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지상·위성 기온측정 달라" vs "위성자료 한계탓"
기후변화론에 대한 회의론 주장과 기후과학의 반박 ②
'인간에 의한 지구온난화 초래'로 요약되는 기후변화론에 의문을 제기하는 여러 회의론들이 이른바 '기후게이트' 이후에 국내 언론에도 간혹 소개되고 있지만, 단편적으로 다뤄져 회의론의 주장은 물론 주류 과학계의 반박을 알기 힘들다. 그러다보니 우연히 접하는 회의론의 단편적 정보들은 주류 과학계의 기후변화론을 이해하는 데 혼란을 일으키곤 한다.
과연 인간에 의한 지구온난화에 의문을 제기하는 기후변화 회의론에는 어떤 주장들이 어떤 맥락에서 제기되고 있으며, 이에 대해 기후과학자들이 제시하는 반박은 어떠한 것인지 궁금할 때가 많다. 마침 최근에 번역작업을 위해 읽고 있는 기후변화와 관련한 책(Climate Change: The Point of No Return)에 기후변화 회의론들의 뼈대와 이에 대한 기후과학자의 반박이 잘 정리돼 있기에, 국내 출판사와 협의를 거쳐 그 주요 부분을 발췌 번역해 두 차례에 나눠 소개한다. 회의론의 요지와 그에 대한 주류 과학계의 반박 논리를 읽다보면, 기후변화론의 핵심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2007년에 독일에서 처음 출간된 이 책은 지난해 영국에서 영어판으로 번역 출간됐으며, 저자(Mojib Latif)는 '인간에 의한 기후변화론'을 지지하는 독일 기후과학자이다.
[기후변화와 관련한 사이언스온의 다른 글]
▶ 출처: Mojib Latif, Climate Change: The Point of No Return (London: Haus Publishing Ltd, 2009): 143-162.
"수증기가 온실효과에 주요하게 기여한다"
자연적 온실효과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것은 단연 수증기라는 데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자연적 온실효과의 3분의 2가량이 수증기라는 온실가스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회의론은 인간에 의한 온실효과에서도 수증기가 이산화탄소보다 더 큰 구실을 한다는 결론으로 건너뛰기를 좋아한다. 먼저, 자연적 온실효과와 인간에 의한 온실효과는 구분돼야 한다. 수증기가 자연적 온실효과에서 가장 중요한 기체이지만, 인간에 의한 온실효과에서는 이산화탄소가 60%가량의 몫으로 가장 큰 역할을 한다. 지상의 수증기 배출은 인간에 의한 온실효과에 실제적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왜냐면 대기중에 지속적인 수증기 농도 증가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산화탄소는 대략 100년 동안 대기중에 머무를 수 있지만, 수증기는 일반적으로 불과 며칠만에 비의 형태로 지상에 되돌아온다. 그렇지만 지구 기온 상승이 한편으로는 증발을 증가시키고 다른 한편으로는 수증기를 받아들이는 대기의 잠재적 수용능력을 증가시킬 때엔, 수증기 함유량의 지속적 증가가 일어난다. 대기가 더 따뜻할수록, 응결해 비로 내리기 전에 대기중에 머무는 수증기가 불균형적으로 더 많아질 수 있다. 그러므로 수증기는 중요한 되먹임 기체이며 수증기의 양성 되먹임(positive feedback)은 여러 되먹임 과정들에서 가장 큰 효과를 내는 것이다.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에 의해 일어나는 온난화는, 예를 들어 더 많은 대기중 수증기를 초래하며, 온실효과를 더 증폭한다."이산화탄소는 기후변화의 촉매일 리 없다. 기후 역사가 이를 말해준다"
