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흰 학생이니까…학생 아니니까…이중잣대 괴로워요”

‘생물 분야 대학원생 처우 어떤가’ 석박사과정 8명 이메일 인터뷰

  BRIC-사이언스온 공동기획 설문조사    


[관련기사] 485명 설문- 전일제 대학원생 “우리는 반학생-반직장인, 처우 개선해야”

[관련기사] 677명 설문- “4대보험·근로계약서 없는 연구현장 일터 꽤 많다”

00lab1.jpg » 생물 분야 실험실. (* 이 사진은 일반 연구현장의 모습을 보여주는 자료사진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이 글의 특정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한겨레


#1.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전일제 대학원생들은 거의 직장인과 다름없이 일하고 있습니다. 직장에 들어간 친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지요. 직장인 친구에게 ‘넌 날마다 뭐가 그렇게 바쁘냐’ 하는 핀잔을 들을 만큼 긴 노동시간에도 불구하고 ‘학생’이라는 이유로 보상이 적은 셈이니까요.” 


#2.

“대학원생은 학생입니다. 다만, 근로자처럼 ‘일하는 학생’입니다. 저희는 대학원생이 근로자로 포함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근로자처럼 일하는 것도 원하지 않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연구사업들의 행정업무를 대신해 줄 사람들이 있다면, 대학원생들은 더욱 연구에 몰두할 수 있을 것입니다.”


#3.
“제 입장에서 보면 필요에 따라 ‘너희는 학생이니까’ 혹은 ‘너희는 학생이 아니니까’라는 이중잣대를 제시합니다. 이중 정체성을 강요당하는 대학원생은 많은 경우 그 정체성을 이용한 부당한 업무를 당연하다고 받아들이게 되고….”


#4.

“결국, 대학원생은 전업 직장인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지만, 학위과정 중인 학생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최저 시급에 해당하지도 못하는 인건비로 용돈 받는 것보다 적은 돈의 생활비를 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5.

“저축은 거의 꿈도 못 꾸지요. 박사과정 학생들의 경우 30세를 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막상 박사과정이 끝나고 나면 빈털터리 신세입니다. 석·박사를 합쳐 짧게는 4~5년, 길게는 7~8년을 하루에 8시간 이상씩 실험실에서 보내고 나서도 모아놓은 돈이 한푼도 없는 셈입니다. 박사학위 학위증 한 장 말고는요.


#6.

“경제 외적인 문제도 여러 가지 있겠지만 저는 첫째로 건강권 문제를 들고 싶습니다.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실험실 안전사고를 전적으로 학생들의 부주의로만 돌린다면 참 억울한 면이 있거든요. 또 그렇게 순식간에 일어나는 사고(부상 등)뿐 아니라 장기적인 손상 (예를 들면 오랫동안 동물 실험을 하며 알레르기가 생긴다거나, 발암 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거나 자극성 물질에 노출되는 것을 피할 수 없는 등) 문제에 대해서도 개선이 필요해요. 이건 학생들이 주의한다고 될 게 아니라 당연히 학교와 국가 차원에서 나서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거든요.”


물학연구정보센터(브릭, BRIC)가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과 함께 기획해 의생물학 분야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연구 환경과 처우 실태’를 묻는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다수는 전일제 대학원생들에 대한 경제적 처우에 불만을 나타냈으며, 특히 응답자의 99%는 대학원생 약자의 갈등과 고충을 들어주고 풀어줄 수 있는 공식적인 기구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번 설문조사에는 석사과정생 195명(40%)과 박사과정생 290명(60%) 등 모두 485명의 전국 대학원생이 참여했다. 국립대 소속 175명, 사립대 소속 215명, 과학기술특성화대학(UST연합대 포함) 소속 95명이다.


아래는 설문조사 이후에 사이언스온이 설문 응답자 일부와 따로 이메일로 나눈 인터뷰 내용이다. 전국 국립·사립대와 과학기술특성화대학에서 석사·박사과정을 밟는 대학원생들이다. 인터뷰 이메일은 추가 인터뷰에 응할 수 있다고 허락한 설문 응답자들 중에서 국립대·사립대·과학기술특성화대학의 비율을 고려해 보냈으며, 이 가운데 여덟 분이 답장을 사이언스온에 보내왔다. 가볍지 않은 자기 생활의 이야기를 해주신 분들께 감사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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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ㄱ씨의 경우

[과학기술대/박사과정/미혼]



‘학생노동자’ 정체성 인정 필요해




000Q.jpg 이공계 대학원생 얘기를 듣다 보면 일반인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월 인건비’라는 말인데요, 대학원생은 학생인데 왜 인건비를 월급처럼 받느냐, 또는 그런 월 인건비 자체가 혜택이 아니냐, 그런데도 월 인건비가 부족하다고 말하니 배부른 소리 아니냐 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일반의 시각을 담아 여쭙니다. 인문사회계열 대학원생들 대부분한테는 없는 월 인건비가 이공계 대학원생들한테는 왜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요? (이공계 대학원생들은 사실 직장인처럼 생활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일상용어로 ‘출근’ ‘퇴근’ ‘월급’ 이런 말을 쓰지요. 일 자체가 학업과 무관한 일일 때도 있고요. 즉, 이 물음에는 직장인처럼 지내는 일상생활이 있다면 그런 게 어떤 것인지도 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담아 주시면 좋겠습니다.)

000A.jpg “일단 대학원생은 학생이 맞습니다. 그런데 왜 학생이 인건비를 받느냐 하는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실험실이 어떻게 운영되는지에 대해 설명이 필요합니다. 이공계 대학원생은 보통 대학원에 입학하면 지도교수 밑으로 들어가고 그 지도교수의 실험실에서 연구 및 학업을 진행합니다.

 보통 연구를 하려면 연구 장비도 있어야 하고 그에 맞는 시약도 필요하고 실험실이 돌아가는 데 돈들 일이 많이 생기겠죠? 그렇다면 실험실이 어떻게 운영되는가 하면, 먼저 학교에서 제공하는 것은 장소밖에 없습니다. 나머지 실험 장비 및 시약 등 실험실에서 사용되는 모든 것들은 교수가 따오는 연구비로 구매하는 것입니다. 학교에 따라 초기 정착금을 제공하는 곳도 있지만 말 그대로 초기에만 지원하지 지속적인 지원은 없습니다. 교수가 따오는 연구비의 해당 연구 프로젝트는 대학원생이 수행하게 됩니다. 이때 연구비 중 일부가 인건비로 지급되도록 책정되고 해당 연구를 수행하는 대학원생은 해당 연구비에서 인건비를 받게 됩니다. 그러니까 교수는 실험실을 운영하기 위해 연구비가 필요하고, 연구비를 따왔으니 대학원생은 해당 연구를 수행해야 하고, 해당 연구비에 책정되어 있는 인건비를 받는 것이 당연하게 됩니다. 이게 실험실이 돌아가는 기본적인 원리죠.

 그렇다면 대학원생이 수행하는 연구가 자신의 학업의 일부입니까, 노동의 일부입니까. 물론 기본적으로 해당 실험실에 들어갔다면 그 실험실에서 진행하고 있는 연구주제를 자신이 선택한 것이고 그 지도교수가 따오는 연구비는 실험실에서 진행하는 연구주제와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해당 연구비의 연구를 수행하면서도 자신의 학업에는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이것이 학생이 하는 순수 지적 탐구와 학문적 연구냐 하면 그건 아니라는 겁니다. 기본적으로 대학원생들은 이러한 연구를 수행하도록 교수로부터 지시를 받고, 실험실에서 하루종일 연구를 수행할 것을 요구받습니다. 직장과 똑같은 원리죠. 출근 시간과 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으며 식사 시간이 정해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학원생을 학생으로 봐야 합니까, 직장인으로 봐야 합니까.

