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우주개발, 국가경쟁 넘어 지구협력은 안 되나요?
아줌마들의 과학수다 (4)
부족해서 뭔가를 찾으러 가는 우주는 아니다. 우리가 태어난 곳이고, 우리가 자란 곳이며, 우리가 돌아 갈 곳이기 때문에 나아간다. 그 곳에서 찾은 보물은 인공위성이다. 나만 가지기보다는 모두 함께 누려야 빛이 난다. 수다꾼: 박문영, 신지원, 이인숙, 최동수 |
인숙: ‘눈이 보이지 않는 요리사’ 이런 일이 상상이 되나요? 하지만 얼마 전 텔레비전을 보니 실제로 꿈꾸는 26살의 여자가 있더군요. 뉴욕의 유명 요리학교를 나오고, 미국을 대표하는 요리사가 함께 일하자고 제안하는 인정받는 요리사가 있더라고요. 놀랍지 않나요?
문영: 부럽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하고,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올까? 궁금하기도 하네요.
지원: 무한한 상상력과 호기심과 끈질긴 노력에 박수를 보내요. 우리 아이들도 그렇게 키우고 싶군요.
동수: 상상력을 말씀하시니 광활한 우주가 떠오르네요. 우주를 향한 인간의 도전이야말로 상상력의 산물 아닌가요?
지원: 달을 바라보다, 달을 향해 나아간 사람들의 무모함이 현재의 우주산업을 있게 했죠.
문영: 우주산업이라니요?
우주 진출의 위대한 상상력, 그리고 전쟁과 경쟁들
인숙: 우주를 향한 인간의 도전은 극한 상황에서 견딜 수 있는 새로운 소재를 만들고, 원격조정으로 움직이는 기계를 만들고,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는 첨단 기술을 발전시켰어요. 이런 노력들이 사람들의 생활에 응용되면서 꿈이 아닌 산업으로 자리잡은 거죠.
동수: 맞아요. 우리가 잘 몰라서 그렇지 찾아보면 오래 전부터 우주개발의 혜택 속에서 살고 있었어요. 병원에 간 적 있는 누구라도 한번쯤 찍어 본 엠아르아이(MRI·자기공명 영상장치)와 시티(CT·양전자방출 단층촬영), 강하고 가벼운 티탄합금의 골프채·안경테, 전자레인지와 정수기까지 주변을 둘러보면 흔하죠.
지원: 그뿐인가요. 요즘은 집에서 인터넷으로 주문한 상품이 언제, 어디를 출발해, 어디쯤 오고 있는지도 알 수 있죠. 또 세종문화회관 앞 버스정류장은 내가 탈 버스가 전 정거장을 몇 분 전에 출발했는지, 언제 도착할 건지를 알려주는 안내판이 있어요. ‘막차를 놓쳤을까’ 안절부절 할 필요가 없어진 거죠.
인숙: 그런데 이제는 버스정류장에 날씨, 주변지도, 교통카드의 잔액까지 확인 할 수 있는 ‘유셀터(u-Shelter)를 설치한다니 그야말로 정보의 홍수네요. 퇴근할 때 네비게이션의 안내를 받으며 집으로 돌아오는 바보가 되는 것은 아닌지? 우리의 생활에서 미루어 짐작하고, 준비하고, 결정하고, 대처하는 숱한 상황을 내가 아닌 기계의 힘을 빌려 해결한다는 것은 결코 유쾌한 일은 아닌데! 실수를 한다는 건, 안 가 본 길을 간다는 건 뜻밖의 행운일 수 있는데….
문영: 그 행운이 우주산업인데 정말 재밌네요. 전쟁을 준비하고 상대국을 제압하려는 무한경쟁 속에서 로켓이 만들어지고 인공위성이 발사됐지요. 1957년 옛 소련의 스푸트니크1호 발사는 미국과 소련의 우주개발을 가속화했고 예상치 못한 구소련의 붕괴로 말미암아 그 혜택을 우리가 누리고 있는 거죠. ‘전쟁과 경쟁 속에서 생산된 생활의 편리함이라’ 주어진 목표가 있는 사람의 능력은 실로 경이롭군요.
