘 도와드리면 돼요?

김정원(박4): 넌 괜찮아?

전보영(석2): 이거 끝나면 오빠도 저 도와주실 거잖아요, 그쵸? 그럼 괜찮아요. 뭘 하면 되는데요?

보영은 정원의 생각보다도 적극적으로 나왔다. 다행이다. 하지만, 정원은 그제야 자기가 할 말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게, 보영이 뭘 도와주면 되는 걸까. 뭘 도와주면 논문을 낼 수 있게 될까?

김정원(박4): 아, 그게, 사실… 그래, 네가 뭘 하면 되는지 생각해보는 것부터 도와주면 될 것 같아.

정원은 자신이 초라해보였다. 하지만 이게 최선이었다.

전보영(석2): 알았어요. 오빠, 점심은 드셨어요?

김정원(박4): 아, 아니, 아직. 넌 먹었니?

전보영(석2): 아뇨.

김정원(박4): 아, 그래, 그럼 점심 먹으면서 얘기해볼까?

정원은 좋게 생각해보기로 했다. 혹시 모르지 않는가. 오늘 내가 구현한 코드가 에러 하나 없이 짜자잔 실행될지도. 그리고 결과가 생각했던 만큼 좋게 나올지도. 갑자기 방언이라도 터져서 논문이 짜자잔 써질지도. 로또 1등은 매주 나오지만, 또한 매주 바뀐다. 이번엔 그게 내 차례가 아니라는 보장도 없다. 한 번 해보자. 앞으로 3주 동안은, 적어도 지난 2달처럼 흘려보내진 말아보자. 보영이도 함께이니까.


00phD44.jpg


[1] 마이크로(MICRO): 컴퓨터구조 분야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학회들 중 하나. 정식명칭은 “International Symposium on Microarchitecture”이며, 보통 줄여서 마이크로(MICRO)라 부른다.

[2] 학회나 저널에 논문이 실린다고 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엔 학위논문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데, 심사를 받으려면 먼저 지도교수의 허락이 필요하다. 즉, 아무리 논문을 많이 써도 지도교수가 허락하지 않으면 박사학위를 받을 수 없다. 일부 교수들은 이를 악용하여 실력 있는 박사과정 학생들을 오래도록 부려먹기도 한다.

[3] 박사를 꿈꿔도 되나요 - 12화 <창의력> http://scienceon.hani.co.kr/187553

[4] 논문 라이팅(writing): 우리말로만 나타내면 ‘논문 쓰기’이다. 하지만 ‘논문 쓰기’는 아이디어 내기, 구현, 실험, 결과 분석, 논문 작성 등을 모두 포함하는 용례로 많이 쓰인다. ‘논문에 들어갈 문장을 작성하는 것’만을 따로 떼어 표현할 때는 ‘논문 라이팅’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국제저널이나 국제학회에 논문을 제출하는 경우에는 주로 영어로 작성하게 된다. 그래서 영어(라이팅, writing)가 포함된 단어가 자주 쓰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5] 원노트(ONE NOTE):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출시한 메모 프로그램. 여러 메모를 분리하여 관리하기도 쉽고, 다양한 형식의 자료들을 포함시켜 놓기도 쉬우며, 네트워크상에 자동 저장되어 자료를 잃어버릴 염려도 없고, 다양한 플랫폼에서 접근 가능하다는 등 다양한 장점이 있다.

[6] prefetch: 일반적으로 중앙처리장치(CPU)에서 연산을 처리하는 속도보다 메모리에서 연산할 데이터를 가져오는 속도가 더 느리다. 따라서 처리할 데이터를 미리 예측하여 중앙처리장치(CPU)에 가져다두면 연산을 더 빠르게 수행할 수 있다. 이를 prefetch라고 한다.

[7] 제2 저자: 여러 명이 함께 연구한 결과물을 논문으로 쓰는 경우, 공헌도가 높은 순으로 저자 이름을 기재한다. 제2 저자는 두 번째로 공헌도가 높은 저자라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제1 저자가 절반 이상의 공헌을 한다. 컴퓨터 분야에서는, 특히 학교에서 낸 논문의 경우, 제1 저자만큼이나 마지막 저자도 중요하다. ‘내가 이 연구를 전체적으로 지휘했다’는 의미가 담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 지도 교수는 공헌도와 관계없이 마지막 저자로 이름을 올린다. 길영이가 준상이에게 논문에 참여해달라고 부탁하면서 제 2저자로 이름을 올려준다고 한 것은 논문의 주인이 바뀌지 않는 선에서 최고의 대우를 해주겠다는 의미가 된다.

[8] Gem5: 컴퓨터 시스템에 대한 시뮬레이터의 한 종류. 새로운 컴퓨터 시스템을 직접 제작하는 데는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모된다. 따라서 연구할 때는 직접 제작하는 대신 그 동작을 흉내 내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성능이나 전력효율 등을 추정해본다. 하지만, 이러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모되는 일이다. 그래서 프로그램 전체를 새로 제작하는 대신, 많은 사람들이 협력해서 만들어 놓은 프로그램을 가져다가 일부분을 수정해서 원하는 기능들을 구현하고 테스트해본다. Gem5는 그러한 프로그램 중 하나이다.  http://www.gem5.org/

[9] 미분 가능할 것 같은 그의 삶: 미분이 가능하려면 그래프 상에서 모나게 꺾어지는 부분이 없어야 한다. 즉, ‘<’ 를 오른쪽으로 90도 돌려놓은 모양은 미분이 불가능하고 ‘/’나 ‘(’를 오른쪽으로 90도 돌려놓은 모양은 미분 가능하다. ‘미분 가능할 것 같은 그의 삶’은 ‘크게 모난 구석 없이 평탄했던 그의 삶’이라는 의미다.

