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우리은하 중심엔 태양질량 수백만배 블랙홀이

 

   

은하와 블랙홀의 공생 (1)

이형목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center » 1995년부터 2008년까지 우리 은하 중심부에 있는 별의 궤적을 관측한 결과. 여기에는 7개의 별이 보이고, 옅은 색깔에서 짙은 색깔로 시간이 변해간다. 점선은 은하 중심부에 태양 질량의 약 400만 배의 블랙홀이 있다고 가정하고 구한 이론적인 궤도이다. (사진 출처: Keck/UCLA 은하 중심 연구 그룹 홈페이지, http://www.astro.ucla.edu/research/galcenter/)    

  변화하는 은하

 

line » ■ 이 글은 고등과학원이 내는 간행물인 <과학의 지평>(41호, 2009년 8월)에 실렸던 이형목 교수의 글입니다. 천체물리학 전문가가 쓴 이 글을 고등과학원과 저자의 허락을 받아 웹진에 두 차례로 나누어 옮겨 싣습니다. 사이언스 온은 앞으로도 전문가들의 좋은 글들을 더 많은 이들과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글의 게재를 허락해주신 고등과학원과 저자한테 감사드립니다. -사이언스 온 편집자

우주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는 은하이다. 우리가 볼 수 있는 우주에는 수천억 개의 은하가 있다고 추정되고, 이러한 은하들의 공간적 분포 양상을 우주의 거대 구조라 부른다.

 

우주론에서 은하는 마치 물질을 이루는 기본 입자인 원자와 같은 존재로 간주되지만 각각의 은하 역시 수많은 별과 암흑 물질, 그리고 가스 등이 섞여 있는 매우 복잡한 천체이다. 마치 똑같은 얼굴을 가진 사람이 없는 것처럼 은하의 모습도 모두 제 각각이다. 천문학자들은 은하를 크게 타원 은하와 나선 은하로 나누지만 정확히 구별되지 않는 경우도 많이 있고, 같은 분류 내에서도 그 성질과 모습이 매우 다양하다.

 

은하의 모습이나 특징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은 무엇인가 하는 문제는 최근 우주론이나 은하 형성론, 또는 진화론에서 규명하려고 하는 여러 질문 가운데 하나이다. 은하는 어떤 형질을 가지고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다른 은하들과의 상호 작용에 의해서 계속 변화를 겪기도 한다는 것이 점차 명확해지고 있다.

 

은하는 생성된 이래 다른 은하들과 충돌하면서 여러 차례 합병을 겪기도 하고, 직접적인 충돌은 아니지만 근접 상호 작용에 의해 별이나 가스의 분포 등이 크게 변화를 겪기도 한다. 이런 과정에서 새로운 별이 폭발적으로 탄생하거나 별을 만들 수 있는 가스를 빼앗기기도 한다. 은하가 그동안 겪어온 이력을 모두 따라가지 못하는 한 오늘날 은하가 왜 이런 모습을 가지고 있는지 알기는 쉽지 않다. 최근 은하 중심부에는 거의 예외 없이 태양 질량의 수백만 배에서 수십억 배에 이르는 거대한 질량을 가진 블랙홀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풀어야 할 수수께끼가 더욱 늘어나고 있다.

 

 

퀘이사와 블랙홀

 

우주에 질량이 매우 큰 블랙홀이 존재한다는 가설은 퀘이사가 발견되면서 바로 제기되었다. 퀘이사란 ‘별처럼 보이는 전파원(Quasi-stellar Radio Source)’을 줄여 만든 신조어이다. 전파 천문학이 발달되면서 1950년대부터 발견된 전파 광원에 대응하는 천체의 광학 영상을 1960년대 초에 찾아내면서 알려진 퀘이사는 별처럼 작게 보이면서 막대한 에너지를 내는 천체이다. 퀘이사는 불과 몇 시간에서부터 몇 개월 정도의 주기로 광도의 변화를 보이는 경우가 많아 빛을 내는 영역이 아주 좁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광원 크기는 대개 광도 변화 시간에 빛의 속도를 곱한 것이기 때문이다.

 

태양에서 해왕성까지 가는 데 빛으로 6.7시간 걸리므로, 만약 광도 주기가 몇 시간이라면 퀘이사에서 주로 빛을 내는 영역은 태양계 정도의 크기를 가져야 한다. 우리 은하의 크기가 수만 광년이라는 사실과 비교하면 매우 작은 크기이다. 이렇게 작은 천체에서 은하 전체보다 더 밝은 광도를 유지하려면 아주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방출해야 한다. 블랙홀의 크기를 나타내는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은 블랙홀의 질량에 비례하며 해왕성 궤도 정도가 되려면 질량이 태양 질량의 2억 4000만 배 정도가 되어야 한다. 실제 빛을 내는 영역은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의 10배 가까이 되니, 태양 질량의 수천만 배 정도인 블랙홀이 있다면 몇 시간 정도의 주기로 광도 변화를 충분히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블랙홀이 좁은 영역에서 많은 에너지를 낼 수 있는 이유는 중력 에너지가 크기 때문이다.

