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이 일어나는 곳’, 뇌 영역 연결망 찾았나?

하버드의대, 뇌간손상 환자 36명 연구논문


“각성-지각 일으키는 뇌영역간 연결망 찾아”

후속검증 확인땐 뇌손상 혼수상태 치료 기대

00consciousness6.jpg » 자료 그림. 뇌의 연결망 영상. 출처/ Human Connectome Project


전의 뜻풀이를 보면, “의식(consciousness)”은 자신과 자신 주변을 지각 또는 감각하는 정신작용 또는 그 상태를 말한다. 그러나 신경과학에선 의식과 관련해 여전히 많은 수수께끼가 남아 있다. 무엇보다 뇌에서 의식이 어디에서, 어떻게 생겨나는지가 밝혀지지 않았다.


00consciousness5.jpg » 뇌간(brainstem). 출처/ Wikimedia Commons 이런 가운데, 미국 하버드대학 의과대 베스이스라엘의료센터(Beth Israel Deaconess Medical Center; BIDMC)의 연구진은 의식의 조절과 유지에 중대한 구실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 특정 뇌 영역들과 그 연결망을 찾아냈다며 연구결과를 학술지 <뉴롤로지(Neurology)>에 보고했다.


논문의 공동 책임저자인 마이클 폭스(Michael Fox)는 의료센터 보도자료에서, “의식을 일으키는 두 가지 필수조건이 각성(arousal)과 지각(awareness)인데, 우리 연구진이 각성과 관련한 뇌간 영역, 그리고 지각과 관련한 피질 영역들을 이어주는 연결(a connection)을 처음으로 찾아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증거들이 인간 의식에서 역할을 하는 이 연결망(network)의 존재를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구진은 뇌간 손상 환자 36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환자 36명 가운데 12명은 무의식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으며 24명은 뇌간 손상을 입었으면서도 의식 상태에 있었다.


00consciousness3.jpg » 대뇌 피질에 있는 두 영역, 즉 ‘앞배쪽 섬엽’(ventral anterior insula; AI)과 ‘앞쪽 대상피질’(pregenual anterior cingulate cortex; pACC). 출처/ Wikimedia Commons 해외매체 보도와 의료센터 보도자료, 그리고 논문 초록을 보면, 연구진은 똑같이 뇌간 손상을 입었는데도 일부 환자는 혼수상태에 빠지고 일부 환자는 의식상태를 유지하는 이유를 설명해줄 만한 뇌간의 특정 손상 부위를 찾아나섰다. 이 연구에서, 뇌간에 있는 작은 영역인 ‘위쪽 배외측 교뇌피개(rostral dorsolateral pontine tegmentum)’가 혼수상태와 뚜렷하게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혼수상태의 뇌간 손상 환자 12명 중 10명한테서 이 지점이 손상된 것으로 관찰됐으며, 의식상태의 뇌간 손상 환자 24명 중에선 1명만이 이곳의 손상이 확인됐다.


이처럼 특정 뇌간 영역의 손상이 혼수상태와 연관될 가능성을 확인한 연구진은, 더 나아가 건강한 성인의 뇌 지도를 이용해 이 특정 뇌간 지점이 다른 뇌 부위의 어느 영역들과 연결되어 있는지를 추적했다.


연구진은 이런 작업을 통해 문제의 특정 뇌간 영역이 대뇌 피질에 있는 좌측 ‘앞배쪽 섬엽’(ventral anterior insula; AI)과 ‘앞쪽 대상피질’(pregenual anterior cingulate cortex; pACC)이라는 두 영역과 연결망을 이루고 있음을 찾아냈다. 이 두 영역은 이미 각성이나 지각 기능과 관련한 곳으로 주목을 받았으나, 이번 연구에선 두 영역이 특정 뇌간 지점과 연결망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이 처음 밝혀진 것이다.


연구진은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을 이용해 혼수나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환자 45명의 뇌를 관찰해, 이들한테서 이 연결망이 망가져 있는(disrupted)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이번 발견은 특정하기 힘든, ‘의식’과 관련한 뇌 영역들 간의 연결망을 식별해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놀라운 결과인 만큼 더 많은 후속 검증 연구들이 뒤따를 것으로 기대된다. 후속 연구들에서 더 많은 뇌간 손상 환자들한테서 이런 의식의 연결망이 확인되고 또한 그 연결망의 구조와 기능이 더욱 자세히 밝혀진다면, 특정 연결망의 손상으로 무의식 혼수 상태에 빠진 환자들의 의식장애를 치료하는 의학 연구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연구진은 전했다.


  논문 초록

목적: 혼수상태(coma) 유발 손상과 관련한 특정 뇌간 부위와 그 기능적 연결 네트워크(functional connectivity network)의 특성을 규명하고자 한다.

방법:
우리 연구진은 복셀(voxel) 기반의 병변-증상 매핑 기법을 이용하여 혼수상태를 일으킨 뇌간 손상의 12건 사례를 뇌간 손상 대조군의 24건 사례와 비교하여, 혼수상태와 유의미하게 연관되는 지점(site)을 찾고자 했다. 이어 우리는 건강한 집단(cohort)에 나타나는 휴식상태의 기능적 뇌 연결성을 이용하여, 특정 뇌간 지점에 기능적으로 연결된 영역들의 연결망(network)을 찾고자 했다. 더 나아가 우리는 그 공간 지형을 이미 알려진 연결망 지형과 비교하고, 또한 의식장애 환자들에 나타나는 기능적 연결성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이런 연결망을 이루는 피질 영역을 조사했다.

결과:
상부 배외측 교뇌피개(rostral dorsolateral pontine tegmentum) 안의 작은 영역은 유의미하게 혼수상태 유발 손상과 연관되어 있었다. 건강한 성인에서, 이 뇌간 지점은 좌측의 앞배쪽 섬(ventral anterior insula; AI), 그리고 앞쪽 대상피질(pregenual anterior cingulate cortex; pACC)에 연결되어 있었다. 이런 피질 지역들은 이전에 휴식상태 연결망으로 정의된 지역과 잘 어울리지 않았으며, 폰 이코노모 뉴런들(von Economo neurons)의 분포와 더 잘 일치했다. 결국, 의식장애 환자들에서는 AI와 pACC 간의 연결성이 망가진(disrupted)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 정도는 다른 뇌 연결망들과 비교할 때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결론:
교뇌피개(pontine tegmentum) 안 작은 영역의 손상은 혼수상태와 유의미하게 연관된다. 이 뇌간 지점은 AI와 pACC라는 두 피질 영역에 기능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의식장애 상태에서는 두 영역의 연결이 끊어진다. 뇌 영역의 이런 연결망은 인간 의식 유지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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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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