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작은 곤충세계의 경이를 보여주는 '세밀화'

_올해의 과학책 - 4월 서평___

문지문화원 사이와 사이언스온 공동기획


00utopia3 » <곤충의 유토피아> 책 표지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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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의 유토피아
정부희 지음 | 상상의숲


대중의 흥미를 크게 끌 것으로 예상되지 않는 주제로 책을 쓴다는 것은 자신이 연구하는 주제에 대한 지은이의 깊은 애정과 노력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 책의 저자인 ‘정부희’ 박사는 이런 소수의 과학자 중 한 분이다. 사실 정 박사의 전작 <곤충의 밥상>이라는 책을 흥미롭게 읽고 관심을 가진 적이 있었는데, 이 책은 그 후속편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학 대중서들 중에서, 쓰기는 힘든데도 잘 팔리지 않는 대표적인 유형이 자연에 존재하는 생물들에 관한 책들이다. 물론 개미나 숲에 대한 대중서들에는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릴 몇몇 책들이 있지만 이는 매우 예외적인 현상이고, 무척추동물, 어류, 조류, 식물에 대한 책은 흔히들 식상한 주제라고 생각하고, 따라서 널리 읽히지 않는 특징이 있다.



비인기 종목 ‘자연사’를 멋지게 다룬 책


과학 관련 서적 자체가 인기를 끄는 경우도 드물지만 특히나 이런 자연사 관련 책들의 인기가 더 없는 이유로는 몇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주위에 흔히 보이는 존재라 여겨 많은 독자들이 새로울 게 없다고 느낀다는 점이다. 18년 전 쯤 인천공항이 들어서기 전에, 영국에서 온 철새 전문가를 데리고 영종도에 배를 타고 들어간 적이 있다. 그 분은 한국의 철새 도래지를 보고는 흥분하며 자료를 수집했지만, 정작 그 동네에 사시는 분들은 의아해 했다. 새가 천지인데 뭐 볼 것이 있다고 그리 먼 곳에서 이곳까지 왔느냐며.


또 다른 이유로는 우리나라가 이룬 급격한 도시화 그리고 의무교육 기관의 자연사 교육 부재를 들 수 있다. 주변에서 자연을 관찰할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반면에, 강제로라도 자연을 경험하고 배울 수 있는 학교 교육 프로그램은 전무하다시피 하다. 알지 못하니 관심이 없고, 관심이 없으니 더 안 보이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세 번째는 아마도 이런 주제를 다루는 필자들의 전달 능력 부족을 들 수 있겠다. 대중의 눈높이를 잘 생각하지 않고 쓴 어렵고 지루한 과학 서적이나, 혹은 지나친 ‘의인화’로 도배한 생물 이야기는 모두 독자의 관심을 끌기에 부족한 경우가 많다.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곤충의 유토피아>라는 책도 이런 ‘난감한 주제’를 다룬 것들 중 하나이다. 대중의 흥미를 크게 끌 것으로 예상되지 않는 주제로 책을 쓴다는 것은 자신이 연구하는 주제에 대한 지은이의 깊은 애정과 노력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 책의 저자인 ‘정부희’ 박사는 이런 소수의 과학자 중 한 분이다. 사실 정 박사의 전작 <곤충의 밥상>이라는 책을 흥미롭게 읽고 관심을 가진 적이 있었는데, 이 책은 그 후속편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00utopia2 » <곤충의 유토피아> 책 표지 일부.

 


저자의 풍부한 자료, 경험과 글솜씨


곤충 연구가 국내에서는 그리 인기 있는 주제가 아닌데도 이 분야에서 꾸준히 연구를 수행한 점 뿐 아니라, 그 공부의 열매를 대중을 위한 과학서 집필로 연결하는 용기를 높이 사며, 이런 이유로 책 내용을 소개하기에 앞서서 저자에 대해 잠시 언급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정 박사는 영어교육학과를 졸업한 뒤 나이가 들어 다시 생물학을 공부하고, 특히 곤충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독특한 경력을 지니고 있다. 분자생물학이나 세포생물학이 판치는 세상에 자연을 사랑해서 풀이나 새를 보고 돌아다니가 결국에는 곤충을 주제로 박사학위 공부를 한다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또 이것을 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글로 옮긴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 어려운 일을 자신만의 필체로 훌륭히 수행했다. <파브르의 곤충기>에 비교할 정도라는 이 책의 광고 문안이 그냥 허튼 소리는 아닌 것 같다. 저자는 곤충을 자세히 관찰하고 많은 정보를 얻었을 뿐 아니라, 이를 비전문가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뛰어난 글솜씨를 가지고 있다. 추측컨대 학부 때의 인문학 공부가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도 해보고, 다양한 학문을 섭렵하는 것의 장점을 잘 보여주는 예라고도 혼자 생각해 본다. ‘소금쟁이’에 대한 절에서 이태백의 ‘월하독작(月下獨酌)’으로 시작하는 구절은 이 책의 재미를 더해준다.


