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혼자인가’ 다음 30년 우주과학의 큰 물음 세 가지

‘지속하는 탐색 담대한 비전’ NASA 30년 로드맵 구상을 보니


00NASA_Gwave.jpg » 합쳐지는 중인 두 블랙홀의 중력파를 보여주는 수치 시뮬레이션의 결과. 출처/ Enduring Quests Daring Visions, Chris Henze



‘우리는 우주에서 외톨이인가?’ (Are We Alone?)

’우리는 어떻게 지금 여기에 와 있나?’ (How Did We Get Here?)

’우주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How Does Our Universe Work?)


00NASAquests.jpg 체물리학 분야에서 앞으로 30년 동안 탐구할 큰 물음으로,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이 이 세 가지를 꼽았다. 영문으로 세 문장, 열세 단어로 이뤄진 아주 간결한 물음이지만 이 분야에서 그 울림은 무척 크다.


나사 자문과학위원회 천체물리학 분과는 지난해부터 이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앞으로 30년 동안 나사가 추구하고 성취해야 할 연구 로드맵을 구상한 문서 <지속하는 탐색, 담대한 비전(Enduring Quests, Daring Visions): 다음 30년의 나사 천체물리학>을 최근 발표했다. 110쪽에 달하는 영문 문서는 지난달 20일 나사 누리집에 공개됐으며 최근엔 물리 분야의 공개 학술 데이터베이스인 아카이브(arxiv.org)에도 실려 누구나 볼 수 있다.


19명의 미국 천체물리학자가 참여한 작성한 향후 30년 로드맵 구상에서, 저자들은 “이런 오랜 물음에 대해 답을 찾아가는 일은 인류에 지속하는 탐구 활동"이라며 "다가오는 수십 년 동안 우리는 지구 같은 거주가능 세계를 발견하는 일, 항성과 은하의 형성과 진화 역사를 이해하는 일, 우주에 대한 기초 물리학을 찾아가는 일에서 큰 발걸음을 내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세 가지 큰 물음은 우주 연구의 큰 갈래인 △외계 행성와 생명체 찾기, △항성과 은하의 형성과 진화 연구, △우주론과 관련한 천체물리학을 포괄하는 것들이다.


문서는 향후 30년을 대략 10년씩 쪼개어 ‘가까운 시기(Near Term Era)’, ‘형성의 시기(Formative Era)’, ‘비전의 시기(Visionary Era)’로 구분한 다음에 세 가지 물음을 다루는 각 장에서 시기 별로 떠오를 관련 연구 주제에 대한 전망과 희망, 그리고 이에 필요한 기술 요소를 짚었다.

00NASAvision.jpg » NASA 천체물리학의 다음 30년 로드맵 구상. 출처/ Enduring Quests Daring Visions


그러나 이 문서는 현재로선 참고자료로 보는 게 적당할 듯하다. 예산과 실행 프로그램을 갖춘 '집행계획' 로드맵이 아니며 이 문서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중력파 관측 같은 기술은 아직 실현되지 않은 것들이어서, 관련 전문가들이 지금까지 이뤄온 우주과학의 성과를 바탕으로 앞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이거나 이뤄지길 바라는 연구 주제에 대한 전망이나 희망을 담은 구상의 성격을 띤다. 그렇더라도 세계 우주과학의 많은 부분을 주도하고 있는 나사 쪽에서 나온 문서라는 점에선 우주과학에 대한 인류의 관심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지 대략 조망할 수 있는 자료이기도 하다.


주요 대목으로는, 앞으로 천체물리학 분야에서 외계 행성들에 대한 탐사가 좀 더 구체화하여 지구 닮은 행성들의 대기 성분을 관측해 분석하거나 그 행성 표면에서 대륙과 대양을 식별해 보여주는 영상화 기법이 등장할 것이라는 예측, 달의 뒤편에 전파망원경을 설치해 더 깊은 우주를 관측해 항성과 은하의 형성과 진화 역사를 세밀하게 밝혀낼 것이라는 예측 등이 눈에 띈다. 또한 블랙홀처럼 우주에서 일어나는 극한 상태들에 대한 관측을 발전시키고 우주 전반의 중력파 분포 지도를 작성해 우주 급팽창 이후에 만들어진 중력 주름의 고유한 분포를 관측하겠다는 예측도 관심을 끈다.


주요 관측 장비로는, 깊은 우주를 탐사하는 데 큰 공헌을 세운 허블 우주망원경을 대체해 2018년 발사될 예정인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 외계 행성을 발견하는 데에서 활약했던 케플러 망원경을 대신해 2020년대에 새로운 행성들을 찾아나설 ‘광시야 적외선 서베이 망원경-천체물리 중심 망원경(WFIRST-AFTA)’, 그리고 여러 분야에서 우주의 수수께끼를 풀어줄 미래의 ‘중력파 망원경(검출기)’ 등이 우주과학을 선도하는 관측기술로 주목받았다. 다음은 이 문서의 앞쪽에 실린 요약 부분과 뒤쪽에 실린 담대한 전망 부분을 우리말로 옮겨 간추린 것이다.


