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들의 "아줌마들의 과학수다"

이공계 출신의 아줌마들이 어느 날 우연한 계기로 모여 과학기술에 관해 친절한 수다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T)와 사이언스온 공동기획

[연재] 첨단시대, 지구촌 여러분 행복 좀 나아지셨습니까?

아줌마들의 과학수다 (15)
식탁에서도, 세면대에서도, 도서관에서도 항상 내 옆엔 휴대전화가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울려대는 '띵~동' 소리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면서도 눈은 벌써 문자를 읽고 있다. 하루의 시작도 마무리도 눈꺼풀이 아닌 휴대전화다. 어쩌다 이리 되었는가? 문명이라 불리는 과학기술이 내 손에 살고 있다. 나를 제 멋대로 부리면서 분주히 소리를 울려댄다. 

수다꾼: 박문영, 신지원, 이인숙, 최동수 (정리: 이인숙)

  8_지구2 » 헤아릴 수 없는 생물체들이 사는 지구 행성.

   

     

사람의 과학기술은 지구-생명 친화적일까?

 

SO_LIS인숙:  이런 상상 어때요?  어느 날 갑자기 지구에서 사람들이 모두 사라진다면? 황당하지만 한번 생각해볼만하잖아요? 이유가 어떻든 지구라는 무대의 주인공이 영원히 사람일 거라는 법은 없으니까요.

 

문영:   그래요. 그렇게 생각하면... 지구 위에 둥지를 튼 사람도, 사람을 가슴에 품은 지구도, 원하는 것은 제각각  다르지 않을까요? 

 

동수  그러고 보니, 이런 생각도 드네요. 지구의 눈으로 보면, 지구에 쓸데없는 구조물들을 쌓아 올리고 디엔에이(DNA)를 자르고 붙여 원하는 유전형질을 만들어내는 사람들보다는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순응하는 생명체들을 지구는 더 원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지원:   저는 다른 말씀! 사람이 사라진 지구를 상상한다는 것은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있다고 자부하는 인류의 역사를 무시하고, 또 사람의 과학기술을 쉽게 무시하는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인숙:   하지만 과학기술의 발전이 꼭 더 나은 세상을 만들었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지금의 지구는 기후변화라는 위기에 처해 있어요. 뉴스는 연일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기상 이변에 대한 얘기를 끊임없이 쏟아내고 있죠. 지구온난화가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고요. 지구온난화는 과학기술이 우리 삶의 방식을 사람과 자연의 힘에서 기계의 힘으로 바꾸면서 시작됐다고 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만들어진 세상이 편리하기는 하지만 더 나은 세상인가 하는 것은 의문이에요. 아니, 요즘 쓰는 기기들은 너무 복잡하고 배워야 할 것도 많아 편하지도 않아요.

 

 

 

과학기술로 초래된 지구온난화, 긴급구제가 필요

 

동수:   흠...호기심에서 출발해 사람들의 편리와 행복을 가져다줄 것 같은 과학기술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내는 측면도 있군요. 정보기술은 인간성의 부재를, 생명공학은 생태계 파괴를, 나노기술은 환경과 사람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말이 끊이지 않고 나오니까요. 이것들이 융합하는 미래를 낙관적으로만 바라볼 수 없다는 건데요.

 

SO_MY문영:   그렇게 생각하다보면 지금 우리가 조절할 수 있는 과학기술을 넘어선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이 든다니까요. 거듭제곱의 법칙(Power Law)이라는 것이 있더군요. 불규칙적이고 무작위로 일어나는 태풍의 강도를 예측하는 방법에도 쓰이는데, 강한 태풍은 약한 태풍이 여러 번 형성되고 나서야 어쩌다 한 번 생긴다는 그야말로 상식적인 법칙이에요. 1950년부터 2005년까지 기상 데이터를 조사해보니, 큰 태풍은 빈도는 낮지만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었대요. 이는 우리의 경험과 다르지 않아요. 우리가 건강을 얘기할 때 분명 전조 증상이 있으니 잘 살펴 확인하면 큰 병을 막을 수 있다고 말하곤 하는데 그와 비슷해요. 지금의 지구온난화가 전조증상인지 강한 태풍인지 알 수 없지만 분명 무언가 일어나고 있고 그에 대한 대비는 필요해요.

 

지원:   그렇기는 하네요. 지구온난화를 35년 전인 1975년 8월 처음 얘기한 월리스 스미스 브뢰커 교수가 올 여름에 또 다시 인류에 경고의 메시지를 전했다고 하더군요. “지구온난화가 모든 것을 엉망으로 만들 것이며, 우리 자신을 구제할 긴급한 대책을 찾아야한다”고요. 그만큼 긴박하고 절실하다는 건데 막상 이 일을 주도해야 할 정치는 이산화탄소를 어쩌지도 못하고 있고, 과학자들의 경고와 환경운동가들의 시위만이 간간히 들리지요.

