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엄치는 박테리아의 ‘모터’ 구조 살펴보니

영국 연구진, 편모 달린 박테리아의 운동구조 정밀관측

“서로 다른 구조가 다른 회전력과 이동능력 생성” 설명


00bacteriaMotor1.jpg » 박테리아 몸체에 달려 편모의 회전력을 일으키는 모터의 여러 가지 구조들. 원반 모양의 구조물이 여럿이거나 그 반경이 넓을수록 회전력이 커진다. 그림은 왼쪽부터 살모넬라, 비브리오, 캄필로박터 균의 모터 부위 구조를 보여주는 이미지들. 편모는 이 모터 부위에 달려 회전하면서 일종의 '프로펠러' 같은 구실을 한다고 한다. 출처/ 영국 임페리얼대학


모 달린 박테리아들 대부분은 편모를 일종의 ‘프로펠러’처럼 돌려 얻은 힘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박테리아 몸체엔 이른바 ‘모터’ 같은 구실을 하는 구조가 있는데 이것이 편모를 프로펠러처럼 돌린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박테리아의 운동 능력을 연구하는 연구자들 사이에서 연구되고 있었는데, 이번에 새롭게 그 모터의 구조를 자세히 보여주는 3차원 영상이 생물학 실험실에서 나왔다.


00bacteriaMotor2.jpg » 레고로 만든 박테리아의 모터 구조와 편모(flagellum) 모형. 편모 운동 박테리아들엔 모터엔 원반 모양의 서로 다른 구조물(stators)이 달려 서로 다른 회전력을 만들어낸다. 지름과 갯수의 고정물이 달려 출처/ 영국 임페리얼대학 영국 런던 임페리얼대학의 생물학 연구진은 최근 과학저널 <미국립과학한림원 회보(PNAS)>에 낸 논문에서, 고성능의 전자현미경을 이용해 편모 달린 박테리아 종들의 ‘모터’ 부위를 나노미터 수준으로 관찰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자세한 형상을 담은 3차원 이미지를 제작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전자 냉동-단층촬영술(electron cryo-tomography)’이라는 방법을 사용해 박테리아들을 섭씨 영하 180도로 급냉시켰다. 이렇게 하면 박테리아의 구조를 파괴할 수 있는 얼음 결정의 생성을 막을 수 있다. 이 덕분에 연구자들은 급랭된 모터 부위의 이미지를 모든 각도에서 얻을 수 있었고 이런 이미지를 바탕으로 3차원 모형을 만들 수 있었다.” (임페리얼대학교 보도자료)


이렇게 해서 얻은 관찰 결과를 보면, 모터 구조에서 회전력을 생성하는 데에는 원반 모양의 복합체가 큰 구실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복합체가 여럿일수록, 더 긴 반경을 지닐수록 회전력은 더욱 커졌다.


일례로, 식중독균인 캄필박터 제주니(Campylobacter jejuni)는 식중독균 살모넬라(Salmonella)과 비교할 때 모터 둘레의 원반 구조물을 2배나 더 많이 갖추고 있었으며 이런 구조물 덕분에 큰 회전력을 내어 더욱 강한 헤엄치기 능력을 보일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되었다. 이런 박테리아들의 회전력은 위장의 점액질을 뚫고 나갈 정도라고 한다.


임페리얼대학 보도자료를 보면, 위장내 점액 환경에서 살지 않는 다른 박테리아들에서는 이런 강한 회전력의 모터 구조가 덜 발달되어 있었다. 예컨대, 콜레라를 일으키는 비브리오 균(Vibrio cholerae) 같은 박테리아들에서는 회전력이 이보다 약한 구조가 관찰됐다.

00bacteriaMotor33.jpg » 편모 운동 박테리아에 달린 이른바 '모터'의 여러 구조 이미지. 박테리아를 고성능 전자현미경으로 여러 각도에서 관찰하고 그 자료를 모아 모터 구조의 3차원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출처/ 임페리얼대학

박테리아들 운동력의 비밀을 풀려는 연구는 이전에도 있었다. 지난해에는 미국 하버드대학 연구진이 편모가 없어 헤엄치기 대신에 미끄러짐으로 이동하는 박테리아들을 관찰해, 이런 박테리아에 많은 섬모(filaments)가 달려 회전 모터의 구실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결과를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발표했다. 지난 2010년엔 스위스와 독일 연구진이 대장균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박테리아들이 자신의 헤엄치기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박테리아들은 대체로 1초에 제몸 길이의 30배 되는 거리를 이동할 수 있으며 종별로 그런 속도에는 차이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테리아의 이동을 일으키는 모터 구조를 비교적 자세하게 보여주는 이미지가 제시된 것은 이번 임페리얼대학 연구진의 연구결과가 처음이라고 한다.


  논문 개요(Significance)

많은 박테리아들이 나선형 프로펠러를 이용해 헤엄친다. 흥미롭게도, 다른 박테리아들은 서로 다른 헤엄치기 능력을 보여주는데 그것은 끈적한 액체(예컨대 위장내 점액)를 뚫고 나아가는 일부 박테리아의 능력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다른 박테리아들은 이런 점액에서 전혀 이동하지 못한다. 우리는 3차원 전자현미경을 사용해 그런 차이가 토크(회전력)를 생성하는 모터의 구조로 설명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큰 토크를 생성하는 서로 다른 두 가지 모터는 장내 모델 박테리아에 비해서 구동축(axial driveshatf)에서 더 먼 반경에 토크 생성 복합체를 추가로 자리잡게 한다. 이런 자리배치가 편모를 회전할 때에 더 큰 발판장치(leverage)를 이용하여 더 큰 토크를 생성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흥미롭게도, 이런 토크 생성 복합체들(torque-generating complexes)은 보존되며 분화한 구조의 계통(family)에 의해서 더 먼 반경 위치에 만들어지는데, 이는 토크 산출형의 변화(reconfiguring)가 오랜 기원을 지닌 것임을 시사한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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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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