대기중 이산화탄소 함유량의 추세와 지난 80만년의 평균 기온을 비교할 때에, 둘 사이에 나타나는 고도의 상응성(대응성)은 간과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과거 기후 사건들이 이산화탄소에 의해 일어났다는 별개의 결론들이 예전에 도출돼 왔다. 현실에서 그 둘의 변수들이 서로 인과관계의 영향을 끼치는지, 둘 다 제3의 변수에 의해 지배되는지, 또는 상응성이 순전히 우연의 일치인지는 즉각 분명하지 않다. 이런 추세(trend)를 더 정밀 분석해보면, 24만년 전의 북극 기온 변화는 이산화탄소 농도의 영향보다 조금 더 일찍, 대략 800년 앞서 나타났음이 드러난다. 그래서 이와 같은 장기적인 경로는 기온 변화가 먼저 출현했으며, 이는 주로 지구 궤도의 매개변수에 나타난 변화들에서 기인했음을 보여준다. 기온 상승이 바다 수온 상승을 일으키고, 이를 거쳐 녹아 있던 이산화탄소의 방출을 일으킨다. 이런 과정을 거쳐, 결과적으로 기온 상승은 대기중 이산화탄소 함유량 상승을 초래하며, 더 나아가 온실효과를 증폭한다. 그러므로 수증기 되먹임처럼 여기에서 관찰된 현상도 양성 되먹임의 메커니즘이다. 다른 되먹임 효과들과 마찬가지로 이것은 지구 궤도의 매개변수 변화로 야기된 상대적으로 작은 기후변화를 매우 강하게 증폭해, 빙하기와 간빙기 같은 거대한 기후 요동을 초래한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지구 궤도의 매개변수는 매우 긴 시간규모에서 변하기 때문에 '변함이 없다'고 여길 수 있다. 우리 인간에 의해 대기중에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증강된 온실효과를 거쳐 지구온난화를 초래한다. 탄소 순환에 나타나는 이런 연계된 변화들은 온난화의 초기 상황을 더욱 증폭할 것이다. 물리학과 생물지구화학 사이의 활발한 상호작용 덕분에, 기후/탄소 짝의 순환 모델은 훨씬 더 널리 알려지고, 그래서 인간 온실가스 배출의 기후 영향을 계산해낼 수 있다."화석 매장량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농도는 2배가 될 수 없다"
이 주장이 오늘날 확보된 화석 매장량에 대해 얘기한 것이라면 어느 정도 타당할 수 있다. 왜냐면 이런 매장량을 연소하는 것은 대기중 280ppm이라는 산업화 이전 시대의 수치를 넘어 이산화탄소 농도를 2배나 상승시키겠지만, 단지 절반만이 대기중에 남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나머지 절반은 해양과 지상 생물권에 흡수된다. 그러므로 오늘날 가용할 연료를 연소한다고 대기중 이산화탄소 함유량이 2배가 되는 일은 없다. 하지만 가용할 화석연료의 실제 양은 지금 이 순간에 확보된 매장량보다 훨씬 더 많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석탄의 경우에, 새로운 탐사와 채굴 기술 덕분에 현재의 양에 견줘 대략 10배 가량 늘어날 것이 예상된다. 기술 진전으로 이런 수치는 지속적으로 상향 조정돼 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더욱이 메탄 하이드레이트(메탄과 물로 이뤄진 얼음 같은 고체 물질) 같은 추가적인 화석연료도 있다. 이것은 저온과 고압에서만 안정적인데 해저 바닥과 영구 동토층에서 발견된다. 얼마나 많은 메탄 하이드레이트가 지구에 있는지는 논란거리이다. 자주 인용되는 한쪽에서는 매장량이 10조 톤 탄소량에 이른다고 말하는데, 이는 세계의 모든 석탄, 가스, 원유 매장량의 2배 수치다. 이런 매장량은 대기중 이산화탄소의 함유량을 2배 이상 높이기에 충분할 것이다. 이판암 오일, 초중질유(bitumen), 중유 같은 다른 자원들도 있다. 그러므로 다음 세기 안에 4000ppm에 육박하는 이산화탄소 농도는 가능한 일이다. 인간이 일으키는 온실가스의 60%만이 이산화탄소로 추적된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 아무 대책도 없이, 다른 온실가스들을 고려하면 ‘등가의’ 이산화탄소는 이번 세기 중반 이전에 충분히 2배가 될 수도 있다. 게다가 이산화탄소가 앞으로도 해양과 식물에 의해 지금 수준으로 지속적으로 회수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이산화탄소는 주로 바다 또는 화산에서 나온다"
