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빛내리 교수의 논문에 무슨 일이…

 취˚재˚수˚첩 

실험시약 자체의 문제 밝혀내고 지난해 발표한 논문 자진 철회

논문 철회에 되레 “과학 발전 기여, 용기 있는 행동” 격려·칭찬


 


빛내리 서울대 교수와 연구팀은 유전자의 기능을 조절하는 세포 내 물질로 새롭게 조명받는 마이크로 아르엔에이(miRNA) 연구 분야에서 세계 수준의 연구 성과를 내며 과학계에서 신망을 받고 있다. 이처럼 신뢰 받고 있는 과학자인 김 교수가 지난해에 <몰리큘러 셀(Molecular Cell, 분자 세포)>이라는 이름난 학술지에 발표했던 자신의 논문 한 편을 최근 스스로 철회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 연구팀은 같은 학술지에 “(애초 발표한 논문에서) 주요한 결론들이 손상되었다고 여겨 이 논문을 철회한다”는 요지의 논문 철회 공지를 내고 동시에 이전 논문을 대신하는 새로운 논문 한 편을 발표했다. 다음이 논문 철회 공지의 전문이다.


[번역] "본 논문에서 우리는 세포들이 저밀도에서 성장할 때, 또는 세포들이 배양접시에서 분리될 때에 특정한 마이크로RNA들의 수치(level)가 감소한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런 결과에 기초해서, 우리는 일부 마이크로RNA는 세포의 부착 상태(adhesion status)에 따라서 선택적으로 불안정화한다고 제안했다. 그렇지만 후속 연구를 하면서, 우리는 miR-141, miR-29b, miR-21, miR-106b, miR-34a처럼 GC[구아닌-시토신]의 함량이 적으면서 구조를 갖춘 마이크로RNA들이 세포 내부에서 줄어드는 게 아니라 샘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선택적으로 소실된다는 점을 발견했다. 표준적인 트리졸(TRIzol) 시약을 사용하는 RNA 시료 준비 과정에서 적은 수의 세포들이 사용될 때 작은 RNA의 소실이 발생한다. 이런 발견으로 인해 우리의 애초 데이터는 다른 방식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애초의 데이터는 모두 다 재현 가능한 것이지만, 우리는 그런 주된 결론들이 손상되었다(compromised)고 여겨 이 논문을 철회한다. 불편을 끼친 점 사과드린다."(논문 철회 공지)


논문 철회는 의도적 조작이나 부주의한 실수로 인해 논문에 중대한 문제가 생겼을 때에 취해지는 조처로, 흔히 연구부정이나 부실연구와 관련되기에 연구자한테는 심각한 불명예와 신뢰 추락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런데 이번 논문 철회가 알려지면서 도리어 김 교수 연구팀에는 뜻밖에도 격려성 호평이 쏟아졌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후속 연구에서 “놀랍게도” 시약 자체의 문제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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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Mcell2.jpg 문제가 된 애초의 논문은 세포의 상태가 어떠한가에 따라 특정 마이크로RNA의 수치가 줄어든다는 요지의 결론을 담고 있었다. 세포들이 저밀도 상태에 있을 때 또는 세포를 배양접시에서 떼어놓았을 때, 구아닌-시토신(GC)을 적게 지니는 특정 마이크로RNA들이 감소하는 특성이 새롭게 관찰됐다는 것이었다. 당시에 연구팀은 실험실에서 널리 쓰이는 ‘트리졸(TRIzol)’이라는 일종의 세제 성분을 시약으로 사용해 세포핵 안에 있던 마이크로RNA를 추출한 다음에 이를 분석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트리졸은 일종의 세제 성분이지요. 세포를 트리졸에 담가두면 세포막이 서서히 터지면서 세포 안의 물질들이 밖으로 추출됩니다. 이 때에 단백질은 구조가 망가져 분석의 의미가 없어지지만 디엔에이(DNA)나 RNA는 염기서열 구조를 유지하기 때문에 분석 연구에 쓸 수 있습니다.”(연세대의 한 생화학 교수가 해준 설명)
 
그런데, 트리졸이 문제였다. 논문 발표 이후에 후속 연구를 하면서, 김 교수 연구팀은 트리졸이 아닌 다른 시약을 써서 실험한 결과에서는 아주 다른 데이터를 얻었다. 연구팀은 새로 발표한 논문에서 다음과 같이 이런 상황을 설명했다.
 