 

문영:   그러고 보니, 얼마 전 중국의 기상이변으로 홍수가 발생했는데, 그로 인해 우리나라 서해 바다의 염도가 낮아져 양식업이 큰 타격을 받았다는 뉴스를 들은 적이 있어요. 물론 중국에서 불어오는 황사가 대기를 오염시키고 전염성 세균을 확산시켜 많은 피해를 주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중국의 홍수가 그런 영향을 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지요.

 

인숙:   그래요. 저도 러시아의 가뭄이 우리의 증시를 하락시키고, 고기값을 올리고, 음료수와 빵과 과자가격을 올려놓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더군요. 지금의 지구는 내 나라, 남의 나라 할 것 없이 하나의 공동체예요. 그래서 미미한 바람도 서로에게 태풍과 같은 위력을 발휘하지요. 

 

지원:   지구온난화의 주범은 화석에너지를 사용하는 과학기술이지만, 지구 전체가 서로 깊은 상관관계를 가지고 움직이게 된 것은 교통과 통신의 발전 덕분이라 할 수 있어요. 이러한 과학기술의 발전은 실제로 일이 발생하기 전에는 그 피해를 예상하고 대비하는 데 한계가 있지요.  심지어는 그 전망이 전혀 상반되기도 하니까 대책을 세우는 것도 방향을 잡을 수 없잖아요.  

 

SO_DS동수:   앞선 과학기술을 가진 나라는 과학기술을 공유하는 데에는 매우 인색해요. 어찌 보면 과학기술이 발달해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는 선진국은 그 기술을 팔아 더욱 더 풍족해지고, 생존과 발전을 위해 과학기술이 절실히 필요한 나라는 선진국에 기술적으로 종속될 수밖에  없어 선진국을 먹여살리게 되지요.

 

인숙:   전부 그런 것은 아니에요. 오스트레일리아와 우간다가 영양 결핍에 시달리는 아프리카인들을 위해 유전자변형 바나나를 실험재배 하고 있다는 기사를 읽은 적 있어요. 실명과 빈혈에 시달리는 우간다의 어린이와 여성들에게 비타민 에이(A)와 철분을 강화한 새로운 바나나를 제공하려는 거지요. 유전자변형 작물의 위해성 여부와 상관없이 배고픔과 질병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이에요. 일부 사람들에겐 앞으로 있을 위험에 대비하는 것이 큰 문제지만 당장의 생존이 문제인 사람들에겐 유전자변형 작물도 한 줄기 희망이에요. 기술이 앞선 나라가 이윤 추구가 아닌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일에 과학기술을 사용한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지요.

 

0bio2 » '생물다양성의 해' 포스터들 중에서. 출처: http://www.aseanbiodiversity.org/

 

 

 

스마트폰, 트윗, 페북...더욱 '빨라진' 연결'? 더욱 '따뜻한' 연결?

 

지원:   과학기술은 사람들의 삶을 편리하고 풍요롭게 하는 데 그 의미가 있는 것 아닌가요?

 

문영:   과학기술의 개발은 모든 사람들의 일을 빠르고 쉽게 해결하려는 데 있지요. 그런데 지금은 과학기술이 너무도 짧은 시간에 빠르고 복잡하게 변하다 보니, 모든 사람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필요로 하는 소수만을 위해 개발되고 있는 것 같아요.

 

동수:   그래서인지 요즘의 과학기술은 관심 있는 사람과 관심 없는 사람이 다른 언어를 사용하게 해요. 학교에서 “스마트 폰 있는 집?” 했는데 손 든 학생이 없었대요. 그런데 “아이폰 있는 집?”하고 질문을 바꾸었더니 한 반에 삼분의 일이 손을 들었다는 얘기가 있더군요.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에, 같은 문화를 누리며 살고 있는 것 같아도, 관심의 정도에 따라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다는 걸 보여 주는 것 같아요.

 

지원:   먹을거리를 해결하고 건강하다고 행복한 삶이라고 할 수는 없어요. 다른 사람과 더불어 소통하며 사는 것이 즐겁고 행복한 삶이지요. 하지만 요즘 세태를 보면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요. 연인이 마주앉아 각 자의 스마트폰으로 멀리 있는 많은 사람과 지금 내가 누굴 만나고 무엇을 하는지 퍼뜨리기 바빠요. 바로 앞에 앉아있는 연인과의 대화는 뒤로 미루거나 아예 관심도 없고요. 