산업화 시대 이래 이산화탄소 농도의 연간 증가(연평균 1.5ppm, 상당한 변동폭이 있으며 현재 증가율은 연간 2ppm)와 농도 추세는 잘 알려져 있으며 이제는 검증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이런 이산화탄소 대부분이 해양에서 온 것이라는 별개의 주장들도 들린다. (마치 데워진 탄산수에서 나오듯이) 이산화탄소가 (자연적) 온난화의 결과로 바다에서 방출된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이 유효한지는 해수면 위의 이산화탄소 함량을 측정하고, 병행해서 해수에 녹아 있는 이산화탄소 양을 측정함으로써 실험적으로 검증할 수 있다. 그렇게 해보면, 바다에 녹아 있는 이산화탄소 양이 일반적으로 대기중 이산화탄소 함유량보다는 적게 나타난다. 해양의 이산화탄소 함유량이란 측면에서 보면, 지구 해양의 대부분이 ‘덜 포화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균형을 맞춰 이산화탄소는 현저하게 대기에서 바다로 이동하고, 바다는 대체로 이산화탄소의 저장소로서 기능한다. 이런 사실은 또한 탄소 동위원소에 대한 측정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이런 종류의 측정값들 덕분에 자연에서 생성된(생물 기원의) 이산화탄소는 화석연료(석탄, 원유, 천연가스)를 태워 생성되는 것과는 구분될 수 있다. 탄소 동위원소 측정 결과는 대기중 이산화탄소의 증가가 화석연료 연소에서 기원한 것이며 바다에서 방출된 게 아님을 확인해준다. 더욱이 바다가 점차 산성화하고 있음이 관찰되는데, 이는 해양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추가 증거가 된다. 장기간에 걸친 해양 산성화는 해양 생물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오늘날까지 측정치들은 상대적으로 최소량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화산에서 유래함을 보여준다. 최근에는 화산에서 분출되는 그 양이 상당히 더 크며 이산화탄소가 주로 화산지대의 암석에서도 배출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들도 있다. 언급된 이산화탄소의 양은 해마다 대략 6억 톤에 달했으며 그것은 오늘날 인간에 의한 배출량의 대략 2%에 상응할 것이다. 이런 양이 참이라 해도(입증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는 인간에 의한 배출량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이다. 상대적으로 잘 알려져 있는 인간에 의한 배출량의 많은 부분은 잘 알려지지 않은 최소량의 자연적 배출에 의해 증가할 것이다. 화산과 암석에서 방출되는 배출량이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는 것은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산업화 이전의 800년 동안에 상대적으로 항상성을 보여준다는 단순한 근거에서 볼 때에도 개연성이 적다. 화산 활동이 주요한 배출원이었다면, 마찬가지로 농도도 이 시기에 강하게 요동했어야만 했다."