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GM쌀' 연구활발.. GMO논쟁 '주곡'으로 번지나?

'유전자 변형 쌀에 관한 국제 세미나' 열려

 한중일 "기능성과 병충해 저항성 강화 개발"...중국 "몇년 내 상업화 목표"

 시민단체 "GM쌀은 사료 아닌 주곡작물 문제... 식량주권 전반 위협 우려"


00fig » 제초제에 견디는 GM 벼. 보통 벼는 누렇게 말라 죽고 있다. 사진 국립식량과학원 남민희 박사 제공

   

한참 늦은 소식이니 ‘뉴스(news)’가 아니라 ‘올즈(olds)’가 돼버렸네요. 그래도 취재 자료로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돼, 정리해서 이곳에 올립니다. 유전자변형(유전자 조작: GM) 작물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교잡이라는 전통 육종 방식을 쓰지 않고 특정한 유전자를 집어넣어 병충해에 잘 견디거나 많은 수확을 내는 품종으로 개발된 것을 GM 작물이라고 하지요. 콩, 옥수수, 면화, 유채 같은 몇몇 종에서 유전자 변형 작물들이 만들어져 현재 널리 생산되고 유통되며 사용되고 있습니다. GM 작물에 관해서는 안전성, 환경오염을 비롯해 여러 논란이 있습니다(사이언스온 GMO 특집 참조). 그런데 GM 작물 논란은 그동안 주로 '사료용'이나 '식품 첨가물용' 작물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대표적으로 GM 옥수수가 가축 사료로 널리 사용되고 있고, GM 콩은 식용유 재료로 사용되고 있지요. 사람이 주곡으로 먹는 쌀이나 밀에서는 현재 유전자 변형 작물이 상품화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앞으로는 주곡용 유전자 변형 작물도 GMO 논쟁에서 현실적인 주제로 다뤄질 것 같습니다. 지난 2일 서울 라마다호텔에서는 ’유전자 변형 쌀에 관한 국제 세미나’가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 주관으로 열려 ‘주곡용 쌀의 유전자 변형 연구’에 관해 연구현황 발표와 토론이 벌어졌습니다.


이날 발표에서는 주로 한국, 중국, 일본 연구자들이 유전자 변형 쌀에 관한 각국의 연구개발 현황과 전망을 전했습니다. 일본 발표자는 "삼나무 꽃가루 알레르기를 완화할 수 있는 유전자 변형 쌀을 10년 이내에 개발한다는 목표로 연구 중"이라고 밝혔고, 중국 발표자는 "지난해 11월 해충저항성을 지닌 유전자 변형 쌀을 향후 몇 년 이내에 상업 재배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발표자는 "농진청에서 개발 중인 해충저항성 벼와 프로비타민A 강화 벼에 대한 위해성 심사 절차가 향후 1, 2년 내에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스위스 연방공과대학의 잉고 포트리쿠스 교수가 참석해 지난해 5월 바티칸시티에서 ‘발전의 맥락에서 식량안보를 위한 형질전환 작물’ 주제로 열린 과학자 토론회의 결과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는 “비타민A의 기능을 높인 '인도주의적 황금 쌀'의 개발과 사용을 위해서는 독점 기업에게 유리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인도주의를 위한 규제 완화’ 목소리는 교황청 과학원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나온 것이어서 무게가 실렸고 또 교황청 과학원의 결론이 ‘안전성 규제 강화와 시민 참여’를 요구하는 시민·환경단체의 주장과 대립하는 성격을 띠어 주목받았습니다.  


이번 발표에서 보면 중국은 유전자 변형 작물의 연구개발에 매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쌀을 주곡으로 먹는 한국, 중국, 일본에서 유전자 변형 연구는 안전성 시험 재배를 거쳐 누가 먼저 상품화에 나서느냐를 둘러싸고 눈에 띄지 않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짐작됩니다. 필리핀 같은 동남아 국가들도 주곡인 쌀의 유전자 변형 품종 개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요.  