[번역]“이전 논문에서 우리가 보고했듯이, 트리졸을 사용하면 세포들이 낮은 밀도 상태에 있을 때에는 (세포 안의) miR-141 수치가, 밀집된 배양 상태일 때와 비교해서 줄어들었다. 그렇지만 놀랍게도 RNA 전체를 추출하는 데 쓰는 미르바나(mirVana)라는 마이크로RNA 추출키트를 썼을 때에는 miR-141이 아주 약간만 줄어드는 것이 관찰되었다.”(새 논문 ·”적은 GC 함량을 지닌 짧은 구조의 RNA는 적은 수의 세포들에서 추출될 때 선택적으로 소실된다” )


이처럼 다른 시약을 썼을 때 다른 해석과 결론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였다. 트리졸 시약을 쓰면 애초 논문에서 밝힌 데이터를 다시 얻을 수 있으니 실험 데이터의 재현성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세포 상태에 따라서 특정 마이크로RNA가 줄어든다는 애초 논문의 해석과 결론은 유지되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트리졸 시약 자체가 있는 그대로의 데이터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문제점을 스스로 지니고 있다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트리졸이라는 RNA 추출제가 조건에 따라 일부 RNA를 추출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어서 잘못된 결론을 내렸던 것이죠. 일반적인 mRNA[전령RNA]의 경우는 길이가 길어서 문제가 없는데, 마이크로RNA나 mRNA 조각을 다루는 실험에는 큰 차이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전에 [우리 연구팀이] 사용한 대부분의 실험 조건에서는 문제가 없지만 지난해 논문의 경우 세포의 밀도가 다른 조건을 비교했는데, 낮은 밀도에서 선택적으로 일부 RNA에 추출 문제가 있었던 겁니다.”(김빛내리 교수의 설명, 이메일 답변에서)

 
연구팀은 애초 논문을 발표한 지 불과 넉달만인 지난 1월에 이런 새로운 사실을 <몰리큘러 셀>의 에디터한테 알렸고 이후에 논의를 거쳐 애초 논문을 철회하고 새로운 논문을 출간하는 쪽으로 결정을 내렸다. 새로운 논문의 출판 결정은, 트리졸 시약의 이런 한계가 과학계에 널리 알려져 트리졸 시약을 써서 얻은 RNA 데이터가 그릇된 해석을 낳는 오류의 되풀이를 막아야 했기에 신속하게 이뤄졌다. 연구팀은 이런 문제점을 새로운 논문에서 다음과 같이 명시했다.


[번역]“지금까지, 트리졸은 RNA 시료를 만드는 데 쓰는 시약으로 매우 일반적으로 사용되어 왔다. ‘전체’ RNA 시료에는 모든 유형의 RNA 분자가 균등한 효율로 담겨 있다는 전제가 그동안 널리 받아들여져 왔지만, 우리의 최근 분석은 이런 전제가 성립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우리의 이전 논문은 그런 전제에 바탕을 두어 이뤄졌다. 비록 우리의 실험 데이터가 정확하고 또한 재현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이런 문제 있는 전제 탓에 잘못된 해석과 모델링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번 발견은 RNA 생물학과 그 이상에서 폭넓은 의미를 지닌다. 서로 다른 밀도 상태에서 성장한 세포들을 비교해서 얻은 이전의 발견들에 대해서는 재검토가 필요할 수도 있다.”(새 논문)


김 교수는 “수많은 분자생물학자들이 수십 년 써오던 트리졸에 이런 문제가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하고 있었다”며 “과학 활동이 얼마나 많은 가정과 전제에 기반하고 있는지를, 그리고 당연히 받아들이는 전제가 얼마든지 틀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고 말했다.
 


