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드라이브’ 적용 시기상조, 제한적 연구는 계속”

미국과학단체 10개월 논의 보고서, 첫 가이드라인 구실

“격리된 곳 야외시험 거쳐야” “환경생태 영향평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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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GeneDrive2.jpg » 멘델 유전과 유전자 드라이브 유전을 비교해 보여주는 그림. 유전자 드라이브는 그레고어 멘델이 1866년에 처음 제시한 유전 법칙의 예외로서 종종 얘기된다. 멘델 유전(왼쪽)에서는, 자손들이 어떤 유전자(d 또는 D)를 물려받을 가능성이 평균 50%에 달한다. 유전자 드라이브(오른쪽)의 경우에, 자손들은 거의 언제나 표적 유전 요소(그림에서 어두운 자줏빛 표시)를 물려받는데, 그 결과물로서 특정한 유전형(genotype)이 선택적으로(preferential) 증가하게 된다. 이상적인 그림에서,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표적 유전 요소는 결국에 100%의 개체들에서 나타난다. 설명문과 출처/ NAS 보고서 요약판


정한 유전 형질이 후세대에 선택적으로 빠르게 퍼지도록 하여 결국에 생물종 전체 개체의 유전자 구성을 바꿀 수 있다는 구상인 ‘유전자 드라이브(gene drive)’는 모기가 매개하는 말라리아나 지카 같은 질병을 퇴치하는 유력한 수단으로 주목받기도 하지만 되돌릴 수 없는 생태계 훼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경고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공신력 있는 첫 번째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것으로 여겨지던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NAS) 산하 전문가 위원회가 오랜 논의를 거쳐 유전자 드라이브 연구는 제한적으로 계속되어야 하지만 이 기술을 자연 환경에 적용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요지의 견해를 제시했다.


00GeneDrive1.jpg » 보고서 <떠오르는 유전자 드라이브(Gene Drives on the Horizon)>의 표지. 여러 해외 매체들(사이언스, STAT)의 보도를 보면, ‘비인간 생물에 대한 유전자 드라이브 연구’라는 이름의 전문가 위원회는 10개월에 걸친 논의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내어 “유전자 드라이브로 변형된 생물체의 환경 방사를 지지할 만한 증거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 “[그러나] 높은 수준의 통제가 이뤄지는 야외시험(field trials)은 계속돼야 한다”며 이런 결론을 제시했다.


그동안 일부에서는 말라리아나 지카 등의 감염 질환을 옮기는 모기 종을 퇴치하기 위해서 유전자 드라이브 기술을 써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게이츠재단 등이 이를 지지하고 나서면서 논란을 빚어왔다.


유전자 드라이브는 특정한 유전 형질이 세대를 거치며 우선적으로 유전될 수 있도록 하는 생명공학 기법으로, 이 기술을 적용하면 생애가 짧은 곤충이나 식물에서 이런 특정 유전 형질이 빠르게 확산하여 결국에는 특정 생물종 전체 개체에서 원하지 않는 유전 형질을 몰아내고 원하는 유전 형질만이 나타나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유전자 드라이브는 (보고서의 설명)

“유전자 드라이브는 어떤 유전 요소가 번식 과정을 통해 부모에서 자손으로 전해지는 능력이 증강된 편향 유전(biased inheritance) 시스템을 말한다. 그러므로 유전자 드라이브의 결과는 특정 표현형(phenotype)을 결정하는 유기체의 유전적 구성인 특정 유전형(genotype)의 선택적 증대(preferential increase)로 나타난다. 그것은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이어지며 잠재적으로는 개체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보고서, 14쪽)


00GeneDrive3.jpg » 감염성 질환을 옮기는 모기 종들이 유전자 드라이브의 대상으로 자주 거론된다. 출처/ Wikimedia Commons 그러나 이런 유전자 드라이브 구상을 구현하기는 쉽잖은 문제였는데, 근래 몇 년 새에 유전체 편집/교정 기술인 ‘유전자 가위’(크리스퍼-카스9/CRISPR-Cas9) 기법이 등장해 발전하면서 그 가능성이 현실감 있게 제시돼 왔다.


