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행성 탐색 20년 "태양계도 아주 특별하진 않더라"
1992년 이래 외계행성 725개 발견, 케플러 덕에 탐색 가속
“별 하나에 행성 1.6개꼴”..생명 거주조건 지닌 행성에 관심
천문연구원과 충북대 연구팀이 2009년에 처음 발견한 ‘2개의 별 둘레를 도는 행성계’의 상상도. 천문연 제공
‘태양계 너머에는 지구 같은 행성들이 얼마나 있을까?’
16세기 이래 추측만 무성하던 외계행성의 실체가 천문학자의 눈에 처음 확인된 것은 20년 전인 1992년. 외계행성 찾기 20년 만에 이제는 ‘별과 행성의 행성계는 우리 은하계에서 특별하지 않은 천체’라는 것은 상식이 됐다. 그동안 갖가지 외계행성들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김승리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 박사는 “1992년 외계행성이 처음 발견된 이래 1월17일 현재까지 발견된 외계행성은 모두 725개”라며 “갈수록 발견 속도도 빨라져 앞으로 더 다양하고 특이한 행성들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엔 우리 은하계에 무려 1000억 개 넘는 갖가지 행성들이 존재할 것이라는 분석 논문도 나왔다.
발견 속도 가속화…케플러 위성도 한몫
최근에 주목받는 성과들은 주로 미국 항공우주국(나사)이 2009년 지구 궤도에 쏘아올린 케플러 관측위성(우주망원경)에서 나오고 있다. 한 달 동안만 따져도, 생명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이른바 ‘골디락스 행성’이 발견됐고, 지구처럼 암석 지형을 이룬 행성을 비롯해 작은 행성 셋을 거느린 꼬마 행성계가 발견돼 주목받았다. 설계수명이 3.5년인 케플러 관측위성은 근래 들어 갖가지 관측 성과들을 본격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지금까지 50여개를 찾아냈다. 한정호 충북대 교수(천문학)는 “케플러의 성과는 천문학자들 사이에서도 기대 이상”이라고 평가했다.
행성은 스스로 빛을 내지 않는 어두운 천체라, 행성 찾기에는 독특한 방법들이 개발돼 왔다. 케플러 위성은 드넓은 우주 공간의 무수한 별빛을 두루 관측하다가, 행성이 별 앞쪽을 지나갈 때 생기는 미세한 별빛의 변화를 포착하는 방식으로 행성을 찾아낸다. 다른 방식으로, 빛이 중력에 이끌려 휘는 현상(중력렌즈)을 이용해 별빛이 휘는 패턴을 추적해 숨은 행성을 찾는 방법도 자주 쓰인다.
이처럼 여러 방법을 동원해 그동안 천문학자들이 찾아낸 외계행성의 숫자는 1월17일 현재 725개다.(아래 표 참조) 발견은 2000년대 들어 크게 늘고 있는데 정밀 관측장비와 외계행성 전용 관측기구(케플러 위성 등)가 개발되면서 그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태양계, 아주 특별한 천체는 아니다”
지난 20년 동안 이뤄진 외계행성 탐색의 성과는 이제 태양계를 빼닮은 행성계를 찾는 일도 불가능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한정호 교수는 “외계행성 발견 자체가 아니라 얼마나 의미 있는 행성을 찾았느냐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엔 외계행성 탐색 프로젝트(PLANET) 연구자들이 외계행성은 매우 일반적인 천체라는 결론을 과학저널 <네이처>에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논문에서 2002~2007년 발견된 외계행성 자료를 분석해보니 우리 은하계엔 별 하나에 행성이 평균 1.6개꼴로 딸려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보고했다.
특히 지구와 비슷한 규모의 행성이 오히려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됐다. 우리 은하의 별 1000억여 개 가운데 대략 17%에는 지구 질량의 수백~수천 배에 달하는 거대 행성이 있으며, 62%의 별에 지구의 5~10배 행성이, 52%의 별에 지구의 10~30배 행성이 있다는 추정값을 제시됐다.
케플러 위성이 발견해온 지구 규모의 여러 외계행성들의 크기를 지구 행성(오른쪽에서 두번째)과 비교하는 그림. 지구 규모나 이보다 더 작은 외계행성을 찾아내기는 무척 어렵다. 출처/ 미국항공우주국(NASA)
국내에서도 ‘행성 사냥’ 활발
외계행성 탐색연구는 국내에서도 활발하게 이뤄져 왔다. 2009년에 천문연·충북대 연구팀이 소백산천문대의 관측 자료를 이용해 ‘2개의 별(쌍성) 둘레를 도는 행성’을 발견해 국제 학계에서 주목을 받았다. 역시 충북대와 천문연이 참여한 국제연구팀이 중력렌즈 방법을 써서 외계행성 10개를 발견하는 성과도 냈다.
김승리 박사는 “오스트레일리아, 칠레, 남아공에 지름 1.6m짜리 망원경을 설치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라며 “2015년부터 수천만 개의 별을 24시간 관측할 수 있게 되면 해마다 1000여 개 행성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특히 적당한 공전 궤도와 온도, 대기를 지녀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지구형 행성 탐색이 이 분야에서 경쟁적인 목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태양계와 지구 행성은 우주에서 과연 어떤 존재인가’는 외계행성 연구자들 사이에서 점차 구체적인 물음이 되고 있다.
[ * 이 글은 <사이언스 온> 16일치에 실린 “외계행성 발견 급증, 이젠 ‘특이행성’ 찾기 과제”의 내용을 바탕으로 삼고, 추가로 취재한 여러 내용을 담아 <한겨레> 지면용 기사로 다시 작성한 것입니다. ]
[참조] 외계행성 찾는 여러 관측방법들
가장 많이 쓰이는 건 중심별의 미세한 흔들거림을 관측하는 방법(그림①)이다. 거대 행성이 공전하면 행성의 중력 때문에 중심별도 조금은 흔들리게 마련이다. 투포환 선수가 포환을 돌릴 때 휘청이는 것과 같다. 행성이 클수록, 중심별에 가까울수록 더 크게 흔들린다. 따라서 중심별 빛이 주기적으로 흔들리면, 별 둘레에 행성이 공전하고 있다고 추론할 수 있다. 대부분 행성들이 이 방법으로 발견됐지만, 지구 정도로 질량이 작은 행성을 찾는 데엔 쓰기 어렵다.
중력렌즈 효과는 최근에 떠오르는 관측법(그림②)이다. 물이 찬 유리병 뒤편으로 불빛이 지나갈 때 불빛의 모양이 휘고 더 밝게 보이는데, 유리병이 울퉁불퉁하다면 그 모양과 밝기는 독특하게 달라진다. 중심별과 행성의 중력장이 이런 울퉁불퉁한 볼록렌즈 같은 구실을 한다. 더 멀리 있는 별이 중심별 뒤쪽으로 지날 때 갑자기 독특한 모양으로 밝아지는 현상이 관측되면 별 말고도 다른 행성이 더 있다고 추론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공전하는 행성이 별빛을 가려 어둡게 하는 현상을 관측하는 방법(그림③)이다. 마치 일식 때처럼 별이 주기적으로 어두워지는 현상이 관측되면 행성이 공전하고 있다고 추론할 수 있다. [<한겨레> 2008년 2월21일치, 오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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