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후성유전학은 '생명 큰물음' 도전중" 인터뷰메모

후성유전학에 관해 김영준 연세대 교수와 인터뷰하다 -메모






<한겨레> 지면에 7월부터 연재할 예정인 `과학자 심층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요즘 몇몇 과학자들을 틈틈이 만나고 있습니다. 현대 과학은 급속히 바뀌고 있는데 대중매체의 과학 보도는 늘 익숙한 이미지에만 의존해서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문제의식을 지니고서, 될수록 현재진행중인 과학 지식의 심층적인 부분에 다가서보자는 '야심(?)'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준비과정에서 연구실 밖에 있는 사람이 그 과학의 진수를 맛보기는 쉽지 않고, 그것을 제한된 지면에 독자들한테 전하기는 더더욱 어렵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밖에 없군요. 새로운 시도로 여기고 하는 데까지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다잡습니다.


00KYJ 최근에 후성유전학'을 연구하는 김영준 연세대 교수(사진)의 1차 인터뷰를 마쳤습니다.  환경과 유전물질에 관해 무척 흥미로운 얘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환경이 중요하다'는 얘기에 머물지 않고, 후성유전학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연구하는지 그리고 후성유전학자들한테 던저진 생명현상의 큰 물음들은 무엇인지에 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2차례 더 인터뷰를 할 예정이며, 김 교수의 실험실에서 후성유전학 연구자들의 생활을 체험하는 기회도 얻을까 합니다. 김영준 교수님 외에 현대기하학자, 대사공학자, 지구 기후모델 연구자, 나노공학자, 뇌 과학자 등을 만나 그 분야에서 진행중인 과학지식의 진수를 잠깐 맛보고자 합니다. 다 정리되지 않았으며 진행중인 인터뷰의 메모이지만, 심층인터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작성된 자료를 틈틈이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이곳에 올립니다. (여러 군데에서 오탈자가 있을 수 있고, 김 교수의 말을 제대로 옮기지 못한 부분도 있을 수 있습니다. 헤아려 읽어주세요. 그리고 바쁘신 중에 많은 시간을 내어 인터뷰에 응해주시는, 또는 응해주기로 하신 과학자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1. "쌍둥이 DNA는 같아도 후성유전물질은 다르다".."전체 해독은 아직 어려워"



최근에 흥미로운 논문 하나가 <네이처>에 실린 적이 있습니다. <네이처> 뉴스에서도 보도됐는데, 쌍둥이의 게놈과 에피게놈을 현재 과학 수준에서 동원할 수 있는 최대의 정밀성으로 샅샅이 분석해 비교해보았는데, 둘 사이의 차이를 찾기 힘들었다고 하는군요. 그런데 쌍둥이의 하나는 어떤 질환을 앓고 있었고, 다른 하나는 그렇지 않았기에, 논리적으로는 게놈 또는 에피게놈 상에 어떤 차이가 발견되어야 마땅했을 텐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지요. ‘질병의 복잡성’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이면서, 또한 질병에 영향을 주는 게놈과 에피게놈의 실체가 모호해지게 하는 연구결과인 것 같습니다.



'샅샅이 봤다'는 것이 주요 유전자를 자세히 봤다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그 질병에 아마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발표됐던 중요 유전자들에 대해 자세히 봤는데 차이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게놈(유전체)는 전장을 다 보고, 에피게놈(후성유전물질)은 특정 유전자의 부위에서만 보고 한 것이지요. 그러니까 어떤 면에서 쌍둥이를 대상으로 연구하는 것은 특별한 게 아니고 일란성 쌍둥이인 경우에는 그 유전자가 동일하리라고 생각했는데, 다만 어떤 사람은 병에 걸리고 안 걸리고 하니까, 중간에 돌연변이 생긴 게 아닌가 봤는데 그건 아니다 그런 얘기이죠. 그러면 에피게놈이나 환경적 요소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데 중요 유전자 수준에서 봤을 때에는 아직 없다, 그 얘기이고요.  깊숙하게 에피게놈 다 비교해보면 어떤 차이가 나타나겠지요.



쌍둥이라도 에피게놈은 확실히 다릅니까?



네. 에피게놈은 환경에 대해 다이내믹 하게 변하기에 동일하지는 않습니다.



쌍둥이의 게놈 전장에 대해 에피게놈을 다 비교한 사례는 있습니까?



