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GMO, 소통-신뢰의 행정이 먼저 -최준호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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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식약청의 한 관계자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국내에서 GMO 심사에 대한 불신이 큰 데, 그 배경에는 아무래도 정부 행정에 대한 불신이 있는 것 같다. 외국 사례들을 보면, 정부 행정이 신뢰받을수록 GMO 심사에 대한 신뢰도 역시 크다.” 이런 점에서 보면, GMO는 과학논쟁이면서도 동시에 사회논쟁입니다. 그러면 식품안전 논란에서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 그 신뢰를 높일 수 있을까요? 환경활동가 최준호 선생이 이 글에서 GMO 논쟁에는 무엇보다 소통과 신뢰의 행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사이언스온



00GMOcivil » 2008년 3월 유전자 조작 옥수수를 식용으로 수입하겠는 식품기업들의 결정에 반대해 시민단체 회원들이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서울환경연합 제공




GMO, 소통과 신뢰의 행정이 필요하다

최준호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팀 활동가






우선, 기획과정에서 애초 정해졌던 제목 “GMO 신뢰의 전제는 관리행정의 신뢰”에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부분이 있어 한 가지만 분명히 하고 가겠습니다. 이 제목은 ‘GMO가 신뢰를 얻어야 할 만큼 필요한 것이다’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GMO가 우리 사회에서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환경운동가로서 이 제목에 동의하기 쉽지 않습니다. 이번 연재 “GMO의 ‘논쟁상자’를 열자”의 취지를 살리며, 저의 의견을 전달하기 위한 제목으로 이렇게 바꾸어 봅니다. “GMO, 소통과 신뢰의 행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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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의 목소리를

기억하라!


2010년 오늘의 대한민국 시민들에게 공유된 집단의 기억들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세대별로 분명 다를 겁니다. 6.25 전쟁부터 4.19, 5.18, 6.10 같은 민주화운동까지 다양할 것입니다. 물론 2002년 월드컵 4강의 기억이 가장 생생할 수 있지요. 저에게 같은 질문을 한다면 아마도 2008년 촛불을 이 시대의 공유하는 기억으로 꼽겠습니다. 동의하시는 분들 많으시죠?

 

2008년 촛불의 기억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사과 발언이 그렇고, 시민단체와 개인들에 대한 법정분쟁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광우병 괴담의 진위 여부를 떠나서 2008년 촛불의 의미는 시민들이 스스로 먹을거리 안전을 요구했고 국민적인 주제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민주화와 개발시대라는 거대 담론의 시대를 거치며 정치에서 무시된 생활의 문제가 시민들에 의해서 전면에 나서게 된 것입니다.


촛불의 배경에는 광우병이라는 미지의 위험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국민국가의 기본적인 역할이라고 할 수 있는 국민의 생존권, 안전권을 위협한 신뢰가 그 핵심입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반대의 목소리는 이전 정부 때부터 이어졌지만, 그 목소리가 촛불의 함성이 된 데에는 ‘신자유주의’도 ‘반미’도 아닌 식품안전에 대한 불신이 있었습니다.

 

당시 정부 정책은 협상 내용을 일부 수정하고 식품안전과 신뢰회복을 위한 강도 높은 정책을 내놓았습니다. 식품정책 일원화, 신호등 제도 도입, 식품안전청 설치, GMO 표시제 강화, 식품이력추적제 도입, 원산지표시제 강화 등 그동안 식품․소비자․환경단체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했고, 식품안전 전문가들이 지적한 내용 대부분을 받아들이겠다는 약속을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2년이 지났습니다.

 

그 사이에 석면 베이비파우더 사건, 멜라민 오염 사고 등 굵직굵직한 식품안전 사건, 사고들이 이어졌으나, 정책 개선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식품안전 일원화 및 정책 개선은 여전히 미흡했습니다. 그 가운데 GMO 표시제 강화 역시 논란을 거듭한 채, 2010년 중 개정되어 3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일러야 2013년부터 효력을 발휘하게 될 예정입니다. 개정하겠다는 약속마저 잊혀지는 일이 없도록 조속한 개정을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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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당사자 사이에 필요한 것은

협력과 소통


모든 사회적인 사안이 그렇겠지만, GMO 역시 다양한 이해당사자가 관련되어 있습니다. 우선 농민이 있을 수 있겠지요. GMO가 농업과 식품으로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21세기 새로운 녹색혁명으로 이야기되는 GMO에 가장 민감할 수 있는 이해당사자는 농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농민 중에서도 GMO를 기회로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 것이며, 삶의 터전과 기반을 빼앗는 재앙으로 여기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 또한 이해당사자의 중요한 그룹은 바로 소비자입니다. 로버트 라이시(UC 버클리대학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그의 책 <슈퍼자본주의>에서 “소비자”와 “주주” 만이 산업자본주의 시대에 고려 대상이라고 했던 것처럼 GMO의 선택에서도 소비자의 목소리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도 역시 GMO에 대한 인식이 다양합니다. 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에서 지속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GMO를 구매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절반 이상의 소비자가 수용 불가의 입장을 보였지만, GMO를 포함한 생명공학 연구에 대해서는 마찬가지로 절반 이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지요.

