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들의 "아줌마들의 과학수다"

이공계 출신의 아줌마들이 어느 날 우연한 계기로 모여 과학기술에 관해 친절한 수다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T)와 사이언스온 공동기획

[연재] 오랜 '생활의 벗' 플라스틱, 너의 변신이 놀랍구나

아줌마들의 과학 수다 (22)
 
바쁘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사회생활을 하다가 문득 어릴 적의 친구들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그리워하던 옛 친구를 오랜만에 만났을 때, 때론 변화한 모습을 발견하고 낯설게 느껴질 때도 있다. 블로그에 스마트폰에 대한 이야기 정도는 올려야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어 가는 것 같은 요즘에, 어릴 적 친구만큼이나 오랫동안 사용하고 있는 편안하고도 친숙한 재료인 플라스틱의 변신 이야기를 하고 싶다.

수다꾼 : 박문영, 신지원, 이인숙, 최동수 (정리: 최동수)

    00plastic1 » 옥수수 원료의 생분해성 신소재로 만든 플라스틱 제품들. 2006년 3월 촬영/ 한겨레 자료사진    

깊은 산속 김장 풍경에도 플라스틱이...

 

동수  :  재활용품을 내놓는 날이라 페트(PET)병, 페트병 겉에 싸인 라벨 폴리프로필렌(PP), 뚜껑인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를 따로 분리했어요. 그리고 과자 봉지에도 재활용 표시인 삼각형 마크가 있기에 따로 담아서, 아이에게 재활용 교육도 시킬 요량으로 함께 아침 일찍 분리수거 장소로 나갔어요.  그런데 재활용품을 가져가는 업체에서는 무슨 기준인지 페트병은 따로 분리하고 뚜껑과 다른 플라스틱은 다른 곳에 함께 모으고, 라벨인 폴리프로필렌과 과자 봉지는 재활용이 안 된다고 하면서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버리라며 다시 가지고 가라고 하지 뭐예요.

 

문영  :  뭉뚱그려 모두 플라스틱이고, 달라봤자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면 종류도 정말 많더라고요. 페트병, 플라스틱 반찬용기처럼 딱딱한 물건은 당연히 플라스틱이구나 생각하는데 과자봉지, 스타킹, 비닐봉지처럼 쉽게 변형되는 물건은 플라스틱이라고 의식되지 않아요. 분리수거 품목이 아닌 경우도 있어서 그저 잘 썩지 않을 텐데 걱정하면서 종량제 봉투에 구겨 버리게 되더라고요.

 

SO_DS동수  :  분명히 인터넷에서 찾으면서 폴리프로필렌도 재활용이 된다고 확인했고 가격이 저렴해서 많이 응용되는 플라스틱이라고 들었는데 말이에요. 그리고 재활용 표시가 되어 있는데 이걸 수거하지 않는 업체도 이해되지 않았어요.  재활용 표시만 붙여서 소비자만 헷갈리게 하는 정책에도 화가 나고 민원이라도 제기해야 하는 것인지... 아이에게는 어떻게 교육을 해야 하는 것인지... 머리만 복잡해지더라구요.

 

인숙  :  엄마 품에 안겨 잠든 아기들을 보면 플라스틱 장난감을 입에 물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환경호르몬에 대한 걱정스런 방송이 반복적으로 되풀이되었지만 아직도 플라스틱 장난감은 아이들 가장 가까이에 있어요. 문제가 생겨 뉴스에 보도되면 조금은 염려해 물리치다가도  다시금 알록달록 화려한 색깔로 아이들 곁으로 돌아오지요. 플라스틱의 유해성에 대한 인식은 늘었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조심해야 하는지는 그저 막연하니 편하고 값싼 것을 다시 찾을 수밖에 없죠.

 

00RE

 

지원  :  플라스틱은 잘 썩지 않는다는 점과 석유에서 추출하는 제품이라는, 막연하게 꺼림직한 마음이 있었지요. 하지만 가볍고 사용하기 편한 덕분에 즐겨 썼는데 환경호르몬 이야기가 나온 뒤로는 여간 찜찜한 게 아니에요. 하지만 때론 '전자레인지에 잠깐 데우는 건 괜찮겠지' 스스로 위안하며 잠깐씩은 사용하곤 해요. 아이를 키우면서도 편리함을 저버리기는 어려운 거죠. 최근에는 비스페놀A가 전혀 없고, 냉장고, 냉동실, 전자레인지에서도 환경호르몬 걱정 없이 사용할 수 있는 트라이탄이라는 새로운 친환경 플라스틱 용기도 개발됐더라고요. 얼른 바꿔야지 생각하면서도 환경호르몬이라는 게 눈에 보이지도 않고, 악영향이 쉽게 느껴지는 것도 아니라 자꾸 미루게 되네요.

