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우주개발 어떻게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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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을 무릅쓰며 히말라야 정봉을 기어오르듯이, 인류가 존재하는 한 우주 탐험은 계속될 것이다. 우주 탐험에 필요한 장비를 만들고 이용하는 방법을 우주기술이라 하는데 장비를 생산·판매하거나 우주 정보와 환경을 활용하는 일이 우주산업을 형성하다. 우주 탐험에는 사람과 장비를 수송할 발사체가 필요한데, 발사체를 보유하면 ‘우주개발국가’ 그룹에 속하고 위성체나 지상장비를 만들고 운용하는 수준이면 ‘우주이용국가’로 본다. 발사체는 우주개발의 요체이며, 로켓 엔진은 위성체, 발사체, 착륙선 등 모든 우주비행체에 이용되는 기본 기술이다. 우리나라는 경제 규모와 산업기술력에 힘입어 우주개발국가를 지향하고 있으나 아직은 이용국가 수준에 있다고 봐야 한다.

 

우주산업은 수익성에 비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고, 예산과 기술뿐 아니라 여러가지 자원이 동원되기 때문에 초기 단계에서는 정부가 주도하게 된다. 발사체는 군사적 이용을 꺼려 하여 기술이전이 쉽지 않기 때문에 자력으로 개발하는 것이 보통이다. 평화 목적의 발사체 소유는 괜찮다고 완화해 놓고도 선진국들이 기술 이전을 막는 것은 극심한 발사체 시장 경쟁 때문이다. 그래서 나로호급 발사체는 자체 개발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오랜 기간과 많은 돈이 필요할 것이며 장기간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려면 효율적인 추진 방식이 요구되는 것이 당연하다.

 

 

현재의 개발 방식을 전면 수정해 나로호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연구 기능과 사업 기능의 분리라고 생각한다. 논문과 특허로 능력을 평가 받는 연구과제 관리 체제로 우주사업을 관리하는 일은 기본적으로 잘못된 것이다. 선진국에서 1970년대에 이미 산업체에 넘긴 위성체나 발사체 기술을 복제해 축적하는 데에는 기업체가 사업을 맡고 연구원은 필요한 기술과 시설 지원을 해주면 될 것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선진국의 첨단 연구개발 사업에 동참하거나 좀 더 미래지향적인 임무를 수행해야 연구자들이 더 큰 보람을 느낄 수 있다. 나로호나 천리안 위성의 경우처럼 과학자의 이름으로 기술적인 사실을 왜곡하거나 과대 포장하는 일은 참으로 개탄할 일이다. 책임 문제를 떠나 과학자가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우주개발 사업은 동력을 잃게 될 것이다.

 

앞으로 발사체의 자체 개발에 성공하려면, 전문인력의 확보와 활용방식도 바꾸는 것이 좋다. 우주장비의 품질보증은 현장 경험이 많은 고령 인력이 담당해야 하는데, 젊은 연구원들에 밀려 조기 퇴직하면 인적 자원의 낭비가 아닌가. 예를 들어, 발사장을 관리하고 유지·보수하는 일도 전문 연구직보다는 경험있는 기능직 인력이 맡아야 더 잘할 것이다. 연구과제 예산 지침으로 기술 협력에 들어가는 용역비를 지출하기는 쉽지 않다. 사업을 전담할 우주개발청 같은 기관이 필요한 이유다. 항공우주연구원에서 사업 기능을 분리하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차원의 사업 추진체제에서도, 현재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맡고 있는 우주개발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격상할 필요가 있다. 여러 부처의 협력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국가 원수의 의지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국가 우주개발의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이며, 어디에 중점을 두어야 투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지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 뿐 아니라 일반 국민의 의견을 듣는 것도 수익성이 적은 예산 확보를 위해서 소홀히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다. (<한겨레> 2010년 7월17일치 '과학칼럼')

     

  [정선종의 다른 글]

“나로호의 시대착오와 낭비를 우려한다”: 나로호의 초상화

"(나로호의) 실패는 뒤로, 우리 갈 길 구상하자"

 
 
정선종 박사 현직 통신위성우주산업연구회 고문, 아태위성통신협의회 고문 전직 NASA 우주왕복선 개발팀, 항공우주개발촉진법 기초위원, 무궁화위성기술개발 총괄, 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 우주개발추진위원, KSR-2 사고조사위원, KSLV-1 자문위원 00JSJ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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