 

또 다른 이해당사자로서 기업과 개발사, 그리고 연구자들이 있습니다. GMO 기술을 직접 이용하고, 연구하는 전문가 그룹으로서 실질적으로 GMO에 대한 정보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집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정책결정과 심사단계에서 참여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해당사자가 있습니다. 바로 정부와 시민사회입니다. 정부는 국민한테서 권한과 책임을 위임받아서 국민의 안녕과 행복을 지키는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시민사회는 자발적인 시민들의 모임으로서 신뢰와 공동체 형성에 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GMO를 둘러싼 논란에서, 적어도 한국에서는, 정부와 시민사회가 논란의 핵심에 들어 있습니다. 2000년부터 시민사회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강조하며 GMO 표시제 도입을 요구했고, 정부는 GMO의 안전성을 그 이유로 들며 표시가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그 이후 2001년 표시제가 도입된 후에도 시민사회는 안전성과 선택권을 이유로 표시제 강화를 요구하고 있고, 정부는 규제의 어려움과 기업들의 비용 상승 등을 이유로 표시제 강화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가 2010년 강화된 표시제가 도입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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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선' 그리는 GMO 논쟁

그 사이에 GMO는 점차 확대중


사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위에서 말씀드린 이해당사자들 사이에 논의나 토론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정부 각 부처에서 관련 내용으로 토론회와 공청회를 진행하였고 특히 한국이 2000년 바이오안전성의정서 가입 이후 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를 중심으로 국내 이행법안 마련 및 안전관리를 중심으로 많은 토론회가 있었습니다. 기업과 개발사, 시민사회, 농민, 소비자는 각자의 위치에서 입장을 정리하는 자리를 가지기도 했고, 정부 주최 토론회에서 각 이해당사자의 입장을 확인하는 자리를 가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뿐이었습니다. 표시제 관련 토론회에서는 표시제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와 그것이 어렵다는 답변이 되풀이되었고, 안전성 관련 토론회에서는 믿기 어렵다는 이야기와 과학적으로 안전하다는 이야기가 반복되었습니다. 그렇게 수평선이 그려지는 동안, GMO 재배면적은 증가하고 있고 관련 제품의 수입도 늘었습니다. 또한 GMO 관리를 불신하는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생활협동조합 같은 곳에서 판매하는 친환경제품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고 있는 것도 역시 사실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사회적 비용을 써가면서 논의를 진행했지만, 소통의 결과는 결국 신뢰는 사라지고 개인들의 선택에 맡겨지게 되었습니다.

 

바로 이 점에서 정부와 시민사회의 역할이 강조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정부가 국책사업을 진행할 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정부를 믿어달라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그 말에 신뢰를 보내는 국민이 적습니다. 정부 정책에 대해서 국민의 뜻을 각종 선거를 통해 확인하겠다고 말했다가 선거결과가 정부 정책에 반하게 나온다면 그제야 소통과 설득 과정이 부족했다고 하면서 몇 차례 토론과 논의를 형식적으로 진행합니다. ‘사후 약방문’인 셈이죠. 민주사회의 가장 기본인 소통과 협력은 신뢰가 우선되어야 합니다. 신뢰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대화는 소통이 아니라 일장적인 주장이며 폭력일 뿐입니다.


시민들이 GMO에 대해서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과연 이것이 먹어서도, 환경적으로도 안전할까 입니다. 과학적 합리성을 바탕으로 안전성 평가를 진행했다고 하지만, 지난 인류의 역사를 통해서 그 당시 과학기술이 인정했던 것이 훗날 잘못된 판단이었음을 확인했던 경험들도 많습니다. 사용 금지된 지 3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지구상에 잔류하면서 환경호르몬으로 작용하고 있는 DDT가 그랬고, 냉매로 사용했지만 오존층 파괴를 시키는 프레온가스도 역시 그랬습니다. 인류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인 플라스틱은 그 안전성이 의심받고 있습니다. GMO에서는 그런 과오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합니다. 수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만, 다시 돌이킬 수 없다는 비가역성과 잠재적인 위험성 역시 가지고 있는 것이 생명공학기술입니다. 국가기관으로서 정부가 GMO 같은 “현재의 불안이자 미래의 위험”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한국정부가 국민들로부터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고 다시금 신뢰를 얻을 수 있는가를 결정하는 중요한 갈림길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낮은 식량자급률, 높은 수입의존도, 열악한 국내 식품기업, 까다로운 소비자, 증가하는 외식비율, 국제 곡물가격 상승 등 우리 밥상을 둘러싼 환경이 녹녹치 않습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다양한 해법과 비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첫 걸음은 단순한 경제논리보다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고, 사회적 신뢰망을 구축하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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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예방적인 정책과