   ■ 우리는 우주에서 혼자인가

Are We Alone?

00NASA_exoP.jpg » 독특한 외계 행성의 유형. 왼쪽은 이틀 주기로 항성 둘레를 공전하는 거대 가스 행성의 그림, 오른쪽은 지구 6배 질량으로 딱딱하게 얼어붙은 외계 행성의 그림. 출처/ Enduring Quests Daring Visions, ESA/C. Carreau and ESO


“외계행성 연구 분야에서, ‘가까운 시기’의 도전은 행성들의 분포통계에 대한 포괄적 이해를 더 발전시키는 일이다. WFIRST-AFTA 미션은 ‘차가운(cold)’ 행성과 자유롭게 떠도는 행성에 대한 조사자료를 축적함으로써, 케플러 망원경에 의해 이미 식별된 항성 근처 ‘뜨거운(hot)’ 행성과 ‘따뜻한(warm)’ 행성의 놀라운 발견 성과를 보완할 것이다. ‘형성의 시기’ 목표는 직접 영상과 분광학을 통해 지구에서 가까운 항성들 주변에 있는 행성들의 표면과 대기 특성을 규명하는 일이다. LUVOIR 관측위성(The Large UV-Optical-IR[LUVOIR] Surveyor)의 도움을 받아 초대비 방식의 분광학적 연구는 지구 닮은 외계 행성들(exoEarths)의 대기에서 산소, 수증기나 다른 분자를 직접 측정할 수 있을 것이며, 그리하여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의 성과와 WFIRST-AFTA의 코로나그래프 관측 결과를 더 넓혀줄 것이다. ‘비전의 시기’에는, 지구 닮은 외계 행성의 지도 작성위성(ExoEarth Mapper)이 서로 수백 킬로미터씩 떨어져 궤도 운동을 하는 거대광학 망원경 집단에서 나오는 신호들을 결합해, 다른 항성 주변의 지구 닯은 행성들에 대한 최초의 해상도 높은 영상을 제공할 것이다. 처음으로 우리는 머나먼 세계에 있는 대륙과 대양을 식별해내고 어쩌면 생명의 신호도 찾아낼 것이다.”


   ■ 우리는 어떻게 지금 여기에 와 있나

How Did We Get Here?

00NASA_evo.jpg » 우리 은하 중심의 구성을 보여주는 영상. 출처/ Enduring Quests Daring Visions, NASA


“초기의 은하와 퀘이사에서 오늘날 형성 중인 항성과 행성까지 우주의 기원을 추적하는 데에는 엄청난 범위의 시간과 파장을 아우르는 관측 자료가 필요하다. ‘가까운 시기’에,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원시항성(protostar)과 발생기의 성단을 담은 전례 없는 장면을 제공할 것이며, WFIRST-AFTA와 더불어 지구에서 가까운 항성 생성 지역들을 찾아내고 폭넓은 국지 은하들을 걸쳐 있는 항성 군집을 찾아낼(resolve) 것이다. ‘형성의 시기’에 원적외선 관측위성(Far-IR Surveyor)은 우주 간섭계 측정 분야를 개척해 원시 행성들이 원반(disk)처럼 모인 구조를 찾아낼 것이며, LUVOIR 탐사위성은 현재 은하 구조의 상세한 고고학 연구를 거쳐 은하를 이루는 부분(galaxy assembly)의 갖가지 역사들을 해독해낼 것이다. 고해상도 엑스선 관측위성(X-ray Surveyor)은 초신성 잔존물을 관측함으로써 초신성 폭발에 의해 야기된 되먹임(feedback) 메커니즘을 추적할 것이다. 이 메커니즘은 은하의 화학적, 동역학적 진화에 영향을 끼친다. 이런 탐사활동은 또한 우주 시간을 통해서 은하들, 그리고 은하 사이에 있는 가스층의 역사를 직접 추적할 수 있어, 거의 과거 140억 년을 되짚어볼 수 있을 것이다. 중력파 관측위성(Gravitational Wave Surveyor)과 조화를 이루어, 이런 탐사활동은 은하들과 그 중심에 놓인 초질량 블랙홀 간의 복잡한 공생 관계(symbiosis)를 풀어낼 것이다. ‘비전의 시기’에는 달의 뒤편에 설치되는 전파망원경 어레이는 재이온화 시대(epoch of reionization)를 관통하는 은하간 공간의 수소 분포 지도를 그려낼 것이다. 재이온화 시기는, 아주 이른 초기 항성들에서 날아오는 자외선 광자들이 불투명한 우주 가스층을 깨어 우주를 자유전자로 가득차게 했던 시기이다.”

재이온화(reionization)

“원자는 중성자와 양성자 그리고 전자로 이루어져 있고 원자가 자외선을 흡수하고 원자에서 전자가 분리되는 현상을 우리는 ‘이온화’라고 부른다. …별이 탄생하면 주로 수소로 이뤄진 가스 상태의 원자들이 별에서 나오는 강력한 자외선에 의해 이온화하기 시작한다. 우리는 이를 우주의  ‘재이온화 시기’라고 부른다. 그러므로 우주의 역사에서 별의 탄생은 곧 재이온화 시기의 시작을 의미한다.” (출처: 백성혜, “캄캄한 원시우주에 별이 처음 생기던 순간”, 사이언스온 2012년 5월24일)


   ■ 우주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How Does Our Universe Work?