“오류 발견 때 될수록 빨리, 정확하게 알려야 과학 발전에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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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 연구팀의 논문 자진철회와 새 논문 발표가 알려지면서, 논문을 철회한 연구팀에 도리어 격려의 반응이 이어졌다. 최근에 국내 연구자가 철회한 논문에 대해 데이터 조작 의혹을 제기해 국내 언론에도 자주 인용되었던 온라인 매체 <리트랙션 워치>는 김 교수의 논문 철회를 보도하면서 “논문을 바로잡는 투명한 조처를 행한 김 교수한테 영예가 있기를 바란다”라는 격려성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새로 낸 논문에 대한 학자들의 심사평(피어 리뷰)에서도 심사자들은 연구 내용에 대한 전문적 평가를 주로 하는 관례에서 다소 벗어나 이례적으로 격려와 칭찬의 평가를 함께 달았다.


[번역]“…김빛내리 교수와 연구팀은 이전에 일련의 마이크로RNA가 세포 밀도와 세포 부착 상태에 따라 빠르게 붕괴(decay)할 수 있다는 점을 보고했다. 저자들은 주의깊게 재평가를 함으로써 이런 마이크로RNA가 세포 상태나 다른 어떤 생물학적 연관성과 무관하게 사실은 RNA 시료 준비 과정에서 소실되었다는 점을 발견했다. 따라서 저자들은 애초 논문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전반적으로 보아, 나는 저자들의 엄밀함(meticulousness), 정직, 그리고 용기를 높게 평가한다. 이 논문의 출판은 해당 분야에 가치 있으며 각성시키는 교훈을 줄 것이다.…”(익명의 해외 동료심사 학자1)


[번역]“…저자들이 이 논문의 결론에서 말하고 있듯이, 그들의 발견은 RNA 연구 분야에서 폭넓은 의미를 지닌다. 다른 이들도 비슷한 주제들에서 추가적인 오류의 결론에 이르지 않도록 다른 이들도 될수록 일찍 이런 잠재적인 함정을 알아야 한다. 비록 애초 논문이 지닌 오류의 성격은 유감이지만, 이런 사정은 또한 매우 이해할 만한 것이다. 저자들은 스스로 그 잘못을 잡아냈으며 이어 이번 문제의 진정한 성격을 규명해냈다는 점에서 칭찬을 받아야 한다. 모든 과학자들이 자신의 데이터와 결과에 대해 기꺼이 의문을 품고, 또 품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익명의 해외 동료심사 학자2)


<리트랙선 워치>의 관련 기사에 달린 독자 댓글들에서도 '과학 발전에 도움이 되는 유익한 일' '용기 있는 행동' 식의 격려가 이어졌다. 국내 생물학연구정보센터(브릭)의 자유게시판인 '소리마당'에도 다른 논문 철회 사건들과는 구분해서 바라보아야 한다는 격려성 댓글들이 달렸다. <사이언스온>의 필자들한테도 이번 사례에 대한 평가를 요청했다. 젊은 연구자와 후학들이 선배 과학자의 용기 있는 논문 철회를 바라보는 시각의 일부를 보여준다.


“이번 김빛내리 교수의 논문 자진철회는 그동안 황우석 사태를 거치면서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과학계의 논문조작 행태에 경종을 울리는 기념비적인 사건이다. 김 교수의 논문철회가 미화할 만한 일은 아니라는 견해들이 있지만, 황우석 사태를 겪은 한국 사회에서, 게다가 황우석 교수와 대비되는 과학정신을 지닌 과학자의 탄생이라는 맥락에서 이 사건은 의미심장한 것이다. 한국 과학계에 귀감이 될 만한 일로 기록될 것이다. 우리는 논문의 오류를 대하는 이질적인 두 과학자(황우석 대 김빛내리)의 사례를 한국에서 목도하고 있는 것이다.”(김우재,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 박사후연구원, 행동유전학)

 

“과학은 이런 식으로도 발전한다. 그러나 성과에만 치중하는 현재 과학계에서 이런 선택은 용감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기꺼이 문제를 드러내고 이를 온전히 진행시킨 김빛내리 교수와 그의 연구팀에 경의를 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런 문화가 쉽게 자리잡기 어려운 우리 현실이 슬프게 느껴기도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과학이 진정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공동체 차원에서 과학에 대한 시각이 조금은 바뀔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김준, 포스텍 생명과학과 학생)


하지만 논문의 자진 철회 자체가 용기 있는 일이기는 해도, 지나치게 미화해서는 안 된다는 반응도 있었다. 국내에서 많은 연구성과를 내고 있는 생화학 분야의 두 교수한테 이번 사례에 대한 코멘트를 요청했는데, '자세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논문 철회에 대한 일반적인 견해를 말하는 것'이라는 전제로 다음과 같은 시각을 전했다.
 

