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어린 오이 껍질에 솟은 독침?

'2011년 과학과 공학 시각화' 국제대회 입상작들



00visual_AAAS_NSF7오이 표면의 가시 돌기들. 작가/ Dr. Robert Rock Bellivea, 출처/ Science, NSF


기가 오른 곤충이나 파충류의 발톱 같은 모습입니다. 하지만 겉보기와는 달리 이 모습은 어린 오이의 표면에 나 있는 가시 모양의 돌기들입니다. 현미경으로 800배 확대해 본 모습입니다. 덜 자란 오이의 표면에는 바늘 굵기의 40분의 1 정도 되는 매우 가는 가시들이 빽빽히 형성돼 있다고 합니다. 가시 모양의 아래쪽에는 둥근 부분이 있는데 이곳에는 실제로 초식동물이 자신을 잡아먹지 못하도록  보호하는 독성 물질이 담겨 있다고 하네요.


이 사진은 미국과학재단(NSF)과 과학저널 <사이언스>가 과학의 데이터, 원리, 개념을 시각화하는 시도를 장려하고자 지난 9년 동안 해마다 열고 있는 '국제 과학과 공학 시각화 챌런지' 대회에서 수상한 작품 중 하나입니다. '2011 챌린지'에는 33개국 212개 작품이 출품되었다고 합니다. <사이언스>는 2011년 수상작을 최근에 발표하면서 과학 시각화 작업의 의미와 관련해서 "이런 (고학 시각화) 기술은 과학자들 사이에서, 그리고 과학자들과 일반 대중, 특히 학생들 사이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중요하다"며 "급속히 발전하는 기술의 변화로 데이터 시각화에도 새로운 장이 열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입상작에는 사진, 그림(일러스트레이션), 게임, 동영상 부문에서 모두 18개 작품이 선정되었습니다. 몇몇 작품들을 감상해보겠습니다.

[ 2010년 입상작을 감상하려면... - [뉴스] 에이즈 바이러스의 정교한 3차원 모형 선봬 ]



00visual_AAAS_NSF22차원 세계의 절벽. 작가/ Babak Anasori/Michael Naguib/Yury Gogotsi/Michel W. Barsoum/Drexel University, 출처/ Science, NSF


그 끝이 아슬아슬한, 영락 없는 절벽으로 생각하겠지만 착각입니다. 3차원의 티타늄-알루미늄 카바이드 화합물(Ti3AlC2)을 풀루오르화 수소산에 담가, 알루미늄 분자 층만을 선택적으로 식각(제거)함으로써 나머지 화합물질이 절벽 같은 모습을 형성했었습니다. 알루미늄이 제거되어 생긴 얇은 판 화합물(Ti3C2)은 원자 5개 정도의 두께로 '사실상 2차원'의 박판인데, 이런 2차원 나노물질 층들이 켜켜이 쌓인 모습을 들여다보니 거기에 거시세계의 절벽이 있었던 것입니다. 저 나노미터 세계의 절벽 끝에 선다면, 그 아슬아슬한 장면은 어떨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해봅니다.



00visual_AAAS_NSF대사물질로 재현한 눈. 작가/ Bryan William Jones/University of Utah/Moran Eye Center, 출처/ Science, NSF


나무의 단면에 나타난 나이테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쥐의 눈동자 단면입니다.  쥐의 눈동자 세포들에는 3가지의 항체 물질이 존재하는데 부위별로 그 3가지의 농도는 서로 다르다고 합니다. 이 3가지 항체에다 빨강, 파랑, 초록의 색깔을 부여했더니 눈동자에서 70가지의 서로 다른 세포 유형들이 확연히 드러났습니다. 서로 다른 눈동자 세포들이 나이테를 그리듯이 여러 원 모양을 이루면서 분포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사진 부문의 1등상 수상작입니다.



00visual_AAAS_NSF8부분.


00visual_AAAS_NSF3전체. 작가/ Miguel A. Aragon Calvo/Julieta Aguilera/Mark SubbaRao, 출처/ Science, NSF


마치 화사한 꽃잎들이 널려 있는 모습이 연상됩니다. 이 그림을 표지에 실은 <사이언스>는 "사이언스의 이번 주 표지는 오렌지 색깔의 꽃이 장관을 이루었지만 사실 보기와는 달리 우주에 펼쳐진 빈 공간(void)의 네트워크를 형상화한 그림"이라고 이 작품을 소개했습니다. 중력의 이끌림으로 인해 우주 물질들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우주에는 거대한 빈 공간이 형성됩니다. 관측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성된 그림에서 빈 공간 하나의 크기만 따져도 수천만 광년이나 된다 하니, 실로 거대한 우주의 구조가 이 한 장의 그림에 축약돼 있는 셈이겠군요.  또한 우주의 거대 구조를 지배하는 것은 이런 거대한 빈 공간들의 네트워크이니, 빈 공간은 그저 비어 있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보통 물질은 그런 빈 공간의 가장자리, 즉 실처럼, 무리처럼, 벽처럼 모여 있는 곳에서 나타나는 것임을 이 그림에서 볼 수 있습니다.



00visual_AAAS_NSF4단백질 구조 예측 게임인 '폴드잇(Foldit)'. 작가/ Seth Cooper et al. 출처/ Science, NSF


쌍방향 게임 부문에서 1등상은 역시 이미 널리 알려진 단백질 접힘 게임인 '폴드잇(Foldit)'이 차지했습니다. 복잡하디 복잡한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프로그램을 온라인 게임으로 만들어서 수많은 네티즌들이 참여할 수 있게 함으로써, 놀이와 연구를 실제로 연계시켰던 게임이지요 ([뉴스] 게임을 해서 노벨상을 받는다구요?). 아래에는 이 게임을 실행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입니다.




00visual_AAAS_NSF9동영상 갈무리

동영상. 세포 내부의 3차원 구성. 작가/ Graham Johnson et al., 출처/ Science, NSF


동영상(비디오) 부문에서 1등상과 인기상을 차지한 작품입니다. 세포 내부의 물질 구성 비율을 3차원으로 묘사했습니다. 미토콘드리아와 세포핵을 비롯해 갖가지 세포 내부 물질의 구성 비율을 간단한 그림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미토콘드리아와 핵은 전체 세포의 부피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겉보기와 다르다는 사실을 이 동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00visual_AAAS_NSF6다양한 형상의 탄소나노튜브들. 작가/ Joel Brehm, 출처/ Science, NSF


나노 테크놀로지라는 새로운 연구 분야가 등장했던 초기에 이 분야를 널리 알린 대표적인 나노 구조 물질은 역시 탄소나노튜브였습니다. 이제는 탄소나노튜브의 길이와 지름을 조절하는 기술까지 개발되었습니다. 다양한 지름을 지닌 탄소나노튜브의 모습을 구현한 3차원 그림입니다. 나노 과학과 기술이 성장하면서, 10억 분의 1m를 뜻하는 '나노(nano) 미터'의 미시 세계는 우리에게 경이로운 미시의 또다른 세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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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영상, 시각화, NSF, Science
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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