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유출돼 자라는 GMO, 생태·유기농 위협..정보공개를"

[GMO 국내 유출 사태에, 시민환경단체 긴급 토론회]


"전국 11곳에서 유출된 GMO 싹 틔워 자라... 강원도에도 GM 옥수수 발견"

"2010년 조사에선 재배농지서도 유출 발견... 작물간 교잡 오염 가능성 커"

환경과학원 "책임공방 우려뿐, 정보공개 거부 아니다... 공개 다시 검토 중"


00GMO » 'GMO 유출 대응을 위한 긴급 토론회'. 사진/ 오철우       


“2009년 조사에서 전국 26곳에서 유전자 조작 작물(GMO)의 씨앗이 야생으로 유출되고 그 중 11곳에서는 GMO 씨앗이 싹을 틔워 작물의 형태로 자라는 게 확인됐습니다. 게다가 지난해 조사에선 GMO가 재배지에도 유출된 게 발견됐다는데, 정부당국이 이토록 중요한 정보의 공개를 거부하는 건 도대체 뭡니까?”   00GMcorn » 사료 공장 주변의 텃밭에서 유전자 변형(유전자 조작) 옥수수가 자라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제공


지난 6일 낮 서울 장충동 생활협동조합 ‘한살림’의 교육장에서 열린 ‘GMO 유출 대응을 위한 긴급 토론회’에 참석한 시민·환경단체와 생협 관계자들은 “그동안 우려했던 GMO 유출이 사실로 드러났는데도 어디에서 어떤 품종이 어떻게 유출됐는지에 관한 정보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이로 인해 생태계 교란이 우려될 뿐 아니라 유출 지역 인근에 있는 애궂은 유기농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이날 GMO 종자 유출에 대해 시민·사회단체와 생활협동조합이 강력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사태의 발단은 지난해 11월30일 <국민일보>가 국립환경과학원 조사결과를 인용해 “유전자조작 생물이 전국 생태계에 누출된 사실이 정부 조사결과 최초로 공식 확인됐다”고 전한 보도였다. 이 신문은 “국내 식품·사료 공장 등 228곳을 조사한 결과 26곳에서 유전자조작 생물(GMO)이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특히 11곳에서는 싹을 틔워 자라고 있는 상태로 발견됐고 나머지 15곳에선 알곡 상태로 발견됐다”고 전했다. GMO의 야생 유출이 발견된 지역은 인천, 충남 천안·논산, 강원 원주·횡성, 전북 김제, 전남 나주, 경북 경주 등 전국적 분포를 보였다고 전했다. 현재 국내에는 콩, 옥수수, 면화씨(면실), 유채씨(채종) 등이 주로 사료·식품가공용 GMO로 수입되고 있다.  


GMO 씨앗의 유출은 생태계 교란과 생물다양성 감소를 초래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국내 법률에서도 GMO 심사·수입 승인, 유통 체제를 까다롭게 다루고 있다. 그동안 GMO를 둘러싼 논란에서도 GMO 야생 유출에 대한 우려가 쟁점으로 부각됐는데, 이번에 GMO 유출이 실제 일어날 수 있음이 공식 확인되면서 GMO 반대 활동을 해왔던 시민·환경단체 쪽이 강하게 문제제기를 하고 나선 것이다.  


보도 이후에 유기농을 해왔던 여성농민회, 가톨릭농민회 일부 조직과 GMO에 반대해왔던 시민환경단체들이 민감하게 움직였다. 지역의 농업기술센터나 농산물품질관리원 등에 대한 항의방문이 이어지고, 지방자치단체들도 큰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GMO 씨앗이 환경에 유출되고 자라는 일이 확산된다면, GMO와 비GMO 작물 간의 교잡 가능성도 우려되고 결국에는 토종 작물이나 유기농에도 교잡 오염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토론회를 주관한 GMO반대생명운동연대의 좌수일 집행위원은 “2009년 조사 결과를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과정에서 GMO가 운송로, 축사, 인근 텃밭 등 장소 이외에 재배지(일반 농지) 안에도 유출되었음이 2010년 조사결과에서 확인됐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며 GMO 유출이 상당한 정도로 이뤄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했다. 이 단체는 토론회 직전에 낸 보도자료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국내 옥수수 주산지라 할 수 있는 강원 지역에서도 작물의 형태로 자라는 GM 옥수수가 발견됐다는 점"이라며 "GMO 종자와 다른 종자의 교잡이 공식적으로 확인되면 국내산 옥수수라 해도 유전자 조작 전수검사를 실시해야 하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며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GMO가 토종 작물과 유기농을 위협할 수 있다는 현실적 우려도 제기됐다. 2009년 조사에서 GMO 유출 지역으로 나타난 곳 가운데 상당수는 공교롭게도 토종 씨앗을 채집하는 곳의 인근 지역이어서 토종 종자의 오염 가능성마저 있다는 우려도 농민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심문희 전국여성농민회 토종씨앗사업단장은 “3년 전부터 토종 옥수수 종자 사업을 해왔는데, GMO 옥수수 유출 지역이 이런 토종 씨앗 생산 지역과 겹쳐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구체적인 유출 지역을 자세히 밝히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앞으로 ‘GMO 유출 실태’ 정보를 공개하라는 정보공개 청구소송을 벌이고, 유출된 GMO가 어떤 품종이며 언제 승인됐는지 따져 GMO 심사와 수입 승인 자체를 취소할 것을 요구하기로 대체로 의견을 모았다. 송기호 변호사는 “정보공개 청구소송을 하면 승소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지만 소송을 진행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려 필요한 정보를 당장 얻기 힘들다”며 “다른 현실적인 대응책들이 함께 논의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립환경과학원의 관계자는 "2009년 조사에서 GMO 유출이 확인된 것은 사실이지만 누구한테 유출의 책임이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 부분까지는 아직 명확하게 밝히지 못해 자칫 정보가 공개될 때 '증거 없는 불필요한 책임 공방'이 이어질 것을 우려해 정보공개에 소극적이었던 것"이라며 "정보공개를 거부한 게 아니며 현재 공개 여부를 다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2010년 조사에서 재배지에서 일부 GMO가 발견됐으나 농지는 환경부 소관 사항이 아니라 충분한 검토를 하지 못하고 있다"며 "2010년 조사보고서를 정식으로 낼 때에는 이 문제에 대해서도 공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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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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