아직 없습니다. DNA에 메틸기가 붙은 것(후성유전물질의 일종인 메틸기가 DNA의 시토신(C) 염기에 붙는 생명현상을 말하며 메틸레이션이라 한다)을 단일염기를 구분하는 수준의 해상도로 본 것은 지난해에 인간 줄기세포에서 본 것 정도가 유일합니다. 특정한 시퀸싱 방법을 써야만 그게 가능합니다. 우리 실험실에서는 그것보다 대략 100배 정도 해상도가 떨어지는 방법을 씁니다.



'단일염기'라는 말은 단일 염기마다 메틸기이 어떻게 붙어있는지 본다는 그런 의미...? 또 해상도가 100배가량 떨어진다는 말씀은 100개 염기를 보면 100개 중에 어딘가에 하나 있다 이런 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 해상도를 말하는 건가요?



(100배가량 해상도가 떨어진다는 것은) 유전자의 이 부분에서 메틸화가 많이 되었나 아닌가 그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겁니다. 유전자가 수 킬로 염기쌍  규모이니까 그 정도 수준으로도 하나의 유전자 안에서 특정 부분의 메틸화를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정보를 충분히 얻을 수 있는 분석 수준은 되는 거죠.



DNA 염기는 단일염기를 다 쉽게 분석할 수 있는 게 요즘 기술입니다. 메틸기 분석은 다른가 보죠?



비용과 분석의 어려움이 10배~30배 정도 든다고 보면 되고요. 결국은 C(시토신)와 메틸화한 C를 구분해야 합니다. 그걸 구분해야 하기 때문에 먼저 화학 처리를 해서 두 개가 차이 나게 한 다음에 시퀀싱을 하는 거에요. 화학 처리를 하면 [C+메틸]은 그냥 C로 읽힙니다. 그런데 [메틸 없는 C]는 화학처리 뒤에 나중에 유리딘이라는 것으로 바뀌어서 결과적으로 T(티민)로 읽혀요.



그렇다면 일단 먼저 한번 읽은 다음에 화학처리를 하고 그 뒤에 둘을 대조해야겠군요? 기존의 T는 그대로 T일테고, 그러니까 T가 바뀐 T이냐 아니면 예전의 T이냐를 구분하려면...1차본과 2차본을 두고 비교해야 겠네요.



네, 그런데 2차본을 훨씬 더 많이 읽어야 한다는 게 문제입니다.  왜냐면 지금은 샷건 방식을 주로 쓰잖아요. 읽고서 부분 시퀀스가 같으면 이어붙여서 전체를 완성하는 방식이잖아요. 그런데 여기에서 읽은 T가 진짜 T인지 바뀐 T인지 구분해야 하고 그러려면 분석기술이 훨씬 복잡해집니다.



메틸기에 붙은 C를 읽는 기술이 간편화하는 방법이 나오면 이 분야도 획기적으로...



그렇지요. 그렇지만 아직은 그런 식으로 읽기에는 비용이 수십배 더 들어갑니다. 분석이 어렵고요. 그러니까 결과적으로는 우리가 쓰는 방법 정도로 하는 겁니다. 이 정도로도 기능적으로 분석은 다 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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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게놈은 저장된 정보, 에피게놈은 조직화한 정보"



근본적인 물음을 여쭈면, 후성유전의 개념은 “DNA 염기서열의 변화 없이도 나타나는, 유전될 수 있는 표현형 형질” 이렇게 정의되고 있는데요, 'DNA 염기서열 변화 외에 나타나는 표현형 형질 변화' 이렇게 정의되니까, 현재 후성유전학자들이 그런 물질로 꼽고 있는 메틸기의 패턴이나 히스톤, 크로마틴의 변형 외에도 또 많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럴 수 있지요. 그런데 지금 정의되는 것은 '저장된 정보 DNA'입니다. 그 정보의 아웃풋이 표현형이고, 그것이 정보와 일대일로 매치된다고 보는 게 제네틱스(유전학. 유전체학)이지요. 정보가 바뀌면 표현형도 바뀐다는 것이고요 그런데 우리가 하다보니까 정보가 표현형으로 가는 동안에도 상당한 프로세스를 밟을 수 있다는 정도는 알려져 있습니다. DNA 정보의 변화 없이도 어떤 표현형이 생기게 할 수도 안 생기게 할 수 있는 파트에, 마이크로RNA 스몰RNA, 여러 전사팩터 등등이 다 들어갈 수 있는 거에요. 왜냐면 그런 것들이 안 되면 정보가 표현이 안 되잖아요. 그런데 이게 다 후성유전학의 대상은 아니에요. 여기에서 기본 개념은 "유전이 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저장된 정보(stored information)를 조직화한 정보(organized information)로 바꾸는 게 후성유전물질이라고 합니다.



