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O 환경방출 막을” 유전암호 재작성 생물(GRO) 개발
조지 처치 교수 등 미국 연구진, 네이처 2편 논문
“인공 아미노산 먹이 없인 실험실·배양시설 바깥 생존불가
유전암호체제 자체를 바꿔 자연생물과 유전자 호환 안 돼”
» 실험용 미생물인 대장균. 출처/ Wikimedia Commons
박테리아건 영장류이건 자연의 모든 생물은 각자의 디엔에이(DNA) 청사진이 정해준 대로 자연에 존재하는 20가지 아미노산을 조립해 단백질을 만들어서 생명을 유지한다. 그런데 2013년에 이런 생명의 기본 규칙에서 벗어난 연구가 발표돼 주목을 받았다. 그해 10월 미국 하버드대학과 예일대학 연구진은 20가지 외에 자연에 없는 인공(합성) 아미노산을 단백질 조립품으로 쓰는 새로운 유전체(게놈) 작동 방식의 생물모델 대장균을 만들어 발표했다. ‘유전자’ 차원의 변형이 아니라 ‘유전체’ 차원의 변형이라는 뜻에서, 연구진은 이 생물체에 유전자 변형 생물(GMO)가 아니라 따로 ‘유전체 차원의 유전암호 재작성 생물(GRO, Genomically Recoded Organism)’이라는 이름을 붙었다.
[☞ GRO: 사이언스온 2013년 10월30일치 기사 참조 http://scienceon.hani.co.kr/134102 ]
당시 연구에 참여한 연구진은 이제 조지 처치(George Church) 하버드대학 교수 연구진과 패런 아이작스(Farren Isaacs) 예일대학 교수 연구진으로 나뉘어 각각 이 기법을 이른바 ’유전자 변형 생물의 환경 누출과 오염을 막는 생물학적 봉쇄’ 기법에 활용할 수 있다며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연구결과를 과학저널 <네이처>에 1편씩 논문으로 발표했다 (논문 1 / 논문 2).
두 편 논문의 기본 아이디어는 유전암호 재작성 기법을 활용하면 유전자 변형 미생물이 사람한테 유용한 의약물 같은 물질을 생산하면서도 배양시설 밖에선 생존할 수 없게 만들어, 유전자 변형 생물의 '유용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음을 실제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 기법은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의 DNA 암호(코돈, codon) 가운데 ‘이음동의어’처럼 기능(의미)은 같지만 염기서열만 다른 여러 코돈 중 하나에다 자연에 없는 인공 아미노산을 인위적으로 배정해 다른 기능(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자연에 없는 아미노산을 단백질 합성에 활용하게 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주로 '단백질 합성 공정을 종료하라'는 의미를 갖는 서로 다른 코돈(염기서열 TAG, TAA, TGA) 가운데 하나에다 종료의 의미가 아니라 인공 아미노산 지정의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이 활용됐다.
» 유전암호들이 지정한 아미노산들을 이어붙여 단백질을 합성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그림. 오른쪽 큰 구조물이 단백질 공장으로 불리는 리보솜. 운반RNA(tRNA)가 유전암호(코돈)가 지정하는 아미노산을 찾아와 리보솜에 차례대로 들어서고 있다. 운반RNA의 꼭대기에 붙은 아미노산이 차례대로 이어지면서 아마노산 사슬인 단백질이 만들어진다. 미국 연구팀은 유전암호 일부에 지정된 의미를 없앤 다음에, 전에 없던 아미노산을 찾아다 붙이라는 새로운 기능을 부여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모델동물인 대장균이 생존하는 데 꼭 필요한 필수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 중간에다 이런 인공 코돈을 넣으면, 이 대장균은 지정된 인공 아미노산 먹이가 있어야만 필수 단백질을 생성해 생존할 수 있게 된다. 달리 말해 지정된 인공 아미노산을 대장균한테 공급하지 않으면, 필수 단백질이 다 완성되지 못해 대장균은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기존의 유전자 변형 생물(GMO)에다 이 기법(GRO)을 추가로 적용하면, 즉 'GMO+GRO 생물'을 만들 수 있다면, 예컨대 이렇게 만들어진 미생물은 ‘인공 아미노산 먹이에 전적으로 의존해 생존하는 미생물’이 되는 셈이고, 그런 먹이가 공급되는 배양시설 안에서만 생존할 수 있게 된다.
