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유성, 티엔티 500킬로톤급” -논문 3편

네이처·사이언스에 국제연구팀 종합분석 논문

“수십m급 충돌확률 기존 예측보다 높아” 추정


00astroid.jpg » 러시아 첼랴빈스크 상공에서 지상으로 떨어지고 있는 소행성 불덩이. 슈퍼컴퓨터 시뮬레이션 영상. 출처/ 사이언스


해 2월 지구촌을 떠들썩하게 했던 ‘러시아 유성’에 대한 종합 분석 논문 3편이 9개월 만에 나왔다. 2월15일 러시아 우랄지역의 도시 첼랴빈스크 부근에 떨어진 유성(소행성)은 1908년 이래 가장 큰 것으로 기록되면서 당시에도 큰 관심을 끌었다. 최근 과학저널 <네이처>와 <사이언스>에 나뉘어 발표된 논문 세 편은 유성이 떨어진 당시 상황을 비교적 자세하게 재구성해 제시했다.



TNT 500킬로톤급 폭발, 사건의 재구성


<네이처><사이언스>의 뉴스 보도를 보면, 국제연구팀은 지난달 체바르쿨 호수에서 건져낸 600킬로그램짜리 운석을 비롯해 공중폭발 뒤에 지상에 흩어져 떨어진 운석 조각들을 여럿 수거해 그 성분을 분석해왔다. 지구 대기권에 날아든 궤적과 주요 성분을 분석한 결과에서, 유성으로 날아든 이 소행성은 화성과 목성 사이의 궤도에 있는 ‘소행성 지대’에서 온 것으로 추정됐다(논문 1).


또 대기권에 들 때 이 천체의 애초 질량은 1만2000-1만3000톤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지상에서 관측된 여러 영상기록을 분석해, 공중폭발한 소행성이 햇빛보다 30배 더 밝은 빛과 티엔티(TNT) 500킬로톤(일본 나가사키에 투하된 핵폭탄의 23배가량)을 넘는 에너지를 발산했다는 계산결과도 제시됐다.


연구팀은 1만2000-1만3000톤에 달하는 이 소행성이 대기권에 초속 19킬로미터의 속력으로 날아들었으며, 지상 45~30킬로미터 상공에서 대기권 마찰로 심하게 균열하고 대략 27킬로미터 상공에서 산산조각으로 쪼개진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연구팀은 수많은 지구 근처 소행성 중에서 지름 10-20미터짜리가 지구에 날아들 확률은 지금까지 제시된 소행성 충돌확률 모형이 예측하는 값보다 10배가량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는 새로운 예측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구와 충돌할 수 있는 경로에 놓인 거대 유성은 현재로선 없으며 적어도 앞으로 두 세기 동안 그런 가능성은 없다”고 한 연구자는 <네이처> 뉴스 보도에서 말했다. 다음은 <네이처>에 실린 논문의 초록 일부이다.


“지구 근처의 큰 소행성(지름 1킬로미터 이상)들은 현재 알려져 있다. 그러나 공중폭발(유성이 대기권에서 핵폭탄 규모로 폭발하며 생기는 불덩이)이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손상을 끼칠 잠재력을 지닌다는 인식 때문에 [파악되지 않은 천체의] 잔여 충돌위험(residual impact risk)의 비중이 점점 더 더 작은 천체로 옮아가고 있다. 대기권은 일정 규모 이하 충돌체의 에너지를 흡수해 지상 충격을 막아줄 수 있는데, 그런 문턱값을 넘어설 때 대부분 손상은 공중폭발 충격파로 인해 일어난다고 여겨지지만 관측자료 부족으로 여전히 불확실하다. 이번에 우리 연구팀은 2013년 2월15일 러시아 첼랴빈스크 남동부에서 공중폭발한 지름 19미터(17~20미터)가량 소행성으로 인한 손상을 분석해 보고한다. 이 폭발은 대략 티엔티(TNT) 500(±100)킬로톤과 맞먹는 에너지를 지닌 것으로 추정된다.…우리는 1킬로톤 이상의 공중 폭발(첼랴빈스크 사례 포함)을 전반적으로 조사했으며 이를 통해 지름 수십 미터 천체의 충돌이 다른 기법으로 추정한 값보다 10배 이상 많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논문2 초록에서)

[네이처 자료 영상]



수많은 목격과 기록 흔적 


이번 발표된 논문들에서 흥미로운 것은 사건의 재구성에는 수거된 운석 조각들을 분석하는 자연과학 작업도 매우 중요했지만, 지상의 많은 목격자와 여러 기록을 조사·분석하는 사회적 연구 작업도 한몫했다는 점이다. 섬광과 충격파를 경험한 목격자의 증언, 카메라, 휴대전화 같은 전자제품에 포착된 기록, 소셜 미디어에 모인 자료, 무심히 작동하던 자동차 블랙박스나 폐쇄회로 티비의 영상, 어느 지진파 감지기에 남은 흔적도 사건을 재구성하는 자료가 됐다고 한다. 이런 점에서 러시아 유성은 도시 부근에 떨어지는 바람에 큰 피해를 남겼지만 다종다기한 흔적도 남겨 유성 충돌을 다각적으로 이해하는 데 전례 없는 기회가 된 셈이다.


연구자들은 또한 현장 부근의 마을 주민을 대상으로 오랜 기간에 걸쳐 탐문·설문 조사를 벌이고 병원 이용 현황이나 건물의 유리창 파손 피해의 지리 분포 등을 분석해 이번 소행성 충돌의 여파를 가늠하는 기초자료로 삼았다. 한 조사에선 의료 구호를 요청한 사람의 수를 거리별로 비교했으며, 대다수 부상이 인구가 밀집한 첼랴빈스크 도시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했다. 또한 섬광의 영향에 대한 증언을 듣는 설문에서는 25명이 섬광에 살갗이 그을렸으며, 315명은 뜨거움을, 415명은 따뜻함을 느꼈다고 답했다. 다음은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의 초록이다.


“2013년 2월15일 러시아 도시 첼랴빈스크 근방에서 일어난 소행성 충돌은 1908년 퉁구스카 사건 이래 지구에서 가장 큰 공중폭발이었다. 이는 100만 명 넘는 인구 지역에 자연재해를 일으켰다. 이번에는 현대 소비 전자제품, 야외감지기, 실험 기법들이 존재하는 시대에 일어났기에, 충돌 사건과 유성에 대해 전례없는 측정 자료들을 얻을 수 있었다. 이에 우리는 천문학, 행성과학, 지구과학, 기상학, 유성학, 우주화학, 그리고 사회과학적 조사에서 얻은 폭넓은 데이터를 사용하여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서술한다. 첼랴빈스크 사고를 충분히 이해한다면, 지구 근처 천체를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되며, 지구 행성을 보호하고 재해완화 전략을 개발하는 데 도움을 얻을 전례 없는 기회가 될 것이다.” (논문3 초록에서)


자연과학과 더불어 사회적 데이터가 활용된 것은 이런 천문학적 사건이 지상의 일상과 그리 멀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우주는 영화에서나 볼 법한 가상적 공간이 아니며, 지구 행성도 우주의 엄연한 일원임을 다시 일깨워주는 사건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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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 <한겨레> 미니칼럼 '유레카'에 14일치로 쓴 "러시아 유성, 사건의 재구성" 원고를 풀어 쓴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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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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