이산화탄소가 더 많아져도 기후엔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대기에 들어오는 여분의 이산화탄소가 기후에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는 주장이 자주 제기된다. [지상에서 방출되는 적외선 복사에너지가 이산화탄소 분자 등에 의해 흡수됨을 보여주는 적외선 스펙트럼에서] 중요한 흡수 대역은 이미 포화돼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스펙트럼의 일부 영역에서는 타당하다(특히, 4.5~14.7μm 파장에 있는 흡수 대역의 중앙 영역 /* 물체에서 나오는 적외선 복사에너지의 일부는 대기중 이산화탄소, 오존, 수증기 같은 기체에 흡수된다 -역자). 그러나 모든 영역에서 그런 것은 아니며 특히 흡수 대역 중앙의 바깥에 있는 양쪽 측면에서는 그러하지 않다. 이런 상황을 놓고 볼 때, 높은 포화 상태 때문에 (포화되지 않은 적외선 대역에서) 적외선 복사에너지를 충분히 흡수할 능력을 갖춘 물질들에 견주면 이산화탄소의 지구온난화 효과는 훨씬 더 작다 해도, 이산화탄소가 사실상 기후에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이산화탄소의 중요성은 배출되는 양의 방대함에서 생긴다. 이산화탄소가 주로 흡수 대역 중앙의 바깥쪽 대역에서 효과를 끼치기 때문에, 이산화탄소의 기후 영향은 이산화탄소 농도의 로그함수 정도로만 증가할 뿐이다. 하지만 그 농도가 지수함수적으로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기온 상승은 시간이 지나며 어느 정도는 선형적인 형태를 띨 것이며, 이는 또한 기후모델에서도 입증되고 있다. 게다가 수증기 되먹임과 다른 양성 되먹임 메커니즘 때문에 순수한 이산화탄소 효과와 우리 인간이 대기중에 배출하는 다른 온실가스 효과는 증폭된다."기온에 대한 위성 측정값과 지상 측정값 사이에는 불일치가 존재한다"
회의론은 지상측정소와 위성 데이터 사이에 모순이 있다고 오랜 동안 주장해왔다. 지상측정치의 추세는 지난 100년 동안 지구 평균 기온에서 거의 0.8도 상승 기록을 보여주지만, 위성 자료는 단지 최근 25년 동안의 측정값만을 지녀 어떤 기온 추세도 보여주지 못한다. 여러 다양한 방법들(땅과 배 위에서 이뤄지는 측정은 대기 기온의 직접 측정값인 반면에 위성은 지구 표면과 대기에서 방출되는 긴 파장의 복사를 매개로 기온을 간접 측정한다)을 써서 얻은 이런 기록들은 제한된 정도에서만 비교 가능하다. 두 가지 계열의 측정값에 나타나는 아주 다른 차원들에 대해서는 참조표준이 만들어졌다. 이는 지상 자료 수집의 경험이 훨씬 더 많으며 측정 기술의 발전과 표준화가 위성 측정에 견줘 훨씬 더 발달했음을 의미한다. 위성 측정에서는 매우 다른 측정 장치와 측정절차들이 사용되었고 지금도 사용되고 있다. 특히나 서로 다른 위성들에서 나온 데이터를 결합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 또한 관측 변수들에 나타나는 차이들도 중요하다. 즉, 지상 측정은 고도 2m에서 이뤄지는 '점 측정'인 데 견줘 위성은 기온의 수직 전체, 다시 말해 수직 평균 기온을 기록한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지구 표면에서 오래 지속되는 기온 추세에 관해 말하려면 위성 자료보다는 직접 측정값이 더 적절함은 명백하다. 게다가 생물과 무생물 자연에 끼치는 영향에 관해서는 지상 기온이 결정적이다. 기후모델이 해마다 1.2km씩 감소하는 위성 고도 변화를 고려하지 않아 위성 자료가 부정확하게 설정돼 있었음이 밝혀진 바 있다. 수정된 이후의 위성 자료는 소폭 상승(10년마다 대략 섭씨 0.05도)의 추세를 보여준다. 모순은 최근에 어느 연구논문이 발표됨으로써 완전히 해소되었다. 그 논문은 동일한 위성 자료를 쓰고 다른 통계 방법을 써서 직접 기온 측정과 사실상 동일한 기온 추세를 보여주었다. 2007년 보고서에서 IPCC는 이렇게 진술한다. ‘저대류권와 중대류권의 기온에 대한 기구 측정값과 위성 측정값을 새롭게 분석해보니 지구 표면 기온 기록의 온난화율과 유사한 온난화율이 나타났으며 그것은 각각의 불확실성 안에서 일관성을 보여준다.’관련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