주변의 자연에 대한 책들을 읽다보면 가장 먼저 어려움을 느끼는 것들이 생물의 이름이다. 내 자신도 미생물 생태학을 전공한다고 하지만, 야외에 나가서 만나는 식물이나 동물의 이름을 외우는 데에는 잼병이다. 저자는 이러한 독자들을 위해 물에 사는 곤충들의 이름을 기억하기 쉽도록 여러 가지 흥미로운 얘기들과 연결해 소개하고 있다. 예를 들면, 식물이나 곤충의 이름에서 많이 보이는 ‘어리’라는 단어의 쓰임새가 무엇인지, 우리가 흔히 보는 ‘소금쟁이’라는 이름의 어원이 무엇인지 등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보면 자연에서 만나는 곤충이나 식물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이 훨씬 쉽게 느껴진다. 아무 지식도 없이 그냥 야외로 나가서는 그냥 풀과 흙과 벌레들만 보게 될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말하는 바와 같이, 거기에 살고 있는 생물들이 무엇인지 또 어떤 습성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살펴본다면 실개천의 작은 돌 하나 아래에서도 많은 경이로움을 찾을 수 있으리라.


저자는 서식하는 장소에 따라 곤충을 크게 ‘헤엄치는 곤충’, ‘모래집 짓는 곤충’, ‘흙냄새 맡는 곤충’으로 구분하여 총 29가지의 곤충을 소개하고 있다. 각각의 곤충에 대한 서식지나 생활 습성을 재미있는 필치로 소개하고 있으며, 특히 이전 책인 <곤충의 밥상>과는 겹치는 곤충이 없이 모두 새로운 종들을 소개하고 있어 흥미롭다. 곤충에 대한 작가의 풍부한 자료와 경험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00utopia1 » <곤충의 유토피아> 책 표지 일부.

 


자연사 책을 더 빛냈을 사진과 삽화, 그러나..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지구상의 '생물다양성 (Biodiversity)'에서 알려진 종의 수로 치면, 90만 종 이상이 알려진 곤충의 비중이 가장 크다. 더욱 놀라운 것은 현재 알려진 생물들 중에 곤충의 종 수가 가장 많을 뿐 아니라, 지금 알려진 종 수의 수 십 배 이상이 실제 존재할 것이라는 추정이다. 우리가 아마존 강 열대우림에서 숲을 불태워 버린다면 우리가 채 알아차리기도 전에 수많이 종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게 될 것이다. 또 깊은 골짜기의 강바닥을 긁어버린다면 마찬가지 일이 벌어지리라. 엄청난 종 수를 자랑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가장 잘 모르는 생물 중 하나인 곤충에 대해 이 책은 작은 소개를 하고 있다.


위에서 말한 여러 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대한 몇 가지 아쉬운 점을 집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가장 큰 불만 사항은 책의 편집이다. 이 책의 특성상 다양한 곤충의 사진과 삽화는 필수적인 내용이다. 그런데 사진들을 살펴보다 보면, 어려서 읽던 백과도감이나 자연도감과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텍스트의 배열도 독자들의 눈을 편하게, 그러면서도 시선을 끌 수 있는 디자인과는 거리가 있다. 글의 흥미를 더해줘야 할 사진들 때문에, 흥미롭게 읽어가던 글의 흐름이 끊어진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점이다. 사진이나 도해에 의존해야 하는 과학 서적들에서는, 독자들과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편집과 시각 디자인에 대한 더 많은 연구와 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민망하게도 책 값에 관한 것이다. 아마도 많은 사진과 두꺼운 겉장(하드 커버) 때문에 이렇게 되었겠지만 4만5천원이나 하는 책 값이 녹록치는 않다. 우리 출판계의 오래된 문제이긴 하지만, 얇은 겉장(소프트 커버)으로 출판하는 방법은 없었을지, 사진의 양이나 색도를 줄여서 좀 더 얇은 종이로 인쇄할 방법은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만한 책값을 쉽게 감당할 수 있는 전문 곤충학자라면 더 전문적인 분류 도감에 손이 갈 것이고, 아마도 이 책을 흥미롭게 읽을 독자는 자연에 대한 관심을 가질 젊은 혹은 어린 학생들 일테니 말이다.


마지막으로는 과학적 내용에 대한 서술 방식이다. 꼭 이 책만의 문제가 아니라 동물이나 식물 생태학 교양서적의 대부분의 문제이겠지만, 내용이 지나치게 ‘서술적(descriptive)’이다. 과학의 중요한 방법론과 목적 중 하나는 ‘기작(mechanism)’을 밝히는 것이다. 과학자가 할 일은 단순히 자연의 신비로운 모습을 드러낼 뿐 아니라, 왜 그러한 일이 벌어지는가에 대해 추론하고 이를 실험적인 방법으로 보여주어야만 한다. 이러이러한 현상이 신기하다는 식의 곤충에 대한 묘사만으로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런 곤충의 행태가 왜 나타났고, 그것이 자신의 생존과 번식에 어떻게 유리한지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이 부가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곤충에 대한 저자의 자료가 이 책에서 멈추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곤충의 섭식과 서식지에 대한 책들에 이어, 앞으로는 곤충의 어떤 면을 보여줄 것인가도 흥미롭다. 동시에 이 책에서 아쉽게 느꼈던 점들을 개선한 더 좋은 책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도 또한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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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강호정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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