 대학원생들도 살아가는 데 돈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대학원생 나이는 사회 초년생의 나이와 같으므로 더 이상 집에서 손을 빌리며 살 수는 없지 않습니까. 스스로 벌어서 먹고살아야 하는데 앞에서 얘기했듯이 해당 연구비의 연구를 수행해야 하니 다른 일은 하지 못하고 연구비의 인건비로만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응답 결과를 보면, 월 인건비(학비 포함)로 70만-100만 원을 받는다는 분이 24%로 가장 많고, 100만-120만 원이 16%였습니다. 다달이 이 정도의 월 인건비를 받는다는 건, 어차피 전업 직장인이 아니기에 충분하다고도 볼 수 있을 텐데요, 이어지는 다른 물음에서는 불만이 상당히 큰 것으로 나타납니다. 서술형 답변에서도 그렇고요. 이런 정도의 월 인건비는 현장에서 어떻게 체감되는지요?

 “일반적으로 실험실의 출퇴근 시간이 대학원생의 경우 아침 9시 출근에 밤 10시 퇴근입니다(신입생은 선배들 눈치 보다 새벽에 퇴근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물리적으로도 다른 생계 활동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한 달에 약 100만 원의 인건비가 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한 달의 약 100만 원의 인건비에서 중요한 것은 학비 포함입니다. 한 학기에 국공립대는 300만 원대, 사립대는 500만 원대 학비를 납부하면 인건비 중에서 생활비로 쓰이는 돈은 1년에 500만 원에서 200만 원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1년에 200만 원이면 요즘 집에서 주는 용돈보다 적지 않나요?

 결국, 대학원생은 전업 직장인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지만, 학위과정 중인 학생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최저 시급에 해당하지도 못하는 인건비로 용돈 받는 것보다 적은 돈의 생활비를 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공계 대학원생의 정체성을 둘러싸고 얘기되는 논란 중에는 이들은 학생인가, 노동자인가 하는 것이 있습니다. 선생님은 이공계 대학원생의 정체성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참고로, 노동전문가인 한 노무사는 ‘현행법이 정한 ‘근로자’의 개념정의로 본다면 대학원생은 근로자로 보기는 매우 힘들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공계 대학원생의 정체성을 새로 정립해야 합니다. 학생과 노동자의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는 이공계 대학원생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해야 합니다. 이러한 중간자적 계급을 사회에 충분히 알리고 인식시켜서 학생도 아니고 노동자도 아니지만 학생과 노동자의 역할을 모두 가진 ‘학생노동자’라는 정체성을 사회로부터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설문조사의 서술형 응답을 보면, 연구실의 통장 관리에 관한 얘기가 꽤 많고, 다른 자리에서도 그런 얘기는 종종 듣습니다. 대학원생 각각에 통장을 만들고, 각 과제/프로젝트별로 연구원 인건비가 들어오는데, 큰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어 이를 균등하게 나누기 위해서 지도교수가 한 데 모아 관리하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연구실의 통장 관리의 형태가 이런 것인지요? 이런 관리 형태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요? 이런 통장 관리 형태가 이공계 대학원 연구실에서 꽤 일반적인 경우인지요?

 “통장을 따로 관리하는 실험실은 있습니다만 제가 알기로는 많지는 않습니다. 일단 증거가 남으니깐 요즘은 꺼려 하는 추세이지요. 실험실에 사람은 많은데 연구비는 한정되어 있고 연구과제에 등록되지 못한 대학원생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럴 경우, 대학원생들에게 인건비를 안 줄 수는 없으니 인건비를 받는 학생들이 인건비를 모아서 실험실에서 정해준 월급을 받아가는 형태로 운영을 하게 되는 것이죠. 일단 이런 편법을 사용할 수 있는 게 연구비에서 정해진 석, 박사 대학원생들의 인건비를 정확하게 지급하는 게 아니라 지도교수가 정해주는 선에서 인건비가 정해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석사 1년차는 30만 원, 2년차는 40만 원, 박사 1년차는 60만 원 이런 식으로 말이죠. 그러면 2-3개 연구비에서 나오는 인건비를 합쳐서 학생들에게 다시 분배하는 것이고요. 애매한 문제입니다. 대학원생들은 이를 당연시 여기는 분위기가 전반적이고요.

 기본적으로 대학원생-교수의 관계는 갑-을도 이런 갑-을이 없습니다. 예를 들어, 연구비 인건비를 교수가 착취하거나 작년에 방송에도 나왔지만 노예계약을 작성하는 일이 발생해도 교수는 가벼운 징계에 그치고 맙니다. 학교 징계위원회가 교수로 구성이 되는데 절대 교수 편이지요. 설사 사회적인 문제로 떠올라 국가 권력이 개입한다 해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그렇게 교수와 학생 간에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서 학생이 크게 저항한다고 해도 교수는 가벼운 징계에 그치지만 학생은 그 분야에서는 끝인 거죠. 교수가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는 전혀 다른 세계로 가야 합니다. 절대 학생이 교수를 거스를 수 없는 이유죠.

 특히나 유교적 문화가 심한 한국에서 교수가 학생들의 현재의 경제력과 미래까지 쥐고 있으니 교수 개개인의 아량에 대학원생의 행복도가 결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연구비 관리뿐만 아니라 대학원생의 권익 차원에서도 현재 지도교수의 선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관리작업을 통합해주는 상위기관이 필요합니다.

 이공계 대학원생들의 삶의 만족도가 생각보다 정말 낮습니다. 이공계 출신이 할 수 있는 대체복무 중에 전문연구요원이 있습니다. 전문연구요원은 크게 대학원생/회사연구소연구원으로 나뉘는데, 삶의 만족도가 극과 극입니다. 회사 연구소 연구원으로 복무하는 사람들은 비교적 높은 연봉으로 인해 삶의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하지만 대학원생들의 경우는 낮았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많은 수의 사람들을 만나 왔고 제가 만났던 사람들의 대부분이 저 공식을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연구 그 자체만으로도 쉬운 일이 아닌데 생활환경에서도 만족감을 채울 곳이 없으니 불행하다고 느낄 수밖에요.

 전 우리나라 과학계의 미래가 어둡다고 보는 사람입니다. 대학원생들이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불행하다고 느끼는 수가 많다는 것은 아무리 열정으로 가득한 과학도라 하더라도 이 생활을 계속해 나갈 숫자가 그리 많지는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수한 인재는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곳으로 가는데, 과학계는 대학원생들의 처우를 개선함으로 우수한 인재들이 경제적인 어려움 없이 과학에 매진하며 연구의 열정을 불태울 수 있게 하지는 못할망정 노벨상 프로젝트니 뭐니 해서 일부 연구자들에게 어마어마한 액수의 연구비를 지급한다니 노벨상을 탈 수 있는 연구를 실질적으로 누가 하는지도 모르는 과학계에 무지한 사람들의 발상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우리나라 과학이 발전할 수 있을 리가 요원합니다. 정신없이 쓰다 보니 횡설수설하고 있네요. 아무래도 글로 모든 상황을 설명하기가 어렵네요.


■ ㄴ씨의 경우

[국립대/박사과정/미혼]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연구환경을




000Q.jpg 이공계 대학원생 얘기를 듣다 보면 일반인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월 인건비라는 말인데요. 월 인건비가 이공계 대학원생들한테는 왜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요?