과학저널 <네이처>의 보도를 보면, 이번 연구에서는 “1000억 개 세포(박테리아)가 다뤄지는 20여 일 간의 몇 차례 실험에서 단 한 마리 미생물도 인공 영양분(인공 아미노산)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처 우리말 번역). 논문 저자 중 한 명인 하버드대학 연구자는 "우리가 검증한 바로는, 이렇게 만든 미생물이 (먹이인 인공 아미노산 없는 환경으로) 벗어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인공 아미노산을 지속적으로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식물인 GM 작물에 이 기법을 적용하기에는 여러 난점이 있을 것으로 보이며, 이 때문에 폐쇄된 배양시설 안에서 유용 물질을 분비해 생산하는 GM 미생물에다 이 기법을 적용하기가 더 수월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뉴 사이언티스트).
그러나 이처럼 지구상의 생물과 다른 유전암호 방식으로 생존하는 이런 생물체가 과연 현실에서 얼마나 필요한지는 불분명하다고 <뉴욕타임스>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유용한 물질을 생산하는 유전자 변형 미생물이 폐쇄된 배양시설에서 우연히 새어나와 자연환경에 노출된다 해도 대체로 생존력이 없어 자연 사멸하는 경우가 많는데, 이처럼 고도의 유전체 조작을 거쳐 만든 생물체가 당장 필요할지는 더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는 것이다. 과학저널 <네이처>는 이런 새로운 합성 미생물이 연구현장에 도입된다면 보건 당국이 그 안전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를 두고서도 애를 먹게 될 것이라는 견해도 전했다.
유전체 차원에서 유전암호 체제 자체가 변형된 새로운 생물체가 그동안 안전성 논란의 대상이 된 유전자 변형 생물체의 환경 방출과 유전자 오염 위험을 차단할 생물학적 안전장치 기법으로서 용도를 찾을 수 있을지, 또는 새로운 개념의 생물체 등장으로 전에 없던 우려나 논의가 생겨날지는 좀 더 두고서 이에 관한 평가들을 지켜봐야 할 듯하다.◑
■ 논문 초록 (하버드대학 조지 처치 연구진)
유전자변형 생물(GMO)은 연구와 산업 시스템에서 높은 가치의 의약물질, 연료, 화학물을 생산하기 위해 점점 더 많이 사용된다. 유전적 격리와 내적인 생물학적 봉쇄(biocontainment)는 이들 폐쇄 시스템을 안전하게 지키며 개방 시스템에서 GMO의 안전하게 응용할 수 있게 해주는 필수적 생물안전 조처가 될 것이다. 안전지침이 필수적 유전자 조절, 독소 스위치 유도, 영양요구성 조작을 통해 세포 성장을 제어할 수 있도록 설계되고 있지만, 이런 방법들은 필수적 대사물의 교차영양공급(cross-feeding), 필수 유전자의 부분 발현(leaked expression), 유전자 돌연변이 때문에 손상되곤 한다. 이 논문에서 우리는 그 성장이 합성 아미노산(sAA) 공급에 의존하는 여러 필수 유전자 발현에 의해 제약되는 유전체 재암호화 유기체(GRO)의 생산을 보여준다. ……(제작 기법 생략)…… 이것은 기존의 생물학적 봉쇄 방법에서 더 나아간 의미 있는 개선이다. 우리는 합성아미노산(sAA)에 의존해 생존하는 합성 영양요구균(synthetic auxotrophs)를 만들었다. 이런 영양소가 제공돼야 생존하는 유전암호 재작성 생물(auxotrophic GRO)은 수평적 유전자 이동을 막음으로써 유전자 격리를 이루게 하며 합성 아미노산 사용에 의존하는 대안의 유전암호를 지닌다. 이는 조작 생물체와 환경 간에 직교하는 장벽을 강화하는 것이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사이언스온의 길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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