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생명공학자-우주인 사이 블루오션 찾고싶어요”

이소연씨 우주비행 2돌 맞아 기자간담회서 소회 토로

대전 중앙과학관서 8일부터 ‘우주인 배출 2주년 특별전시회’

    한국 최초 우주인인 이소연(32)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7일 우주비행 2돌을 하루 앞두고 서울 한 음식점에서 과학기자들과 만나 “우주전문가들이 한국형 우주사업을 개척해갈 때 옆에서 도와드리는 구실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2년 동안 바쁜 나날을 보내느라 나 자신을 돌아볼 여유를 갖지 못했다”며 “전공인 바이오공학으로 돌아가기도 어렵고, 우주연구를 하기에도 부족한 점이 많아 미래 설계에 고민이 많다”고 솔직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21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이소연씨가 러시아 소유즈호에 탑승한 지 2년이 되는 8일부터 25일까지 대덕특구 안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우주인 배출 2주년 특별전시회'를 연다. 이씨는 중앙과학관에서 9일과 23일 두차례 청소년 초청 강연을 하고, 20일에는 미국 시애틀 교류사절단을 대상으로 과학강연을 한다. 다음은 기자간담회에서 오간 질의응답 내용이다.     항우연에서는 어떤 연구를 하나?   "올해 초에 시작한 ‘한국형 유인우주 프로그램’의 하나로 우주실험 기획을 하고 있다. 지난번 우주비행 때에는 다른 분들이 설계해준 실험을 진행했는데, 이번에는 내 자신이 직접 과학실험들을 기획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우주인으로서 대외활동을 하느라 잘 진척이 되지는 않고 있다."   한국이 유인우주 연구를 해야 한다고 보나?   "한국형이라고 이름이 붙은 것은 우리나라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자는 의미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유인 기술이 그 나라 우주기술의 척도는 아니라고 본다. 우주 분야에도 아이티(IT)처럼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블루오션이 있을 것이다. 우주정거장에 있을 때 러시아와 미국 우주인들도 “한국만이 잘 할 수 있는 것이 있을 것”이라고 격려해준 적이 있다."   2년 전 오늘 무엇을 하고 있었나?   "산책을 했던 것 같고, 아, 기자회견이 있었다. 솔직히 한국에 돌아와서는 다시는 기자들 안 만나고 싶었다.(웃음) 우주비행의 성공 요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우주인들의 심적 안정 상태다. 그래서 카자흐스탄 우주발사장의 3주 일정 중에는 가족과 동료 우주인만 만나도록 돼 있다. 그런데 한국 기자단이 인터뷰를 요청한 것이다. 러시아 쪽은 대책회의 끝에 가족과 만나는 시간에 기자회견 시간을 내주기로 했다. 약속한 시간이 훨씬 지나서도 기자들이 회견을 끝내려 하지 않자 러시아 쪽에서 불을 꺼버렸다. 그러자 교관들이 부모님과 동생들 손을 꼭 잡고 있다가 사람들이 모두 밖으로 나간 뒤 불을 켜고 저와 얘기를 할 수 있도록 해줬다. 눈물이 다 났다. 그들끼리 하는 말이 재미 있었다. '우리가 이런 일 한두번 하냐.'"   2008년에 박사학위(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 공학과)를 받았는데, 박사후 과정(포스닥)은 들어갔나?   "못 하고 있다. 마음의 갈등이 크다. 학위 받으려고 6~7년 동안 ‘사람답지 못한’ 생활을 해왔는데 막상 3년 정도 쉬고 나니 바이오공학으로 돌아가기가 쉽지 않다. 이 분야가 6개월만 쉬어도 따라잡기 힘들다. 우주인을 접고 돌아갈 수도 없고, 우주는 나의 백그라운드가 아니니, 몇십년 일하신 분들 앞에 나서는 것도 주제넘는 생각이 든다. 카이스트에서 항공과 강의를 맡는 것도 부담스럽다. 이런 문제를 해소는 못해도 고민은 해야 하는데 각종 강연과 이벤트 등으로 갈등조차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아져 걱정이다. 바이오와 우주, 유명세 이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나 자신만이 잘 할 수 있는 블루오션을 찾는 것이 지상과제인 것 같다."   프랑스 최초 우주인인 클로디 에뉴레는 과학장관까지 지냈는데.   "러시아에 있을 때 '클로디는 돌아가 장관을 했는데, 너는 돌아가서 뭘 할 거니' 하고 농담을 하더라. 클로디 그분도 장관을 하려고 우주인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고, 우주인이 되고 나서 장관을 하겠다는 마음을 먹지도 않았을 것이다. 