국제 심포지엄의 마지막 순서로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GMO에 비판적인 분들과 호의적인 분들, 중립적인 분들이 참석해 주곡인 쌀의 유전자 변형 연구개발에 관해 여러 의견을 발표했습니다. GM 쌀의 상품화를 반대하는 쪽은 ’GM 쌀이 주식으로 식탁에 오른다면 다른 차원의 문제가 될 것’이라며 ’GMO의 안전성 규제는 더 강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GM 쌀의 상품화에 기대를 거는 쪽은 ‘기능성과 다수확을 갖춘 GM 쌀은 농가에 혜택을 주고 식량위기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아래에 토론에서 오간 참석자들의 말을 요약해 전합니다.  


(* 최근에 영국 기술사학자인 데이빗 에저턴 임페리얼대학 교수를 인터뷰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대화 중에 우연찮게 GMO 논쟁에 관한 얘기가 나왔는데, 그분이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요지는 이렇습니다. “GMO 논쟁에서는 늘 GMO가 식량위기의 대안이냐 아니냐의 찬반 대립 논쟁으로 나아간다. 이를 옹호하는 개발자와 반대하는 시민단체의 대립으로 보는데, 이는 잘못된 토론 방식이다. GMO만이 아니라 전통 육종이나 작물 유통체계 같은 다른 대안의 방식들을 함께 다루어 식량위기의 해결책을 토론해야 한다.” 우리는 늘 ‘GMO가 식량위기의 대안이냐 아니냐’의 토론주제에 골몰했지, ‘식량위기의 대안에는 무엇이 있나’라는 토론주제는 많이 생각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음이 달라지면 뒤이은 생각도 달라집니다. 그런 점에서 GMO를 선택할 것이냐 아니냐의 제한된 주제가 아니라, 다른 대안들도 충분히 함께 비교하며 따져보는 더 큰 틀의 공론장이 우리사회에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토론회 참석자 발언 요약


(* 녹취록이 아니라 발언 요지를 정리한 것이므로 표현상의 차이가 있을 수 있음. 정확한 의미를 좇는 인용은 주의해야 함)

     


◇ 최준호 서울환경운동연합 활동가

 

오늘 이 자리를 위해 한국의 농민단체, 시민단체들이 ‘유전자 조작 쌀 개발을 우려하는 시민사회단체의 입장’이라는 글을 써왔다. 그 내용을 보면, 유전자 조작 쌀은 결국에 식량주권을 오히려 위협할 것이다. 우니라나처럼 농업시장이 왜곡된 곳에서는 GM 쌀이 또 다른 방식의 쌀 시장 개방일 수밖에 없다. [앞의 순서에서] 일본 연구자가 발표한 것처럼 아직까지 쌀이나 밀 같은 주곡이 GMO로 개발되지는 않았다. 그런 것들이 식탁에 오른다면 훨씬 더 큰 위협으로 다가올 것으로 생각한다.

 

잉고 박사가 ‘GMO 기술의 사회공공적 사용’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일부 기업의 독점이 문제라고 지적하고(그런 인식은 같이할 수 있는데), 그것을 풀기 위해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씀했는데, 저는 한 가지 예를 들겠다. 유럽을 중심으로는 지금 화학물질에 대한 규제를 새롭게 만들고 있다. 화학물질은 GM  기술보다 오래 써온 기술이지만 이제는 더 안전하게 쓰자, 더 확인하고 가자 이런 분위기가 있다. 생명공학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생명공학에 대해 완벽하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 기존에 제기된 문제를 보완해가면 생명공학 연구자한테도 도움이 된다. 생명공학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너무 낮다고 하지만 관련된 주제나 안전성 문제에 대해 시민과 연구자가 함께 이야기할 장이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까 중국에서 오신 분이 말씀하길, 중국이 GMO 연구개발 투자를 많이 하고 그 중에서 20%를 안전성 연구에 투자한다고 했는데 이 점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지난 2008년에 세계적으로 가장 큰 이슈가 된 것 중 하나는 국제 금융위기였다.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은 국제 금융위기를 만든 사람은 전 세계에서 금융을 가장 잘 알고 있던 금융 전문가들이었다. 그들이 만든 결과에 대해 또다른 전문가들은 그걸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자리에 모인 생명공학 전문가들이 GMO 개발 의지만큼이나 안전성 확인을 위한 연구를 해주었으면 한다.