 

 

우리 은하의 블랙홀

 

블랙홀의 크기는 비슷한 질량을 가지는 다른 어떤 천체보다 작기 때문에 관측으로 구별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태양 질량의 1000만 배 정도의 블랙홀이 약 24000광년 정도 떨어진 우리 은하 중심부에 있다면 그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에 해당하는 크기의 각도는 약 0.02밀리 초이다. 허블 우주 망원경의 분해능이 약 0.1초라는 사실과 비교하면 얼마나 작은 크기인지 알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여러 가지 관측적 사실을 종합하여 우리 은하 중심부에도 질량이 매우 큰 블랙홀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우리 은하 평면에는 많은 양의 성간 티끌이 존재하고 이들은 가시광선을 흡수하거나 산란시켜 중심 방향으로의 관측을 방해한다. 그러나 적외선 파장에서는 티끌에 의한 흡수나 산란 정도가 훨씬 적어진다. 레이저를 발명해 노벨상을 받은 찰스 타운스(Charles Townes)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은하 중심부의 여러 개의 가스 덩어리로부터 나오는 적외선 방출선을 관측하여 이들의 운동을 연구한 결과 태양 질량의 수백만 배에 이르는 매우 무거운 천체가 우리 은하의 가운데 있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이렇게 무겁고 크기가 작은 천체의 가장 강력한 후보는 물론 블랙홀이다.

 

이러한 관측 사실은 곧 가스의 운동이 반드시 중력의 세기를 말해주지는 않을 수 있다는 비판에 부딪쳤다. 사실 가스는 자기장이나 전기장에 의해 아주 빠른 속도로 가속될 수 있다.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의 라인하르트 겐첼(Reinhardt Genzel) 교수는 별의 운동을 측정해야만 이런 논란을 잠재울 수 있다고 판단하여 직접 별의 운동을 측정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하였다. 이들은 적외선 관측을 통해 은하 중심부에 질량이 크고 매우 밝은 별이 있다는 부수적인 연구 성과를 올렸고, 스페클 광학 기술, 능동 광학 기술 등을 개발하고 응용하면서 은하 중심에 매우 가까운 별들의 위치를 반복적으로 측정하여 이들이 실제로 빠른 속도로 천구상에서 움직이고 있음을 발견하였다. 은하 중심부에는 실제로 무거운 천체가 존재해야 한다는 사실에는 변화가 없었지만 그 질량을 정확히 측정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었고, UCLA 연구진이 세계에서 지름이 가장 큰 케크(Keck)망원경을 사용하여 같은 일에 뛰어 들었다. 그림 1에는 1995년부터 2008년까지 UCLA 팀이 관측한 은하 중심부에 있는 별들의 궤적을 보여준다.

 

 이 데이터를 가장 잘 설명하기 위해서는 태양 질량의 약 400만 배 정도 되는 물체가 있어야 한다. 이 물체의 정체는 무엇일까? 위에서 설명한 관측의 공간 분해능이 약 0.1초라는 사실을 이용하면 은하 중심부에 존재하는 물체의 밀도는 최소한 10¹³M pc³은 되어야 한다. 만약 이렇게 높은 공간 밀도가 보통 별들의 집합에 의한 것이라면 우선 밝기가 매우 밝아야 한다. 우리 은하 중심부가 밝기는 하지만 이렇게 밝지는 않다. 반면 광도가 낮은 별인 행성, 백색왜성, 중성자별, 또는 항성 정도의 질량을 가지는 블랙홀 등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면 이들은 역학적인 상호 작용 때문에 지금과 같은 상태를 오래 유지할 수 없다.

 

결국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보건대 블랙홀이 가장 합당한 설명이 된다. 공간 분해능을 높여가면 높여갈수록 블랙홀에 대한 확신은 더 커지게 될 것이다. 최근 궤도 분석을 통해 추정한 결과 우리 은하 중심부 질량은 0.0004pc 이내에 집중되어있음을 알게 되었고, 이는 밀도가 1016M pc³이상임을 의미한다. 페르미온(fermion) 공과 같은 특별한 물질조차 설명하기 어려운 높은 밀도이다.