00NASA_BH.jpg » 초질량 블랙홀을 묘사한 그림. 출처/ Enduring Quests Daring Visions, R. Hurt/NASA/JPL-Caltech


“우주 시간에서 최초 시기의 10억 분의 몇 초 동안에, 그리고 중성자별의 내부에서, 그리고 블랙홀 주변의 심하게 뒤틀린(warped) 시공간에서, 자연은 지상 실험실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극한 상태를 창출해냈다. ‘가까운 시기’와 ‘형성의 시기’에, 우주배경복사 편광 관측위성(CMB Polarization Surveyor)은 매우 높은 정밀도로 우주를 측정할 것이며, 우주 급팽창(inflation)의 물리학을 깊숙하게 탐사하고 오늘날의 가속 팽창을 추동하는 메커니즘을 명확히 밝힐 것이다. 엑스선과 중력파 관측위성은 회전하는 블랙홀의 사건지평선 부근을 관측해 아인슈타인 일반상대성 이론의 놀라운 예측을 검증할 것이다. 또한 이들은 자연에 나타나는 가장 높은 밀도와 압력에 놓인 핵 물질의 속성을 규명할 것이다. ‘비전의 시기’에는, 블랙홀 지도 작성위성(Black Hole Mapper)이 블랙홀 사건지평선이 자신의 뜨거운 가스 원반에 드리운 그늘(shadow) 부분을 좀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도 있다. 고해상도 중력파 지도 작성위성(Gravitational Wave Mapper)은 우주 급팽창 시기에 만들어진 시공간의 주름(ripple)을 탐색해낼 수도 있다.” 


   ■ 필요한 기술의 진보는

“형성 시기와 비전 시기의 목표를 이루는 데에는, 다양한 기술적 진보가 필요할 것이다. 몇몇 핵심적 도전 과제는 다음과 같다. 거대하고 가벼운 광학 요소의 구성 기술, 거대 거울에서 초대비 성능을 구현하는 데 필요한 파면(wavefront) 제어 기술, 탐사위성의 편대 비행 제어 기술, 정밀 도량학, 간섭계 측정에 필요한 빔 조합(beam combination) 기술, 광영역 엑스선 광학, 민감도와 시야, 분광 해상도의 획기적 향상을 이룬 검출기 기술 등. 로봇을 이용한 조립과 3차원 인쇄 같은 놀라운 구성 기술은 물론이고 통신과 컴퓨터 분야에서 계속되는 기술 혁명들은 다양한 작은 탐사활동들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오늘날 불가능해 보이는 관측 기술들도 지금부터 10년 또는 20년 뒤에는 가능해질 것이다.”


 ■ 담대한 비전

“…다음 30년 동안의 나사 천체물리학 탐사활동은 우리를 어디에다 데려다줄까? 그 답은 우리 자신의 의욕과 창의는 물론이고 자연이 현재 우리 지식의 경계 너머에 간직하고 있는 놀라운 현상에 달려 있다. 앞에서 제시한 로드맵은 나아갈 길의 개요를 보여주며 다음과 같은 ‘담대한 비전’의 토대를 제공해준다. 

  • 우리는 가까운 항성들 둘레에 있는 행성 수백 개에서 나오는 빛을 분석함으로써 생명체에 의해 형성된 대기임을 보여줄 수 있는 미량의 산소와 복합 분자를 탐색할 것이다.…
  • 우리는 가시광선과 적외선을 사용해 젊은 항성들 둘레의 가스와 먼지 원반층을 매우 세밀하게 영상화할 것이다.…
  • 우리는 엑스선 망원경과 중력파 관측기구를 이용해 블랙홀 수백 개의 스핀을 측정할 것이며 우리 은하에서 오래 전에 사멸한 항성들의 잔존물과 다른 은하의 한복판에 놓인 초질량 블랙홀들을 탐사할 것이다.…
  • 우리는 우리 은하에서 항성들이 형성되는 요람 지역들이 지닌 특성을 상세하게 밝힐 것이며 가까운 은하들에서 짝을 이룬 가스-항성계의 관측 샘플들을 확장하고 최초 항성 시기로 거슬러 올라가 우리 우주 전체에 나타나는 항성 생성 역사를 추적할 것이다.…
  • 우리는 달의 반대편에 설치되는 전파망원경 안테나에서 오는 우주의 여명(comic dawn)을 관찰할 것이다. 달 뒤편에서는 전파망원경 안테나는 지구 표면에서는 피할 수 없는 전자 소란(electronic chatter)을 받지 않는다.…
  • 우리는 1억 킬로미터 범위를 아우르며 아원자 수준의 민감도를 지니도록 설계된 관측장비들(ears)을 사용해 중력파의 '우주 심포니'를 들을 것이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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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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