000A.jpg  “소위 “전일제 대학원생”이라고 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정해진 출근과 퇴근 시간이 있으며, 경우에 따라 4대 보험 비가입 증명서를 제출하여 다른 직업을 병행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증명해야 합니다. 또한, 일반 직장인들 이상의 시간을 학교 실험실에서 상주(?)하며 보내야 하므로, 아르바이트 등 다른 파트타임 일을 하는 것 또한 불가능합니다. 많은 이공계 대학원생들이 하루에 8시간 이상을 학교 실험실에서 보냅니다(대학생 이상의 학력자가 할 수 있는 파트타임 노동 중 가장 불로소득에 가깝다는 과외조차도 시간이 없어 불가능한 실정입니다). 근무시간(?) 중간에 오랜 시간 자리를 비우거나 몸이 아프다고 마음대로 쉴 수 없다는 점도 직장인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게 “전일제”로 일하는 동안 학부생의 조교 노릇이나 연구비 관리 등 실제 자신의 연구와 상관없는 여러 가지 잡무를 해야 합니다.
 대부분 전일제 대학원생들이 어느 정도의 “인건비” (보통 프로젝트 인건비라고 합니다. 연구 프로젝트에서 일정 부분 대학원생들에게 주어지는 인건비지요. 연구 프로젝트가 많은 방은 인건비도 많고 연구 프로젝트가 없는 방은 인건비도 거의 없습니다. 모든 것이 전적으로 지도 교수님의 역량입니다)를 받고 있기는 합니다만, 한 달 생활하기가 빠듯합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어느 정도 집안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대학원에 진학하여 연구에 집중하기가 힘듭니다. 아마도 수많은 인재들을 그런 식으로 놓치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저축은 거의 꿈도 못 꾸지요. 박사과정 학생들의 경우 30세를 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막상 박사과정이 끝나고 나면 빈털터리 신세입니다. 석 박사를 합쳐 짧게는 4~5년, 길게는 7~8년을 하루에 8시간 이상씩 실험실에서 보내고 나서도 모아놓은 돈이 한푼도 없는 셈입니다. 허울좋은 박사학위 학위증 한 장 말고는요."


응답 결과를 보면, 월 인건비(학비 포함)로 70만-100만 원을 받는다는 분이 24%로 가장 많고, 100만-120만 원이 16%였습니다. 이런 정도의 월 인건비는 현장에서 어떻게 체감되는지요?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전일제 대학원생들은 거의 직장인과 다름없이 일하고 있습니다. 직장에 들어간 친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지요. 직장인 친구에게 “넌 날마다 뭐가 그렇게 바쁘냐” 하는 핀잔을 들을 만큼 긴 노동시간에도 불구하고 “학생”이라는 이유로 보상이 적은 셈이니까요. 최악의 경우, 그렇게 받는 월 인건비를 모아 대학원 등록금을 따로 내야 하는 학생들도 있답니다. 국립대의 경우 400~500, 사립대의 경우 700~800 정도 되는 대학원 등록금을 고려할 때, 모아서 내기만도 빠듯하지요(학비를 따로 지원받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박사과정의 경우 학위과정이 길고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결혼이나 출산 등등도 고려해야 하는데, 그것이 굉장히 힘들어지기도 합니다. 나이는 먹어가는데 모아놓은 돈은 없는 셈이고 그렇다고 아르바이트를 할 수도 없는 실정이니까요.”


이공계 대학원생의 정체성을 둘러싸고 얘기되는 논란 중에는 이들은 학생인가, 노동자인가 하는 것이 있습니다. 선생님은 이공계 대학원생의 정체성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참고로, 노동전문가인 한 노무사는 ‘현행법이 정한 ‘근로자’의 개념정의로 본다면 대학원생은 근로자로 보기는 매우 힘들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공계 대학원생은 노동자와 학생의 중간 정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 노무사라는 분, 이공계 대학원 생활 딱 일주일만 해보시라고 하고 싶네요. ^^”


대학원생이 진행하는 과제/프로젝트는 대략 1건(37%) 또는 2건(36%)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학원생이 감당하는 과제는 현장에서 어떻게 체감하시는지요?

 “그건 랩(실험실)에 따라 차이가 좀 있습니다. 프로젝트가 너무 많아 허덕대는 경우도 있고, 프로젝트가 아예 없어 돈도 없고 할 연구도 없고 곤란한 랩도 있고. 전적으로 교수님 역량입니다. 그리고 그 교수님 역량이 대학원생의 운명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바꿀 수 없습니다. 질문에 대한 답변만 하자면, 1~2개 과제라면 크게 부담은 되지 않습니다. 사실 대학원생이 부담을 느끼게 되는 것은 과제가 아닙니다. 과제와 상관없는 여러 가지 잡일들이죠. 실험실 후배를 가르치는 일이나, 조교 업무, 재무조사, 행정 잡무, 연구비 관리 등등이요.”


서술형 답변을 보면, 연구실의 통장 관리에 관한 얘기가 꽤 많고, 다른 자리에서도 그런 얘기는 종종 듣습니다. 이런 관리 형태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요? 이런 통장 관리 형태가 이공계 대학원 연구실에서 꽤 일반적인 경우인지요?
 “네, 이 부분은 할 이야기가 많아요. 그게 생각보다 좀 복잡한 문제거든요. 원리원칙에 어긋나긴 하지만, 그게 꼭 나쁘다고 보기만도 좀 그래요. 솔직히 가끔 신문이나 뉴스에 나오는 것 같은, 교수님이 연구비를 착복한다거나 하는 일은 많지 않아요. 연구비 시스템 자체가 연구실의 현실에 맞지 않게 탁상공론 식으로 짜여 있는 요소도 좀 있거든요.”


외국 대학의 상대적으로 잘 된 체제의 사례를 들어보면, 대학 본부가 연구비를 총괄 관리하면서 대학원생들의 인건비나 계약관계 등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고 지도교수는 이에 특별히 관여하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국내 대학 연구실의 통장 관리 관행은 이런 전체 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해 일어나고 있다고 여겨지는데, 이에 대한 의견은 어떠한지요?
 “제가 알기로는 대학은 연구비를 어떻게 쓸 건지에 거의 관여 안 해요. 지도교수님이 연구비를 외부에서 따오면 학교가 일부 떼어 가는 것 말고는요. 다른 학교는 어떤지 모르겠는데, 우리 학교의 경우 “기성비”라는 이름으로 학교가 일부를 가져가요. 학생들 등록금 따로 받고 실험실 전화세까지도 따로 받으면서(실험실 전화는 주로 연구에 필요한 시약 등을 주문하는 등 공적인 일에만 사용됨)…, 그건 또 왜 떼어가는지 모르겠어요 -.,-”


대학원생의 처우와 관련한 갈등이 생길 때에 이를 해결해주는 담당부서가 있어야 한다는 데에 99%가 압도적으로 찬성(적극 도입 67%, 신중 도입 33%)했습니다. 이런 기능이 왜 이토록 절실하게 갈구되는지 그 배경은 무엇이라고 해석하시는지요? 

 “이공계 대학원생에게 교수님은 하나님보다 위대해요. 그리고 선배들은 하나님과 맞먹을 만큼 위대하죠. 후배 10 힘을 합쳐도 선배 하나 못 이겨요. 그렇게 힘을 모으기도 쉽지 않지만요. ㅋㅋ. 문제가 생겼을 때 직장처럼 이직을 할 수도 없죠. 직장인의 경우 자신의 분야를 유지하면서 다른 회사로 옮길 수도 있잖아요. 여긴 그게 불가능합니다. 이 바닥을 떠나든가, 참고 다니든가 둘 중 하나죠. 갈등이 생겼을 때 결국 피 보는 건 전적으로 힘없는 쪽입니다. 답변이 되었겠죠?”


설문내용은 주로 경제적인 환경에 대해 물었습니다. 경제적인 처우의 문제가 더 큰가요, 경제 외적인 처우 문제가 더 큰가요?