우주를 향한 출발은 액체추진제 로켓
동수: 하늘을 향한 사람들의 열망이 ‘이카루스의 날개’에서 시작했다면 지구를 벗어나 우주를 향한 사람들의 출발은 치올콥스키의 액체연료 로켓에 관한 논문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요?
인숙: 뉴턴이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중력을 생각해냈다는 흔한 말이 있듯이 소련의 물리학자 치올콥스키는 중력을 벗어나는 방법으로 액체추진제를 사용한 로켓을 생각해냈어요. 중력을 벗어나다니, 익숙하고 편안함을 벗어나다니 역시 과학자는 생각이 다르군요.
문영: 그러게나 말이 예요. 그래서 소련이 치올콥스키 탄생 100주년인 1957년에 최초의 인공위성을 발사한 거군요.
지원: 인공위성 발사에서 뒤진 미국은 1969년 아폴로 우주선을 발사 지구궤도를 벗어나 처음으로 달에 착륙하죠. 중력과 로켓이, 미국과 소련이 작용과 반작용의 확실한 예를 보여주고 있는 거죠.
문영: 미국의 달 착륙은 오베르트의 책 <우주의 행성으로 가는 로켓>에서 시작해 독일의 제2차 세계대전을 거쳐 미국이 노력한 결과겠지요. 그 뒤에는 독일의 로켓과학자 폰 브라운이 있고요. 과학적 성과는 어느 한 사람의 노력이나, 어느 한 순간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수많은 사람들의 성공과 실패가 모여 법칙이 서고, 또 다시 수정되고, 진실을 향한 끊임없는 탐구가 결과를 만들고, 결과는 또 다른 시작이고….
동수: 달 착륙을 말하다 보니 한 사람이 더 생각나네요. 닐 암스트롱이 달에 발을 내딛는 역사적 순간을 전 지구인이 함께 볼 수 있으리라 예상한 영국의 작가 클라크 경이죠. 그는 1945년 어느 잡지에 정지위성을 이용해 전 지구가 하나가 되는 방법을 설명했어요. 그의 영향을 받았건 아니건, 지금의 지구는 밴쿠버의 겨울철 올림픽을 함께 보고, 아이티의 지진 참사에 함께 아파하고 있죠.
인숙: 우주선 이전에 인공위성이 있고, 인공위성 이전에 로켓이 있고, 로켓 이전에는 화약이 있나요? 화약은 중국에서 최초로 발명된 거 아닌가요? 그리고 고려의 최무선이 있고…. 그럼 ‘신기전’이라는 조선의 무기는 로켓이고 미사일이고 우주를 향한 첫 발걸음이었네요. 문종의 짧은 생이 아쉬울 따름이네요.
우주개발, 국가들 경쟁보다 지구촌 협력으로 나아갔으면
지원: 당장 먹을 것도 부족했던 60년대의 대한민국은 다른 나라의 우주개발을 보면서 배부른 몽상이라 했겠죠. 투자비용이 많이 들고 기술개발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우주개발은 당장의 경제적 이익을 따져 뒤로 밀려 났을 것이라 생각해요. 하지만 별을 동경하고, 태권브이로 악당을 물리치고, 은하철도 999로 우주여행을 다니고, 우주소년 아톰을 따라 하늘로 오르던 누군가의 꿈이 있어 1992년 우리별1호를 가지게 되었죠.
문영: 그러고 보면 20년이 채 안된 짧은 기간에 인공위성을 10개 넘게 보유하고, 인공위성의 자체 개발 기술이 있고, 나로우주센터가 있고, 비록 절반의 성공인 한국형 우주발사체가 있는 우리의 달 탐사는 조만간 가능하지 않을까 싶네요.