 

문영  :  아침에 텔레비전에서 강원도 깊은 산속 절에서 김장을 담그는 장면을 봤어요. 1000포기가 넘는 배추를 모두 플라스틱 대야에다 넣어 소금물로 절이더라고요. 필수품으로 고무장갑, 비닐 앞치마, 고무장화를 착용하고요. 다 만들어진 김치는 커다란 폴리염화비닐(PVC) 통에 담아 저장창고에 넣어 두고요. 무공해 청정지역이라고 생각하는 산속의 산사에도 편리함이라는 플라스틱의 매력이 스며들어 있었어요. 절의 김치도 그렇고, 우리 집 김치도 그렇고, 플라스틱과 김치가 오래도록 맞닿아 있을 텐데. 플라스틱 물질이 김치 속으로 스며들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더라고요. 고생해서 만들었는데 보관 과정에서 몸에 해로운 음식이 되면 안 되잖아요.

  [caption id="" align="aligncenter" width="400" caption="환경단체 회원들이 내분비계 장애물질(환경호르몬)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1998년 7월/ 한겨레 자료사진"]00plastic5[/caption]      

'알쏭달쏭 환경호르몬' 걱정... 소비자의 알권리를 잊지 않길

 

동수  :  몇 년 전 환경호르몬이 나온다고 문제가 되었던 것은 폴리카보네이트(PC)로 만든 아기 젖병이었는데 모든 플라스틱 주방용기들이 퇴출되고 강화유리한테 그 자리를 내주었죠. 그리고 이제 다시 트라이탄이라는 새로운 플라스틱이 자기 자리를 탈환하려고 나온 것 같아요. 소비자에게는 확실히 제공되는 자료도 없으니, 환경호르몬의 정의가 무엇인지조차 찾아보지 않으면서 막연한 공포만 느끼게 되는 건 아닐까요?

 

SO_LIS인숙  :  환경호르몬은 사람 몸속에 들어가 호르몬의 작용을 방해하거나 혼란시키는 내분비계 교란 물질이에요. 화학구조가 체내 호르몬과 유사해 특정한 세포 수용체에 호르몬 대신 결합해 문제를 일으키죠. 천연호르몬인 것처럼 모방 작용을 하거나 호르몬이 제구실을 할 수 없게 막아버리지요. 1997년 일본 학자들이 "환경 중에 배출된 화학물질이 생물체 내에 유입되어 마치 호르몬처럼 작용한다"고 말하면서 '환경호르몬'이라는 용어가 생겨났어요. 나라마다 환경호르몬으로 규정해 규제하는 화학물질의 종류는 다르지만 비스페놀A나 다이옥신 등 100여 종의 화학물질들이 환경호르몬으로 알려져 있어요.

 

지원  :  무색 투명한 아기 젖병을 만드는 폴리카보네이트(PC)의 원료인 비스페놀A가 바로 환경호르몬의 중심에서 논의됐던 물질이었어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기준은 설정돼 있지 않지만 비스페놀A를 줄이도록 업계에 권고를 하고, 일본은 2.5ppm 이하로 관리하고 있어요. 우리 식약청에서는 비스페놀A에 대해 시중 제품은 '대체로' 안전하지만 전자레인지로 데우면 녹아나올 수 있고, 표면에 흠집이 생긴 경우도 녹아나올 수 있다며 '잘' 사용해야 한다고 했죠.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정부의 발표가 좀 더 '과학적'이고 신뢰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SO_MY문영  :  생활 곳곳에 플라스틱이 쓰이지 않은 곳이 없는데 플라스틱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어요. 그러니 쓰면서도 늘 찜찜해 하고요. 플라스틱 제조 과정에서 수많은 첨가제가 들어가는 걸 생각하면 그런 의심이 더하고요. 주방용품 합성수지의 안전성에 대한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역시 ‘안전하나 위해요소가 잠재돼 있다’고 써 있더라고요. 아무리 안전하다고 말해도 왠지 껄끄러워 하는 저도 역시 진실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서 믿고 싶어 하지 않은 사람일까요?