 “네. 여러 가지 문제가 있겠지만 저는 첫째로 학생들의 건강권 문제를 들고 싶습니다.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실험실 안전사고를 전적으로 학생들의 부주의로만 돌린다면 참 억울한 면이 있거든요. 또 그렇게 순식간에 일어나는 사고(부상 등)뿐 아니라 장기적인 손상 (예를 들면 오랫동안 동물 실험을 하며 알레르기가 생긴다거나, 발암 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거나 자극성 물질에 노출되는 것을 피할 수 없는 등)  문제에 대해서도 개선이 필요해요. 이건 학생들이 주의한다고 될 게 아니라, 당연히 학교와 국가 차원에서 나서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거든요.”


저의 질의가 전반적으로 문제점 위주로 작성되었습니다. 실제 생활에서는 긍정적이고 유익하고 열정적인 분위기가 훨씬 더 많겠지요?^^

 “그렇지 않았더라면 저는 이 바닥을 떠났겠지요? ^^ ”


제가 여쭙지 못했으나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주세요.

 “연구가 싫은 게 아니죠. 계속 연구 하고싶고. 계속 공부하고 싶고. 그럴 수 있게 지원해달라는 거죠. 박사까지 다 해놓고 결국 의대로 가는 그런 삽질은 하고 싶지 않다는 거죠. 대학원생들의 연구 환경, 처우도 문제이지만 졸업하고 나서도 문제예요. 이게 참…, 이것도 한두 마디로 되는 일이 아니라서 ㅠ”


■ ㄷ씨의 경우

[사립대/석사과정/미혼]



연구 외에 해야 할 잡무 많아




000Q.jpg 이공계 대학원생 얘기를 듣다 보면 일반인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월 인건비라는 말인데요. 월 인건비가 이공계 대학원생들한테는 왜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요?

000A.jpg  “이공계의 경우 연구사업을 통해 실험에 필요한 재료비 및 학회비 등을 해결하는데 이 중 인건비 항목이 있습니다. 이는 연구하는 학생에게 주어지도록 되어 있고요. 이공계 대학원생들 중 상당수는 인건비를 지급받아 등록금 및 생활비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장학금 제도가 잘 되어 있다고 해도 학기마다 몇백 만원씩 내야하는 등록금은 학생들에게 매우 큰 부담입니다. 이미 집안의 도움과 학자금 대출 등으로 대학교는 졸업했지만, 대학원 2년 이상을 다시 집안의 도움과 대출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인건비는 대부분 등록금으로 사용되며, 나머지는 생활비에 사용됩니다. 대학원 또한 지방이나 타지역에서 올라온 학생이 많고, 이에 따라서 월세 및 생활요금 (전기, 수도, 가스)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인건비 항목은 필수적입니다. 만약에, 이러한 인건비 항목이 사라진다면… 과학에 관심이 있더라도 집안의 형편이 아주 넉넉하지 못하다면 이공계열 대학원 진학은 꿈도 꿀 수 없을 것이며, 이에 따라 국내 과학산업에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공계열 학생들은 반학생-반직장인이라는 표현이 더 맞다고 생각합니다. 학생으로서 실험과 공부를 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하지만 대학생처럼 마냥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앞서, 이공계는 연구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씀드렸는데 이 연구사업으로 인한 업무 및 학술적 업무 등을 수행하기 때문에 반직장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연구사업의 경우, 사업을 발주 받기 위한 계획서 및 발표자료 등을 준비해야 합니다(마치 작은 건설회사가 큰 회사의 하청을 따오듯). 사업에 선정되었다고 해도 이후 업무들이 많습니다. 사업비를 지출한 내역을 증빙할 거래명세서 및 세금계산서를 발행받아 사업단에 보고해야 하며 또한 현재까지 진행되는 연구사업의 진행 정도를 몇 회의 중간보고 및 최종보고까지, 해야 할 업무가 많습니다. 학술적 업무는 학술대회를 준비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작은 학술대회는 접수 및 등록을 받고, 이에 따른 시설의 예약 및 사용을 담당해야 하는 등 업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응답 결과를 보면, 월 인건비(학비 포함)로 70만-100만 원을 받는다는 분이 24%로 가장 많고, 100만-120만 원이 16%였습니다. 이런 정도의 월 인건비는 현장에서 어떻게 체감되는지요?

 “대학원 학비가 왜 대학교 학비보다 비싼지 알 수 없지만, 매 학기 500만 원 이상의 등록금이 청구됩니다. 이 중 장학금으로 250만 원을 받아도 남은 250만 원 = 약 41만 원 X 6개월이 됩니다. 월 100만 원의 월급을 받는다면 약 60만 원이 남게 되는데, 이는 자취를 하는 학생들에게 턱없이 모자란 액수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기숙사 또한 절대 부족한 금액입니다. 물론 집에서 통학을 하는 학생들에게 60만 원은 생활비로써 부족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앞서 가정한 장학금과 100만 원이란 조건은 매우 좋은 조건을 제시한 것이며, 또한 모든 학교에서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 받는 액수는 더 적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희 연구실에서는 학생 인건비로써 70만-100만 원을 지급하고 있고, 이는 많은 금액으로 생각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공계 대학원생의 정체성을 둘러싸고 얘기되는 논란 중에는 이들은 학생인가, 노동자인가 하는 것이 있습니다. 선생님은 이공계 대학원생의 정체성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대학원생은 학생입니다. 다만, 근로자처럼 ‘일하는 학생’입니다. 저희는 대학원생이 근로자로 포함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근로자처럼 일하는 것도 원하지 않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연구사업들의 행정업무를 대신 해 줄 사람들이 있다면, 대학원생들은 더욱 연구에 몰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학원생이 진행하는 과제/프로젝트는 대략 1건(37%) 또는 2건(36%)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학원생이 감당하는 과제 수는 전반적으로 그리 큰 부담은 되지 않는다고 여겨지는데, 그렇게 체감하시는지요?
 “네, 큰 부담이 되지 않습니다.”


서술형 답변을 보면, 연구실의 통장 관리에 관한 얘기가 꽤 많고, 다른 자리에서도 그런 얘기는 종종 듣습니다. 이런 관리 형태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요? 이런 통장 관리 형태가 이공계 대학원 연구실에서 꽤 일반적인 경우인지요?

 “저는 일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도교수는 학생들의 명의로 된 통장을 모아 관리하며 인건비를 지급합니다. 연구사업에 따라 인건비가 차이가 나고 이를 지도교수님이 균등하게 분할하는 방식은 제 생각으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분할이 2명의 인건비를 모아 3명을 고용하는 방식이라면 월급이 줄어들게 됩니다. 이런 경우 실험실에는 긍정적이지만, 개인의 권리는 보장받지 못하게 됩니다.”


외국 대학의 상대적으로 잘 된 체제의 사례를 들어보면, 대학 본부가 연구비를 총괄 관리하면서 대학원생들의 인건비나 계약관계 등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고 지도교수는 이에 특별히 관여하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국내 대학 연구실의 통장 관리 관행은 이런 전체 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해 일어나고 있다고 여겨지는데, 이에 대한 의견은 어떠한지요?

 “물론, 대학 본부 측의 문제에 저도 동감합니다. 하지만, 대학 본부 측이 연구비의 투명화를 실현할지라도 현재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연구사업비 중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용이 굉장히 많기 때문입니다. 이를 원칙대로 나눠줄 경우 연구실에서는 재료비 부족으로 재정난에 빠지거나, 인력부족으로 인해 연구성과가 상당히 감소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작금의 문제들은 대학 본부 측에 모두 잘못을 떠넘길 것이 아니라, 연구사업비의 효율성에 대해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대학원생의 처우와 관련한 갈등이 생길 때에 이를 해결해주는 담당부서가 있어야 한다는 데에 99%가 압도적으로 찬성(적극 도입 67%, 신중 도입 33%)했습니다. 이런 기능이 왜 이토록 절실하게 갈구되는지 그 배경은 무엇이라고 해석하시는지요?