 

 

X-선 방출선을 통해 본 블랙홀의 모습

 

graph » Suzaku와 XMM_Newton이 활동성 은하인 MCG-6-30-15를 관측해 얻은 철 방출선의 모습. 이온화된 철에서 나온 6.4 KeV의 방출선은 도플러 효과에 의해 폭이 넓어지고 중력 적색이동에 의해 낮은 에너지쪽으로 일그러지는 현상을 보인다. (사진 출처: Miller, J. M., Annu. Rev. Astron. Astrophys. 2007. 45: 441-79)

활동성 은하나 퀘이사가 블랙홀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가설은 이미 1960년대부터 제기되었고 빠른 광도 변화는 그 가설을 뒷받침해주는 강력한 배경이 되었다. 그러나 아무도 직접 보지 않고는 믿지 않는 법이다.

 

일본은 1983년부터 X-선 망원경을 쏘아 올리기 시작하였고 1987년에 깅가(Ginga), 1993년에 ASCA를 발사 하는 등 X-선 천문학에 많은 투자를 해 왔다. 1995년 다나카(Tanaka) 등은 ASCA를 이용해 활동성 은하중 하나인 MCG-6-30-15를 관측하여 놀라운 방출선을 발견하였다. 이온화된 철(Fe)로부터 나온 이 방출선은 비대칭적이며 선폭이 그때까지 알려진 어느 방출선보다도 넓었다.

 

이 관측 결과 역시 처음에는 많은 비판을 받았다. 매우 잡음이 심한 관측 데이터에서 방출선의 윤곽선을 추출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관측 데이터 자체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가졌던 것이다. 그 후 다른 X-선 위성들이 이 은하를 반복적으로 관측한 결과 처음에 발표된 것보다 훨씬 믿을만한 선윤곽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림 2는 역시 일본이 2006년에 발사한 Suzaku와 유럽에서 발사한 XMM-Newton이 측정한 철 방출선을 보여준다. 두 개의 서로 다른 망원경을 이용한 것이지만 선윤곽의 모양은 거의 비슷하다.

 

이렇게 선윤곽이 비대칭적이면서 넓은 폭을 가지게 된 이유는 고전적인 도플러 효과, 특수 상대성 이론에 의해 예측되는 지향효과(beaming effect), 그리고 일반성대론적인 중력 적색이동 등이 한꺼번에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 세 가지 효과 가운데 중력 적색이동은 중력장의 크기와 직접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블랙홀의 검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실제로 그림 2에 보인 선윤곽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방출선을 만들어내는 물질이 회전하는 블랙홀의 작용권(ergosphere) 내에 있어야 한다. 회전하지 않는 블랙홀의 경우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의 6배 안쪽에서는 물질의 운동이 안정되지 못하기 때문에 바로 블랙홀로 떨어져 버린다. 반면 회전하는 블랙홀의 경우에는 슈바르츠 반지름에 가까이 가도 안정된 궤도가 유지될 수 있다. 보다 자세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MCG-6-30-15의 방출선을 내는 블랙홀은 거의 최대 속도로 회전하는 블랙홀이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활동성 은하핵과 블랙홀

 

대개 블랙홀은 막대한 에너지를 낸다. 블랙홀 자체가 매우 낮은 중력 에너지 상태에 있어서 물체가 떨어질 때 많은 에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은하 중심부는 퀘이사나 활동성 은하핵과 달리 블랙홀이 있으면서도 광도는 매우 낮다. 활동성 은하핵과 우리 은하의 차이는 무엇인가?

 

블랙홀은 스스로 빛을 내는 것이 아니고 블랙홀 주변에 형성된 원반 물질이 점성에 의해 뜨거워지고 각운동량을 잃어가면서 안쪽으로 서서히 밀려갈 때 열에너지를 내는 것이다. 이렇게 블랙홀 주변에 형성된 원반을 부착 원반이라 한다. 부착 원반을 통해 에너지를 방출하는 과정은 블랙홀이 가지는 중력 에너지를 최대한 잘 활용하는 방법으로서 질량의 약 10%를 열에너지로 바꿀 수 있다. 나머지 90%는 블랙홀의 질량을 증가시키는 데에 쓰인다. 부착 원반의 이러한 효율은 별 내부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반응 효율과 비교해 볼 때 매우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주계열 과정에서 일어나는 수소 핵융합 반응은 질량의 약 0.7%를 열에너지로 바꾸는 데 그친다. 블랙홀은 주변 물질만 끌어 들일 수 있다면 막대한 에너지를 방출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에너지 효율을 다시 별과 비교해 보자. 태양의 질량(M)과 광도(L)를 각각 1이라 놓으면 별은 대개 질량 광도비(M/L)가 별 자체의 질량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질량이 작은 별은 M/L이 0.001 이하로 작고 반면 큰 별은 수만이 넘는다. 그렇다면 블랙홀이 가질 수 있는 M/L은 얼마나 될까? 우리는 이미 블랙홀 주변에 물질이 없으면 에너지를 낼 수 없음을 지적하였다. 그러나 최대 M/L은 구할 수 있다. 블랙홀 주변의 물질을 끌어 들이려면 물질이 떨어지면서 내는 빛에 의한 복사압이 중력보다는 작아야 한다. 복사압은 물론 광도에 비례한다. 이런 조건을 대입하면 어떤 천체건 가질 수 있는 최대 광도를 구할 수 있어 이를 에딩턴(Eddington) 광도라 부른다. 에딩턴 광도는 천체의 질량에 비례하기 때문에 질량 광도비는 질량에 무관하며 앞서 말한 태양의 단위로 표현하자면 약 33000로서 가장 밝은 별의 것과 비슷하다. 별의 상한 질량도 결국 에딩턴 광도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놀라운 일은 아니다.