     


◇ 김태산 크롭라이프코리아 대표

 

우리나라 생명공학 연구의 잠재력은 여러 면에서 다른 나라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정부도 생명공학 연구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잉고 박사의 얘기를 들으면서 든 생각인데,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에서 식량자급률이 사실은 낮은 국가이다. 현재 27% 정도다. 앞으로 식량위기가 닥칠지 모르는 현실에서, 생명공학은 제한된 면적 내에서 식량문제를 해결하고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 농민 혜택을 주는 데에도 많은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2~3년 내에 GM 쌀의 심사 통과를 준비 중이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과연 현재의 우리 심사 제도 환경에서 어려운 관문을 통과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든다. 아무쪼록 우리나라도 GM 작물, GM 쌀이 작물의 기능성과 품질을 높이고 수량을 개선함으로써 인류의 식량위기 해결에 기여하는 작물이 나올 수 있었으면 한다. 또 연구개발을 수행하는 데, 심사를 거쳐 상품화가 될 수 있도록 정책이 이뤄졌으면 한다. 아울러서 식품 안전성이 철저하게 검중돼 소비자가 안심하고 먹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 김은진 원광대 법학대학원 교수

 

지난 11월30일치 <국민일보> 보도를 보면 우리나라의 20여 곳에서 GMO가 불법적으로 누출된 것으로 [국립환경과학원의 조사 결과로] 나타났다. GMO가 싹을 틔워 자라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11곳]. 유채나 옥수수가 많이 발견됐고 옥수수는 특히 많은 지역에서 발견됐다. 사실 이런 보도 전까지는 우려는 했지만 설마 아니겠지 했는데 이런 조사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개발자들은 GMO는 자생 가능성이 없다, 월동도 못한다고 했지만 이렇게 누출돼 야생에서 자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GMO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GMO 안전성에 문제가 없고 안전성에 철저하게 대비한다고 말하지만 안전성이라는 것은 항상 어디선가 터진다. 그래서 안전성 규제가 필요하다. 잉고 박사가 독점이 생기는 것은 규제 때문이라고 했는데, 독점이 생기는 건 지적재산권 때문에 안전성 규제가 심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안전성과 관련해 규제는 필수적이다. 언제까지 소비자단체들이 모여서 안전성에 관해 조사하고 다닐 수는 없다. 제도를 통해서 연구개발자와 정부 등이 안전성을 어떻게 확보할지 생각하고 더 많은 돈과 인력을 투자해야 하는 시기가 온 게 아니가 생각한다.

 

앞에서 과학자 5명이 발제를 했는데, 다들 GMO가 정말 환상적이다, 식량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말했다. 그러면서 식량문제 해결의 대안으로 GMO를 내놓았다. 그런데 불확실한 사실이 너무 많다. 사실 식량 문제의 근본 대안은 따로 있다. GMO는 차선, 차차선, 차차차선의 대안일 뿐이다. 비타민A가 부족하면 다른 작물로도 해결할 수 있는데 굳이 GM 쌀로 해결하려고 한다. 열대지방과 남부 아시아에서는 상품작물을 재배하느라 정작 원주민한테 필요한 작물을 재배할 면적이 줄어들어 문제인 것이다. 구조적인 문제이지 단지 영양의 문제는 아니다.