 “질문이 황당하네요. 대학원생뿐만 아니라 어떤 직종에 있는 사람들이라도 자신이 갈등이 생겼을 때 해결해주는 담당부서가 생기길 바라지 않을까요?? 절실하게 갈구되는 것은 다시 말해, 절실하게 말할 곳이 없단 얘기죠.”


설문내용은 주로 경제적인 환경에 대해 물었습니다. 경제적인 처우의 문제가 더 큰가요, 경제 외적인 처우 문제가 더 큰가요?

 “저는 경제 외적인 처우 문제가 더 큰 것 같습니다. 물론 경제적인 처우도 문제가 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저희는 돈을 벌기 위해 대학원에 온 것이 아니니까요.”


저의 이메일 질의가 전반적으로 문제점 위주로 작성되었습니다. 실제 생활에서는 긍정적이고 유익하고 열정적인 분위기가 훨씬 더 많겠지요?^^

 “다행히도,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저희 연구실은 열의로 가득 찬 학생들이 많아서 같이 격려하고 붙잡아주며 버텨나가고 있습니다. 모두 자신의 꿈을 위해 견뎌내는 시간인 만큼 즐기는 친구들도 아주 가끔 볼 수 있어서 좋습니다.”


■ ㄹ씨의 경우

[사립대/박사과정/미혼]


기한 있는 과제 결과물 내기에 쫓겨




000Q.jpg 이공계 대학원생 얘기를 듣다 보면 일반인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월 인건비라는 말인데요. 월 인건비가 이공계 대학원생들한테는 왜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요?

000A.jpg  “인문사회계에 있는 대학원생들과 이공계 대학원생들과의 가장 큰 차이는… 연구시간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인문사회 쪽은, 제가 알기로는 주어진 시간 즉 학위 과정에 필요한 수업만 듣고 가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학위과정의 수업과 거기에 따른 과제만 충실히 이행하고 마지막 학기쯤에 실습과 같은 과정을 통과하고 나서 학위논문 쓰면 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에 비해 이공계의 경우는, 학위과정에 필요한 수업과 과제는 당연하고 연구자로서 하는 연구들이 오늘을 시작으로 내일까지 해야 끝나는 실험이나 길게는 1년 동안 관찰 결과를 내야 하는 실험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할당된 시간이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인문사회는 일단 회사나 다른 수입 창출을 할 수 있는 직장에 취업을 하면서 (학업을 병행하는 게) 가능하지만 이공계는 원칙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래서 어떤 연구자들은 밤에 따로 과외를 해서라도 용돈(학비를 위한)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응답 결과를 보면, 월 인건비(학비 포함)로 70만-100만 원을 받는다는 분이 24%로 가장 많고, 100만-120만 원이 16%였습니다. 이런 정도의 월 인건비는 현장에서 어떻게 체감되는지요?

 “직장인과 직장인이 아닌 차이는 돈 문제에서 차이가 없다고 봅니다. 결혼을 했느냐 안 했느냐에 따라서 지출 차이가 있지, 그만큼의 나이와 위치에 따른 지출은 같다고 봅니다.”


이공계 대학원생의 정체성을 둘러싸고 얘기되는 논란 중에는 이들은 학생인가, 노동자인가 하는 것이 있습니다. 선생님은 이공계 대학원생의 정체성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사실 학생이 맞습니다. 하지만 노동자라고 생각되는 건. 학생의 입장에서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정말 나를 위한 일인가, 나의 보스를 위한 일인가 하는 딜레마에 빠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대학원생이 진행하는 과제/프로젝트는 대략 1건(37%) 또는 2건(36%)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학원생이 감당하는 과제 수는 전반적으로 그리 큰 부담은 되지 않는다고 여겨지는데, 그렇게 체감하시는지요?

 “그리 큰 부담은 없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맡고 있는 과제 중에서, 이 과제의 메인이 본인인지 아니면 다른 상위 연구자를 위한 서브(sub) 과제인지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논문에 관하여 제1저자가 되느냐(가 중요한데), 열심히 연구하였지만 1저자가 못 되느냐에 큰 혼란이 오고 분쟁까지도 일어나곤 합니다.”


서술형 답변을 보면, 연구실의 통장 관리에 관한 얘기가 꽤 많고, 다른 자리에서도 그런 얘기는 종종 듣습니다. 이런 관리 형태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요? 이런 통장 관리 형태가 이공계 대학원 연구실에서 꽤 일반적인 경우인지요?

 “저희 연구실에 경우에 학생이 2명밖에 없어서 이런 경우는 없습니다. 당연히 석사과정이나 석사수료 후냐 박사과정 중 또는 박사수료 후냐에 따라서 약간의 차이가 있긴 합니다.”


외국 대학의 상대적으로 잘 된 체제의 사례를 들어보면, 대학 본부가 연구비를 총괄 관리하면서 대학원생들의 인건비나 계약관계 등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고 지도교수는 이에 특별히 관여하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국내 대학 연구실의 통장 관리 관행은 이런 전체 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해 일어나고 있다고 여겨지는데, 이에 대한 의견은 어떠한지요?

 “저는 WCU에 소속되어 그곳에서 인건비를 관리하고 이 WCU 소속 학생들의 인건비를 동일하게 맞추자 하여 석사 학생 얼마 박사 학생 얼마를 결정하긴 하였습니다. 하지만 WCU에서 나오는 급여는 동일하여도, 교수마다 따로 개인 연구비의 규모에 따라서 학생들에게 따로 주기 때문에 급여 차이가 천차만별입니다. 연구재단에서 정해져 있는 석사/박사 등의 최대(maxium) 금액만 책정되어 있어서 그 한도를 넘어가지만 않으면 되도록 되어있습니다. 박사의 경우 맥시멈이 250만 원으로 되어 있는데 제가 속한 학교에만도 맥시멈을 받는 박사과정도 있고 80만 원 정도 받는 학생도 있습니다. 그리고 박사과정인데도 전혀 못 받는 친구도 있습니다.”


설문내용은 주로 경제적인 환경에 대해 물었습니다. 경제적인 처우의 문제가 더 큰가요, 경제 외적인 처우 문제가 더 큰가요?  

 “경제 외적인 문제도 크지만 그런 문제를 스스로 깨닫고 회의감에 들게 하는 건 처우라고 생각됩니다. 어느 정도까지가 충분하다 말할 수는 없지만, 그 나이에 맞게 그 위치에 맞는 처우가 이뤄진다면…. 처우 부분엔 신경쓰지 않아야 충분한 연구를 학생이 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저 또한 결혼을 앞두고 있어서, 상대 쪽에서 제기되는 가장 큰 반대는 제가 아직도 학생의 위치에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학위 5년차인데도 (학업) 포기를 결정하고 취업을 준비하려고 합니다. 그만큼의 처우가 준비되었다면, 이 5년의 포기는 없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뭐 정신력과 끈기의 문제도 있긴 하지만요."