 

동수:   '소셜 네트워크서비스'!  아쉬운 부분이에요.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인터넷 강국으로 불리던 대한민국을 한 순간에 코너로 몰아 붙였어요. 우리에게도 비슷한 서비스인 싸이월드나 네이트 온 등이 있었지만 모든 사람들이 어울리는 문화로 만들지 못했어요. 과학기술도 어떻게 접목하는가에 따라 차이가 나는 것 같아요. 모두가 공감하는 문화를 만들어 내지 못하면 세계를 향한 문은 좁을 수밖에 없어요. 

 

인숙:   실시간으로 내 생각과 내 행동을 공개한다고 소통이 될까요? 친근감은 생기겠지만 함께 추억을 나누며 힘들 때 이름을 불러 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친구는 될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리움도 없을 것 같고요. 마주보고 눈빛으로 공감하는 대화는 서로를 이해하는 폭을 넓혀 공동의 문화를 만들지만, 나를 자세히 설명하고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대화는 나만 있고 우리의 문화가 없잖아요. 함께하지 못하는 문화는 외롭지 않나요? 

 

문영:   그런데 꼭 소통이 필요한가요? 나를 알리고 나를 알아주는 소수가 있다면 그것도 행복 아닌가요? 휴대전화와 인터넷의 등장은 그런 면에서 쓸데없는 감정의 소모를 줄여주지요. 저는 직접 대화하는 것보다 짧게 주고받는 문자가 더 편해요.

 

3 » 새로운 테크놀로지에 관한 뉴스.

 

 

 

인간이 과학기술을 부리나, 과학기술이 인간을 부리나

 

동수:   과학기술을 독점하고 있는 몇몇 국가와 거대 기업은 지구 전체 사람들의 삶의 방식과 문화를 바꾸고 있어요. 나라와 문화의 다양성에 상관없이 이익 추구라는 획일적인 선택을 강요하지요. 개발되는 과학기술들로 인해 전자기기의 교체 시기는 하루가 다르게 빨라지고, 마트나 가게의 규모는 대형화되며, 인터넷의 익명성으로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받고, 대량생산으로 이윤을 많이 남기는 작물만을 선호하니 서로간의 경쟁이 더욱더 치열해지고 있어요.

 

SO_JW지원:   맞아요. 과학기술의 발달로 지구촌이라는 하나의 세계경제를 추구하면서 사람들의 삶의 속도는 빨라졌어요. 사람들은 자연을 떠나 도시로 이동하고, 바빠진 일상은 서로간에 친밀함을 유지할 시간을 주지 않았어요. 유대감이나 공동체의 의미는 상실한 채 새로운 기술을 쫓아가느라 힘들어하고 있지요. 누구를 위한 지구촌이고 과학기술인지 알 수 없게 되었어요.

 

문영:   생명공학기술과 위성통신망 등이 이루어 낸 대량생산과 합리적 배분은 제철 과일인 수박보다 귤과 사과 값을 싸게 만들었고, 지구 반을 돌아 운송되어온 장미가 그 지역에서 생산된 상품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어요. 계절도, 나라도, 환경도 무시되는 과학기술에 의한 변화는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하지요. 각자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성에 대한 혼란은 사람들의 자존심과 정체성의 혼란도 야기하지요. 이러한 자신감의 상실은 사람을 우울하게해요.  

 

동수:   그래서 ‘살기 힘들다’는 말이 해마다, 철마다 시작과 끝에 어김없이 뉴스에 보도되나 봐요. 가끔은 예전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데, 너무 많이 알아서 끊임없이 비교하다보니, 언제나 결론은 힘들다가 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을 해요.

 

인숙:   만족이 없는 것 같아요.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과학기술의 혜택은 고역이지요. 얼마 전 일괄적으로 회사에서 지급한 스마트폰이 일부 회사원들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가 된 적이 있어요. 갖은 것이 많을수록 이사할 때 마다 변경해야 것들이 많은 것처럼, 스마트폰에 의해 세상이 달라졌다고 할 만큼 많은 기능을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을 배우고 익히느라 많은 시간을 억지로 매달려야 했으니까요.

 

지원:   서로가 존중하는 법을 잊어버려서 만족도 없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요. 가까이 있는 사람들의 의견을 먼저 물어보고 웃으며 인사하는 관심만으로도 하루가 즐겁지 않을까요? 웃으며 답해주는 그들이 있어 내가 존재하고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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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수다팀
머릿속 과학을 쉽게, 편안하게, 재밌게 생활에서 끌어안다.” 못생긴 평 발의 등번호 21번 수다꾼(박문영), 뾰족코에 둥근 안경 수다꾼(신지원), 살포 시 웃음 짓는 빼빼 수다꾼(최동수), 볶음밥 위의 노른자 수다꾼(이인숙)이 수 다 팀을 꾸렸다.
이메일 : science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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