동수: 달을 향한 아시아의 경쟁은 일본이 2007년 ‘가구야’라는 달궤도선을 발사한 이후에 중국과 인도가 뒤를 이어 ‘창어’ 1호와 ‘찬드리얀’ 1호를 발사했지요. 중국은 달에 많은 양의 헬륨-3 원자핵이 있으리라 예상하고 달의 자원을 이용해 에너지 부족을 해결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해요. 헬륨-3 원자핵은 핵융합 발전의 중간물질이라 수소를 융합하는 것 보다 더 효율적이죠.
인숙: 15세기 명나라의 정화라는 사람이 ‘황제의 위엄’을 과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대항해 프로젝트에 나섰다면, 21세기 중국의 우주 진출은 에너지원의 발굴이라니.. 조금은 위상이 떨어지지 않았나 싶네요.
지원: 중국의 우주개발에 대한 우려의 소리가 있어요. 실제로 2007년 중국은 자신의 위성을 미사일로 요격해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 번째로 ’스타 워즈’(Star Wars) 테스트를 성공한 나라가 되었거든요. 군사강국의 위력을 보여준 거죠. 그 만큼 목소리도 커지겠죠.
문영: 우주개발이 사람들의 삶을 편리하게 한 반면에 또다른 전쟁터를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네요. 우주기술이 국력이 아닌 국가의 품격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길 바라요. 인공위성으로 얻은 정보를 공유하고, 재난에 함께 대처하며, 서로에게 도움이 되도록 배려하면 좋겠어요. 예전에 남해로 고기잡이 나간 우리의 어선이 예기치 못한 폭풍우에 조난을 당했는데 알고 보니 옆에서 조업하던 일본어선은 모두 무사했대요. 이유인즉, 그 나라 방송에서는 위험을 예보한 거죠. 기상 정보를 공유했으면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는데. 요즘은 사용료를 지불하고 정보를 제공 받는 것으로 아는데? 그래서 각 나라마다 기상위성이 필요한가?
쌓여가는 우주쓰레기는 어찌 할고
동수: 중국의 요격미사일은 우주전쟁의 문제뿐만 아니라 약 10㎝ 정도의 파편을 발생시켜 우주왕복선 아틀란티스호와 충돌 사고를 일으킬 뻔 했어요. 미국은 아찔했을 거에요.
지원: 미국과 러시아의 통신용 인공위성이 충돌하는 사고가 있었어요. 운용 중인 민간 위성과 수명이 다해 버려진 위성 간의 충돌로 거대한 파편 구름이 형성돼 향후에 발사되는 우주선이나 위성에 예상치 못한 위협으로 작용하게 될 거라는 가능성이 제기돼 ‘우주쓰레기’ 문제가 대두되었죠.
인숙: 지금까지 발사된 우주선과 인공위성의 개수가 대략 7천개를 넘고 그로 인한 파편 수는 그보다 10배는 더 많대요. 지구 하늘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네요.
문영: 인공위성의 수명은 길어야 10년이래요. 현재 사용하고 있는 인공위성의 숫자가 2500개 정도 된다고 하니 나머지는 모두 버려진 것들이네요. 어림잡아 계산해도 파편과 쓰레기 양이 어마어마하네요. 사람들이 볼 수 있는 별의 숫자가 6천개 정도라는데 우주쓰레기들은 그 10배는 되겠어요.
인숙: “사람이 머물다 떠난 자리를 보면 그 사람의 인격을 알 수 있다”고 하시던 어머니의 말씀이 생각나네요. 어디서든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하던 그 말씀이 귓가에 맴도네요.
동수: 우주 공간을 평화적으로 깨끗하게 사용하기 위한 국가 간 협력이 필요하겠어요. 이러한 노력들은 이뤄지고 있겠죠?
지원: 우주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인류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닌 생명을 잉태한 고향으로서 하나가 되기 위한 통합의 눈으로 바라봐야한다고 생각해요.
인숙: 우주의 티끌에서 시작했을 우리의 존재를 겸허히 받아들여 나를 가다듬고 남을 배려하는 ‘예(禮)’가 가득한 지구인 이길 바래요. ‘가엽게 여기는 마음’으로, ‘네 탓이 아닌 내 탓이요’를 반성하며, ‘하나 되는 사랑’을 만들어 가는 자랑스러운 지구인이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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