일관성 있는 집행이 핵심


“과학적 합리주의”라는 말처럼 많이 인용되는 말도 없을 것입니다. 쫌 더 일반적인 말로 “합리적으로 판단하자”라는 말로 사용되기도 하죠. “합리적이다”라는 뜻은 어느 쪽에 치우치지 않고 감정적이거나 즉흥적이지 않게 무엇인가를 결정한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그 반대말로 막무가내, 일방적, 비전문적 등이 다양하게 쓰이죠. 다시 한 번 촛불의 광장으로 가봅시다. 한미 FTA를 추진하던 정부로서는 광우병에 걸린 소는 철저하게 관리하고 국제수역사무국(OIE)에서도 안전하다고 한 미국산 소를 수입하는 것은 당연히 합리적인 것이었습니다. 반면 촛불을 들고 거리에서 외치던 시민들은 국민의 뜻을 존중하고 반영해야 할 정부가 신뢰할 수 없는 소를 수입하도록 결정한 것은 가장 비합리적인 태도로 여겨졌습니다. 문제의 핵심이 여기에 있었던 거죠. 누구에 무엇을 위한 합리성 이냐는 것입니다. 아무리 정부가 합리적이고 주장해도 국민들이 그렇지 않다고 판단하고 믿는 이상, 정부가 가지고 있는 합리성의 근거는 사라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GMO에 대해서는 어떤 합리적인 태도와 자세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일까요? 우선 우리 농업과 먹을거리 상황에 대한 종합적인 파악을 해야 합니다. 선진국들에 비해서 현저하게 낮은 식량자급률의 원인은 무엇이며, 회복할 방법은 없는 것인지가 먼저 논의되어야 합니다. 떨어진 쌀값으로 오늘도 시름하고 있는 농민과 황폐화되는 농촌을 되살릴 수 있는 방법을 우선 고민해야 합니다. 소비자와 생산자의 끊어진 관계도 다시 회복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국민농업포럼이라는 것이 구성되어 논의가 시작되었고, 기업이나 단체들이 “1사 1촌 맺기” 등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농민과 농촌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이 경제적 충족과 함께 농촌과 도시의 상생을 넘어서 먹을거리 주권을 함께 지키는 운명공동체임을 더 강조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농업과 먹을거리에 대한 종합적인 계획이 세워진 뒤에야 그 가운데에서 GMO의 역할이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어떤 부분인지를 논의해 볼 수 있는 것입니다. GMO가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용범위의 한계를 정하고 단계별로 접근해야 합니다. 개발사나 관련 연구자들이 안전하다는 증거를 제시하고 있지만, 안전하지 못하다는 증거도 역시 있습니다. 안전하다는 증거를 만들기 위해서 투자되는 개발사의 연구비만큼 안전성 여부를 검증하기 위한 연구에 투자된다면 더 많은 위해하다는 증거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과학적 불확실성에 근거한 시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전문 연구자들의 안전하다는 보고서보다 사전예방적인 정책방향 수립을 통해서 안전망을 구축하고 사회적 수용한계를 고려한 정책입안이 필요합니다. GMO에 대한 사회적 수용을 고려한 수입금지정책을 초기에 펼치면서,  강화된 표시제를 도입했던 유럽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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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위한 식품안전 최우선"

정부, 의지와 신뢰 보여줘야


신뢰회복을 위해서 또 중요한 점은 바로 정책의 일관성입니다. 사전예방에 근거한 정책방향 수립을 하고 안전관리와 평가제도가 갖춰졌다면 그 정책이 일관성 있게 집행되어야 합니다. 똑같은 콩에서 기름을 짜내고 난 대두박은 “유전자변형”이라고 표시해서 사료로 팔고, 짜낸 기름은 아무런 표시 없이 사람이 먹는 식용유로 팔고 있는 표시 제도가 시민들에게 설득력을 갖기는 힘든 일입니다. 백화점에서 산 일본 된장 표지에 일본어로는 유전자변형이 아니라고 광고되고 있는데, 한국어 표기로는 유전자변형 포함가능성 있음이라고 적혀있는데 우리는 과연 어떤 표시를 믿어야 할까요? 식품표시가 전 품목으로 확대되었는데 여전히 GMO 표시는 함량 대비 상위 5개 품목만 적용되고 있는 상황 역시 식품 정책의 일관성을 의심하게 되는 부분입니다. 반면 GMO만의 표시제도 강화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내가 먹는 음식이 어디서 생산되어 어떻게 가공, 유통되어 내 밥상에 놓이기 되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식품이력추적제도가 식품 전 품목으로 확대되어서 도입, 시행되어야 합니다.

 

정부 정책이 식품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와 목표를 보이고, 관련된 제도를 구축한다면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시민사회가 먼저 나서서 그 정책이 잘 구현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할 것입니다. 식품안전과 농업을 위한 분명하고 철저한 정책방향 수립을 바탕으로 제도를 보완하고,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참여를 보장하면서 정책을 일관성 있게 집행하는 것이 신뢰구축의 첫 걸음입니다.



 

최준호 활동가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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