[10] 소프트웨어 공학 교과서: 소프트웨어를 개발은 제조업이다. 따라서 기일을 맞추면서 품질을 보증하는 것도 중요하고, 유지보수도 중요하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개발은 창의적인 일이기도 하다. 따라서 제작소요 시간 추정, 효과적인 분업, 품질 보증, 유지보수 등등이 쉽지 않다. 따라서 이런 일들을 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학문으로 발전했다. 그것을 ‘소프트웨어 공학’(Software Engineering이라고 한다. 물론 언제나 이론과 현실 사이의 괴리는 존재한다. ‘소프트웨어 공학 교과서’는 ‘이렇게 저렇게 하면 분업이 완벽하게 되고 기일도 맞출 수 있을 거라고 말하지만 현실은….



   ■ 작가의 말

저는 세월호를 잊고 싶습니다. 수백 명의 목숨이 스러진 끔찍한 사건을 굳이 기억하고 싶지 않습니다. 사고 원인과 구출하지 못한 원인이 밝혀지고, 재발 방지 대책이 세워지고, 유족들이 충분히 위로 받고, 적절한 보상도 주어지자마자, 바로 잊어버릴 겁니다. 아주 가끔 생각나면 묵념이나 잠깐씩 하고 말 겁니다.


그런데 뭐 이리 되는 게 없나요. 왜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건가요. 대체 왜.


김창대 카이스트 전산학 박사과정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사이언스온의 길목]


  • 구글
  • 카카오
  • 싸이월드 공감
  • 인쇄
  • 메일
김창대 카이스트 전산학 박사과정
20대를 공대에서 보내고 30대도 공대에서 맞이한 전산학도. 그리고 소설 쓰는 사람. 무언가를 고찰하여 글로 표현해내는 것을 좋아한다. <용감한 작가들> 회원이며 페이스북 페이지 <글 쓰는 김창대>를 운영 중이다. https://www.facebook.com/holypsychowrites
이메일 : holypsycho@gmail.com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에필로그: 새벽 세 시. 새로운 꿈이 시작됐다에필로그: 새벽 세 시. 새로운 꿈이 시작됐다

    소설- 박사를 꿈꿔도 되나요김창대 | 2016. 06. 10

      …에필로그…  연재소설- 박사를 꿈꿔도 되나요 시즌Ⅱ #에필로그. 감사의 글 깊은 밤. 정원은 박사학위논문 감사의 글을 쓰려고 키보드를 잡았다. 누구에게 감사해야 할까요? 제가 박사학위를 받았어요. 누구에게 감사해야 하는 것일까요...

  • 마지막이다마지막이다

    소설- 박사를 꿈꿔도 되나요김창대 | 2016. 05. 27

      마지막회  연재소설- 박사를 꿈꿔도 되나요 시즌Ⅱ [지난 줄거리]권대성 교수가 학교를 옮기게 됐다. 고민 끝에 석사 1년차와 박사 1년차 학생들은 연구실을 옮긴다. 나머지는 좀 더 힘겨운 대학원 생활을 지속한다. 8월, 학회의 ...

  • 한 시간 만에 끝내버리는 건 좀 너무하지 않은가한 시간 만에 끝내버리는 건 좀 너무하지 않은가

    소설- 박사를 꿈꿔도 되나요김창대 | 2016. 05. 13

    연재소설- 박사를 꿈꿔도 되나요 시즌Ⅱ  [지난 줄거리]권대성 교수가 학교를 옮기게 됐다. 고민 끝에 석사 1년차와 박사 1년차 학생들은 연구실을 옮긴다. 나머지는 좀 더 힘겨운 대학원 생활을 지속한다. 8월, 학회의 논문 마감이 있다. 길...

  • ‘현실은 남극 속 냉동창고일 뿐이다’‘현실은 남극 속 냉동창고일 뿐이다’

    소설- 박사를 꿈꿔도 되나요김창대 | 2016. 04. 15

    연재소설- 박사를 꿈꿔도 되나요 시즌Ⅱ [지난 줄거리]권대성 교수가 학교를 옮기게 됐다. 고민 끝에 석사 1년차와 박사 1년차 학생들은 연구실을 옮긴다. 나머지는 좀 더 힘겨운 대학원 생활을 지속한다. 8월, 학회의 논문 마감이 있다. 길영, ...

  • 소설: ‘케이-알파맨’소설: ‘케이-알파맨’

    소설- 박사를 꿈꿔도 되나요김창대 | 2016. 03. 18

    김창대의 단편소설알파고 쇼크 또는 열풍이 한국사회에 휩쓸고 지나갔습니다. 아니 여전히 많은 담론과 화제를 낳고 있습니다. 사이언스온의 연재소설 작가이자 카이스트 전산학과 박사과정 대학원생인 김창대 님이 '박사를 꿈꿔도 되나요 2'의 연재를...

자유게시판 너른마당

인기글

최근댓글

트위터 팔로우

sub2 untitl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