저장된 정보가 조직화된 정보로 바뀌는 것이라 하시면...그런데 저장된 정보도 조직화된 게 아니에요?



저장된 것은 그냥 창고에 있는 것입니다. 물류창고에서 아이템별로 분류할 수 잇는 것만이 의미 있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모래 쌓은 것처럼 그냥 갖다 놓은 것은 그냥 정보, 재료이지요. 그러니까 조직화 정보라는 게 에피게놈의 개념이라는 거에요. 저장된 정보는 재료이면서 유전이 됩니다. 그런데, 그 자체가 그냥 삽으로 퍼서 넘기듯이 유전되는 게 아니라 조직화한 상태에서 유전된다는 것입니다. 



'서열'이라는 개념 자체도 조직화라는 개념에 포함될 수 있는 게 아닌가요?



서열의 길이가 짧을 때에는 모든 정보가 접근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 학급에 책이 30권뿐이면 정리 안해도 한번에 다 찾아 읽을 수 있지요. 아무리 뒤셖여도 조직화의 의미 없겠지요. 그렇지만 책이 수만권이라면 조직화 없이는 전혀 쓸 수 없는 정보가 됩니다. 에피게놈은 결과적으로 다세포 동물화되면서 그런 정보가 복잡해지고 (단세포는 거기에 있는 정보가 다 쓰일 수 있지만) 해서 생긴 것으로 보입니다. 사람의 세포들은 모두 다 같은 DNA 정보를 가지고 있지만 세포마다 다르게 써야 하고... 결과적으로 조직화 안되면 쓸 수 없다는 것이지요.



그러면 세포 수준에서 보면 세포별로 가지고 있는 사용 메뉴얼로 볼 수 있겠네요.



그럴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메커니즘을 모를 때에는 유전적으로 설명 안되는 중간부분을 커다란 큰 박스로 여겼기 때문에, 거기에 에피게놈도 들어가 있었던 것이지요. 유전형과 표현형이 다른 것을 다 에피게놈이라고 얘기하던 사람도 초기에는 있었지요. 그런데 (후성유전의 개념을 재정립한) 와딩턴은 초기에도 다는 몰랐겠지만 이 모두를 다 에피게놈이라 부르지 않았고 세포분화하면서 다른 길을 가는 것, 그러니까 세포가 이쪽으로 분화해가면 저쪽으로는 다시 안 가더라, 하는 이런 것을 설명하는 의미에서 에피제노믹스라는 말을 썼습니다. 커다란 산에서 돌이 구를 때에 돌이 한번 이쪽 골짜기로 가면 그 돌은 다른 골짜기로는 절대 안 간다는 거죠. 그쪽으로 가려면 만큼 올라와서 다시 그쪽으로 가야만 갈 수 있다는 거죠. 세포 분화도 그런 형태로 가는 것 같습니다. 이런 비유를 와딩턴이 했지요.



돌아올 수 없는 길..?



돌아 올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다시 거슬러 와서 다시 가야 한다는 겁니다. 스몰RNA건 뭐건 여러 가지가 표현형에 영향을 줄 수는 있는데 일반적으로 후성유전학에서는 다루지 않습니다. 이 분야에서는 메틸화만을 다루지는 않지만 정보의 저장이나 조직화에 영향을 주고 또 그 영향을 주는 것이 유전될 수 있는 그런 영역을 다룹니다. 유전 가능하다는 것은 후세대한테 유전될 때만이 아니라 줄기세포가 세포분열할 때에도 해당되는데, 세포분열해 다음으로 갈 때에도 게놈 정보는 (어떤 패턴으로) 픽스되면서 가는 것이지요. ‘세포 유전’의 개념까지도 포함합니다.



조직화라는 게 염기서열, 재료의 순서라는 의미가 아니라 어떤 기능의 의미가 있는 것인지..