지난해 세계 우주인 50여명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나 자신에게도 이런 질문을 해왔기에, 이 분들을 조사해보면 해답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를 했다. 50명 모두 만나 보았지만 결론은 ‘내 십자가는 내가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가까이 지내온 우주인한테 “내가 뭘 했으면 좋겠냐”고 물으니 “그건 네 문제”라고 잘라 말하더라."   대중 강연에서는 어떤 얘기를 하나?   "처음 강연할 때는 콘티도 짜보자 하고 생각했는데 2년이란 시간이 금방 흘러갔다. 처음 6개월 동안은 우주인 선발 과정이나 우주정거장 갔다온 이야기 등을 주로 했는데, 인터넷 검색에서 찾으면 나올 뻔한 얘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다음부터는 주로 감정적인 얘기들, 곧 우주정거장에서 들었던 생각, 돌아온 뒤의 느낌, 외국을 다니면서 느낀 점 등을 얘기해드린다."   한두 가지 소개한다면?   "지난해 미국에서 외국인 연구자들과 연구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한 적이 있는데, 자신들이 기획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데 연구비가 부족했다. 학교에서 받은 돈이 2만5천달러로, 부족분이 또 그만큼이었다. 연구자들은 이 프로젝트를 진행함으로써 달성될 미래의 발전이라든지, 자신들의 경력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등을 제안서로 작성해 실리콘밸리의 시이오들에게 편지를 보내더라. 심지어 자신들의 은행계좌에서 자금을 모두 빼내놓고 시이오들과 협상을 하는 모습에 감명을 받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70대 할아버지가 이들의 설명을 듣더니 부족분만큼을 그자리에서 수표로 써주더라. 70년대 달에 무인우주선을 쏠 때부터 연구를 하던 분인데 자신의 평생모은 돈을 이런 식으로 쓰는 것을 보고 나도 할머니가 됐을 때 그런 배포를 가질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학생들이 입시 등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이런 부분은 교육제도와 부모 안에서 해결되지 않나. 미국 학생들이 졸업 뒤 학자금 대출(론)을 달고 다니는 것이 발전에 저해도 되지만 엄청난 추동력이 되기도 한다. 그들을 보며 앉아서 공부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소연02트위터는 하는가?   "지난해 미국에 있을 때 시작했다. 왕따 안 당하려고.(웃음) 요즘은 갑자기 한국인 팔로어가 늘어 부담스럽다. 이전에는 95%가 외국인이었는데 최근에는 한국인이 절반이 넘었다.  팔로어가 1300명 정도 되다 보니 왜 영어로만 트위터를 하냐, ‘생각없는 우주 갔다온 여자가 트위터도 하네’ 식으로 비아냥 거리는 분들도 가끔 생긴다. 팬들과 소통하려는 것이 아니라 친구처럼 편하게 문자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어서 사실 1000명도 버겁다. 문자 보내기보다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오프라 윈프리라든지 이외수씨 글을 좋아한다. 이외수씨 트윗을 읽을 때마다 반성을 많이 한다."   우주에 가기 전에 유서를 썼나?   "나는 쓰지 않았다. 우리야 첫 우주인이니까 그렇지 러시아나 미국은 해외 출장가는 정도로 생각하더라. 그런데 카자흐스탄에 갔을 때는 마치 죽으러 가는 사람 준비하는 것 같은 분위기가 많았다. 위험해서가 아니라 전통 때문이란다. 우주인 탄 차가 나오면 모든 차가 길 밖으로 비켜주기도 했다. 주방장이 한국인 우주인이라면서 그곳 고려인한테 배워 김치를 다 담가줬다. 산책하다 파인애플 주스가 먹고 싶다고 혼잣말을 하고 나서 방에 돌아가면 주스가 놓여 있는 식이다. 러시아 우주인은 보통 소령, 중령급인데 카자흐스탄 3주 동안은 대우가 별 2개보다 높아진다. 우주인이 춥다고 하면 군의관이 얼차려 받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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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영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선임기자
때론 현미경으로 과학, 과학자의 속살을 들여다보고 때론 멀리서 망원경으로 방관하는 문과 출신 과학기자. 과학과 대중의 소통과 과학기자의 역할에 관해 연구 중.
이메일 :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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