     


◇ 차지학 농우바이오 생명공학연구소장

 

개발자 입장에서 간과해선 안 될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GMO를 반대하는 사람들한테서, 문제가 되는 것은 안전성과 관련해 연구를 하는 대학과 연구기관, 그리고 정부가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정보를 알려주어야 한다는 데에 찬성한다. 환경과 관련해서, 우리 땅에 GMO가 자라고 있다면 그건 잘못된 일이다. 이런 문제 있다는 것은 개발자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유통 시스템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나라에서나 그럴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늘 조심해야 하는 문제이다. 하지만 문제는 법적으로 대처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고, 이런 측면에서도 신경을 써야 한다.

 

GMO 개발자들한테 한 말씀 드리면, 오늘 국제심포지엄의 취지는 GM 쌀의 현황과 전망을 얘기해보자는 것이다. 어느 정도 안전성이 유지된다고 좋은 점만 얘기했는데, 개발자들은 장점을 많이 얘기하는데 너무 과학을 맹신하는 경향이 있지 않나 하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우리가 실수할 때에는 일이 불거질 수 있다. 과학자들은 [시민들과] 함께 많이 얘기할 기회를 많이 가질 필요가 있다. 이렇게 GMO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에도 과학자들이 접근해서, 기다려달라, 문제가 있으면 고치고 함께 가자 얘기할 수 있어야 하고, 공론의 장에서 함께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시간을 가지고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시민사회도 GMO에 대해 제대로 모르는 것들도 있기 때문에 토론의 자리를 갖는 것도 좋다.

     


◇ 이태호 서울대 교수

 

과연 ‘안전’이라는 게 뭐냐. 예전에 유럽에서는 담배를 들여왔을 때에 열광했다. 지금은 담배가 위험하다고 한다. 토마토도 한동안 재배를 안 하고 했는데 지금은 좋은 식품이라며 많이 재배한다. 안전하냐 위험하냐를 사람이 과학으로 얼마나 밝힐 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과연 절대적으로 안전한 식품이 있을까?. 물도 30병을 마시면 죽을 것이다.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사람이 양주 한 병을 마시면 죽을 것이다.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은 양주를 2-3병 마실 수도 있을 것이다. 당뇨병에 걸린 사람이 먹어선 안 되는 주의할 음식도 따로 있다. 절대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는 식품은 없을 것이다. 모든 식품에는 치사량이 있는 법이다.

 

GMO와 관련해서는 항알러지 쌀을 개발하면 좋겠다. 비타민 쌀도 좋다. 한국에서는 생산자의 소득 안정을 위해서 병충해에 잘 견디는 쌀을 개발하고 중국에선 수확량이 많은 다수확 품종으로 개발해야 한다. 따라서 각 나라의 필요에 따라 개발한다고 본다. 아주 크게 필요해지면 개발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절대 위험이라는 것은 없고 결국에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게 맡겨야 한다.소비자, 국민이 균형감 있게 판단할 수 있도록 많은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 박태균 중앙일보 식품전문기자

 

안전성에 관한 우려와 개발자의 입장을 듣고 있는데, 언론이 중재자로서 역할할 필요가 있다. 안전성 부분의 논란은 몇년 째 평행선이다. 다음에 만나도 같은 입장일 것이다. 이렇게 토론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의문이 들어 안타깝다. 안전성을 볼 때 그것은 과학적으로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이다. 각자의 지식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GM 안전성 연구 분야에서 전문가가 적고 관심도 적은 것 같다. 활동가의 목소리도 있고, 개발자의 목소리도 있는데, 둘 다 안전성 전문가는 아니지 않는가. 그래서 토론이 정밀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 듯하다. 유럽연합이나 미국에는 안전성 연구 전문가가 훨씬 더 많다. 거기에도 반론이 있고 일치되지는 않지만, 그걸 뒤집을 만한 국내 전문가는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러면서 계속 평행선을 유지한다.