아니요, '(정보의) 패키징'이라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쉽게 생각해보면, 우리한테는 2미터의 DNA가 있거든요. 그 2미터를 랜덤으로 꾸겨서 집어넣으면 안 들어가요. 그래서 감고 또 감고 해서..염색체가 감겨 있다고 하잖아요. 그렇게 단단하게 감기면 무언가가 그 속에 들어가서 그 정보를 사용하려 해도 사용할 수 없겠지요. 커다란 동아리 꼬듯이 꼬아놓았으니까. 한줄 한줄 가느다란 게 DNA인데 그걸 못쓴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쪽 끝에는 다 풀려서 실이 퍼져 있는 데가 있을 것입니다. 그 부분이 사용되는 것이지요. 세포가 필요한 것은 가느다랗게 풀어놓고, 또 필요없는 것은 꼬아 놓았다는 말이에요. 그러한 꽈놓고 풀어놓고, 그런 것이 조직화된 상태이죠.



쓰려는 DNA 정보가 끝부분에만 있는 게 아닌데요, 한복판에 있는 것은 어떻게 되나요?



끝부분이 풀어진 게 아니라 중간중간에 풀어져 있는 거죠.



중간 것이 물리적으로 어떻게 밖으로 노출돼 있을 수 있나요?



DNA는 기다란 명주실처럼 하나의 줄을 꼬은 것이잖아요. 꼭 끝에만 풀려 있는 게 아니고 중간중간에 매듭을 묶어놓을 수 있듯이 중간중간이 풀려져 있고 패키징 되어 있어요. 기다란 실을 여기저기에 매듭을 만들고 그 매듭을 모아 다시 매듭을 묶으면 매듭은 더 굵어지겠지요. 그 매듭과 매듭을 이어주는 부분은 루프 형태로 나와 있을 수 있겠지요. 끝부분이 아니더라도 중간중간 부분이...



지금 얘기는 비유입니까, 실제를 설명하는 겁니까?



비유...아니 실제도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 것은 필요한 정보 주변에서 생화학 반응이 쉽게 일어나게 한다는 의미인가요? 분자들이 들락날락할 수 있게...



그렇지요.



생화학 반응이라는 것은, 그러니까 어떤 단백질이 와서...어떻게 되죠?



정보가 있으면 그걸 해석해야 하잖아요. 세포에서는 효소들이 그걸 해석합니다. 효소들이 올 수 있느냐 하는 그런 것이지요.



정보를 해석하는 효소가 접근 가능한 것이냐, 그런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군요. 효소 정도 몸집의 분자들이 들락날락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그러면 메틸기와는 어떤 관련이 있나요?



커다란 철사에 뽀족뽀족 손잡이처럼 튀어나온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을 뭔가가 잡겠지요. 그 부분들을 긁어모아 꼴 수도 있고, 그런 부분이 없다면 꼴 수 없을테고...이건 비유에요.



그러면 메틸기 달라붙은 DNA 분위가 사용되는 유전자인가요?



그것은 틀려요. 그렇게 단순하지 않아요. 단백질이 가서 뭔가를 할 수 있는 그런 고리의 역할을 하는 것 같고요. 어떤 고리는 패키징 단백질에 의해 잡해서 단단하게 패키징되어 포장되는 데 쓰이고요. 어떤 데에는 패키징이 아니라 효소들이 좀더 잘 들어올 수 있게 길도 닥아놓고 포장하는 데 쓰이기도 하고...그래서 어디가 돼 있느냐는 자세한 분석을 통해서 해야 되는 것이지 메틸화 된 곳은 패키징 돼 있다 아니다 볼 수 없습니다.



근본적으로 질문하면 메틸기가 부차적인 규칙이고 어떤 디엔에이 염기서열 변화 없이도 표현형으로 나타나는 과정에서 유전되는 패턴이라고 하면 메틸기는 우리가 먼저 관찰한 것일 뿐이고 그 외에 더 중요한 게 있을 수 있는 거 아니에요?