 

만약 블랙홀 주변에 물체가 없다면 밝게 빛나야 할 이유는 없다. 우리 은하와 같이 중심 활동이 없는 은하들도 가스가 없어서 블랙홀에 의한 활동이 거의 없다고 말하면 된다. 그렇지만 우리 은하 중심부에는 이런 저런 이유로 가스가 흔하게 존재한다. 블랙홀을 둘러싸고 있는 별의 집단에서는 각 별 표면으로부터 방출되는 항성풍이 끊임없이 가스를 공급하고 있다. 또 은하 원반에 있는 가스도 중력장이 축대칭에서 벗어날 때 중심으로 몰려들 수 있다. 그럼에도 은하 중심부가 매우 낮은 광도를 유지하는 것은 수수께끼이다.

 

블랙홀 주변에 형성되는 부착 원반과 관련된 물리 현상 역시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항상 일정한 광도를 유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고등과학원에 재직했던 이인수 교수와 하버드대학의 나라얀 교수가 개발한 부착 원반 모형에서는 일시적으로 낮은 광도를 유지하다가 다시 높은 광도로 돌아가는 상태가 가능하다. 여기서 일시적이란 100만년 정도의 시간을 말한다.

 

 

가까운 외부 은하의 중심부

 

활동성 은하가 아닌 은하의 중심에 블랙홀이 있다는 관측이 가장 먼저 보고된 것은 태양으로부터 약 5500만 광년 떨어져 있는 처녀자리 은하단의 중심에 있는 거대 타원 은하인 M87로서 1978년의 일이다. 이 은하가 주목 받게 된 것은 워낙 덩치가 큰데다가 아주 작고 밝은 중심핵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은하에는 태양 질량의 30억 배나 되는 아주 무거운 블랙홀이 자리 잡고 있다고 생각된다. 사실 외부 은하의 경우 중심부에 많은 질량이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까지는 관측적으로 알 수 있으나 그것이 블랙홀인지 아니면 질량이 작은 천체가 좁은 지역에 많이 모여 있는 것인지 구별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다만 우리 은하의 중심에 블랙홀이 있다는 것이 거의 확실하고 활동성 은하핵의 경우에도 의심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중심에 집중된 질량을 블랙홀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블랙홀을 찾기 위한 근접 은하에 대한 분광학적 관측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980년대 후반부에 이르러서이다. 이 무렵 M31과 M32에 이어 가깝고 밝은 은하 중심부를 여러 그룹이 관측하기 시작했다. 블랙홀을 찾기 적절한 은하는 중심부가 매우 밝고 작은 것들이다. 이미 이론적으로 질량이 큰 블랙홀이 중심에 자리 잡고 있으면 그 주변의 좁은 영역에 많은 별들이 몰려 있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1970년대 후반부터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다. 허블 우주망원경을 이용해 은하 중심부를 높은 분해능으로 관측하였고, 특히 중심부가 밝고 작은 것들에 대한 분광 관측이 대형 지상 망원경으로 수행되었다.

 

그 결과 중심을 향해 속도 분산이 증가하는 모습이 여러 은하에서 관측되었다. Magorrian 등은 1998년에 운동학적 데이터가 관측된 28개의 은하에 대한 상세한 분석을 통해 블랙홀의 질량과 그 블랙홀을 가지고 있는 모은하의 질량 사이에는 비례관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표하였다. 여기서 모은하란 타원 은하의 경우에는 은하 전체를 말하지만 나선 은하의 경우에는 중심 부분을 구성하고 있는 중앙 팽대부(central bulge)를 뜻한다.

 

이 관측 사실은 많은 천문학자들을 흥분시켰다. 은하는 그 크기가 수만 광년에 이르는 거대한 천체인 반면 블랙홀은 아주 작으며 은하 질량의 약 0.5%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한 존재인데, 어떻게 둘 사이에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무언가 우리가 전혀 모르는 중요한 기작이 은하의 진화 과정에 숨어 있다는 것이다.    

 
이형목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서울대 천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프린스턴대 천체물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캐나다 이론천체물리 연구소 연구원을 거쳐 부산대 지구과학 교육과에 재직하다가 1998년부터 서울대 천문학과의 교수를 역임하고 있다. LH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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