 

시민사회단체가 오늘 낸 성명서를 읽어봤는데 ’유전자 조작’이라는 표현을 썼다. ‘조작’이라는 말을 쓰다보면 생각을 하고 판단을 하기도 전에, GMO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하기 때문에, 적절한 용어인지 모르겠다[* 이에 대해 김은진 교수는 생명과학 연구분야에서 애초에 ‘유전자 조작(manipulation)’이라는 전문용어가 쓰이다가 ‘유전자 변형(modification)’으로 바뀐 것이지 시민단체가 일부러 용어를 만들어 바꾼 것은 아니라고 답했다]. 안전성 지식 없는 상태에서 계속 논란하기보다는, 식약청에도 안전성 평가하는 부문이 있고 부족한 측면도 있지만, 이런 안전성 평가를 [비교적 엄격하다고 평가되는] 유럽 수준 정도로 진행하는 게 나을 듯하다. 시민사회단체들도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 식이 아니라 최소한의 요구를 하고 그게 통과되면 그것을 수용하고….

 

GM 쌀이 10년 전부터 개발돼 왔는데, 그래서 농식품부 관계자한테 물어보니 ‘앞으로 10년 내에는 상품화가 힘들 것’이라고 전망하더라. 10년 뒤라면 독성학의 발전으로 안전성 논란에 대해서도 충분히 결론이 날 것이다. 그러니 그 동안에 지금부터 준비해서 안전성 부분의 인력도 충원하고 같이 연구해야 할 것이다. GMO 안전성에 관한 교육 활동도 중요하다. 찬반의 합의를 봐서 합리적인 교재를 만들어 교육도 함께하면서 당장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협의할 부분 있으면 협의할 필요가 있다. 

     


◇ 잉고 포트리쿠스 교수(스위스 연방공과대학)

 

‘황금 쌀 프로젝트’는 인도적인 프로젝트이므로 지적재산권이 문제가 되는 게 아니라 규제 자체가 문제가 된다. GMO 기술은 대중의 이해에 반하지 않는다. 규제 때문에 너무 많은 돈이 들어가고, 그런 비용 때문에 독점이 생겨난다. 규제를 해야 한다면, 타당한 규제이어야 한다.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근거에 의해 규제해야 한다. 기술 자체의 규제가 아니라 사용 결과물에 대한 규제이어야 한다. 개인 의견을 말하면, 우리가 규제 완화를 위해 노력해야 하고 그리고 규제를 하더라도 타당해야 한다는 것이며 기술 자체에 대한 규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오늘 발표자들의 공통 의견은 GMO 기술을 이용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생존을 위한 GMO 기술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수억명의 빈곤 인구한테 GMO는 정말 필요하다. 바티칸 회의에서도 확인했다. 한국은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GMO가 없다면 유엔의 새천년개발계획(MDG)의 목표도 달성하기 어렵다. 유전자 변형의 오류(error)는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차이는 있지만 99%는 기술을 적절히 이용하면 오류를 막을 수 있다. 한국에서도 GMO 작물이 유용하게 쓰이길 바란다.

           


■ 주제 발표 세부내용


(* 아래 요약자료는 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가 정리해 제공한 것이다)

     

◇ 잉고 포트리쿠스 교수(스위스 연방공과대학)

 

황금 쌀(골든 라이스)은 비타민 A 결핍을 완화시키고자 하는 목적으로 공공 부문 중심으로 개발된 바 있음

-황금쌀은 인도에서만 매년 4만 명(전 세계적으로는 수십만 명)을 비타민 A 결핍으로부터 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GMO 규제로 인하여 10년 이상 종자 보급을 지연시킴  /  2012년에는 품종 등록을 완료하고, 종자 증식 등의 과정을 거쳐 2012년 필리핀, 2013년 방글라데시, 2014년 인도, 베트남, 2015년 중국, 인도네시아로 황금쌀 보급이 확대될 전망