예컨대 말라리아 저항성 유전자처럼 원하는 형질의 유전자에다 ‘유전자 가위’를 심어둔다면, 이 유전자(유전자 가위를 갖춘)와 쌍을 이루는 대립형질의 유전자(대립유전자)를 만날 때 유전자 가위가 그 대립유전자를 잘라냄으로써 대립형질 유전자는 유전되지 못하고 원하는 말라리아 저항성 유전자만을 후세대에 더 빠르게 퍼뜨릴 수 있게 한다는 게 기본 개념으로 이해된다 (아래 그림 참조). 크리스퍼 유전자 드라이브 기법은 생애가 짧은 생물체에 적용될 때 특정 유전 형질을 정확하고 빠르게 퍼뜨릴 수 있는 현실적인 기술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00GeneDrive4.jpg » 동영상 https://youtu.be/KgvhUPiDdq8


유전자 드라이브 기술은 공중보건(사람들한테 감염병을 옮기는 생물종 제어), 생태계 보존(다른 생물종의 생존을 위협하는 생물종 제어), 농업(작물에 해를 끼치는 생물종 제어), 그리고 기초 연구(모형 동물 연구)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제시되어 왔다.


크리스퍼/카스9 기술의 등장과 더불어, 생물학자들은 공중보건 위협, 생물종 보존, 농업 보호 같은 문제에 대처하고 또 진화유전학 기초 연구를 진전하기 위한 유전자 드라이브의 폭넓은 응용을 제안해왔다. 예를 들어, 유전자 드라이브는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에 대해서 살충제 사용이나 서식지 제거와 같은 몇 가지 방법들과 결합해 개채군 통제 통합전략의 일환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유전자 드라이브 기술은 중요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유전자 드라이브 기술은 복합적이고 해법이 난해한 문제들, 특히 해법이 제한적이거나 아예 없는 부재한 문제들을 처리하는 데에 중요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카 바이러스, 치쿤군야, 웨스트나일 바이러스와 같은 모기 매개 질환이나 다양한 ‘소외 열대 질환들’은 효과적인 치료 선택지가 별로 없거나 중/저 소득 국가에서 감염자들이 그런 치료에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에 파괴적인 지경이 될 수 있다.” (보고서, 16쪽)


위원회 보고서는 유전자 드라이브의 이런 잠재적 쓰임새들을 검토하면서 이와 함께 안전성 논의나 규제보다 더 빠른 속도로 기술적 발전을 거듭하는 유전자 드라이브 기술이 실제 자연에 적용되었을 때 예기치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예컨대 뎅기 바이러스를 옮기지 못하도록 모기 유전자를 바꾸면 모기가 그 대신에 다른 감염 질환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으며, 자손을 낳지 못하게 해 모기를 멸종시킨다면 그것이 생태계 균형을 어떻게 흐트릴지도 예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STAT 뉴스 보도) 보고서는 유전자 드라이브 기술을 적용하는 논의에서 환경, 사회, 경제의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런 기술의 적용에 대한 열정은 이 보고서에서 이후에 다뤄질 여러 가지 과학적, 윤리적, 법률적, 사회적 요인들에 의해서 정련되어야 한다. 빠르게 발전하는 이 분야[크리스퍼/카스9, 유전자 가위 연구 분야]의 특징이 또한 우려 사항이 된다. 예컨대 장기적인 환경 영향 연구를 수행하는 것과 비교할 때, 어떤 생물체들의 개체군을 억제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더욱 간편하고 훨씬 더 빠를 수 있다. 생물안전성(biosafety)과 생물안보(biosecurity)를 관장하는 규제적 시스템은 과학적 진보에 의해 추월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일부 과학자들이 [먼저 나서서] 책임있는 실험실 실행을 제안하기에 이르렀다.” (보고서, 16쪽)


다음은 “단계적 접근(phased approach)”을 제시한, 위원회 보고서의 요약판 일부이다.


“유전자 드라이브로 변형된 생물체는 벌레가 매개하는 감염병의 퇴치나 멸종위기종의 보존과 같은 해결하기 힘든 도전과제를 다루는 데에서 희망이 되고 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몇몇 실험실에서 이뤄진 기술검증용(proof-of-concept) 연구들은 유전자 드라이브로 변형된 생물체를 환경에 방출하자는 결정을 지지할 만큼 충분하지는 않다. 유전자 드라이브 기술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생물체와 생태계에 초래할 수 있는 잠재력이 지니고 있기에, 견실한 위험 평가 방법이 요청된다. 검증, 이해당사자와 공중 참여, 분명한 규제적 감독에 대한 단계적 접근이 이뤄질 때 새로운 지식 발전을 위한 유전자 드라이브 관련 연구도 예방적이며 점진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보고서 요약판)


위원회 보고서는 유전자 드라이브에 대한 단계적 접근을 제시하면서, 특히 야외시험의 단계에서 유전자 드라이브 개체들이 주변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도록 야외시험은 지리적으로 격리된 섬 같은 곳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보고서는 위험이 생물종마다, 유전자 드라이브 유형마다, 다르기에 위험 평가는 사례별로 달리 이루어져야 한다고 권고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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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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