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자폐증 연구용 ‘GM 원숭이’ 제시

중 연구진, 인간 자폐 관련 유전자를 원숭이에 삽입

원숭이서 자폐 유사 행동 관찰돼 ‘모델동물’ 가능성


00GMmonkey_China.jpg » 인간 자폐증 연구용 모델동물'로 만들어진 유전자 변형 원숭이의 후손(F1). 출처/ Institute of Neuroscience, CAS


‘자폐 스펙트럼 장애(자폐증)’를 이해하고 치료법을 개발하는 연구에 쓸 수 있는 ‘자폐증 모델동물’ 원숭이가 유전자 변형(GM) 기술을 통해서 만들어졌다. 연구진은 인간 자폐증을 연구하는 데 원숭이 모델동물이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폐증 연구용 모델동물로, 이전에는 마우스를 비롯해 다른 종이 이용되었으나 영장류 동물인 원숭이가 이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진은 인간 자폐 장애를 연구할 수 있는 ‘모델동물’이 확립되었다고 밝혔으나, 실제로 얼마나 유용할지는 더 두고봐야 한다는 견해도 제시된다.


중국 상하이에 있는 중국과학아카데미(CAS) 신경과학연구소 등의 연구진은 자폐증과 관련된 인간 유전자를 집어넣어 질환 연구 모델동물인 유전자 변형 원숭이를 만들고서, 이 원숭이들의 자폐 유사 행동을 관찰한 결과와 이 유전자 변형이 후손(F1)에도 전달된다는 실험 결과를 담아 과학저널 <네이처>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네이처>의 뉴스 보도와 논문 초록을 보면, 연구진은 지난 2010년 인간 자폐증 발현에 관여하는 100여 가지 유전자들 가운데 하나인 MECP2 유전자를 필리핀원숭이(Macaca fascicularis)의 난자에 집어넣어 유전자 변형을 일으킨 뒤 이 난자와 정자를 수정시켰다. 이후에 대리모를 통해서 MECP2 유전자가 과발현되어 유사 자폐 장애를 보이는 원숭이 8마리를 얻었다. 연구진의 동물 행동 시험에서 이 원숭이들에게선 반복 행동이나 비사교적 행동 같은 자폐 유사 행동이 관찰됐다. [참조: 중국 신경과학연구소 보도자료]


연구진은 이어 이 유전자 변형이 후손에 전달되는지를 확인하는 실험을 했다. 이들은 유전자 변형 원숭이 수컷의 정자와 자연의 비변형 원숭이 암컷의 난자를 수정시켜 후손(F1)을 얻었다. 후손 원숭이에 대한 행동 시험에서도 자폐 유사 행동이 관찰되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런 실험들을 통해 연구진은 MECP2 유전자를 과발현하는 유전자 변형 원숭이가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모델동물’로서 연구될 수 있는 요건을 갖췄음을 입증하고자 한 것이다.


이번 논문에 보고된 유전자 변형 원숭이들에서는 “원을 그리며 돌아다니는 반복 행동과 증강된 스트레스 반응의 빈도가 위협불안과 방어 행동 시험에서 유전자 비변형 원숭이에 비해 더 자주 나타났다.” 또한 사교 행동 시험에서, 비사교적인 행동도 두드러지게 나타났다고 연구진은 전했다.


중국 신경과학연구소는 보도자료에서 “MECP2 유전자 변형 원숭이 모델이 확립됐다”, “후손(F1)의 유전자 변형 원숭이가 성공적으로 만들어졌다”고 강조했으나, 아직은 이 원숭이들이 인간 뇌 장애를 이해하는 데 실질적 도움을 줄지에 관해서는 이견도 나타나고 있다. <네이처> 뉴스 보도에서, 자폐 모델동물을 연구하는 한 연구자는 이 원숭이 모델동물이 사람의 상태를 이해하는 통찰을 줄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으며, 다른 연구자는 자폐 발현 유전자가 원숭이에선 사람의 경우와는 다른 메커니즘으로 발현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00CRISPR_pig.jpg » 몸무게 15kg 정도로 성장하도록 '유전자-편집' 된 "마이크로돼지". 출처/ BGI 한편, 중국의 중앙과 지방 연구소들이 최근 잇따라 유전자 변형 동물을 만들어 발표하면서 이를 주시하는 언론 보도도 나오고 있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과 <네이처>의 지난해 11월 공유 기사는 중국에서 농축산과 생의학 분야의 정책적 지원 덕분에 원숭이, 돼지, 개, 염소 등 “유전자 맞춤형 동물” 연구가 많아지는 흐름을 전하면서 이와 관련한 윤리적 논란도 함께 다루었다. 특히 정교하고 간편한 유전자 변형 기법인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유전자 변형 동식물의 출현은 잦아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유전자 가위’ 기법으로 만든 연구용 또는 애완용 ‘마이크로돼지(micropig, 몸무게 15kg 가량)’가 만들어졌으며, 지난 2014년에는 역시 ‘유전자 가위’ 기법을 이용해 영장류인 원숭이도 모델동물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유전자 변형 원숭이가 태어났다. 이에 따라 유전자 변형 생물체의 생산을 둘러싼 생명윤리 논의도 더욱 잦아질 것으로 보인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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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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