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O 안전성 검증’ 최대규모 국제 독립연구 출범

기업-정부에 독립적인 연구, 장기간 쥐실험 ‘팩터GMO’ 출범

2~3년 뒤엔 해묵은 논란 풀만한 확정적 결과 얻을수 있을까?


00FactorGMO.jpg » GMO의 안전성 검증을 전례 없는 최대 규모로 벌이겠다고 밝히는 '팩터GMO' 그룹의 11월11일 런던 기자회견 모습. 출처/ factorgmo.com


렷한 결론 없이 되풀이되며 이어지는 사회적 논란인 ‘유전자 변형(GM) 작물의 안전성’이라는 해묵은 쟁점이 마침내 본격 검증의 무대에 오를 수 있을까? GM 작물이 과연 우리 건강에 영향을 끼치는가 아닌가에 관한 물음은 좀 더 확실한 답을 얻할 수 있을까?


최근 러시아와 유럽·미국의 과학자가 참여한 그룹이 영국 런던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GMO의 건강 영향을 본격 검증하는 국제 연구 프로젝트를 제안하며 실행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른바 '팩터 GMO (Factor GMO)'로 불리는 이 민간 프로젝트에는 2500만 달러 규모로 6000마리의 실험쥐(래트)를 대상으로 2~3년에 걸쳐 GM작물을 먹이로 먹은 쥐에선 어떤 건강 영향이 나타나는지를 내분비학, 독성학, 암연구 분야의 관점에서 살피겠다는 것이다. 프로젝트 참여자들은 “최대 규모의 연구를 통해 GM식품 그리고 이와 연계된 농약의 안전성을 검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이들이 제안한 연구 방법의 뼈대는 근래에 논란이 됐던 프랑스 캉대학 세랄리니 교수 연구진의 실험 설계와 많은 점에서 닮았다. 세랄리니 연구팀은 지난 2012년 몬산토의 제초제 저항성 GM작물 옥수수(‘NK603’)와 제초제 라운드업(Roundup) 성분을 2년 동안 먹은 쥐에서 종양(양성) 등이 더 자주 관찰됐다는 요지의 200마리 쥐 실험 결과를 학술지에 논문으로 발표했다가 극심한 찬반 논란을 겪고서 2013년 학술지 편집위원회의 논문 게재 철회, 2014년 다른 학술지의 논문 게재라는 이례적 파동을 겪은 바 있다 (아래 글 목록 참조).


이 과정에서 세랄리니 연구진의 논문이 ‘실험에 오류가 있는 건 아니지만 실험결과가 확정적이지 않다(not conclusive)’는 이유로 학술지 편집위원회가 이미 발표된 논문을 철회하자, GMO 기업에 이해관계가 있는 연구자가 GMO 안전성 논란에 개입하고 있다는 문제제기가 커졌다. 논문 철회를 비판하며 ‘과학 논문 검열’에 대항하자는 온라인 캠페인도 진행됐다. 이렇게 보면, 이번 팩터GMO는 세랄리니 논문 파동과 같은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될 수도 있다.


팩터GMO 프로젝트 참여자들은 더 많은 실험쥐를 대상으로, 더 긴 기간에 걸쳐 엄격한 국제 표준에 맞춘 실험을 수행함으로써, GMO 안전성 논란에 대해 좀 더 신뢰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들어내자고 제안한다. 이들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이번 프로젝트의 주요 물음은 다음과 같다 (참조 팩터GMO 누리집).


- GM식품(또는 이와 연계된 농약)은 장기적으로 볼 때 생체(organic systems)에 독성을 지니는가?

- GM식품(또는 이와 연계된 농약)은 발암이나 생식능력 감소 같은 문제를 일으키는가?

- 제초제 농약 라운드업에 들어 있는 화학 혼합물은 다른 제초제 글리포세이트에 비해 더 큰 독성을 지니는가, 더 작은 독성을 지니는가.


팩트GMO 누리집을 보면, 이 프로젝트 참가자들은 논란의 여지를 줄이기 위해 될수록 널리 인정받고 있거나 더 엄격한 실험 방법을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실험쥐에 먹이를 주는 조건은 널리 인정되는 방법을 사용할 것이며, 독성 측정에선 국제 표준보다 더욱 엄격한 방법을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실험이 수행되는 곳이 어디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들은 실험에 영향을 줄 수도 있을 외부 간섭을 피하기 위해서 서유럽과 러시아의 어느 곳에서 실험이 수행되는지는 실험을 마칠 때까지 비밀에 부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미국 어빈 캘리포니아대학교의 내분비학자 브루스 블럼버그를 비롯해 러시아, 미국, 이탈리아의 학자 3명이 연구 진실성을 살피는 연구심사위원회(study review board) 위원으로 참여한다.


아래는 팩터GMO가 누리집에 공개한 이번 연구의 의미와 성격을 소개하는 글이다.


- 국제적인 ‘팩터GMO’ 연구는 GM식품 그리고 이와 연계된 농약을 대상으로 수행되는, 규모가 가장 크며 가장 포괄적인 장기 실험일 될 것이다.

- 연구심사위원회에 참여한 미국, 이탈리아, 러시아의 과학자들은 국제적으로 저명한 각 분야 전문가들이다.

- 팩터GMO는 또한 전례 없는 유효성을 갖춘 값진 데이터를 추가할 것이며, 이는 각 나라의 규제기관, 정부, 일반 대중이 다음과 같은 물음에 답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즉 ‘GM식품 그리고 이와 연계된 농약은 실제 세계에서 일어나는 소비와 환경노출에서도 안전한 것으로 검증되었는가?’

- 팩터GMO는 GMO/농약 안전성에 대한 최초의 장기 연구이며 여기에서는 다세대 관찰, 독성학, 발암 분야가 다뤄진다.


물론 일부에선 벌써 팩터GMO 프로젝트에는 GMO 반대단체의 관심사가 스며 있다며 '중립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팩터GMO가 충분한 연구비를 기증받으며 2~3년의 대규모 장기 실험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지, 기존 논란의 틀을 되풀이하지 않으면서 얼마나 유효하고 타당성 갖춘 데이터를 제시해 해묵은 GMO 논쟁에 어떤 전례 없는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장기간에 걸쳐 국제 규모로 진행될 이번 연구 프로젝트가 출범 기자회견에서 밝힌 대로 투명하고 건강한 연구과정을 거쳐, GMO 논란을 해소하는 데 어떤 분명한 역할을 할 수 있길 기대한다.


  [GMO 안전성 논란에 관한 사이언스온의 글]

출판, 철회, 재출판…돌아온 ‘GMO 종양 쥐’ 논문 (2014. 06. 26)
http://scienceon.hani.co.kr/172941

“GMO논문 철회, 출판윤리 국제기준 벗어나” (2014. 02. 11)
http://scienceon.hani.co.kr/149013

학술지 ‘몬산토GMO 논문’ 철회 결정…저자들 반발 (2013. 11. 29)
http://scienceon.hani.co.kr/138321

과학논란 속의 GM옥수수 NK603, 한국선 논란 실종 (2013. 06. 05)
http://scienceon.hani.co.kr/106893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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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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