그럴수도 있어요. 그런데 DNA가 복제를 함으로써 유전되잖아요. 복제되는 정보가 어떻게 카피되는지는 정확히 알고 있어요. 상보적이라 정확하게 카피된다...유전학적으로 카피가 된다. 그런 뒤에 에피게놈 카피가 되어야 하지요. 그런데 배운 게 카피는 세미보수적으로 일어난다...그러면 오리지널은 뭐가 있겠어요. 오리지널에 있던 것은 염기쌍 정보만이 아니라 메틸레이션 정보도 있겠지요. 그러면은 카피하는 게 가장 세포 입장에서 쉽다. 그래서 메틸기가 주요한 에피게놈이라고 생각하는 것이고요..
두 번째로는 좀더 복잡한 말씀을 드리면, 뉴클레오솜(염색체의 기본단위)에 감겨 있는 상태에서 복제되는 것이잖아요. 다 떨어져나간 상태에서 복제되는 게 아니라, 일부는 떨어져 나가지만 어느 부분은 남아 있는 상태에서 복제가 이뤄집니다. 복제를 하기 위해서 일부는 없어지지만 일부는 루스하게 풀어진 상태이거나 자리를 비켜주어 복제가 일어날 수 있게 하거나 그런 식이에요. 그러니까 복제 상황에서도 예전에 쓰던 뉴클레에솜을 다 버리고서 디엔에이가 새로 만드는 게 아니라 그 일부를 가져온다는 겁니다. 일부 흔적이 복제 되면서 남아 있게 됩니다. 그러니 히스톤 변형의 일부도 복제 과정에서 함께 복제되는 것이고 히스톤의 흔적이 복제되면서 남아 있게 되는 겁니다.





# 3. "유전요소와 환경요소는 다 중요하다…조건에 따라 중요성 달라져"



후성유전학을 두고서 생명현상의 관점의 변화로 해석하는 사람도 꽤 많고 그런 점 때문에 주목받는 측면도 있다고 생각되거든요. 유전자결정론에 대해 철학계나 과학계에서도 과연 그럴까 이런 게 있었는데, 비결정론을 과학적으로 보여주는 게 쉽지 않은데 후성유전학이 거기에 들어맞는 것 같기도 해서 좀더 주목받는 측면도 있는데...그런 식으로 비결정론으로 볼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이것도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는 결정론이 베이스에 깔려 있는 것인지...



그러니까 뭐를 만드는 데에는 재료만 가지고 모든 게 결정이 안 되지요. 아무리 명품 바이얼론이 있다고 해도 그것을 켜는 훌륭한 바이얼리니스트가 있어야지. 악기가 좋아야 좋은 음악이 나온다 얘기할 수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유전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정보, 재료이거든요. 사람을, 동물을 어떻게 만드는 기본 정보입니다. 바이얼린을 들고서 "어떻게" 바이얼린을 켜야 하는가가 후성유전학입니다. 예전부터 어느 하나가 결정하지 못한다는 것은 다 알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런데 그 관계에서 뭐가 중요하냐는 어느 수준에서 얘기하는 것이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러니까 프로페셔널 한 사람 정도가 되어야지 악기를 가지고 왈가왈부 하는 것이지요. 수준이 안 되는 사람한테는 악기의 문제가 아니잖아요.

어쨌든 둘 다 어떤 관점에서 얘기하는지가 제시되어야 뭐가 중요하다 얘기할 수 있는 것이지요. 유전적 요소 중요한 게 얼마나 많습니까. 유전병도 그렇고. 암 같은 것도 환경에 영향 받는다지만 집안 내력에 의해 확실하게 결정되지요. 유전적 요소가 중요하거든요. 하지만 어떤 환경에서 뭘 먹느냐에 따라 암에 걸리고 안 걸리고 그런 것이거든요.

전체적으로 보면 유전적 결정론은 사림이나 동물이 이미 결정돼 있다(predetermined)는 이론이잖아요. 내가 어찌할 수 있는 게 없는 것이고. 그런 점에서 후성유전학은 그게 변한다는 것이지요.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고요. 더 좋은 얘기는 지금 나쁜 상황에 있다 해도 이건 '가역적'이기 때문에 이걸 개선할 수 있다는 겁니다. 우생학이나 나치가 했던 것럼 유전학 팩터은 이미 결정된 것이니까 뭐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이지만, 후성유전학에서는 범죄가 일어난다 해도 그것이 환경적 요소의 영향을 받는 것이기에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고, 더 나아가서는 환경이 이런 중요한 팩터이기에 애초에 우리가 환경을 더 만들자는 메시지가 될 수 있다는 거죠.



