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기후게이트'를 지켜보며

   
권원태 국립기상연구소 기후연구과장
   ice » 남극반도 킹조지섬의 마리안 소만 빙하. 한겨레 자료사진  

■  2007년 유엔기후변화위원회(IPCC)의 노벨평화상 수상 이후에 기후변화 관련 이슈들은 세계적 쟁점으로 떠올랐다. 그러다 최근에는 이른바 ’기후게이트’, ‘기후변화 음모론’, ‘미니 빙하기’ 같은 부정적 이슈들이 자주 국내에 소개되고 있다. 그러나 자세한 내용이 생략되는 경우도 있어, 전문가들도 앞뒤 상황을 판단하기 어려운 때도 있는 것 같다.

 

기후게이트의 경우에,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학 기후연구소 필 존스 소장의 기온자료와 논문이 집중 조명을 받는 것은 존스 교수가 제1실무그룹 보고서 중 대기관측을 다룬 3장의 공동 총괄저자로 참여했기 때문일 것이다. 3장에서 지구 평균기온을 평가하기 위해서 존스 박사의 자료 외에도 다른 3종의 자료를 비교한 결과, 자료들 간에 시간에 따른 변동이 매우 유사하며 100년간 변화 추세는 0.74도~0.66도로 온난화가 나타나는 것은 일치하나 온난화의 크기에는 어느 정도 불확실성이 있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존스 박사의 논문이나 자료에 대해 어떤 평가가 나오더라도 온난화에 대한 IPCC의 주요 결론이 수정되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지구온난화를 평가하기 위해서 객관적이고 다양한 자료와 방법이사용되기 때문이다. 기온 이외에도 해수온도, 해수면, 만년설, 빙하, 생태계에 대한 관측도 동시에 평가되었다. IPCC 4차 평가보고서에서 “기후시스템에 나타난 온난화는 명백하다(unequivocal)”는 결론은 기온뿐만 아니라 다른 요소에서도 온난화 추세가 나타난다는 사실에 근거한 것이다.

 

산업혁명 이후에 나타난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의 농도 증가나 온실효과를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문제는 이런 온실가스 농도 증가의 원인이 자연적인가 또는 인간 활동으로 인한 것인가이다. 1970년 이후 산업화와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면서 세계 온실가스 배출이 70% 이상 증가했으며, 이중 반은 바다와 식물에 의해 흡수됐으나 나머지 반은 공기 중에 남아 온실가스 농도가 증가하는 데 기여했다.

 

 

■  회의론자들은 온난화의 원인이 ‘자연 변동성’이라고 강조하면서, 빙하시대를 예로 든다. 과거 오랜 동안에 자연적인 요인으로 빙하시대가 나타났으니까, 지금 나타나는 온난화도 단지 자연 변동성일 뿐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온실가스 농도 증가를 포함하지 않는다면 20세기에 관측된 기온변화 경향을 실험을 통해 증명할 수 없다. 또한 미니 빙하기 논쟁에서 그런 것처럼 이번 겨울의 한파나 폭설과 같이 짧은 시간에 좁은 지역에서 발생하는 기후현상을 두고서 수백 년에 걸쳐 일어나는 기후변화에 관한 결론을 내리려고 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논의를 보면서, 더 정확한 과학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 기후변화의 감시·관측, 원인 규명, 모델 개발과 예측을 위한 지속적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과 기후변화 정보가 정책적, 사회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실감하게 됐다. 그리고 IPCC 평가보고서가 매우 공개적이고 투명한 과정(각국 정부에서 추천한 전문가들의 참여, 네 번의 공개적 검토 과정)을 거쳐 작성되지만 향후 5차 평가보고서에는 자료·그래픽 코드의 공개 등 요즘 지적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보완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기후변화 논쟁을 하느라 정작 기후변화 대응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권원태 기후연구과장  국립기상연구소  권원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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