 

황금쌀 개발로부터 보급까지 경험을 거치면서 잉고 포트리쿠스 박사는 다음과 같은 교훈과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음

-GMO규제로 인해 GM 제품 개발이 10년 이상 지연되며, 과중한 재정적 부담이 소요됨  /  GMO제품 개발에서 출시까지 소요되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 때문에 공공 부문이나 중소기업에서는 투자하기 어려움  /  그 결과 재정적 여력이 있는 소수 대기업에서 GM제품을 사실상 독점하는 현상이 나타남  /  개발도상국, 그리고 소외된 작물에 대해 수많은 공공 GMO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지만, 상품화하기는 어려움  /  생명과 후생이라는 측면에서 피해가 많지만 이는 가난한 국가에만 해당하는 일이며, 서구 부자 나라에는 피해가 없음. 이에 대해서는 GMO 반대자들이 책임져야 함  /  지나친 사전예방적 원칙에 근거하여 전 세계적으로 설치된 GMO 규제 시스템에는 과학적 정당성이 없음  /  공공 이익을 위해 GM기술을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하는 도덕적 의무가 있음

     


◇ 베넷 박사(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대학)

 

세계적으로 GM쌀을 상업적으로 재배하는 국가는 없으나, 제초제내성, 해충저항성 등 현재 콩, 옥수수, 목화 등에 이용되고 있는 형질들은 벼에도 모두 이용 가능함

-유전자변형 쌀은 건강(영양 성분 강화), 잠재적 생산성 증대, 생산 안정성 증대(스트레스 내성), 환경 보호 등을 목적으로 다양한 형질을 갖추도록 개발되고 있음  /  미국은 ‘99년 GM쌀을 승인하였고, 중국은 ‘09년 말 해충저항성 쌀에 대한 바이오안전성확인서를 하였으나, 현재까지 세계 어디에서도 상업적으로 GM벼는 재배하고 있지 않음

 

GM식품에 적용되는 식품안전성 기준은 Non-GM식품에 적용되는 기준보다 훨씬 많으며, 환경적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

-막대한 규제 준수 비용과 지적재산권 비용 등을 부담하고, 안전성을 확보해야 GM작물을 상품화할 수 있음

 

아시아 지역은 쌀 소비가 많고, GM쌀이 후생, 보건, 식량안보 측면에서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쌀 시장에 민간 부문 출현이 시작되었고, GMO를 선택하지 않았을 때 경제적으로 불리한 점을 잘 인식하고 있는 점 등은 아시아 지역에서 GM쌀이 상품화되는 데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전망

-하지만, Non-GM농산물 수출 시 GM쌀이 혼입되지 않도록 구분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점, 여전히 아시아 시장은 공공 부문의 지배력이 크다는 점, 식품 및 환경 안전성 확보를 위한 절차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이 GM쌀 출현을 억제하는 요소로 작용

     


◇ 다카노 박사(일본 농림수산성)

 

일본에서는 현재까지 GM작물을 상업적으로 재배하고 있지 않음

-콩, 옥수수 등 기존 GM작물은 일본에서 재배하고 있는 주요 작물에 해당하지 않으며, 밀, 쌀과 같은 주식 작물은 현재까지 GMO가 세계적으로 상업화되어 있지 않음  /  일본 소비자들이 GM작물에 대해 부정적 태도를 많이 보임

 

낮은 농산물 자급률, 1인당 쌀 소비량 감소, 논 전용 증가 등을 고려할 때 GM기술을 이용한 고생산성-저비용 사료용 쌀 생산 등을 통해 사료자급률 증대 방안 검토 중

-병 저항성, 환경 스트레스 내성, 기능성 성분 함유 등 다양한 형질을 갖춘 유전자변형 벼 개발 중  /  도열병 등 다양한 병 저항성, 카드뮴 축적, 혈중 콜레스테롤 감소, 고혈압 예방 등의 형질을 갖춘 GM 벼 개발 중