항상 헛갈리는 것인데요, 어찌보면 이현령비현령처럼 어떤 경우에는 유전적인 요소가 중요하다 얘기하다가 어떤 상황에서는 그걸로 다 설명이 안 되면 에피게놈이 중요하기에 그렇다고 얘기할수 있어서요. 그러니까 이런 경우엔 이렇게, 저런 경우엔 저렇게 설명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우리는 그렇게 보지는 않고요. 우리가 어떤 환경, 어떤 조건에서 얘기하느냐가 중요하고 그걸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A라는 집안이 있는데 그 집안사람들은 다 폐암 걸려요. 거기에다 가서 얼마나 잘 먹고 좋은 환경이라도 폐암에 걸립니다. 거기에선 게놈 팩터가 중요하다 얘기할 수 있지죠. 그러면 에피게놈 팩터는 중요하지 않은 것일까요. 그것은 아니라는 것이죠. 만일 그 집안의 환경이  열악했으면 아마도 20-30대에 일찍 병에 걸렸을 수도 있을 겁니다. 물론 게놈 팩터는 중요합니다. 옆집을 보면 암에 전혀 안 걸리는 집안이 있을 수 있지요. 당장 보면 게놈 팩터이지요. 그러니까 제 말씀은 이게 더 중요하다, 저게 더 중요하다 이렇게 얘기할 것은 아닌 것 같고요, 무엇을 얘기하는지에 따라 중요한 것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지요.

 


제가 비슷한 질문을 여러번 드린 것은 유전학도 그렇지만 후성유전학에서도, 자기 논증의 근거로 삼아서 어떤 측면을 강조하다보면 현장에서 생산되는 과학지식과 다르게 사용될 수도 있고, 그런 여지가 있는 분야일 것 같아서 드린 말씀이었습니다.





# 4. "후성유전학은 시작단계…생명의 큰물음에 도전중"



전체적으로 봐서 후성유전학이 지금 상당히 진행중인 과학이고 여러 부분에서 확고한 체계를 갖추지 못한 게 아닌가 하는 인상도 받는데요, 후성유전학은 지금 어느 정도의 도정에 있다고 보시나요.



시작 단계로 봐야 합니다. 그런 후성유전 현상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수준입니다.  아까 큰 물음들을 말씀드렸는데 아직 모르는 부분들이 그렇고, 또한 유전적 요소와 후성유전적 요소가 어떤 상호작용하는지도 아직 모르고 있습니다. 즉 유전적으로 바뀌면 후성유전적인 것을 어떤 식으로 영향 주느냐, 어떻게 주느냐 하는 부분은 모르고 있습니다. 또한 후성유전적인 것 바뀌면 DNA 염기서열도 영향을 받아 바뀔 수 있는거냐 하는 것도 아직 확실한 답을 얻지 못했습니다.


그것도 굉장히 중요한 물음 같네요. 아무튼 후성유전학을 잘못 이해하면 과학계에서 유전학과 후성유전학이라는 상반된 견해가 나온다고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고 보입니다. 마치 환경 중시와 게놈 중시가 맞서 있는듯한...



맞서 있는 게 아니라 질병을 이해하려면 유전적 요소와 환경적 요소를 다 알아야 한다는 것이고요. 아직 그 둘의 관계도 모르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유전학 하는 사람은 유전적인 것을 알고 싶어하는 것이고 후성유전학 하는 사람은 후성유전적인 것을 알고 싶어하는 것이지요. 둘 다 충분히 모르는 상황이라 그런 주장이 있을 수 있으나 실제로는 둘 다 중요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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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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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수첩오철우 | 2016. 03. 15

      취 · 재 · 수 · 첩   사람세상 경험의 데이터로 학습하는 인공지능어뷰징, 선정기사로 학습한 인공지능 기자는?불합리 논란 판결로 학습한 인공지능 판사는? 알파고의 학습형 인공지능이 그 어렵다는 바둑 게임에서 최고수를 5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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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수첩오철우 | 2016. 03. 11

      취 · 재 · 수 · 첩  컴퓨터 바둑 프로그램이 바둑의 정상에 있는 프로기사를 5번기 제1, 2국에서 잇따라 이겼습니다.바둑을 둘 줄 모르다가 이번 ‘이세돌 대 알파고’ 대국을 계기로 이것저것 살펴보니, 컴퓨터 바둑 프로그램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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