“논문 철회 자체를 귀감이 될만한 것처럼 지나치게 미화해서는 안 된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다.”(연세대 교수, 생화학)


“두 가지 측면이 다 있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논문 철회라는 것이 연구자한테는 성급한 결론을 냈거나 잘못을 했다는 것을 시인하는 것이기에 논문 철회 자체가 귀감이 될 만큼 좋은 일은 아니다. 그러나 자발적으로 시인하고 수정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은 높게 평가해야 한다. 외국에서도 자발적인 논문 철회는 종종 있다. 대가들 중에서도 있는 일이다. 자발적 논문 철회는 곧바로 불명예는 아니지만 명예로운 일도 아니다. 자신이 이전 논문에서 얻은 과학자 신용(credit)을 자발적으로 반납하는 것이다. 그러나 자발적 논문 철회는 이전 논문의 문제점을 과학 커뮤니티에 공개적으로 널리 알려 다른 사람들한테 도움을 주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서울대 교수, 생화학)


김 교수와 연구팀에도 이번 논문 철회가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데이터는 재현 가능한 것이니, 논문 철회 없이 후속 논문으로 이전 논문의 섣부른 결론을 무화시키는 방법도 불가능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와 연구팀, 그리고 학술지는 논문 철회를 감수하면서 이전 논문의 섣부른 결론을 과학 문헌의 목록에서 깨끗이 지웠으며, 새로운 논문을 써서 RNA 실험실에서 자주 쓰이는 실험시약의 한계를 찾아내는 '훨씬 더 큰 발견과 트리졸 경계'를 과학계에 알리는 길을 선택했다.
 

00KVNarry.jpg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오해를 사거나 학생들이 피해받지 않을까 걱정이 되지 않았던 건 아닙니다. 논문 철회가 논문 조작과 연관지어지는 경우가 많으니 논문 철회만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테니까요.
그래도 할 일은 하고 지나가는 게 맞다 싶은 생각에 철회를 결정했습니다.
문제점과 원인을 파악하는 과정이 사실 쉽지는 않았습니다. 수십 년 간 수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면서도 모르고 있던 문제이니까요. 이미 낸 논문을 철회하기 위해 추가적으로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인 저희 학생들과 포닥[박사후연구원]에게 참 고마운 마음입니다. 저와 저희 실험실 사람들 모두 여러 모로 많이 배우는 계기가 되어 나름 귀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나마 다른 그룹이 발견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찾아서 스스로 정리할 수 있었으니 불행 중 다행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희 분야 사람들이 격려 메일을 많이 보내주어서 이렇게 처리하길 참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불완전한 가정에 기반해야 하는 과학활동에서 잘못된 결론을 얻는 일은 때로는 피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오류를 발견했을 때 가능한 빨리 그리고 최대한 정확하게 다른 연구자들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자에 의한 논문 철회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져야 합니다. 현재 문헌자료에는 잘못된 정보들이 너무 많이 포함되어 있고 이런 점이 과학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으니까요.”(김빛내리 교수, 이메일 답장에서)


이번 논문 철회와 이에 대한 반응을 취재하면서 신선한 청량감을 느꼈다. 연구부정 또는 부실연구에서 비롯하는 기존의 여러 논문 철회 사례들과는 확연히 다르게 논문 철회가 정직한 과학 활동에서는 도리어 학문 발전에 순기능을 할 수 있으며, 또한 그 자체가 학문 활동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되기 때문이다. 이번 논문 철회는 과학의 일탈이 아니라 도리어 과학이 건강하게 걸어가는 길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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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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