 

인숙  :  알고 따지고 규제를 만들어 가는 것이 소비자들이 해야 하는 몫이라면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을 대중에게 알리는 역할은 언론이 맡아야 하겠지요.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정확한 판단은 대중에도 언론에도 필요하고요. 편리한 만큼 안전에 기울이는 시간과 노력도 더 필요하고요. 

    00plastic2 » 2007년 10월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세계 플라스틱/고무 전시회 'K2007'에서 선보인 플라스틱 콘셉트 자동차. 한겨레 자료사진      

플라스틱 같지 않은 플라스틱의 '화려함' '첨단소재'

 

SO_JW지원  :  요즘은 플라스틱이 쓰이지 않는 곳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죠. 요즘 껌 광고를 통해 저런 곳에서도 합성수지가 쓰이네 하고 다시 알게 됐다니까요. 얼마 전 치과에서 '레진'으로 치료하라는 말을 들으면서 전에는 그저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재료라는 생각만 했는데 '아차, 그것도 플라스틱이구나' 했다니까요. 그러고 보니 틀니나 안경렌즈도 다 플라스틱이구요. 의료용 플라스틱 같은 것은 몸 속에 넣고 생활하는 거잖아요. 이젠 우리 몸의 일부가 된 거죠. ㅎㅎ

 

인숙  :  요즘은 전혀 플라스틱 같지 않은 플라스틱을 발견할 때가 있어요. 화려한 드레스를 만들기도 하고, 미술관 벽면을 차지하는 작품이 되기도 하고, 빛과 소리를 내는 악기가 되기도 하니 플라스틱의 활용은 생활용품에서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예술작품까지 그 쓰임이 많기도 하네요. 

 

00plastic3 » 부러지지 않는 플라스틱 안경테. 한겨레 자료사진

동수  :  플라스틱의 으뜸은 나일론 스타킹 아닐까요? 각선미를 돋보이게 해주고 얇으면서도 추위를 어느 정도 막아주기 때문에 여자들이라면 포기할 수 없는 제품이지요. 첨단소재로 사용되는 형상기억 플라스틱이나 강철보다 큰 강도와 내구성을 가지고 있는 탄소섬유 플라스틱은 에너지 효율을 생각해야 하는 비행기와 자동차에 적합한 첨단소재로 사용된다고 해요. 또, 고순도 아크릴수지(PMMA)는 콘택트렌즈 재료인 줄만 알았는데 빛 전달 효율이 높은 플라스틱 광섬유의 재료로도 쓰이더라구요. 플라스틱은 이제 미래형 소재로 자기 진로를 잡은 것 같아요.

 

문영  :  플라스틱은 포기할 수 없는 물질인 만큼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환경오염을 줄이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어요. 전분을 이용한 생분해성 플라스틱, 미생물 생산 고분자화합물, 전원장치가 필요 없는 전자태그 플라스틱들이 나오고 있으니까 말이에요. 무공해 기술 개발이 활발하다고 하니 플라스틱도 친환경의 이름을 얻게 되는 날이 올 수도 있겠네요.

 

지원  :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되는 것과 재생이 되는 것, 상대적으로 열에 약한 것과 내열성이 좋은 것, 환경호르몬 성분이 함유된 것과 아닌 것 같이 정말 많은 종류가 있어요. 멜라민 수지 같은 것은 강도와 내열성이 강해서 어린아이들 식기에 많이 쓰이잖아요. 그런데 멜라민 가루를 분유에 섞어서 나라가 떠들썩할 만큼 문제가 됐던 적이 있었죠? 어떤 재료를 쓰느냐보다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할 때도 많다니까요.

 

인숙  :  석유화학 제조업체가 친환경 플라스틱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 있어요. 지속적인 녹색성장이 국가정책의 목표이니 강제적인 부분도 있겠지만 또 다른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 싶어요. 석유를 대체할 다른 원료로 플라스틱을 만들 수 있다면 또 다른 경쟁력을 갖추는 것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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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 과학을 쉽게, 편안하게, 재밌게 생활에서 끌어안다.” 못생긴 평 발의 등번호 21번 수다꾼(박문영), 뾰족코에 둥근 안경 수다꾼(신지원), 살포 시 웃음 짓는 빼빼 수다꾼(최동수), 볶음밥 위의 노른자 수다꾼(이인숙)이 수 다 팀을 꾸렸다.
이메일 : science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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