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연결망 구조, 남녀 차이 있다”

미국 연구팀, 8~22살 949명 남녀 뇌영상 분석


남 ‘뇌 반구 내부연결 강화’ 감각인지와 통합행동 연결 활성

여 ‘좌우 뇌반구 연결 강화’ 분석과 직관, 사회적 인지 높여

00brainD.jpg » 대뇌 연결 구조의 남녀 차이. 남자 대뇌(위)에선 앞뒤쪽의 연결, 그리고 뇌반구 내부의 연결이 두드러졌으며, 여자 대뇌(아래)에선 좌우 뇌반구 간의 연결이 두드러졌다. 출처/ Ragini Verma, PNAS


녀 간의 차이 못지 않게 동성 간에도 개인 차이가 크지만, '화성 남자, 금성 여자'라는 말이 유행어로 굳어졌듯이 남녀가 어떻게 얼마나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는 언제나 관심을 끄는 주제다. 흔히 남자는 운동과 공간지각 면에서 뛰어나며 여자는 언어 매개의 기억과 사회적 인지 능력에서 뛰어나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2012년의 한 연구논문은 "(과제의 수행 시험에서) 성별 차이는 (연령별 차이에 비해) 훨씬 작긴 하지만 분명하게 나타나는데, 여자는 집중, 언어, 얼굴기억, 추론 속도 면에서 남자보다 나은 수행력을 보였으며, 남자는 공간 처리와 감각운동, 운동속도 면에서 여자보다 나은 수행력을 보였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남녀 간의 차이를 뇌 연결망 구조의 차이로 확인해주는 새로운 신경과학 연구결과가 나왔다. 1000명 가까운 남녀의 뇌 영상을 비교분석한 결과라니 주목할 만하다.


미국 필라델피아대학교 의과대 라지니 버마(Ragini Verma) 교수가 이끈 연구팀은 <미국과학아카데미 회보(PNAS)> 최근호에 낸 논문에서 8~22살 나이 949명(남 428, 여 521)의 뇌 연결망 구조를 보여주는 뇌 영상(확산텐서영상, DTI)을 분석해보니 남녀 간에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논문의 요점을 추리면, 여자 뇌에선 대뇌 좌반구와 우반구를 오가는 연결망 구조가 발달한 것으로 나타난 반면, 남자 뇌에선 각 대뇌 반구의 내부 연결이 상대적으로 더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위 그림). 소뇌에선 이런 특성이 뒤바뀌었다. 소뇌는 운동 제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영역이다. 즉, 남자 소뇌에선 좌우 반구를 오가는 연결 구조가 발달했고, 여자 소뇌에선 각 반구의 내부 연결이 더 발달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대학 보도자료).


연구팀은 이런 뇌 연결망 구조의 차이는 남녀의 사고방식과 행동 차이를 다시 확인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 보도를 보면, 남자 뇌의 구조는 감각인지(perception)와 통합 행동(coordinated action)에 적합하며, 여자 뇌는 기억과 직관, 사회성에 더 어울림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해석했다. 다음은 이번 논문의 일부이다.


“남자 뇌에선 대뇌 반구 내부의 연결구조가 발달하고 소뇌 좌우 반구 간의 연결구조가 발달해 있는데, 이 둘이 결합한 구조는 통합 행동에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여겨질 수 있다. 대뇌 좌우 반구 간의 연결이 발달한 여자 뇌의 구조는 좌반구에서 일어나는 분석적이며 순차적(sequential) 추론 방식, 그리고 우반구에서 일어나는 공간적, 직관적 정보 처리의 통합을 촉진한다. 이번 뇌 영상 분석과 더불어 행한 다른 행동 연구에서는 여자가 집중력, 단어, 기억, 사회적 인지 시험에서 남자보다 나은 수행력을 보여주었으며 남자는 공간 처리와 운동, 감각운동 속도에서 더 나은 수행력을 보여주었다. 이런 차이들은 주로 청소년 중간시기(12-14세)에서 주로 관찰됐는데, 이 시기에 남자는 운동 과제를 눈에 띄게 더 빨리 수행했으며 공간 기억 과제를 훨썬 더 정확하게 수행했다. 다른 행동 연구들에서도 이와 비슷한 성차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 이런 뇌 연결 구조의 남녀 차이는 13세 이하에선 잘 나타나지 않았으며 14~17세 청소년기에 점점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 이런 남녀 차이가 발달 과정에서 생긴다는 것을 확인해주었다. 연구팀은 “남녀의 뇌는 놀라울 정도로 상호보완적”이라며 “이런 뇌 연결 지도는 남녀의 사고방식이 얼마나 다른지 보여주며 또한 성차와 관련한 신경질환을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뇌에서 발현되는 유전자에도 남녀 차이가 있다는 연구결과도 최근 발표된 바 있다. 영국 런던 유니버시티칼리지(UCL) 연구자 등이 참여한 연구팀은 사망한 100명의 뇌와 척수에서 얻은 시료를 분석해 주요한 뇌 영역 12곳에 발현되는 유전자들을 분석해 그 결과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남녀 뇌에서 유전자가 발현되는 방식이 서로 다르며 이런 차이는 유전자의 2.5%에 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예컨대 자폐증과 관련한 한 유전자(NRXN3)는 발현 과정에서 두 가지 형태로 전사되는데, 하나는 남녀한테서 비슷하게 발현되지만 다른 하나는 여자 뇌에서 낮은 빈도로 발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런 결과는 남녀 뇌에서 유전자의 발현과 조절이 달라 특정 뇌질환에 대한 취약성도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뇌 연결구조 남녀 차이’ 논문(초록)

 


“인간 행동에 나타나는 성차는 [남녀 간에] 적응의 상호보완성을 보여준다. 남자는 운동과 공간 능력에서 뛰어나며, 여자는 뛰어난 기억과 사회적 인지 기술을 지닌다. 그동안 연구들도 인간 뇌의 성차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런 상보성을 설명해주지는 못했다. 이번 연구에서 우리는 949명(나이 8-22살, 남 428, 여 521)을 대상으로 확산텐서영상(TDI)을 사용해 구조적 연결체(connectome, 커넥톰, 모든 연결 지도)의 모형을 만들었다. 여기에서 우리는 [청소년의] 발달 과정에서 뇌 연결성에 독특한 성차가 나타남을 발견했다. 우리는 뇌 영역 분석과 전체 연결망 측정은 물론이고 연결 위주(connection-wise) 통계 분석을 통해서 연결망 특성을 포괄적으로 서술할 수 있었다. 모든 천막상(supratentorial) 뇌 영역[대뇌]에서, 남자는 반구 내부 연결성이 더 많았으며 모듈방식(modularity)과 이행성(transiivity)에서 더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반구 간의 연결성과 모듈을 넘나드는 연결은 여자한테서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지만 소뇌의 연결에서는 이런 결과가 역전됐다. 이런 변화에 대한 분석은 청소년과 성인에서 주로 나타나는 남자와 여자의 발달과정의 궤적 차이를 보여준다. 전반적으로 보아, 이런 연구결과는 남자 뇌가 감각인지와 통합행동 간의 연결을 촉진하는 구조를 지니며, 여자 뇌는 분석적이고 직관적인 처리 모드 간의 소통을 촉진하도록 설계돼 있음을 시사한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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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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