■ ㅁ씨의 경우

[국립대/박사과정/미혼]


생활비 걱정 없이 연구에 몰두할 수 있게




000Q.jpg 이공계 대학원생 얘기를 듣다 보면 일반인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월 인건비라는 말인데요. 월 인건비가 이공계 대학원생들한테는 왜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요?
000A.jpg  “일반인이 대학원생의 일상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건 대학원생들은 대부분 알고 느끼고 있을 것입니다. 일반인은 대학원생이 단순히 학생, 즉 학문적으로 더욱 깊이 공부하는 차원으로만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학원생 하루를 살펴보면 연구실마다 다를 수 있지만 대부분 출근시간이 정해져 있습니다. 하지만 퇴근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대학원생의 하루의 일과를 %로 나누면, 실험이 80~90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학문적으로도 지식을 넓히기 위해 그만큼 틈틈이 시간을 쪼개어 공부하는 것입니다.
 연구실에는 각각의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또한 각각 파트가 나뉩니다. 일정시간 안에 성과를 도출하여야 하기 때문에 밤낮없이 대부분 실험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회사도 마찬가지로 각각의 프로젝트를 맞게 되고 그 프로젝트를 완료하기 위해 일을 하는 것처럼 저희 또한 그 일을 한다고 보면 됩니다. 일반인들은 실험이 힘든 일이냐? 앉아서 손가락만 움직이는 거 아니냐? 라고 의문을 제시할 수도 있습니다. 그 의문은 다른 직종, 경험적으로 알지 못하는, 단순히 실험, 대학원생이라는 단어에서 나오는 상징적인 의미에서 비롯되었을 거다 생각합니다.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더욱 쉽게 판단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대학원생이 실험만 하나는 것이 아닙니다. 실험을 하기 위해서는 부수적인 많은 일을 하게 됩니다.”


응답 결과를 보면, 월 인건비(학비 포함)로 70만-100만 원을 받는다는 분이 24%로 가장 많고, 100만-120만 원이 16%였습니다. 이런 정도의 월 인건비는 현장에서 어떻게 체감되는지요?

 “월 인건비는 매우 유동적입니다. 안정되게 인건비를 받는 대학원생도 있는 반면, 한 달 식비도 안 되게 받는 대학원생도 너무나 많습니다. 크게 월 100만-120만 원. 이 돈이 크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왜냐면, 저희는 다시 그 돈을 모아 학교에 주고 있습니다. 바로 등록금입니다. 생활 여건이 괜찮은 대학원생은 모르겠습니다. 박사과정 정도면 남자의 경우 대부분 20대 후반, 30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대부분 대학원생은 집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자급자족하는 형태입니다.
 저를 예를 들자면, 전 월 90만 원을 받고 있습니다. 학자금으로 매달 이자만 20, 월세 20, 공과금 10, 교통비 10, 식비 20, 기타 생활비 10. 이렇게 들고 있습니다. 지금 물가에 식비 20만 원으로 생활이 가능할 것 같은가요? 학자금을 낼 돈이 없기 때문에 또다시 학자금을 빌리고 이자를 내며, 상환까지 하는 현실입니다. 현재 물가는 계속 올라가고 있습니다. 그만큼 인건비는 물가 대비 상응되지 않고 있습니다. 하루 대부분을 실험과 학문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부수적인 일을 한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합니다. 하루종일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밤늦게까지 일하며 돈 100만 원 받고, 늘어나는 것은 빛이 늘어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저희는 꿈을 이루기 위해, 제 분야의 최고가 되기 위해 지금 현실에 수긍하며 생활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만 조금 더 나은 환경에서 연구를 수행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공계 대학원생의 정체성을 둘러싸고 얘기되는 논란 중에는 이들은 학생인가, 노동자인가 하는 것이 있습니다. 선생님은 이공계 대학원생의 정체성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노동자와 학생의 중간 위치라고 생각합니다.”


대학원생이 진행하는 과제/프로젝트는 대략 1건(37%) 또는 2건(36%)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학원생이 감당하는 과제 수는 전반적으로 그리 큰 부담은 되지 않는다고 여겨지는데, 그렇게 체감하시는지요?

 “과제가 1건이건 2건이건 숫자로 부담을 거론한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생각합니다. 과제가 졸업을 위한 것일까요? 졸업하기 위해 연구하는 것일까요? 졸업만을 하기 위해서라면 과학자는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좁은 시야를 갖고 질문하신 것 같습니다.”


서술형 답변을 보면, 연구실의 통장 관리에 관한 얘기가 꽤 많고, 다른 자리에서도 그런 얘기는 종종 듣습니다. 이런 관리 형태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요? 이런 통장 관리 형태가 이공계 대학원 연구실에서 꽤 일반적인 경우인지요?

 “종종 지도교수님께서 한 통장에 관리한다는 것은 들었지만 제 주위 모두 사업단에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프로젝트에 참여 정도에 따라 인건비가 정해지고 사업단에서 관리하게 됩니다. 교수님께서는 돈을 주시는 형태는 아닙니다.”


■ ㅂ씨의 경우

[사립대/박사과정/미혼]



사립대등록금도 못채우는 월 인건비




000Q.jpg 이공계 대학원생 얘기를 듣다 보면 일반인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월 인건비라는 말인데요. 월 인건비가 이공계 대학원생들한테는 왜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요?
000A.jpg  “이것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주변에 인문계 대학원생이 없어서 그들의 생활과 우리의 생활이 어떻게 다른지 정확히 알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저의 경우는 기초과학을 하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연구비가 정부 과제에서 나옵니다. 정부에서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연구비를 개설하면 저의 지도교수님께서 그것을 받아서 정부가 가진 목표와 지도교수님의 과학적 관심사에 따라 연구를 진행합니다. 그 연구비 안에 저희 대학원생들의 인건비가 포함되어 있고, 그 의미는 교수 한 사람이 모든 연구를 하기 어렵기 때문에 저희처럼 연구에 함께 참여한 대학원생들에게 일한 만큼 대가로서 연구비를 지급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저희 역시 이곳에서 풀타임 근무를 하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 일해서 등록금을 벌 기회를 얻을 수 없는 게 현실이고, 이공계의 등록금은 매우 비싸므로 전적으로 저희가 등록금을 내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등록금(가능하면 소정의 생활비까지) 이 인건비에서 나오는 것은 이 공부를 현실적으로 계속 해나가기 위해서는 매우 중요합니다.
 저의 일상생활은 오전 9시30분에 출근하여 퇴근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만 보통 저녁 10시 이후 퇴근합니다. 연구실에 따라서 출퇴근 시간은 다르며 보통의 이공계 대학원생들은 대체로 직장인들 이상의 노동시간 동안 일을 합니다. 사실 이공계 대학원생은 직장인처럼 일하지만 직장인으로서 취급받지 않기 때문에 법정 노동시간도 따로 정해져 있지 않구요.”


응답 결과를 보면, 월 인건비(학비 포함)로 70만-100만 원을 받는다는 분이 24%로 가장 많고, 100만-120만 원이 16%였습니다. 이런 정도의 월 인건비는 현장에서 어떻게 체감되는지요?

 “이 액수가 등록금 포함이라면 꽤 모자란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있는 서울 소재 사립대학의 경우 저희 학과 대학원 등록금이 거의 700만 원에 육박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한 달에 100만 원을 받는다면 6개월이 지나도 다음 학기 등록금이 될까 말까 한 수준입니다. 만약 자취를 해야 한다면 기본 생활비가 50만 원 이상은 들어가기 때문에 빚을 져 가면서 공부해야 하는 실정이고, 집에서 다닌다고 하더라도 용돈을 집에서 받아서 쓰는 실정인데요. 과외 아니면 아르바이트 다니기 힘든 저희의 스케줄(풀타임 근무)을 고려할 때  생활하기에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습니다.”


이공계 대학원생의 정체성을 둘러싸고 얘기되는 논란 중에는 이들은 학생인가, 노동자인가 하는 것이 있습니다. 선생님은 이공계 대학원생의 정체성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이 부분은 저도 개인적으로 늘 고민하고 또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어느 한쪽에 완벽히 치우쳐 있다고 보긴 힘들 것 같습니다. 학생과 노동자의 중간쯤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요?”


대학원생이 진행하는 과제/프로젝트는 대략 1건(37%) 또는 2건(36%)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학원생이 감당하는 과제 수는 전반적으로 그리 큰 부담은 되지 않는다고 여겨지는데, 그렇게 체감하시는지요?