 

일본은 10년 이내 먹는 백신(쌀)을 상업화하겠다는 목표로 삼나무 꽃가루 알레르기 완화 목적 GM쌀 개발 중

-일본인 30% 정도가 삼나무 알레르기 증상을 보이고 있으며, 유일한 치료법인 감감작요법(hyposensitization therapy)에 문제점이 많고, 치료비용으로 연 2,300억 엔 정도 소요  /  먹는 백신(쌀)을 공급함으로써 환자에게 스트레스가 거의 없는 매우 효과적인 치료법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

   


◇ 바오롱 루 교수(중국 후단대학)

 

인구 60% 이상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농업국가 중국이 악화된 상황(인구 증가, 농지 감소, 물 부족, 기후변화)에 대응해 식량 증산을 하기 위해서는 유전자원 탐색 및 신기술 활용이 중요함

 

녹색혁명에 이어 지난 20년간 유전자변형관련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GM 벼 연구개발에 괄목한 만한 성과가 있었음

-중국은 1994년 최초로 유전자변형 벼 연구에 성공한 이후로 해충저항성, 제초제내성, 염분 내성, 고생산성 등 다양한 형질을 갖춘 GM벼를 연구개발함   /  이러한 GM벼는 소규모 시험재배, 중규모 시험재배, 재배시험 등 단계별 안전성 평가를 수행 중에 있음  /  2001년부터 2003년까지 후베이성과 푸젠성에 이루어진 GM 벼 재배시험 결과  헥타르 당 농약 사용량 16.9kg 감소, 생산성 4~8% 증가, 노동비 절감 등을 통해 82~102달러 정도 순이익이 증가한 것으로 평가

 

중국 정부는 지난 2009년 11월, 해충저항성 GM 벼 두 가지 이벤트(Bt Hubei-1, Bt-Shanyou-63)에 바이오안전성인증서를 발행한 바 있으며, 향후 몇 년 이내에 상업적 재배를 목표로 하고 있음

 

식품 안전성, 환경 안전성, GMO 표시 등 바이오안전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중국 정부는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GM 벼를 안전하고, 지속가능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촉진할 것으로 전망

     


◇ 서석철 박사(한국 농촌진흥청)

 

한국에서는 20개 작물, 152종에 대한 GMO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 파악되고 있으며, 농촌진흥청에서는 19개 작물, 118종에 대한 연구개발 진행 중

-2007년에 농진청 하선희박사 연구팀에서 개발한 베타카로틴 생성 GM쌀은 “2007 국가연구성과 100선”에 선정되기도 함  /   한국에서는 스트레스 내성, 제초제 내성, 잎마름병 저항성,기능성(철분 함유) 등 다양한 형질 갖춘 GM벼 개발 중  /  현재까지 국내에서 재배가 승인된 GM작물은 없으며, 농진청에서 개발 중인 “해충저항성 벼”와 “프로비타민 A 강화 벼”에 대한 위해성심사 절차가 1, 2년 이내에 진행될 전망

 

지난 수 년 동안 농진청이 개발한 해충(혹병나방)저항성 벼(AgB0101)에 대한 위해성평가가 진행된 바 있음

-국제적 가이드라인, 비용효과성, 투명성 고려 평가 수행  /  유전적 안정성 평가, 도입유전자 및 flanking DNA 확인, 유전자 이동, 꽃가루 특성, 토양 미생물 변화, 병 발생 양상 변화, 쌀 품질, 알레르기 및 독성 등에 관한 평가 수행  /  90일 독성테스트(실험쥐)를 수행한 결과 체중, 사료섭취량, 혈액, 절제조직 분석 등에서 이상증후가 발견되지 않음.

 

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한 GM작물 개발은 기존 육종기술과 크게 다르지 않고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사회적 합의에 따라 적절하게 활용되어야 할 필요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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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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