 “과제의 수는 부담되지 않는 수준인 것 같습니다. 다만 과제 외적인 업무가 많고 (연구 이외에 연구실에서 요구받는 노동이나 업무가 꽤 많습니다), 과제 수는 하나이지만 그 하나의 과제를 완성하기 위해 해야 하는 연구량이 많습니다.”


서술형 답변을 보면, 연구실의 통장 관리에 관한 얘기가 꽤 많고, 다른 자리에서도 그런 얘기는 종종 듣습니다. 이런 관리 형태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요? 이런 통장 관리 형태가 이공계 대학원 연구실에서 꽤 일반적인 경우인지요?

 “이건 연구실마다 굉장히 많이 다르기 때문에 일반적인지 아닌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지도교수가 착복하는 게 아닌 이상 개인적으로 이 방식이 나쁜 점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불법적인 방식이라 지양되어야 한다고 어디선가 들었습니다(진짜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학위과정 중에 참여하는 과제의 종류(?)에서 대학원생에게는 결정권이 거의 없기 때문에 만약 과제별로 들어오는 인건비가 다르다면 적절히 분배될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악용되어서는 안 되겠지요.”


외국 대학의 상대적으로 잘 된 체제의 사례를 들어보면, 대학 본부가 연구비를 총괄 관리하면서 대학원생들의 인건비나 계약관계 등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고 지도교수는 이에 특별히 관여하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국내 대학 연구실의 통장 관리 관행은 이런 전체 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해 일어나고 있다고 여겨지는데, 이에 대한 의견은 어떠한지요?   

 “저도 학생의 인건비나 등록금 문제에 지도교수가 큰 시간을 할애하여 관리하는 것은 바뀔 필요가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나쁜 마음을 먹은 지도교수에 의해 피해를 입는 것도 발생하고요. 대학 본부가 책임지고 관리해주는 것은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학원생의 처우와 관련한 갈등이 생길 때에 이를 해결해주는 담당부서가 있어야 한다는 데에 99%가 압도적으로 찬성(적극 도입 67%, 신중 도입 33%)했습니다. 이런 기능이 왜 이토록 절실하게 갈구되는지 그 배경은 무엇이라고 해석하시는지요? 

 “한국의 대학원생에 대한 가장 큰 문제는 지도교수가 그 학생의 처우에 대한 전권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하여 지도교수와 갈등이 생겼을 때에 학생은 전적으로 약자가 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교수와의 관계를 벗어나 좀 더 합리적이고 안정적인 선에서 대학원생의 처우가 보장받으면 더 안정적으로 연구활동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경제적인 처우의 문제가 더 큰가요, 경제 외적인 처우 문제가 더 큰가요?

 “경제적 처우 중 등록금 보조가 제겐 가장 큽니다. 한 학기 600만-700만 원에 달하는 이공계 등록금을 제가 내야 했다면 아마 공부를 시작도 못했을 것 같습니다.”


저의 이메일 질의가 전반적으로 문제점 위주로 작성되었습니다. 실제 생활에서는 긍정적이고 유익하고 열정적인 분위기가 훨씬 더 많겠지요?^^

 “사람마다 다른 것 같습니다. ^^;;”


■ ㅅ씨의 경우

[국립대/박사과정/미혼]



이중 정체성의 문제




000Q.jpg 이공계 대학원생 얘기를 듣다 보면 일반인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월 인건비라는 말인데요. 월 인건비가 이공계 대학원생들한테는 왜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요?

000A.jpg  “인문사회 계열 대학원생들이 ‘못 받는’ 월급을 이공계가 받으면 안 될까요? 애초에 문제는 이공계 대학원생이 월급을 받는 게 아니라 출퇴근이 명료한 인문사회 계열 대학원생들이 월급을 못 받는다는 것입니다. 이에 앞서 대학원 학생에게 임금이 지급되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문제라면 왜 지도교수님은 너의 자비로 등록금을 내고 월급을 받지 않는다면 네가 원하는 대로 수업 듣고 알아서 졸업하라고 하신 걸까요? 애초에 ‘실험실 생활’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전제로 깔고 있는 것은 노동입니다. 만약 이공계 대학원생이 월급을 받지 않고 등록금도 지원받지 않는다면, 그들은 실험실 생활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지요. 그저 수업을 듣고 공부하여 공부한 것을 정리하고 졸업하면 되는 것 아닐까요? 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이어질 것 같습니다.

   

응답 결과를 보면, 월 인건비(학비 포함)로 70만-100만 원을 받는다는 분이 24%로 가장 많고, 100만-120만 원이 16%였습니다. 이런 정도의 월 인건비는 현장에서 어떻게 체감되는지요?

 “주변에 있는 다른 이공계 대학원생 중 미혼의 경우 거의 절반 정도가 과외를 합니다. 제 결론은 당연히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학비를 포함한 액수이기 때문에 실제로 생활비로 떨어지는 금액은 훨씬 더 적고, 결국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른 일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 주변엔 가족의 경제적 원조가 없어서 대학원 진학을 포기한 친구들도 있습니다.”


이공계 대학원생의 정체성을 둘러싸고 얘기되는 논란 중에는 이들은 학생인가, 노동자인가 하는 것이 있습니다. 선생님은 이공계 대학원생의 정체성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이공계 대학원생은 노동하는 학생이라고 봅니다. 애초에 대학원생을 학생/노동자 중에 어떤 하나로 규정지으려고 하는 것 자체가 문제인 것 같기도 합니다. 노동전문가 입장에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네덜란드에서 박사과정 학생은 노동자입니다. 따라서 노동자협회와 같은 곳에 등록해야 하고, 노동자 법에 보호를 받아 최저임금을 적용받습니다. 실제로 대학원생이 학생이라고 규정지으려는 것은 각각의 연구실이 많이 다른 규칙을 같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회사 역시 규율은 저마다 다 다릅니다. 회사와 비슷한 노동환경이 아니라고 해서 대학원생이 노동자가 아니라고 규정짓는 것은 위험해 보입니다.


대학원생이 진행하는 과제/프로젝트는 대략 1건(37%) 또는 2건(36%)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학원생이 감당하는 과제 수는 전반적으로 그리 큰 부담은 되지 않는다고 여겨지는데, 그렇게 체감하시는지요?

 “제가 체감할 때에는 과제 수의 부담은 없습니다. 하지만 과제 자체의 기한이 주는 부담은 있습니다. 어느 기한 내에 나와야 하고 그 부담은 저뿐만 아니라 교수님도 느끼십니다. 결국 그것이 저에게 압박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또한 연구주제와 직접 연관성을 보장받고 과제를 시작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하나로 묶을 수 없는 연구과제를 수행해내고 졸업 때 곤란한 상황이 생기기도 합니다. 실제로 현재 통합 4년차 친구의 상황입니다. 과제 자체가 주는 압박보다, 현재 진행하는 과제가 졸업 연구라는 약속이 없는 상황과, 자칫 잘못하여 상호 연관이 없는 과제들을 수행하여 정작 졸업시 문제가 되는 상황이 더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서술형 답변을 보면, 연구실의 통장 관리에 관한 얘기가 꽤 많고, 다른 자리에서도 그런 얘기는 종종 듣습니다. 이런 관리 형태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요? 이런 통장 관리 형태가 이공계 대학원 연구실에서 꽤 일반적인 경우인지요?

 “문제는 제 명의로 개설된 통장이 다른 누군가에 의해서 운용되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종종 대학원 실험실에서 자금 운용에 대한 문제가 나타나는데, 제가 다니는 실험실이라고 그런 일이 없을 수 있냐는 것입니다. 결국 억울하게 학생에게 문제를 뒤집어 씌울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더 심한 경우 목도장을 파서 통장을 달라고 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목도장은 나중에 파기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식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이런 관리 형태가 제가 지나왔던 실험실에서는 있었고, 주변에서도 많이 있습니다.


외국 대학의 상대적으로 잘 된 체제의 사례를 들어보면, 대학 본부가 연구비를 총괄 관리하면서 대학원생들의 인건비나 계약관계 등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고 지도교수는 이에 특별히 관여하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국내 대학 연구실의 통장 관리 관행은 이런 전체 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해 일어나고 있다고 여겨지는데, 이에 대한 의견은 어떠한지요?

 “대학 본부는 최대한 일을 줄이려고 하고 있다고 봅니다. 또한 교수 역시 자금 운용을 탄력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학교가 간섭할 것을 반대합니다. 이렇기 때문에 수없이 많은 실험실에서 비공식적으로 자금 운용이 되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학교의 일 줄이기에 교수들 권력의 결과라고 봅니다.


대학원생의 처우와 관련한 갈등이 생길 때에 이를 해결해주는 담당부서가 있어야 한다는 데에 99%가 압도적으로 찬성(적극 도입 67%, 신중 도입 33%)했습니다. 이런 기능이 왜 이토록 절실하게 갈구되는지 그 배경은 무엇이라고 해석하시는지요? 

 “제 주변에서 상식선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는 경우를 종종 보았습니다. 결국 교수와 상하 관계에서 학생은 을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제 입장에서 보면 필요에 따라 ‘너희는 학생이니까’ 혹은 ‘너희는 학생이 아니니까’라는 이중잣대를 제시합니다. 이중 정체성을 강요당하는 대학원생은 많은 경우 그 정체성을 이용한 부당한 업무를 당연하다고 받아들이게 되고, 결국 잇단 실패는 정신적으로 위험해질 수도 있다고 봅니다. 저를 포함한 제 주변에 연구실 문제로 정신과 치료를 받은 학생이 여럿 있기 때문에 더 잘 알 수 있습니다.


경제적인 처우의 문제가 더 큰가요, 경제 외적인 처우 문제가 더 큰가요?

 “경제적인 처우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대학원 입문에서 결정적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실험실 환경 자체에 대해서는 경제 외적인 처우의 문제가 더 큰 것 같습니다.”


저의 이메일 질의가 전반적으로 문제점 위주로 작성되었습니다. 실제 생활에서는 긍정적이고 유익하고 열정적인 분위기가 훨씬 더 많겠지요?^^

 “실질적으로 긍정적이고 유익하며 열정적인 분위기도 존재하지만, 그런 분위기가 지배적이냐 라고 묻는다면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한국 이공계 대학원은 어떠한 한계를 갖고 있다고 봅니다. 정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 점이 이런 과열된 교육에도 노벨상을 배출해내지 못하는 이유라고 봅니다. 저 또한 다른 친구들처럼 한국 이공계 대학원의 한계를 체감하였고, 저는 곧 자퇴 후 유학 준비를 할 예정입니다.”


■ ㅇ씨의 경우

[과학기술대/박사과정/기혼]



대학원생 갈등·처우 담당창구 필요




000A.jpg "“질문하신 내용에 대해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1] 월 인건비에 대해:  전일제 이공계 대학원생의 대부분은 수업이 있는 날(전공과목, 논문지도 과목 등)에만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듣고 지도교수에게 지도를 받는 대다수의 인문계 대학원생들과 달리 지도교수 소속 실험실의 구성원으로 속해 평균 12시간 이상(오전 9시~ 오후 9시)의 시간을 학교 실험실에서 보내게 됩니다. 이러한 생활 속에서 수업, 실험, 과제 수행 등을 행하게 되기 때문에 출퇴근이라는 용어를 쓴다고 생각합니다. 실험실 생활도 여러 구성원이 모여 생활하는 집단생활이기 때문에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 외에 공동체 생활에 필요한 일들을 대학원생 스스로 처리하여야 하기 때문에 학업과 무관한 일들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집단 공동체 생활에서 교수가 가지고 있는 지위와 영향이 막강하기 때문에 때로는 불합리하다고 생각되는 교수의 개인적인 업무들을 대학원생이 대신하는 경우도 생기게 됩니다.

 70만~100만 원의 인건비를 가지고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시는데 하루 대부분의 일과를 학교 실험실에서 보내고 그 외 다른 일을 거의 할 수 없는 상황인 대학원생들에게 저런 정도의 인건비는 말 그대로 최소한의 생활을 연명해 나가는 정도의 돈밖에 되지 않는다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저렇게 받는 인건비로 등록금을 충당하고 그러면 정말 남는 돈은 하나도 없게 되지요. 이공계 대학원생의 생활과 의사의 수련의 생활과 흡사하다고 생각하시면 편할 것 같군요.


[2] 과제 수에 대해: 과제의 수 자체로 대학원이 감당하는 과제에 대한 부담감이 적다 많다 하고 평하는 것은 맞지 않은 것 같고 자신이 수행하는 과제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쉬운 것인지에 따라 결정이 될 것 같군요. 그리고 과제 수행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해내느냐 아니냐의 문제보다 대학원생은 자신의 연구 주제에 맞는 실험 결과를 충분히 얻어 좋은 저널에 논문을 퍼블리시하고 졸업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더 관심을 갖는다고 생각되는군요. 과제라는 것은 어차피 연구를 하기 위한 연구비를 충당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실험실을 이끌어 나가는 교수의 입장에서 더 신경을 쓰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되네요.


[3] 연구비 관리에 대해: 우리 학교 같은 경우는 학교 내 산학지원과에서 상당 부분의 업무를 부담하고 있기 때문에 교수들이나 학생이 연구비를 관리하는 비중이 다른 학교에 비해 약하긴 합니다. 그리고 행정 업무를 도와주는 사무원도 뽑아서 운용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학생은 전적으로 실험에만 집중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연구비 규모가 적은 학교에서는 이러한 시스템을 구축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교수나 학생이 행정 업무 및 연구비 관리를 하게 됩니다. 학생들의 인건비로 책정된 부분을 교수가 모아서 다시 균등하게 배분한다는 경우 얼핏 이공계 시스템을 모르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엄청나게 불합리하게도 볼 수 있을 것 같지만 막상 실상을 들여다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가령 BK21의 수혜를 받을 수 있는 학생은 7명인데 실험실 구성원은 10명인 경우, 실험실 돈이 많아서 나머지 3명에게는 다른 재원에서 인건비를 챙겨주고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7명은 주고 3명은 인건비를 충당해주지 못한다면 이러한 경우가 더욱 불합리한 경우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 연구비가 많다고 내년에도 많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일정 부분의 연구비를 쓰지 않고 모아두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까지 교수가 연구비를 착복하고 학생의 인건비를 갈취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이러한 부분이 문제가 되어 카이스트의 정말 뛰어난 교수님이 자살을 하는 안타까운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부분은 공무원들이나 국회의원들이 제대로 정책을 못 만들어서 학생과 교수 모두가 피해를 보고 있는 경우라 생각됩니다.


[4] 대학원생 처우에 대해: 합리적인 사고와 행동을 합니다. 하지만 몇몇 그렇지 못한 분들이 학생들에게 상식을 벗어나는 행동들을 하는데 학생의 입장에서 교수는 졸업의 여부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그리고 앞으로 이공계 바닥의 진로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슈퍼 갑의 입장이기 때문에 그러한 불만을 얘기하고 해소해 나가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그러한 부조리를 겪었을 시에 해결해 줄 수 있는 최소한의 창구는 마련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대학원 처우 담당 부서를 압도적인 비율로 도입을 찬성하는 것 같습니다. 이상 제가 알고 느끼고 대로 답변 드렸습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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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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